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다-88화 (88/364)

00088 미완성이 완성이 되는 순간 =========================

49일차. 새벽 5시 50분경.

이제 돌아갈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는 시각이었지만 다들 좋아할 수 없었다. 점점 공포감에 질려 있는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남은 사람 고작 8명. 아주 짧은 시간 안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죽어나갔던 것이다.

당연히 살아남은 사람들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넓은 세상에서 사람들을 빨리 찾아내 죽였다는 것 자체에서 고대종족 헤비니아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이들은 계속해서 이동했다. 쉬지 않고 50일차가 되는 그 순간 까지 계속해서 이동해하면서 고대종족 헤비니아를 피하려고 하고 있었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7명이 남았습니다]

막 또 다른 누군가가 죽었다는 각인 메시지가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을 향해 전해졌다.

“제길! 제길.!”

부우웅-!!

휘이이이잉-!!!

거친 엔진소리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아직 어두운 주변을 전조등이 앞을 밝히며 스노모빌 한대가 아주 빠른 속도로 강하게 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며 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스노모빌을 모는 사내는 현재 공포감에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다. 그의 입에서는 계속 제길! 이라며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보라 소리에 그의 말이 묻히고 있지만 그는 쉬지 않고 연신 제길! 제길! 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점점 자신을 조여오는 공포감에 감정이 너무 피폐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노모빌을 몰며 달리고 있었을까.. 순간 푸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스노모빌의 엔진이 꺼졌다. 갑자기 꺼진 엔진에 당황한 눈빛이 된 사내였는데, 곧 얼어붙은 계기판을 보고는 기름을 떨어졌다는 걸 알았다.

하필이면..! 사내는 다급히 스노모빌에서 뛰어내려 인벤토리 안에서 기름통을 꺼냈다. 그리고는 연료를 보충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도 강하게 부는 눈보라와 함께 얼어버린 연료입구에 절로 인상을 써야 했다.

너무 추웠다. 방한복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도 뼛속까지 차가움이 전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 난감함을 느낀 사내는 곧 시야에 뭔가를 보았다.

도시.? 점점 밝아지는 주변모습과 함께 멀리서 도시의 윤곽이 보였다. 이런 도시의 모습에 사내는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새벽시간동안 쉬지도 않고 달린 상태였다. 몸이 지치기도 했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도시에 가서 눈보라를 피할 건물을 찾아서 밥만 먹고 다시 스노모빌에 연료를 채우고 출발 하자는 생각을 먹은 사내는 그대로 스노모빌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렇게 사내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20분을 걸어가서야 도시 가까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사내가 도시에 도착하고 본 것은 상당히 파괴되어 있는 대도시의 풍경이었다. 도시자체가 눈으로 가득 덮여 있는 모습이지만 파괴된 흔적은 확실히 보였다. 어느새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가는 사내였는데, 그때 사내의 눈에 한 고층건물 위로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흔적이 분명했다. 거의 일주일 만에 보는 사람의 흔적이었다. 사내는 잠시 고민이 되었다. 저들과 과연 합류해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가야할까? 이 두 가지 고민을 해야 했던 것이다. 사내는 조금씩 가야 한다는 마음이 기울였다.

합류한다면 좋긴 할 것이었다. 혼자보다는 그 고대종족 헤비니아를 상대한 것이 더 좋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가 그동안 겪어왔던 경험이 거부하고 있었다. 여기서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갑자기 자신을 죽이지 않으리라고는 보장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사내는 저들을 피해서 어디 한곳에 숨어서 간단한 에너지바를 먹고 곧바로 스노모빌에 연료를 채워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이려는 사내였는데, 그 순간 뭔가가 바람을 가르며 떨어져 내려섰다.

후웅-!!

강렬한 바람이 주변에 불면서 강하게 몰아치던 눈보라가 원형으로 퍼져나가며 다가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는 사내의 두 눈은 떨릴 수밖에 없었다. 눈보라를

갑자기 어디서? 아. 아니 혹시 이놈이 고대종족 헤비니아!?

사내로서는 갑자기 등장한 젊은 남자의 모습에 고대종족 헤비니아, 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보라를 몰아낸 방금 전 모습을 본다면 확실했다. 어차피 고대종족 헤비니아의 생김새는 몰랐다. 사람처럼 생겼을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이렇게!? 사내로서는 이렇게 갑자기 나타날지 몰랐다는 생각을 다급히 전투를 위해 허리춤을 향해 손을 향했다. 그때 무척 퉁명스러운 말소리가 사내의 귀에 잡혔다.

“뭐야. 사람이었어? 쳇. 놈 인줄 알았는데..”

퉁명스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우였다. 갑자기 이른 아침부터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놈이 찾아왔다는 생각에 빨리 달려 왔더니 전혀 다른 자가 있는 것이다. 참으로 김새는 기분이었다.

“호.. 혹시 사람?”

“글쎄 내가 사람일까?”

무척 애매모호한 신우의 말이었다. 스스로 이제는 과연 사람일까? 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말소리에 더욱 바짝 긴장한 사내였다.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어느새 손이 다시 움직이며 천천히 허리춤에 차여진 하나의 작은 가방에 들어가는 사내의 손길이었다. 어느새 작은 가방에서 빠져나온 사내의 손에는 한 장의 카드가 드려있었다. 그게 사내의 무기인 모양이었다.

“놈이 아닌게 아쉽지만 그래도 잘됐네.”

스윽. 신우는 그대로 주먹을 들어올렸다. 사내를 죽이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꽁 대신 닭이라고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보상이라는 생각에서 죽여서 코인을 가질 생각이었다.

그렇게 두 주먹에 청강장력을 일으켜 놈을 죽이려는데, 그 순간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는 예린이의 모습이 신우의 눈에 잡혔다. 가까이 다가온 예린은 신우와 처음 보는 한 사내의 뒷모습을 보고 놀란 얼굴을 하는데, 곧 이런 예린이의 기척에 고개를 돌린 사내였다. 곧 둘은 서로 눈이 마주치는데, 상당히 놀란 얼굴들이 되었다.

“어..?”

“어..?”

서로들 보며 놀란 모습을 보니 서로 아는 모양새였다. 이런 모습에 신우의 눈썹이 꿈틀거려야 했다. 아는 사이라면 당장 죽이기 곤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 예린누나. 누나도 역시 여기에.”

“태훈아 너도 여기로 왔구나.”

최태훈, 블랙타운이라는 최정상 아이돌 그룹의 리더였다. 상당한 인기를 가진 그도 현재 예린과 같이 죽음의 게임인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예린과 최태훈 둘 모두 가수 선후배 사이였다. 그래서 각종 음악방송에서 함께 한 적이 제법 많이 있었는데, 제법 친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어느새 둘은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는데, 이런 모습을 그저 뚜러져라 보는 신우의 모습이었다. 이런 신우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최태훈은 조용히 예린누나에게 물었다.

“저기 저 사람은..?”

“아. 친구야.”

“예? 남자친구요?”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고등학교 동창생이야.”

당장 사귀는 것도 아닌지라 예린은 그저 손을 내저으며 동창생이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말을 들은 최태훈은 잠시 신우와 예린의 모습을 살피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서 만나서 함께 하는 거군요.”

“응. 지금 함께 지내고 있어. 그런데, 태훈아. 넌 혼자니? 다른 동료는 없어?”

이런 예린의 말에 고개를 내젓는 최태훈이었다. 한때 동료였던 자들이라면 벌써 예전에 배신을 했었다. 남아 있는 사람이 이제 몇 명 없다고 본다면 죽었거나 운이 좋았다면 자신과 같이 살 확률이 높았다.

한편 예린은 고개를 내젓는 태훈이의 모습에 무슨 사정이 있었다고 짐작하고는 더 이상 파헤치지 않고는 이내 신우를 보며 말했다.

“신우야. 태훈이도 우리와 함께 있으면 안 될까?”

예린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이 얼마나 신우에게 실례가 되는 말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허락을 맡고 싶었다. 현재 고대종족 헤비니아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 신우의 보호아래였던 것이다. 예린은 이대로 친한 동생인 태훈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최태훈으로서는 이런 예린이 누나의 모습을 보고는 눈앞에 있는 예린누나의 동창생이 리더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긴 방금 전 보인 모습을 본다면 상당히 강한 사람 같았다. 한편으로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예린누나가 자신을 너무 약하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편 신우는 예린의 말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사실 예린과 김지혜와 함께 있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 함께 있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자까지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예린이가 저렇게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니 거절하기도 그랬다. 잠시 고민해 보는데, 결국 허락하기로 했다. 어차피 50일이 다된 상황이었기에 이런 결정이 내린 것이다. 물론 한 가지 조건을 내건 신우였다.

“알았어. 하지만 같은 집에는 못 있어. 복도 끝집에 지내게 해.”

“정말?! 고마워 신우야.”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이런 예린이의 모습을 잠시 보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움직이는 신우였다. 예린으로서는 이런 신우의 모습이 익숙했기에 그저 웃을 뿐이었는데, 최태훈은 이런 신우의 모습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가수에다가 여자 연예인 가운데서도 탑 5위 안에 꼭 들어가는 미모를 자랑하는 게 예린누나였다. 그래서 더욱 저런 무심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는 최태훈이어야 했다.

“가자. 태훈아.”

“어.. 응.”

태훈으로서는 졸지에 새로운 동료(?)가 생긴 거였다. 하지만 최태훈은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예린누나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내심 자신의 코인을 욕심내고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움직이는 셋이었고, 어느새 다가오는 김지혜와 마주쳐야 했다. 그녀도 갑자기 거처를 뛰쳐나간 신우의 모습과 뒤따라나간 예린을 따라 왔던 것이다.

최태훈은 김지혜의 모습을 보고는 이번에도 놀란 얼굴을 했다. 그도 김지혜를 잘 알고 있었다. 요즘 방송을 통해 미모의 여기자로 이름을 알린 김지혜를 모를 수 없었던 것이다.

“어..? 최..최태훈?!”

최태훈을 단번에 알아본 김지혜였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모를 수 없었던 것이다. 어느새 예린이 이런 김지혜에게 최태훈을 소개해 주었다. 어느새 인사를 나누는데, 금방 친해지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보는 신우의 마음은 썩 좋지 않았다. 이상하게 저 최태훈이라는 놈을 볼 때 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예린이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랬다.

“나 먼저 갈게.”

어느새 신우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울렸고, 그제야 예린과 김지혜는 인사하는 걸 멈추고는 걸어가는 신우의 모습을 보며 다급히 따라나섰다. 이런 모습에 최태훈은 내심 무슨 저런 싸가지 없는 놈이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마음대로였다. 역시 마음에 안 들었다.

최태훈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심 얼굴에 티를 내지 않았다. 아까 보았던 모습이 그만큼 인상 깊어 웬만해서는 부딪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 신우를 따라 움직인 셋이었고 어느새 그들은 임시거처로 쓰고 있는 건물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신우는 그대로 임시거처로 쓰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모습을 보던 예린은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이내 태훈이를 데리고 복도 끝에 있는 집으로 갔다. 물론 이런 둘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김지혜였다. 그녀도 상황을 들었던 것이다.

어느새 복도 끝에 있는 집안에 들어서는 셋이었다. 집안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었다. 신우와 예린이 서로 관계를 가지는 그때 주로 이곳에서 기다렸던 김지혜였던 것이다.

“어차피 내일이면 돌아갈 테지만 여기서 하루정도는 지내면 될 거야.”

이런 예린의 말에 최태훈은 의문에 찬 얼굴이 들었다. 예린누나가 하는 말 자체에서 꼭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걱정도 안 돼? 고대종족이라는 헤비니아가 지금 사람들을 죽이고 있잖아?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고.”

이런 최태훈의 말을 들은 예린이나 김지혜나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의 머릿속에는 신우를 피해 도망치던 헤비니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미소를 짓는 예린누나와 김지혜 여기자님의 모습에 최태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이런 최태훈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예린이의 말이었다.

“괜찮아. 신우가 있는 이상 여긴 안전해.”

절로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김지혜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더욱 더 의문에 찬 얼굴이 된 최태훈이었다. 이런 최태훈에게 안심하라며 사실을 말해주는 예린이었다.

“얼마 전에 여기에 고대종족 헤비니아가 나타났었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장소가 여기였어.”

가장 먼저 나타났었다고..? 그. 그럼! 최태훈은 이곳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에게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는 메시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렇담 아까 보았던 그 신우라던 남자가 이곳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말이었다.

“그. 그럼.. 헤비니아는?”

떨리는 최태훈의 목소리에 예린은 왠지 모를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말했다.

“아까 본 신우에게 도망쳤어. 원래는 죽일 수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에게 위험이 와서 우릴 구한다고 놓쳐버렸거든.”

최태훈의 머릿속에는 그제야 파괴되어버린 도시의 풍경이 이해가 되었다. 그 모든 게 그 신우라는 사람과 고대종족 헤비니아가 치룬 전투 흔적이었던 것이다.

최태훈은 내심 아까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을 하면서 얼굴에 티를 내지 않은 게 첨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