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4 웨이브 =========================
서로를 보고 있던 신우와 예린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예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지혜언니를 부르러 가볼게.”
어서 이런 이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지라 그렇게 말하며 벌떡 일어선 예린이었다. 이런 예린이의 모습에 신우는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우도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타다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을 빠르게 뛰어 나가는 예린이의 뒷모습이었는데, 이런 예린이의 모습을 보면서 신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해버린 건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스스로 해버렸다. 신우로서는 이런 상황이 곤혹스러웠다. 신우는 내심 설마 임신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게 지금 가장 신우가 우려하는 일이었다. 만약 임신을 해버렸다면 그 책임을 져야했다.
“음..”
절로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그렇게 잠시간 예린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 신우였는데, 곧 더 이상 생각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한이 없다는 생각에 이내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다.
2차 진화 진행 중
주 재료: {?}X{백광}X{녹광을 품은 여성}X{폭풍의 검}X{10만 코인}
의도하지 않게도 2차 진화에 필요한 재료는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예린이가 백광이라는 걸 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에 예린이가 녹광이라는 걸 먹지 않았고, 백광이라는 걸 들고 있지 않았다면 계속 감정이 메마른 상태에서 돌아다녔어야했었을 거였으니 말이다.
“이제 하나란 말이지..”
정신을 돌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육체가 붕괴되는 있다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결국 남은 하나를 흡수하여야지만 이 시한부와 같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신우가 마지막 남은 재료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는 그때 방을 서둘러 나섰던 예린은 계단을 타고 서둘러 내려가고 있었다.
현재 있는 곳이 12층 규모의 건물 안이었기에 계단을 타고 내려간 예린은 밖으로 나와서는 거리 주변을 둘러보며 지혜언니의 모습을 찾았다. 눈이 가득 쌓인 고요한 거리의 모습과 함께 여기저기 부서진 건물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까지 간 거지? 설마 멀리까지 간 거 아니겠지?”
이런 걱정 어린 예린의 말이 있는 즉시 인기척이 들렸다. 예린은 인기척이 들린 장소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지혜언니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언니?”
“예린아. 괜찮은 거야?”
걱정이 묻어나는 이런 지혜언니의 말에 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은 묘했다. 이런 예린을 보며 그대로 다가가 꼭 안아 주는 김지혜였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준 김지혜는 살짝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기는 첫 경험이었잖아. 많이 아팠지?”
이런 말을 들은 예린은 솔직히 많이 아팠고 무서웠다는 생각에 흑흑. 눈물이 나왔다. 이런 예린이의 등을 더욱 토닥여주며 위로하는 김지혜였다.
그렇게 잠시간 흐느껴 울며 위로하는 시간을 보낸 둘이었는데, 그러다 곧 주변에 노을이 지며 서서히 해가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제야 안고 있던 몸을 땐 둘이었다.
“오늘 새벽에 다시 시작되겠어.”
김지혜가 말하는 건 얼음좀비들의 웨이브였다. 새벽시간이 된다면 분명 얼음좀비들이 사람을 찾아 모여들게 분명했다.
꼬르륵.
순간 상황에 맞지 않게 예린의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배가 고팠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벌써 저녁때였다. 김지혜는 예린의 배에서 나는 소리에 살짝 웃고는 말했다.
“벌써 저녁때네. 그러고 보면 우리 점심도 안 먹었지?”
“그러게요. 본래였으면 다들.. 아니에요.”
말을 하다가 죽은 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얼른 고개를 내젓는 예린이었다. 이런 예린의 말을 들은 김지혜도 죽은 세 사람의 모습을 생각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자신들 강제로 신우에게 잡혀 온 상태라 할 수 있었다.
“아 맞아.. 우리 잡혀온 거였지..”
이런 김지혜의 걱정스런 말에 예린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을 거예요. 신우 지금 괜찮아졌어요.”“괜찮아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의문을 담은 김지혜의 물음에 예린은 아까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들은 김지혜는 놀라 입을 벌려야 했다.
예린이가 굴에서 주었던 빛나는 구체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신우란 사내의 몸으로 흡수되더니 갑자기 제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니 너무 이상해 보였던 것이다.
“세상에. 대체 이게 무슨 일이니?”
“몰라요. 그래도 신우가 제정신을 차렸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언니.”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이런 예린의 말에 김지혜는 이상하다는 마음을 풀지 못했다.
“그렇긴 하지만.. 어라? 그런데 예린아. 너 좀 변한 거 같다?”
“예? 변해요? 뭐가 변했다는 거예요?”
지혜언니의 변했다는 말에 예린은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별달리 변한게 없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에 김지혜는 예린을 이모저모 살펴보더니 말했다.
“분위기도 그렇고 너 눈동자가 많이는 아니고 살짝 붉은 것 같아.”
“네? 제 눈이요?”
얼른 자신의 눈 주변을 만져보는 예린이었다. 당장 거울이 없어 볼 수 없지만 순간 신우의 붉은 눈동자를 생각났다.
설마..?
예린은 신우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특히 생각하기도 민망스러웠지만 신우와 관계를 가졌던 그때 느꼈던 너무 이상한 느낌들을 생각한다면 가능성은 무척 크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신의 변화에 덜컥. 겁이 났다. 지금은 제정신으로 돌아왔지만 이상하게 변해버렸던 신우와 같이 자신도 어느새 그렇게 변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불안해한 마음으로 있는 예린이었는데, 이런 예린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김지혜였다.
“예린아? 왜 그래. 갑자기 멍해있고?”
“네? 아. 아니에요. 그나저나 눈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우선 안으로 얼른 들어가죠.”
지혜언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예린이었기에 그대로 손을 잡고 끌었다. 이런 행동에 그대로 따라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 김지혜였다. 그렇게 도착하자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비록 제정신을 차렸다는 예린의 말을 들었지만 오늘 보았던 잔혹한 모습이 생각나 긴장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방을 들어선 예린과 김지혜였고, 곧 뭔가를 하고 있는 신우의 모습을 보아야 했다. 둘은 한눈에 신우가 상점이용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가만히 있지 않았을 터였으니까.
“상점이용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위험하게 뭐하는.. 아 아니구나.”
예린은 무방비 상태에서 상점이용을 하고 있는 신우의 모습에 위험하게 뭐하는 짓이냐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신우의 강함을 기억하고는 뭔가 있으니 저러는 거라는 생각에 우선 배고픔부터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언니 우선 밥부터 먹어요. 새벽에 싸우려면 배부터 채워야 하잖아요.”
“그래. 그런데, 저 사람 먹을 것도 함께 준비해야겠지?”
이런 말에 예린은 잠시 신우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같이 먹을 수 있게 준비해요.”
이런 예린의 말에 김지혜는 참 이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오늘까지 함께 했던 동료를 죽인 사람과 함께 밥을 먹게 되다니.
그렇게 예린과 김지혜는 그대로 각자의 인벤토리 안에서 물건들을 꺼내는데, 가스버너와 냄비들 그리고 쌀과 식료품들이었다. 어느새 준비된 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시작하는데, 방한이 어느새 분주해 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30분이 지나자 어느새 상점에서 나오게 된 신우였다. 신우는 콧속을 파고드는 냄새에 절로 코 평수가 넓어져야 했다. 간만에 맞아보는 김치찌개 향이었던 것이다.
“나왔네..”
조금은 어색한 예린의 목소리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가스버너 위에 끓고 있는 김치찌개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밥 먹으려고?”
“응. 점심도 걸러서 배가 많이 고프거든.. 같이 먹자.”
같이 먹자는 말에 신우는 잠깐 고민이 들었다. 확실히 전에 예린이 주었던 밥 말고는 그동안 간단한 즉석식품만 먹어왔다. 특히 사람고기를 먹은 걸 생각한다면.. 음.. 당장이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다는 욕망이 들 수밖에 없는 신우였다.
“그래.”
참으로 간단한 한마디였다. 하지만 이런 신우의 말에 예린의 얼굴은 밝아져 있었다. 그리고 이내 살짝 붉어진 얼굴을 돌리는데, 예린은 자꾸 신우의 얼굴과 마주치는 게 자꾸만 부끄러웠다.
이런 예린의 모습에 김지혜는 절로 고개를 저었다. 저 모습. 완전히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이었다. 한때 자신도 남자에게 빠져 열정적으로 사랑한 적이 있었는데, 내심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났던 남자들 모두가 변해버리면서 그대로 자신을 떠났었던 것이다.
김지혜는 예린이 상처나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김지혜가 걱정하는 시선으로 예린을 보는 그때 신우는 자신의 인벤토리 안에서 하나의 단창을 꺼내 예린에게 내밀었다.
“어. 내 섬광의 단창.”
“받아. 주워온 거야.”
이런 신우의 말에 얼른 자신의 섬광의 단창을 집어든 예린이었다. 그러다 문뜩 자신이 무기도 없이 혼자서 아래로 내렸다는 생각에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위험한 세상에서 무기도 없이 다닌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심 그만큼 신우가 있어서 그랬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들었다.
“다 된 것 같아. 이제 먹자.”
옆에서 김지혜의 목소리가 들리자 얼른 생각하던걸 멈춘 예린은 섬광의 단창을 인벤토리에 넣고는 그대로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맨바닥에 그대로 일회용 그릇들로 차려진 밥이었는데, 밥과 김치찌개가 다였지만 이런 세상에서는 상당히 호화스러운 음식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차려진 밥에 신우는 뚜러져라 보다가 이내 일회용 수저와 밥이든 일회용 그릇을 들어서는 그대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은 물론이고 김치찌개도 함께 먹는데, 참치가 들어서인지 상당히 맛이 좋았다.
예린은 이런 신우의 모습을 보다가 자신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상당히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동료를 죽인 자와의 식사라니. 하지만 예린이나 김지혜나 더 이상 그것에 관해서는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그런 생각을 계속하면 한도 끝도 없었다. 어차피 생존을 위한 세상이었다. 지금 당장을 생각하려는 둘이었다.
그렇게 잠시간 식사시간이 지속되었고 금방 밥과 김치찌개가 바닥이 났다. 어느새 일회용 그릇과 일회용 수저를 내려놓는 신우인데, 이런 신우를 향해 예린이 맛에 대한 평가를 물어왔다.
“맛은 어땠어?”
살짝 기대에 찬 얼굴인데. 신우는 이런 예린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맛은 상당히 좋았다.
“맛있었어.”
“아. 맛있다니 다행이다.”
뭔가 조금은 즐거운 듯한 예린의 얼굴이었다. 이런 예린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는 신우였는데, 이런 예린을 향해 현재 상태에 대해서 말했다.
“예린아. 할 말이 있어.”
“뭐. 뭔데?”
조금 달라진 신우의 말투였을까. 예린은 긴장한 얼굴로 신우에게 뭐냐고 물었다. 그건 김지혜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신우의 말로서 현재 상황이 달라질 거기 때문에 신우의 입만 바라보아야 했던 것이다.
“예린이 너 도움으로 무감각 했던 감정이 돌아올 수 있었어. 하지만.”
꿀꺽. 예린과 김지혜는 신우의 하지만. 이라는 말에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건 아니야. 비록 주기가 조금 늘어난 상태이기는 하지만 육체가 붕괴되고 있는 건 아직 진행 중인 상태야.”
“그럼?”
“맞아. 계속 사람을 죽이거나 아니면 여자와 관계를 가져야해..”
이런 신우의 말에 화끈. 얼굴이 붉어져야한 예린이었다. 신우가 하는 말은 자신에게 계속 관계를 가질 수 없느냐는 물음이었던 것이다.
“강제는 안 해. 네가 싫다면 난 사람을 죽이러 돌아다니면 되니까.”
“뭐? 그건 안 돼!”
사람을 죽이러 다닌다는 말에 얼른 안 된다고 말하는 예린이었다. 그녀는 신우가 사람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내..내가 해줄게..”
완전히 귀까지 빨갛게 변한상태로 말하는 예린의 모습이었고, 이런 예린의 말에 신우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신우였다. 그런 신우가 예린이에게 감사함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고맙다. 솔직히 강제로 이렇게 되어서 싫었을 텐데 이런 내 부탁을 들어준다니..”
“싫다니 아니야!”
응?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예린이의 모습에 신우는 의아했다. 이런 모습에 예린은 얼른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어야 했다. 싫지 않다니.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하는 거냐는 생각에 예린은 속으로 꺄아-! 소리를 질러야 했다.
한편 이런 둘의 모습에 김지혜는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완전히 좋아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예린이나 이런 모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신우란 남자나 둘 다 완전 연예고자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셋이 이곳 방에서 시간을 지내는 동안 점점 40일을 맞이하는 웨이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밤하늘 위에 떠오른 커다란 둥근 달이 불길하게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까지 있어왔던 웨이브와는 전혀 다른 변화된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짧아서 죄송.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