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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96화 (96/364)

00096 세상이 뒤집어지다. =========================

“그러니까. 대통령이 귀환자들에 의해서 죽은 다음부터 현재 귀환자들이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있다고?”

신우의 반문에 설명을 하던 사내들은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렇습니다. 불과 10일 전까지만 해도 전국이 온통 전쟁과 같았습니다. 매일 전투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녔을 뿐만 아니라 온통 포성도 계속 이어졌으니까요.”

“귀환자분들이 무. 무슨 조직들을 만들어서 각 지방을 쪼개어 차지하고 있다고 TV에서 말했었습니다. 심지어 기업들까지도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 이곳 서울은 그나마 아직 유지되고 있는 군대와 일부 귀환자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자유가 있는 편입니다.”

설명을 듣는 신우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터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조차 통하질 않은 힘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순순히 국가의 명령을 듣는다? 절대 아니었다.

신우는 전에 짖은 눈썹이 인상적이었던 마대호라는 자의 말이 기억났다. 자신에 의해 폭풍의 검을 빼앗겨 죽은 그자의 말처럼 국가가 두려워하는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도 각 지방을 쪼개어 스스로 작은 국가를 만든 모습이었다. 고작해야 20일이에 불과한 이 짧은 시간 안에 말이다.

솔직히 이런 현실이 되었다는 것에는 딱히 반감은 없었다. 정의감에 불타는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뭔가 스스로 애국심이 강한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강간이 지금 대한민국 안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신우는 눈앞에 있는 사내들이 아니꼽다는 마음이 들었다.

“자유라고? 여자를 강간 하는 게 자유롭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못마땅함이 서려있는 이런 신우의 뼈있는 말을 들은 3명의 사내들은 몸을 흠칫 떨어야 했다. 그들은 금방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살려달라고 빌었다.

“자. 잘못했습니다. 부디 죽이지만 말아주십시오.”

“저도 잘못했습니다. 죽이지 말아주세요.”

“제발..죽이지 마세요. 흑흑..”

3명의 사내들이 몸까지 떨며 말하는 걸 보면 신우는 확실히 군대와 함께 서울을 지키고 있다는 귀환자들도 정상적인 모습을 보인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 죽여.”

신우의 이런 말에 3명의 사내는 얼른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이고 있었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 신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일 모습이라는 생이 들었다. 살고 싶은 건 누구나 같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울음을 터트리며 감사의 말을 하는 사내의 모습까지 보던 신우는 슬며시 주먹을 들어 올리는 행동을 했다. 이런 모습에 3명은 헙!? 깜짝 놀란 얼굴을 하더니 이내 안 죽인다고 하셨잖아요? 하는 얼굴이 하였다. 이런 그들을 향해 신우가 한 마디 했다.

“안 죽인다고 했지 안 때린다고는 말 안했던 걸로 아는데,”

그렇게 말한 신우의 주먹이 핏! 잔상이 남을 정도로 흐릿하게 변했다. 순간 퍽! 퍽퍽! 3번의 타격음이 빠르게 골목길에 울렸다.

커억..! 어억..! 크억..! 3명 모두 바닥에 털썩. 쓰러지며 고통의 신음성을 질렀다. 이런 그들의 얼굴은 온통 엉망이 되어 있었다. 코피는 물론이고 이빨까지 완창 부서진 모습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신우는 그대로 다리까지 들어 올리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그들의 중심부를 차버렸다.

파각! 파각! 파각!

!!? 3명은 더 이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입가에 거품까지 물면서 기절해 버렸다. 이런 모습을 한쪽에서 지켜보았던 여자는 입을 쩍. 벌린 상태가 되어야 했다. 이런 여자의 모습에 본 신우는 여자에게 한마디 했다.

“더 때려 줄까?”

“네?”

“더 차줄까 하는 말이야. 아니면 네가 할래?”

신우의 말을 알아차린 여자는 얼른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그녀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어서 빨리 집에 가서 가족과 만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경찰에 신고해 줄까? 아. 경찰이 지금 신고 되나?”

이런 신우의 말을 들은 여자는 고개를 빠르게 저어야 했다. 그녀는 내심 눈앞에 있는 사내가 뭔가 다른 귀환자들과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얼른 현재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했다.

“겨. 경찰에 전화해도 받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가. 감사드려요. 절 구해주셔서..”

신우는 자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여자의 모습에 문뜩 예전에 자신의 손에 구해졌다가 이내 블랙스컬이라는 곳의 대장에게 죽었던 한 여자의 모습이 순간 생각났다. 썩 좋은 추억이 아니었다. 신우는 얼른 생각을 지우며 말했다.

“됐어. 네가 나에게 왔잖아.”

“그래도. 감사드려요. 다른 사람이라면 모두 모른 척 했을 거예요.. 그리고 결국 또 당했을 테죠..”

풀이 죽은 여자의 모습에 신우는 예린이가 떠올랐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예린이를 납치해 데려간 검은가면의 존재를 떠올리니 왠지 분노심이 일었다. 그러자 순간 뭉글뭉글 붉은 기운과 푸른 기운이 신우의 몸을 타고 솟구쳐 올랐다.

고오오-!!

찌직.. 쩌저저적-!! 순간 골목길 사이에 있는 건물의 벽들이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이어진다면 당장이라도 붕괴가 일어날 모습이었다. 그때 순간 흐윽! 거리는 여자의 신음성을 들은 신우다.

신우는 바로 앞에 있는 여자가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개방했다는 사실에 얼른 제어에 나섰다. 그러자 활발하게 솟아오르던 불과 바람의 정령력들이 그대로 몸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팍! 개방되었던 기운이 사라지고 순간 갈라지던 벽들이 더 이상 갈라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태에 신우는 너무 흥분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자책하고는 이내 여자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이봐 괜찮아?”

“아..아..”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여자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져 있었다. 몸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너무도 강대한 기운을 정면에서 느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여자의 모습에 신우는 난감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결국은 괜찮아 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10분이 지나서야 조금 제정신을 차린 여자의 모습이었다.

“이봐. 괜찮아?”

“아..아.네.. 괜찮아요.”

말을 하면서 여자는 신우를 보며 연신 몸을 떨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신우는 이내 이곳에서 끌 시간이 없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집이 어디지? 내가 데려다 주지.”

솔직히 그냥가도 되는 일이지만 만약 이대로 혼자 돌아갔다. 또다시 누군가에게 무슨 일 당하면 그게 찜찜한 일이기에 데려다 주려는 마음을 먹은 신우였다.

“아. 아니에요. 저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하지만 신우로서는 이런 여자의 행동에 짜증날 뿐이었다.

“그냥 빨리 말해. 계속 여기에 있을 시간 없으니까.”

신우의 짜증을 느꼈는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겁이나 주소를 말해 버렸다.

“도. 동작구.. xx 아파트요..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소를 말했다는 것에 놀란 얼굴을 하는데, 이런 그녀를 그대로 들고 점프하기 시작한 신우였다.

파앗! 한순간 골목길을 가르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신우의 모습인데, 신우의 손에 들려진 여자의 입에서는 비명이 나와야 했다.

“꺄아아~!”

“조용. 귀 아프잖아.”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대로 허공을 밞은 신우였는데, 푸른빛이 발바닥에 잠깐 생성되면서 그대로 쭉쭉 허공을 가르게 만들었다.

한편 신우의 조용하라는 말에 간신히 두 손을 입을 틀어막으며 비명을 삼킨 그녀는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강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건 롤러코스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빠르기였다.

그렇게 모든 세상이 빠르게 스쳐가는 세상이 이어졌고, 어느 순간 주변은 빠르게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어느새 바닥 아래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입을 막고 있는데, 이런 그녀의 귀로 신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맞지?”

이런 말에 얼른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떠야 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맞았다. 어느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녀였는데, 이런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작별을 고한 신우였다.

“곧바로 집에 들어가. 그럼 난 간다.”

그렇게 말하며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그대로 팟! 점프해 하늘을 가르는 신우의 모습이었다. 어느새 하늘 높이 날아서는 저 멀리 가고 사라지고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멍한 얼굴로 보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아주 짧은 만남인 동시에 앞으로 더 이상 마주하지 않을 인연이었다.

* * *

휘오오..!! 팟! 파팟!

바람을 가르며 그대로 푸른빛을 밟으며 쭉쭉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던 신우는 현재 한국의 사정을 생각하면서 옷을 구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본다면 시장도 열지 않았을 것 같기에, 내심 훔쳐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뜩 장물아비가 떠올랐다. 그자라면 충분히 옷을 구해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현재 필요한 물품들을 구해다 줄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현재 신우의 인벤토리 안에는 생필품이 아주 많이 보관되어 있는 상태였다. 모두가 다른 이들로부터 빼앗은 것들이었다. 신우는 이것들 가운데, 어느 정도는 정리해서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기름 같은 것들도 그자에게서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6일 정도가 남았으니 그동안 지낼 곳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미 본래 살던 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딱 보니 모텔이나 호텔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 같으니 장물아비에게 살 집도 구해볼 생각이었다.

사실 지금 가진 힘이라면 강제로 빼앗아도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신우의 신조가 적이 아닌 이상은 주인이 있는 건 빼앗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전에 같은 폭풍의 검을 빼앗은 의외인 일도 있었지만 그건 신우가 필요해서 한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근데, 아직까지 하고 있을까?”

잠시 정상적인 영업을 할까?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내 그자라면 왠지 계속 할 것 같다는 마음에 무작정 그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전에 한번 갔었던 과천시의 한 일반주택을 향해 방향을 틀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간 계속 쭉쭉 날아가는 신우였는데, 어느 누구도 이런 신우의 모습을 볼 수 도 뒤쫓을 수도 없었다.

어느새 전에 왔던 그 주택 앞으로 대놓고 내려선 신우였다. 이미 자신이 입고 있는 방한복으로 다든 이들이 자신을 귀환자라는 걸 알거라고 생각했기에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대놓고 내려섰던 것이다.

주변 주택가는 전에 비해서 상당히 조용했다. 마치 사람이 한명도 안 살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신우는 전방 수백 미터 안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걸 느꼈다. 다들 움직임이 그렇게 없는 상태였는데, 집안에 콕 틀어박혀 있는 상태로 보였다.

하긴 이런 상태라면 다들 외출을 자제하려고 할 거였다. 밖은 상당히 위험하니까.

그러고 보면 아까 그 여자 왜 집을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 신우다. 잠깐 고민해 보는데, 역시 식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틀어박혀 있으니 식량이 떨어져 구하려고 나왔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의 기척을 느끼던 신우는 전에 왔을 당시 있었던 CCTV들이 돌고 있는 모습에 확실히 장물아비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는 발걸음으로 옮겨 주택 정문을 향해 가까이 가서 망설임 없이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상당히 컸다. 주변 주택가가 조용하니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는데, 이런 가운데, 신우는 가만히 기다렸다.

“흠.. 만나지 않을 생각인가?”

1분 가까이 아무런 응답이 없는 모습에서 신우는 잠깐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이내 강제로라도 열어보자는 생각으로 슥. 정문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그때 인터폰을 통해 익숙한(?) 걸걸한 장물아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문 부수지 말아주게.-

“있었군.”

이런 신우의 말에 인터폰으로 곧 장물아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찾아왔다는 말은 뭔가 구할게 있거나 팔 물건이 있다는 건데.. 우선 들어오게나.-

띠! 철컹!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우는 어느새 조금 열린 정문을 보면서 그대로 밀어서 활짝 열고는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전편에 한국처럼 될까봐 로만국장이 핵공격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겁니다. 과연 방사능 걱정에 엄청난 위협이 될 귀환자를 그냥 놔둘 각국 정부일까? 전 생각하는데요. 다들 역시 생각이 다르시겠죠? 어쨌든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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