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6 벨루가 광산 =========================
달빛조차 구름으로 가려진 어두운 밤. 이런 어둠에 동화된 신우는 움직임을 멈춘 상태로 광산 안쪽의 모습을 살폈다. 입구에는 아까 10여명의 인원이 있었던 것과 달리 4명의 사람들만 있는 상태였는데, 그들은 현재 주변을 감시하는 모습이다.
신우는 그렇게 한동안 어둠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살피는데,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저 감시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하지?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으며 저들에 대해서 알 수 없을 것 같은데.. 신우로서는 이렇게 가만히 있는게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이틀 전 우연한 싸움으로 몇 천 코인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참 모자란 코인이었다. 2차 진화를 위해서는 10만 코인을 모아야하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건 시간낭비 밖에는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냥 부딪쳐봐? 어차피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 몸이다. 직접 다가서 저들의 실태를 보면 되는 일이었다. 만약 전의 블랙스컬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꺼릴 것 없이 다 죽이고 막대한 코인을 얻으면 되는 일이다.
혹한 마음이 들었다. 신우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는 무작정 저들에게 가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때 뭔가 변화가 일어난 모습에 움찔. 다시 몸을 멈춘 신우여야 했다. 무슨 일이지? 급하게 M4 카빈소총 확대 조준경에 눈을 가져가서는 입구 주변의 모습을 살폈다.
광산 입구 주변으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인원수는 8명이었는데, 그들의 모습을 살피던 신우는 익숙함을 느꼈다.
“차예린?”
조용히 입 밖으로 나오는 이름이었는데, 현재 확대조준경을 통해 보이는 모습 중 담요를 몸에 덮어쓴 차예린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그녀의 근처로 2명의 여자와 한명의 남자도 보이는데, 그들 모두의 얼굴도 아는 이들이다. 모두 처음 이곳에 왔던 산장에서 보았던 이들이었다.
근데. 나머진 어디에 있지? 아이는?
아이를 포함해 두 명의 중년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혹시 함께 있는 저들이 죽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내심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저들이 죽인 것 치고는 차예린을 포함해 나머지 인원들의 얼굴에서는 그렇게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새 차예린이 포함된 8명의 인원이 입구 주변에 도착하는데, 입구 주변을 지키던 4명의 사람들과 뭔가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내 곧바로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는데, 신우는 아까 산에서 광산 쪽을 보았던 모습과 흡사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을 모으고 있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곳 광산으로 사람들을 모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섬 해안 쪽으로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고작 5일차에 들어갔을 뿐인데, 이렇게 사람이 모인다니 역시 귀환자가 포함되어지니 이런 현상이 빨라진 걸로 보였다.
솔직히 신우에게 있어서 이런 현상은 반가운 일이었다. 실지로 한 세상에 들어선 3천명의 인원수가 가진 코인은 모두 30만 코인이다. 이 코인 중 상당수는 버려지는 것들이 되는데, 다들 사람을 죽여서 코인을 벌면 무조건 생존을 위해서 무기부터 구입하고 총알까지 구입하면서 좀비들을 향해 사용하는 것이기에 어마어마한 코인들이 허공에 날아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모이게 된다면 방어하는 이들만 있으면 되기에 그만큼 덜 코인들이 사용되는 것이고 코인 낭비가 덜하게 되는 것이다. 코인 자체가 사람의 목숨 값이기에 무척 비인간적인 계산법이 되는 것이지만 어쨌든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대체 어떤 이유로 사람을 모우는 건지 모르겠지만 신우는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저들의 틈으로 합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거부감 드는 신우이기에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놈의 코인만 아니었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렇게 결국 크게 마음먹은 신우는 그대로 인벤토리 안으로 M4 카빈소총을 집어넣고는 비무장인 상태로 입구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박사박.
휴. 가까이 갈수록 숨을 크게 내쉰 신우여야 했는데, 결국은 입구 쪽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감시하는 이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다급히 총을 들며 겨누는 모습이었다.
팟! 4개의 손전등들이 신우의 모습을 비추었다. 이런 빛에 살짝 눈살을 찌푸려야 한 신우여야 했는데, 곧 경계심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사내의 물음에 신우는 최대한 예의 있게 행동하려 했다. 저들의 틈으로 들어가려면 당장은 숙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 지나다가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에 찾아왔습니다. 부. 부디 절 들여보내 주세요.”
허. 상당히 어색했다. 말투 자체가 너무 딱딱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개발연기다. 아무래도 신우에게 연기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편 이런 신우의 말에 소리치던 사내가 의심어린 얼굴로 다시 입을 열려는데, 그때 이런 사내를 막는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아무래도 귀환자 같다. 다들 경계해.”
예에?! 상당히 놀라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신우로서는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어떻게 내가 귀환자라는걸 안 거지? 의문일 수밖에 없는 신우다. 문제는 저들의 틈으로 합류하려는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는 것이다.
곧 신우를 귀환자라고 말한 사내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아직 채 완성되지 않는 방어벽 뒤를 돌아와서는 신우에게 천천히 다가오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이유로 이곳을 찾아 왔습니까?”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는 상당히 경계심이 든 모습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귀환자라는 사실에 무척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귀환자자들 중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많기에 경계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긴 뭐하는 곳이지? 아까부터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가던데?”
대변에 말투가 바뀌며 광산 주변을 살펴보며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사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모습을 들키지 않고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에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실지로 그들은 생명체 탐색기로 주기적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범위가 30m라는 걸 알고 있는 신우이기에 이런 탐색기에 걸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여긴.. 생존자 캠프입니다. 사람들을 안전을 위해서 만든 곳이지요.”
“하? 생존캠프라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어차피 10명만 살아남는 생존지인데, 이런 캠프를 만들어 보았자 무의미하다는 걸 잘 알 텐데?”
부정어린 이런 신우의 말에 사내는 애써 웃는 모습을 보이더니 왜 이곳이 생존자캠프인지 설명했다.
“물론 무의미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50일이 되려면 멀었고, 그동안 함께 버티면서 있자는 거지요. 그리고 지금 현재 얼음좀비들이 돌아다니면서 살아있는 사람을 노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여긴 섬이다보니 움직임이 한정될 수밖에 없으니 이럴 때 함께 모여 버티는 게 훨씬 얼음좀비를 막는 좋다고 생각한 거지요.”
아무래도 얼음좀비는 사람들이 공통된 명칭이 된 것 같았다. 하긴 사람의 생각이라는게 거의 비슷할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신우는 생존자 캠프를 만든 자가 참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눈에 보였다. 여기가 먹잇감을 모우는 함정이라는 것이.
아마 생존자 캠프라는 말로 사람들을 끌어 모아서는 때가 대면 사람들을 죽여서 코인을 버는 함정이라는게 한눈에 보였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신우는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가졌다.
“그래? 그런데 내가 귀환자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그건. 그쪽 행동을 보고 알았습니다. 이곳은 산속 깊은 장소입니다. 이런 곳으로 오려면 상당히 체력부담도 있을 거고 상당히 힘든 기색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멀쩡했거든요. 더욱이 당신 붉은 눈동자는 평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칼라렌즈 치고는 너무 붉게 빛나고 있습니다.”
관찰력이 무척 뛰어난 놈이다. 그리고 눈동자라니. 역시 선글라스라도 착용해야 하는 건가? 잠시 이런 생각을 하던 신우는 이내 사내의 모습을 잠시 살피고 말했다.
“너도 귀환자지?”
“음. 맞습니다.”
역시 맞는 모양이다. 고작 5일이 있었던 것 치고는 너무 정신이 멀쩡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한다? 경계하는 모습을 본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들어가긴 힘들어 보였다. 역시 강행 돌파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는 신우인데. 곧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눈앞에 있는 사내에게서 들려왔다.
“저희와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뭐?”
갑자기 바뀐 행동에 신우는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는 얼굴이 되어야 했다. 이런 신우의 얼굴을 보며 사내가 함께 하길 원했던 이유를 말했다.
“이곳에 있는 귀환자는 저와 대호형님이라는 분이 다입니다. 그리고 방금 전 합류한 귀환자라고 말한 한명의 여성도 이제 합류했지요. 솔직히 마지막 날 최후의 10인이 될 때 함께할 강한 동료들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것도 귀환자가 최우선적으로 말입니다.”
신우는 사내의 의도가 의심이 들었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생판 처음 본 자신보고 함께하자니 의심이 안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사내는 믿어 보라는 듯 말했다.
“의심이 드는걸 알고 있습니다. 저라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믿어보십시오. 50일이 될 동안 함께 지내보신다면 의심을 거둘 겁니다.”
생각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처음 보인 경계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회유까지 하니 말이다. 어쨌든 차예린이 귀환자라는걸 아는 신우로서는 저들이 차예린이 귀환자라고 말하니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건 알겠다.
결국 우선 승낙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최소 하루 정도는 저들과 함께 하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는 만약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할 대상이라면 모두 죽이고 나오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동창인 차예린은 예외로 두고 말이다.
“알았다. 함께 하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사내는 반가운 얼굴을 하고서는 자신을 소개했다.
“함께 하신다니 대환영입니다. 전 한기수라고 합니다. 나이는 26살이고요. 이름과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
신우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하기 싫었다. 솔직히 반말하다가 존댓말 하기는 그랬던 것이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한기수라는 사내는 의아한 얼굴을 하며 다시 물으려 했다.
“저기..”
“신우. 나이는 묻지 마.”
딱 잘라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한기수는 살짝 어색한 얼굴을 하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신우군.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신우군. 절 따라오시죠.”
그렇게 말하며 안쪽으로 신우를 안내하려는 한기수인데, 이런 그를 따라 움직인 신우였다. 어느새 입구 주변을 지키는 3명의 사내들과 마주하는데, 그들은 귀환자라는 말에 잔뜩 경꼐하는 눈빛으로 신우를 보았다. 이런 그들에게 한기수가 걱정 말라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와 합류하게 될 사람이다. 그러니 경계심을 풀어도 된다.”
이런 한기수의 말에 다들 한풀 경계심을 푼 3명의 사내들이었는데, 이런 그들을 향해 한기수가 잠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오겠으니 그동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으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신우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신우는 한기수를 따라 움직이면서 잠시 소총을 든채 다시 경계를 하는 사내들을 보다가 광산 입구 근처에 있는 각종 건물들의 모습과 깔려있는 철길들의 모습을 보았다. 확실히 광산이라고 볼 만한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주변의 모습을 보며 걷던 신우는 문뜩 한 가지 문제를 생각하고는 의아한 듯 한기수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무기는 회수하지 않나? 갑자기 내가 수틀려서 다 죽이려면 어떻게 하려고?”
이런 신우의 질문에 한기수는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에 관해서는 딱히 제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적이 아닌 이상에야 인벤토리 안에 들어있는 무기를 회수할 수 없으니까요.”
하긴. 죽이지 않는 이상은 인벤토리 안에 있는 물건을 회수할 수 없으니 방법이 없었다. 신우는 이런 사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참 경계가 허술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이 빠진 상태로 발걸음을 옮기던 신우는 곧 광산으로 보이는 입구의 모습과 입구 위에 적혀 있는 벨루가 광산 이라는 한글을 볼 수 있었다.
“벨루가 광산?”
“여기 광산 이름 같습니다. 자 안쪽으로 가지요. 저희가 사람들을 모아 지낼 장소가 광산 안쪽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먼저 손전등을 안쪽으로 비추며 움직이는 한기수였는데, 이런 그를 따라 움직이며 신우는 얼음좀비를 죽이고 얻었던 지갑에서 보았던 신분증에서 벨루가 섬이라는 단어를 기억해 내었다.
벨루가 섬도 그렇고 벨루가 광산이라는 것까지 대체 여긴 뭐였지? 진짜 사람들이 살았던 장소였다는 거야? 왜 이렇게 변하게 된 걸까?
고민해 보는데, 역시 아직까지 한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라 의문을 풀 방법이 없다. 결국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하며 광산 안쪽에 연결된 철길을 따라 제법 움직인 신우는 이내 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장소는 제법 큰 지하공간이었다. 일종에 광부들이 쉬는 쉼터였는데, 이런 쉼터 천장에는 전등 몇 개가 불이 켜진 상태로 쉼터를 밝히고 있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어디에서 전력을 얻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전등으로 밝아진 아래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략 40명은 될까? 그들은 모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인데, 갑자기 등장한 신우와 한기수를 보고 또 뭐지? 라는 얼굴들이었다.
“김신우?”
그때 신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신우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그곳에서 차예린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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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