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9 39일차 =========================
“이게 무슨 소릴까? 예린아?”
바로 옆쪽에서 말하는 지혜언니의 목소리에 예린은 지혜언니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사람이 있나 봐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걸 보면 제법 도시안에서도 제법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났나. 본데요.”
이런 예린의 말에 김지혜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도시를 살피더니 이내 옆쪽에 스노모빌들을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기에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이 있나 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역시 다른 곳으로 가야 하겠죠?”
이런 김지혜의 물음에 한쪽에 있던 한 사람이 도시를 향해 시선을 주면서 말했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괜히 부딪쳐 봐야 위험할 테니 말입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의 목소리였다. 그는 괜한 충돌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런 걸 보면 조심성이 많아 보였다. 그런데 이런 말에 또 옆쪽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제법 젊은 사내의 목소리였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어요. 우리들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강하잖아요. 피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데요?”
이런 젊은 사내의 이런 말이 있자 마지막으로 말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
“민용이 너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자칫 우리보다 강한 전력을 가진 자들이라면 우리가 위험할 수 있어.”
40대를 넘어선 중년사내의 목소리였는데, 이런 그의 말소리를 들은 민용이라는 사내가 쳇.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다들 너무 조심성만 많다니까요. 솔직히 그동안 우리들 파티보다 강한사람은 없었잖아요. 아저씨들도 이제 자신감들을 가지시라고요.”
민용이라는 사내의 목소리에는 자심감이 가득했다. 실제로 그럴만했다. 그들은 진실로 강했다. 특히나 민용이라는 사내와 두 사내는 이미 저번 세상에서도 함께한 사이들로 이곳에 와서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사실 예린과 김지혜는 이들과 중간에 만나서 함께 하게 된 사이였다. 그래서 아직은 서로 존댓말을 하는 상태였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민용이 너도 소문을 들었지 않니. 무참히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악마 같은 자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런 자를 만나면 솔직히 위험해. 아마 엄청난 코인을 벌었을 거다. 지금쯤 어마어마하게 강해졌지 않을까 싶구나.”
제일 처음 말을 했던 사내의 이런 걱정 어린 말에 민용은 들은 적 있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에이. 그래도 그놈은 혼자라고 하잖아요. 그에 비해서는 저흰 5명이라고요. 예린씨와 지혜씨도 제법 강하니 다들 함께 상대한다면 문제없을 거예요. 안 그렇습니까? 예린씨.”
이런 민용의 갑작스러운 말에 예린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민용씨도 강하시니까.”
이런 예린의 말에 민용이라는 사내가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
“이거 예린씨가 강하다고 해주시니 너무 기분 좋은 걸요. 제 생전 이렇게 예린 씨와 함께 하게 된 것이 너무 행운인 것 같습니다. 하하핫.”
이런 웃음을 터트리는 민용의 말에 아저씨라고 불린 두 사내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예린과 김지혜가 일행이 된 건 둘 모두 강한 힘을 가졌던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둘이 한 미모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둘 모두 유명한 가수에 여기자였기에 일행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다.
한편 웃던 민용은 이내 은근한 눈빛을 하며 예린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저번에 말했던 건 생각은 해보셨어요?”
“예? 아. 그건..”
예린이 난감함에 섞인 얼굴을 하자 민용은 웃는 얼굴을 보이며 전혀 다그치지 않는다는 듯 두 손을 손바닥이 보이는 모습을 하며 말했다.
“계속 생각해 보세요. 제가 발정난 개새끼도 아니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민용의 이런 말을 듣는 예린은 상당히 얼굴이 빨개져 있어야 했다. 지금 민용이 하는 말은 섹스 상대로 해달라는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예린은 너무 화가 나고 황당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행동이 아닌 말로만 하고 그저 기다린다는 말에 화도 내지 못하고 이런 상황만 계속 되어야 했던 것이다.
예린이 그렇게 어찌할봐를 모르는 모습으로 있자. 민용은 너무 예쁘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솔직히 당장에라도 예린과 한바탕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기로 했다. 민용은 예린이 스스로 자신을 받아들이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럴 가치가 있었다.
민용은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을 좋아했다. 특히나 직캠(직접 찍은 동영상)을 모우고 보는 일이 취미였었다. 그런데, 이런 연예인 가운데도 가장 좋아했었던 연예인이 있었으니 예린이었다. 완전히 선망의 대상이었다.
민용은 이런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를 가질 수 있다면 이런 기다림 쯤은 버틸 수 있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이미 파티가 맺어진 이상 다음 세상에 가서도 계속해서 그녀와 마주칠 것이고. 결국은 자신을 남자친구로서 받아 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신사적으로 과실을 따먹는다. 이게 민용의 현재 생각이다.
그렇게 민용이 다음을 기약하며 있는데, 그때 김지혜가 뭔가를 발견하고 일행들을 불렀다.
“어. 저기에?!”
말을 하는 동시에 김지혜는 도시 한 방향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순간 날카로운 눈빛이 된 남자들이었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눈빛들이었다.
그들이 있는 장소로부터 한참 떨어진 장소에 그들과 같이 스노모빌을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같이 보이고 있었다.
“도시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어딜 저렇게 가는 거지?”
“방금 전 들었던 소리와 관련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두 사내 모두 그렇게 서로 말을 하는데, 민용이라는 사내가 저 멀리 도시를 나서며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는 자들을 보며 말했다.
“다른 파티하고 싸우다 패해서 도망가는 게 아닐까요?”
이런 민용의 말에 다들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가능성이 무척 컸던 것이다.
“저렇게 도망가는 자들이 있다는 말은 도시 안에 좀 더 강한 파티가 있다는 말인데. 역시 이곳을 벗어나야겠습니다.”
이런 말에 다들 고개들을 끄덕이는데, 민용이라는 사내만 조금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을 하고는 말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스노모빌을 몰며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왔던 방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도시를 빙글 돌아서 가기로 하고는 도시 외곽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는 그들이었는데, 점점 돌아가면서 그들이 내는 엔진 소리가 도시 외곽을 타고 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너무도 조용하기에 크게 들리는 엔진 소리들이었고, 결국 이런 엔진소리를 도시 안쪽에서 들은 신우였다.
으흑.. 으으.. 연신 눈물을 흘리며 괴로운 신음성을 내뱉는 광희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가운데 신우의 고개는 저 멀리 도시 외곽 쪽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인가?”
살짝 말에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여자가 있을 가능성을 생각했던 것이다. 어느새 신우의 고개는 광희를 향해 있었다. 조금 시간을 보내다 고통이 찾아오는 순간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른 자들이 있다면 굳이 짐으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웅우웅!
어느새 신우의 손에 청색의 강기가 서렸다. 그렇게 청강장력을 일으킨 신우는 그대로 망설임 없이 광희의 머리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퍼석!
머리가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와 함께 털썩! 머리가 사라진 광희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는데, 순간 신우의 머릿속에 각인 메시지가 전해졌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75명이 남았습니다]
[800코인을 사살한 이로부터 얻으셨습니다.]
[상대방이 소유한 {인벤토리}안에 든 모든 물품이 이동되었습니다. 용량이 초과하지 않은 관계로 강제 확장은 없습니다.]
생각보다 코인이 작아서 실망하여야 한 신우였다. 광희로서는 오우거 파워드 컨틀릿을 구입하기 위해 많은 코인을 썼기에 모아둔 코인이 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죽은 광희를 내려다보던 신우는 그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건물 옥상 위를 타고 빠르게 질주하는 신우의 모습이었는데, 소리를 추적해서 가지 저 멀리 설원 위를 달리고 있는 5대의 스노모빌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모습에 더욱 발을 박찬 신우의 육신은 그대로 점점 빠르게 그들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고, 불과 5분 만에 도시 외곽 쪽을 빠져 나오게 되면서 공중에 뜬 상태로 AK-47소총 한정을 꺼내서 손에 쥐고는 그들이 가는 앞쪽 방향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한 가지 기술 스킬명을 말했다.
“폭발탄”
우웅!! AK-47소총 표면에 붉은 기하학 무늬들이 빛을 내며 나타났다. 신우는 폭발탄 스킬이 사용되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타타타탕-!!!
신우는 30발 총알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갈겼다. 곧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총탄들 빠르게 스노모빌을 타고 가는 그들의 앞에 일자로 폭발들을 일으키면서 앞을 막아서게 만들었다.
콰콰콰쾅-!!! 쾅쾅쾅-!!! 콰쾅쾅-!!! 콰쾅-!!! 쾅쾅-!!! 쾅쾅쾅-!!!
검붉은 불꽃들이 설원 위를 불태웠고 거대한 폭발들이 눈과 섞인 흙더미들이 하늘 높이 치솟는 모습을 만들어내었다.
황급히 멈추어선 그들이었다. 그들은 눈앞에 만들어낸 폭발의 모습에 공격이라는 사실에 바로 스노모빌에서 뛰어내려는 경계상태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이런 그들의 앞으로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린 신우의 모습이었다. 곧 이런 가운데 신우의 주변으로 눈과 흙더미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었다.
“넌 뭐야?!”
민용의 목소리에는 잔뜩 분노가 서려 있었다. 특히나 혼자서 자신들의 앞을 막아섰다는 것에 가소로움까지 느끼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민용과 달리 잔뜩 경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민용아 조심해라.”
“그래. 쉽게 볼 상대는 아닌 것 같다.”
두 사람의 이런 말에 민용은 고작 한명가지고 뭐 그러냐는 얼굴을 했다. 이런 가운데 예린과 김지혜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있었다. 방한복에 털이달린 후드사이로 보이는 신우의 얼굴을 알아본 것이다.
예린이의 얼굴은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내심 살아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마지막으로 보여주었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쉽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린의 얼굴은 어느새 반가움과 함께 동시에 원망감도 섞여 있어야 했다.
내심 자신을 두고 가버린 신우에 대해서 많이 원망감이 들었던 것이다.
“예린아. 저사람..그때 그.”
옆에서 김지혜도 놀란 듯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예린이에게 신우에 대해서 말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말을 들은 예린은 맞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신우야.”
그렇게 말한 예린은 신우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어느새 예린의 시선과 신우의 시선이 서로 마주보게 되었다.
여자다. 그런데. 하필 만난 여자가 차예린이었다. 신우는 자신을 보는 예린의 시선을 보며 이내 입을 열었다.
“살아 있었나?”
신우의 담담한 이런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이 될 수밖에 없는 예린이었다. 살아있었냐니? 그게 자신에게 할 말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야! 그게 몇 십일 만에 만나서 내게 할 말이야! 그때 그렇게 떠나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나만 두고 가버리고.”
얼핏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었다. 당연히 민용의 얼굴이 굳어지는 건 당연했다. 이런 가운데 신우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예린의 모습에 담담한 마음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런가.”
“그런가라니. 신우 너 정말.”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하는 예린인데, 이런 예린의 말을 막으며 자신이 원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신우였다.
“너에게 원하는 게 있다.”
“원한다고?”
대체 무슨 말이냐는 얼굴이 된 예린 일수밖에 없었다. 이런 예린을 향해 담담한 얼굴을 한 채 말하는 신우였다.
“나와 섹스하자.”
“뭐?”
예린은 지금 잘못 들었나? 싶은 얼굴이 되어버렸다. 지금 자신의 귀가 잘못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야 했는데, 그때 신우는 김지혜를 향해서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혼자보다는 2명이 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신도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군.”
“에..?”
김지혜까지 깜짝 놀란 얼굴을 한 채 신우를 보는데, 이런 말을 들은 예린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이 되어야 했다. 눈썹이 한껏 올라갔다.
“야 김신우! 지금! 나하고 지혜언니에게 뭐하는 짓이야! 장난하는 거야?!”
화를 내는 예린의 모습에 신우는 전혀 아니라는 얼굴을 하면서 말할 뿐이었다.
“장난하는 거 아니다. 난 너와 저 여자가 나와 함께 섹스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만약 거절한다면 난 둘을 강제로 안을 수밖에 없다.”
신우는 지금 정말 진지했다. 실제로 만약 눈앞에 있는 여자가 예린이 아니었다면 벌써 남자들은 모두를 죽이고 강제로 취했을 거였다. 오히려 이렇게 가만히 있는게 그동안 신우가 보여주었던 잔혹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이 개새끼가! 예린씨에게 무슨 헛짓거리를 하는 것이냐!”
이때 갑자기 민용의 입에서 거친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순간 화를 참을 수 없는지 그대로 빠르게 신우를 향해 달려왔다.
파아악!! 쌔에에엑-!!
빠르게 달려온 민용은 그대로 손끝을 세워 신우를 향해 찔러 넣었다. 이런 그의 손끝에는 강렬한 강기가 서려있었다.
아.
예린은 갑작스러운 이런 민용의 행동에 화를 내는 것도 멈추고 당황하는 얼굴을 해야 했는데, 순간 콰아앙-!!! 하는 거대한 파공성과 함께 뒤로 빠르게 날아가는 민용을 보아야 했다.
촤아아아아-!!!
날아가는 민용을 잡은 건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한참을 밀려가야했는데, 곧 발끝에 힘을 주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발들이 그대로 땅속에 깊이 박히며 멈추게 되었다.
그렇게 민용을 받아든 두 사람의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 방금 전 민용을 날려버린 공격으로 신우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실감들을 해야 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