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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58화 (58/364)

00058 준비의 공간 =========================

새하얀 백색의 공간. 마치 상점으로 들어선 것과 같은 공간과 비슷해 보였지만 물건이 없다는 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런 공간에 눈을 뜬 신우는 의아한 마음이 들어야 했다. 여기가 다른 세상? 백색으로 가득한 공간이 다른 세상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는데, 전혀 보이는 게 없는 상태였다.

[준비의 공간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김신우님.]

“음? 누구?”

갑자기 머릿속에 각인된 메시지가 전해지자 신우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보이는 거라고는 백색의 공간뿐이었다. 그 순간 또 다른 각인 메시지가 머릿속에 전해졌다.

[여기는 준비의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앞으로 가셔야 할 세상을 고르실 수 있습니다.]

“뭐라고?”

전혀 생뚱맞은 일이었다. 갈 세상을 고른다니? 강제로 이동되는 게 아니었나? 어느새 날카로운 눈빛을 한 신우는 어디에 있는지 모를 존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넌 누구냐!?”

[준비의 공간에서 김신우님을 도울 도우미입니다.]

흠!? 대화가 된다고? 분명 자신의 대답에 응답했다. 신우는 어느새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려 애썼다. 누군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 수 있었다. 이때가 아니라면 할 수 없기에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는 건가?”

[질문을 하신다면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머릿속에 각인된 메시지를 통한 대화였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은 마음으로 다급히 질문을 던졌다. 알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대체 이게 뭐지? 누가 이런 걸 만든 거야? 왜 내가 이런 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해야 하는 거지?! 도대체 정체가 뭐야? 외계인? 신? 대체 날 가지고 뭐하려는 거야?!”

어느새 화가 실려 있는 신우의 고함소리에 잠시 말이 없던 준비의 공간 도우미라는 존재가 답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제가 답할 권한이 없습니다.]

“뭐..?”

하? 어처구니가 없는 마음이 들었다. 권한이 없다니 지금 자신을 가지고 장난하는가? 싶은 마음이었다. 어느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는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질렀다.

“이 시발새끼가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거야! 대답할 수 없다니!? 지금 날 가지고 노는 거야! 뭐야!”

[장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권한이 없을 뿐입니다. 제가 대답 할 수 있는 질문을 해주십시오]

메시지가 전해진 순간 신우는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욕설과 고함을 질러도 그저 메시지로만 들어오는 답이었기에 마치 입력된 답만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대고 말하는 기분이 들어야 했던 것이다.

“후.. 결국 내 질문에 대답 할 수 없다는 거군.”

숨을 고르고 하는 이런 신우의 질문에 즉답으로 전해온 도우미의 메시지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대답 할 수 있는 질문을 해주십시오.]

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 그렇다면 중요한 내용이 아닌 답만을 하겠다는 말이군. 신우는 절로 눈살이 찡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정작 가장 알고 싶은 답을 들을 수 없으니 답답한 심정이었다.

결국은 현실을 인정한 신우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계속 물고 늘어질 수 있겠지만 신우는 시간낭비를 싫어했다. 결국은 알 수 없을 테니 지금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나았다. 신우는 곧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 질문은 던졌다. 처음 던졌던 질문들 다음으로 가장 궁금했던 문제였다.

“물어 볼게 있다. 내가 알기로는 내가 있던 좀비들이 존재하는 세상과 같이 또 다른 사람들이 같은 좀비들이 존재하는 공간에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은 좀비들이 존재하는 공간이 여러개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같은 세상이 여러개입니다. 일정 인구수를 책정하여 각 세상에 공급합니다.]

마치 가축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말이었기에 신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의문을 풀 질문부터 던졌다.

“그렇다면 말이 안 되잖아? 거기를 빠져 나오려면 좀비왕과 레드무스탄을 해치워야 하는데, 다른 세상 사람들이 그곳을 클리어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분명 그놈들을 해치우지 않은 이상은 영원히 그곳에 갇히게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다른 똑같은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이 놈들을 해치우고 클리어를 했다고 하면 그건 또 어떻게 되는 거야. 그들만 돌아가고 지구는 다시 시간이 다시 흐르는 건가?”

신우가 궁금해 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여러 똑같은 세상이 있다면 양쪽 다 서로 다른 결과가 생기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양쪽 세상이 서로 다른 결과가 이어진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설사 한쪽만 미션을 클리어 한다고 해도 돌아가는 시간은 같습니다.]

“돌아가는 시간이 똑같다고?”

[좀비왕을 해결하지 않는 쪽은 결국 백 년이든 천 년이든 만 년이든 살아있는 모든 인간이 사라질 때까지 좀비왕이 인간들을 죽이러 다니게 됩니다. 모든 인간이 죽게 된다면 다른 미션을 클리어한 세상의 인간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허.. 만 년..? 시간 단위가 엄청났다 결국 다른 세상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숨어 다니며 인구수를 늘리며 살아간다고 해도 결국 최후는 인간의 멸종이라는 결과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미션을 클리어 할 당시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흐른 세상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오랜 시간동안 좀비왕과 레드무스탄을 해결하지 못했다고는 볼 수 없으니 그 정도 시간이 흐른 곳이 없을 가능성이 컸다. 오랜 시간동안 해결하지 못했다면 넘어간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것을 터였다.

뭔가 엄청난 걸 들었다는 생각에 잠겨 있던 신우는 문뜩 한 가지 문제에 의문을 담은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좀비왕을 해결하지 않은 쪽이라니? 그럼 레드무스탄은? 어째서 레드무스탄을 죽이라고 한 거지?”

[레드무스탄은 미션 클리어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레드무스탄은 그쪽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뭐? 그럼 어째서 내 쪽에 레드무스탄이 존재하고 들어있었던 거야? 이상하잖아.”

[그건 조건이 충족되어 있어서입니다. 김신우님께서 지니신 물건들이 레드무스탄을 그쪽 세상으로 불러드린 것입니다.]

나 때문이라고.. 어쩐지.. 레드무스탄은 뭔가 좀비왕과 따로 노는 것 같아 보였었다.

[더 질문할 내용이 있습니까? 이제 다음 갈 세상을 정해주셔야 합니다.]

더.. 질문할 게 아직은 없었다. 신우는 혹시나 싶어 도우미라는 존재에게 물었다.

“혹시 다음에도 이런 공간으로 오게 되나? 그때도 질문을 던질 수 있나?”

[물론입니다. 살아 돌아오신다면 계속 저와 만나게 되실 겁니다.]

하. 살아 돌아온다면 이라. 말 한번 참 살벌하게 하는군. 역시 사람목숨을 쉽게 여기는 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신우는 이내 다음 세상을 고를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고는 말했다.

“다음 세상을 고를 수 있다고 하던데, 다른 세상이라는 게 여러개란 말이야?”

화악! 잠시 빛이 서리며 어느새 신우의 앞으로 두 개 홀로그램과 같은 투명한 화면이 떠올랐다. 두 개 중 하나는 밝은 색이었고, 하나는 어두웠다. 그런데 둘 중 밝은 쪽이 무척 익숙한 모습이다.

“저건 잿빛도시라는 곳 아냐? 내가 같던 곳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미션을 클리어한 장소입니다.]

“저곳에 다시 갈 수 있다고? 그럼 다시 좀비왕을 죽이면 돌아올 수 있나?”

신우로서는 무척이나 밝아진 얼굴이 되었다. 이제 좀비왕 쯤은 충분이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전혀 없는 것이다.

[저쪽 세상은 클리어 되었기에 좀비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코인도 얻을 수 없습니다.]

“좀비왕이 없다고? 코인도 얻을 수 없고..?”

좀비왕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코인을 얻을 수 없다는 말에 뭔가 찌꺼기만 남은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저곳은 돈만 벌 수 있는 세상이란 말이다. 저곳에 있는 각종 귀중품들을 가져온다면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그 홍영배라는 장물아비가 좋아할 만한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돌아오는 거지? 클리어 할 좀비왕도 없을 텐데?”

[30일만 그곳에서 버티면 모두 현실로 귀환하시게 됩니다.]

즉 정말로 시간제가 있는 돈 버는 장소가 된다는 말이었다.

“음.. 그럼 저 곳은?”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비추는 화면을 보고 말하는 이런 신우의 질문에 역시나 즉답으로 답하는 도우미다.

[저쪽 세상에서는 코인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코인을 얻으실 방법은 다른 인간을 죽이는 방법입니다.]

역시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 사람목숨을 개떡으로 알고 있었다. 애써 자신의 이런 마음을 감춘 신우는 다시 말했다.

“저쪽이 어떤 세상인지 말해줄 수 있을까?”

[김신우님께서 알기 전까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역시 그런가.. 역시 가서 봐야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신우는 내심 질문할게 없었는데 지금 막 생각 나는게 있어 질문을 던졌다.

“질문할게 생겼다. 그럼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새로운 세상에서 강제로 오게 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순전히 늦게 이동해 올수록 안 좋다는 말이었다. 어찌 보면 먼저 시작하여 살아남은 사람에게 무척 유리한 형태였는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불공평해 보이는 형태다. 물론 현실이니 불공평하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어차피 현실 자체가 불공평한 세상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분명 미션을 클리어한 세상으로 가는게 안전하긴 할 것인데, 좀비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니 일반 좀비와 변종좀비만 존재하는 세상이니 30일을 버티는 건 신우에게 있어서 누워서 떡먹기처럼 너무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불안한 건 코인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예전의 신우 자신이라면 100% 안전을 택할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달랐다. 대체가 믿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마음대로 강제로 살인을 시켰을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룰도 마음대로 바꾸면서 10명만 살아남게도 만들었다. 이런 거였으니 의심이 안들 수가 없는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했다. 그렇다면 코인이 있어야 했다. 비록 저것들로 인해 강해지는 거지만 좀 더 강해져서 반항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인 신우였다.

이미 신우의 마음은 다음 새로운 세상으로 가있었다. 어느새 마음먹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향해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난 새로운 세상으로 갈 거다.”

[앞으로 나가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선택은 이제 번복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간다라.. 확실히 새로운 세상을 선택하는게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한다는 의미이기는 했다.

[선택하신 세상으로 이동하시게 됩니다. 이동.]

머릿속에 각인된 메시지로 이동이 시작된다는 단어가 떠오른 순간 신우의 시야는 다시 백색으로 물들었다. 어느새 빠르게 의식의 끈이 끊어지고 있었다.

* * *

휘이잉-!! 휘이잉-!!

뭔가 강렬한 바람 부는 소리가 귓속에 잡혔다. 이런 소리에 눈을 뜬 신우였는데, 그때 가까이서 사람들의 기척이 잡히자. 급히 몸을 일으켜 세운 신우였다. 몸을 일으킨 순간 신우의 시야로 7명 정도로 보이는 남녀 사람들과 남자아이 한명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나무로 만들어진 산장과 같은 집에서 눈을 떴다는 걸 알았다.

“으음..”

“으으.. 추워.”

“내가 왜 여기에?”

다들 어느새 눈을 뜨면서 몸을 일으키는데, 곧 주변을 둘러보고는 어리둥절 하는 모습을 하였다. 그때였다. 신우는 물론이고 눈을 뜬 모든 사람들에게 각인된 메시지가 전해졌다. 처음 들어서면 머릿속에 각인되는 그 메시지들이었다.

[김신우님께서 첫 번째로 (?)에 입장하셨습니다.]

[상점이용이 가능합니다. 상점 이용 시 상점이용이라고 말씀하시면 상점으로 이동합니다. 상점 이용 시 주변을 주의하십시오. 상점 이용 중 공격받아 사망하실 수 있습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상점을 이용하시길 권고합니다. 그리고 상점이용 종료 시 상점종료라고 말하십시오.]

[동맹을 맺을 수 있습니다. 동맹 수는 무제한입니다. 동맹을 맺을시 서로 악수를 하시고 동맹이라고 외치십시오. 동맹해제 시 동맹 해제라고 외치십시오.]

[(?)입장하신 분들이 서로 죽이실 수 있습니다. 다만 클리어 조건은 아닙니다. 현재 입장하신 (?)의 클리어 조건은 50일까지 살아남아서 버티라. 입니다.]

[현재 생존자 수 3000명]

[각자에게 무작위로 무기가 주어졌습니다.]

예전에 각인된 메시지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라진 형태였다. 그나저나 내가 첫 번째라고? 하동우가 내가 온 세상에 없다는 말이야?!

무척이나 기쁜 소식이다. 그 사이코패스 하동우가 이 세상에 없다니 말이다. 그나저나 50일까지 버티라고? 뭔가 죽이는 게 아닌 버티는 거라는 것에서 상당히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신우였는데, 그 순간 메시지를 확인한 사람들의 절망에 찬 비명소리가 귀에 잡혀야 했다.

“나야?! 내가 담청된 거야! 야호!”

“......”

“꺄악!? 말도 안 돼! 내가 왜?!”

“악! 싫어! 내가 왜 여기에 와야 해!?”

“으아앙~ 엄마!”

“이럴 수가.. 어째서.. 말도 안 돼!”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것 참?”

상당히 시끄러운 소리들이었는데, 신우는 문뜩 당첨 됐다는건 또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특이한 놈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중 기존 귀환자는 없다는 사실이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한편으로 끝내야 겠어요.. 역시 베스트 상위쪽에 있는 건 안좋네요. 신경성 변비도 생기고 감기도 걸리고 심지어 안좋은 댓글들까지 보니까 멘탈도 안좋아지고, 그냥 내일 안올리면 순위에서 많이 내려갈까요? 역시 적당한 순위에 오르는게 좋은것 같아요. ㅜㅜ 어쨌든 재밌게 봐주세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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