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얼음섬 =========================
차예린의 고함소리에 벽난로에서 불을 째고 있던 두 중년사내와 김지혜와 아이까지 다들 놀란 눈으로 차예린을 향해 시선을 주는 모습이다. 이런 시선을 느껴서 였을까. 신우를 향해 소리를 치던 차예린은 얼른 입을 다무는 모습을 했다.
신우로서는 이런 차예린을 보며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는데, 그때 어떤 소리가 신우의 귀에 잡혔다. 비단 신우뿐만이 아니라 차예린과 다른 사람들도 들은 모양인지 한 곳을 향해 시선을 주는데, 그곳은 우진과 혜빈이라는 여자가 걸어갔던 방향이었다.
아흑~ 아~ 아흑~ 아앙~ 연신 여성의 교성의 섞인 신음소리가 들려오는데, 단번에 어떤 상황인지 눈치챈 사람들이다. 특히나 김지혜라는 여자는 얼른 아이의 귀를 막는 모습인데, 상당히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물론 두 중년사내들도 애써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들을 하였다.
강제는 아니네.. 신우로서는 강제로 여자를 안는게 아니라는 사실에 신경을 껐다. 이런 신우와는 다른지 차예린은 상당히 발끈한 모습으로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저게 뭐하는 짓이야? 미친거 아냐? 이런 상황에 저걸 할 수가 있는 거냐고!”
이런 차예린의 말소리을 들은 신우는 무시했다. 그리고 곧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인벤토리 안에서 구입한 방한복을 꺼냈다.
철컹. 2m길이의 철제보관함이 들어나며 바닥에 내려지자 남녀의 신음소리를 듣고 있던 두 중년사내와 아이의 귀를 막고 있는 김혜진의 시선이 신우에게 향해졌다.
이런 시선을 느꼈지만 신우는 무시하고는 그대로 철제보관함을 열어서는 그대로 안쪽에 있는 흰색 일체형 방한복을 꺼내놓았다.
“사람들도 많은데 상점이용을 했었던 거야?”
남녀의 교성에 마음에 안든다며 소리를 지르던 차예린이 신우의 손에 든 방한복을 보고 놀란 얼굴로 묻자,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며 방한복을 들어 펼쳐 보이며 말했다
“그래.”
“위험할 텐데..”
그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은 무대포 행동이다. 차예린이 이런 생각을 하든말든 상관없던 신우는 이내 방한복을 꺼낸 철제보관함을 인벤토리에 챙겼다. 남은 철체보관함을 그냥 보관함으로 재상용해도 되기에 챙긴 것이다.
어느새 운동화까지 벗고 방한복 뒤쪽 지퍼를 열면서 두 다리를 집어넣고 입기 시작하는데, 이런 신우의 행동에 차예린이 혹시나 하는 얼굴로 물었다.
“그건 왜 입는 거야? 혹시 밖으로 나갈 생각이야?”
“어.”
너무도 간단하게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차예린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 물었다.
“나가서 돌아올 생각인거지?”
“아니. 이대로 나가서 안돌아 올 거야. 난 혼자가 편해.”
어느새 방한복을 다 걸친 신우가 바닥에 내려놓았던 운동화를 인벤토리에 넣고는 이내 벽에 기대어 놓았던 M4 카빈소총을 집어 드는 모습을 하는데, 이런 신우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말하는 차예린이었다.
“왜? 혼자보다 여러 명이면 살 확률이 높잖아?”
“굳이 여러 명이서 지내기에는 나 혼자 충분해. 전에도 쭉 혼자였어.”
“혼자서.. 살아남았었다고..?”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 된 차예린이다. 그녀로서는 자신이 갔던 세상에 혼자 다니며 살아남았던 사람을 본적도 없었다. 그저 죄를 짓고 추방된 사람만 혼자 다녔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 정도만 버틸 수 있었지 다 죽은 목숨들이었다.
이런 차예린의 경험을 보자면 의외로 신우가 있었던 세계가 특이한 거였다. 신우와 하동우, 그리고 강용구까지 3명이나 솔로로 많은 시간동안 돌아다닌다는 건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던 것이다.
“뭐 이렇게 만나게 되었지만 살아남길 빌겠어.”
그렇게 차예린에게 말한 신우는 그대로 현관문 쪽을 걸어가는데, 이런 신우의 행동에 당황과 함께 복잡한 얼굴이 된 차예린, 일수밖에 없었다.
휘이이이잉-!!!
신우가 문을 여는 순간 순식간에 불어 닥친 눈보라로 인해 애써 피어놓았던 벽난로 불들이 팍 꺼지는데, 다들 강한 바람에 눈을 잔뜩 찌푸리며 실눈을 뜨고 현관문 앞에 서있는 신우를 보았다. 아까와 같이 비명과 소리를 지르지는 않는 모습이다.
잠깐 산장 안을 보는 신우의 눈이었는데, 이내 그대로 고개를 돌리며 문을 쾅. 닫았다.
한순간 조용해진 산장안의 분위기였다. 이런 와중에 배가 나온 중년사내가 툴툴 거리며 다시 라이터를 켜며 벽난로의 불을 다시 피우려는 모습을 하는데, 그때 바지춤을 올리면서 벨트를 채우는 우진이라는 사내가 걸어오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눈으로 산장 거실을 모습을 살피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강한 바람이 불었던 것 같은데..”
“귀환자라고 하던 그 사람 방금 전 나갔어요.”
김지혜의 말에 우진이라는 사내는 상당히 밝은 얼굴이 되었다. 한눈에 봐도 신우가 나갔다는 것에 아주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려야한 차예린이었는데, 한눈에 여길 자기가 주도하는 곳으로 만들려는 속셈이 한눈에 보였던 것이다.
어느새 거실로 흩트러진 옷차림으로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는 혜빈이라는 여자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 * *
휘이이이잉-!!! 후오오오옹-!!!
하늘에 마치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강렬한 바람소리가 몰아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거친 바람소리와 함께 강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눈 속에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신우였다.
상당히 눈보라가 강해 시야를 가려 앞을 제대로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나마 입은 방한복으로 처음과 같은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데, 그래도 아주 조금씩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 상태였다.
신우 자신이니까 이정도 버티지 완전 보통사람이라면 그렇게 오래도록 버티지 못할 추위였다.
어쨌든 계속해서 눈보라와 눈밭을 헤치며 발걸음을 옮기며 이동하는 신우인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직진만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직진만 하며 1시간가량을 움직였을까. 순간 걸어가는 눈앞으로 하나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검은 실루엣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는 그대로 들고 있던 M4 카빈소총을 들어 올려 겨누는데, 그대로 총구를 겨누며 천천히 다가가서는 검은 실루엣의 정체를 확인한 신우였다.
좀비였다. 그런데, 전에 보았던 좀비와는 달리 무척이나 행동도 느릿느릿하고 보이는 옷 사이로는 피부가 청녹색을 띄고 있는게 보였다.
그나저나 이런 눈보라치는 추운 강추위에 움직이는 좀비라니.. 어떻게 된 몸뚱이냐는 생각과 함께 망설이지 않고 놈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며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려 힘을 주려는 신우다.
이런. 방아쇠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1시간동안 눈보라에 그대로 노출되었던지라 방아쇠가 얼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억지로 당기면 부러질 것 같아서 그대로 손가락에 힘을 주는 걸 멈춘 신우는 이내 잠시 고민하다가 그대로 한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치이~ 손에서 살짝 붉은 기가 도는 기운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손에서 시작된 기운은 어느새 M4 카빈소총에게까지 영향을 주는데, 서서히 얼었던 총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자꾸만 이질적인 기운이 자신의 팔을 타고 가는 느낌이 들고 있는데, 아직은 어색한 기분이었다. 이걸 정령력이라고 부른다고 했었다. 이곳에 올 동안 정령력에 대해서도 연구한 신우였는데, 아직은 이런 기운을 손바닥을 통해 나오게 하는 것밖에는 못하는 상태였다.
어찌되었든 정령력에 의해서 M4 카빈소총이 녹아내린 것을 확인한 신우는 이제 발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대로 얼음좀비(임의로 얼음좀비라고 부르는 신우다.)를 향해 다시 총구를 겨누고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정령력을 계속해서 소총에 주입하는 중이었다. 자칫 다시 얼어버릴까 행한 행동이다.
탕-!
소총탄이 눈보라 속에서 날아가 얼음좀비의 머리에 명중했다. 그런데 뭔가 조각들이 떨어지는 모습만 보일뿐 좀비의 고개는 신우를 향해 있었다. 여전히 좀비는 붉은 눈동자였다. 놈은 자신을 공격한 신우를 보더니 그대로 느릿느릿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발로는 안 되는 건가? 전이라면 한방에 머리에 맞고 죽었을 좀비가 멀쩡히 움직이자. 다시 쏘기 위해 자세를 잡은 신우였다.
어느새 반자동으로 맞춰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는데, 곧 타다탕-!! 수발의 탄환이 얼음좀비의 머리를 노리며 날아들며 명중했다.
머리를 이리저리 들썩이던 얼음좀비는 그대로 눈밭으로 넘어지는 모습이다. 으음..? 속도가 느린 대신 좀비의 방어력이 훨씬 강해진 모습으로 보였다. 머리에 최소한 5발 들어가서야 쓰러진 것이다.
일반 사람이라면 놈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면 상당한 총탄낭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사람이 자신과 같이 정확이 머리만 노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얼음좀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가는데, 놈의 머리는 깊게 구멍이 나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신우는 M4 카빈소총 총구로 구멍 난 머리 안으로 찍어보는데, 딱딱한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과 겉 모두가 온통 얼음과 같이 단단한 구조로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총구로 찔러보며 얼음좀비를 살피는데, 순간 감겼던 얼음좀비의 몸이 번쩍! 떠지면서 그대로 몸을 일으켜 캬아아! 소리를 지르며 신우를 향해 손을 뻗어왔다.
퍼걱-!! 쿵!
주먹이 그대로 날아와 놈의 머리를 으스러놓았다. 심지어 눈덩이들까지 눈보라 속에서 솟구쳐 올랐는데, 신우의 주먹질 한방에 머리가 박살난 좀비였다.
어찌보면 신우의 주먹질이 총보다 더 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먹을 선호하지 않는 신우다. 굳이 총기로 죽일 수 있는 상대를 가까이 가서 몸으로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주의였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졸지에 머리를 잃게 된 얼음좀비인데, 이런 놈의 몸뚱이를 한번 뒤져보는 신우였다. 전의 버릇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게 잔뜩 얼어있는 찢어진 옷사이로 그나마 남아있는 주머니를 뒤지는데, 뭔가 한 개가 나왔다. 지갑이다.
지갑이라.. 이제까지 지갑을 본적이 있었던가? 잠시 있었나 생각하는데, 결론은 없었다. 였다.
어느새 지갑을 주머니에서 꺼내보는데, 잔뜩 얼어있는지라 지갑이라 이리저리 조금씩 부서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이런 지갑에 그대로 뜨거운 기운을 발산하는 정령력을 사용하는데, 금방 지갑이 녹아내렸다.
지갑을 펼치자 각종 카드들과 신분증이 꽂혀 있었다. 그런데 지폐 넣는 곳에 지폐가 들어있는데 꺼내보니 도통 신우가 처음보는 지폐였다. 외국지폐인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이내 신분증을 살펴보았다.
이게 뭐야? 만약 눈보라만 안 불었다면 당장 입으로 말했을 말을 속으로 생각한 신우는 이내 신분증에 적혀있는 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이름:고토판 출신지:벨루가섬, 굴랑마을 소속국가:판테온 출생년도: 판테온력 777년생}
생뚱맞았다. 문제는 이게 전부 한글로 적혀 있다는 거였다. 전에 잿빛도시에 있는 간판도 그렇더니 형태는 다르지만 전부 한글로 되어있는 건 같은 모습이었다. 대체 뭘까? 잠시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신우인데. 도통 신우의 머리로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신우다. 뭐가되었든 당장 이동이 중요했다. 아까 전부터 느낀 건데, 아까전보다 눈보라가 더 거세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심 괜히 산장에서 빠져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그곳을 나온 이상 후회는 늦었다. 이대로 전진뿐이라는 생각에 다시 눈보라를 헤치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신우였다.
그렇게 신우가 떠나자 머리가 사라진 얼음좀비만 눈밭위에 남게 되었는데, 금방 몰아치는 눈보라로 인해 눈이 덮이게 되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번편은 짧아요. 죄송.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