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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속 처녀 지키기-8화 (8/72)

〈 8화 〉 서은하(4)

* * *

개처럼 먹고 버릴 남자? 저거 설마 나를 말하는거야?

"... 안 닥쳐 김규성?"

은하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내 말이 틀려? 넌 남자를 그냥 네 성욕 배출구로 밖에 안 보잖아. 안그래?"

"한 번만 더 아가리 씨부리면 나도 그 다음은 장담 못해"

"허! 누가 두려울 줄 알고? 난 씨발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는데 그딴 협박이 통할거라고 생각해?"

쾅­

순간 분을 이기지 못한 은하가 테이블을 거칠게 치면서 자리에 일어났다.

사방에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이 되었지만 규성이라는 남자는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은하를 노려봤다.

"...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왜? 난 상관없는데? 아~ 혹시 저 남자 때문에 그러는거야? 하! 그래 뭐 저 놈도 언젠간 네년의 추악한 면을 알게 되겠지"

"김규성!"

"그래 그래 나가서 얘기하자"

나가기 전 내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은하는 규성이라는 남자의 팔을 잡고 가게를 나갔다.

나는 은하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은하도 딱히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답을 듣지 않고 나가버렸다.

"..."

'이게 대체 뭔...'

그렇게 갑작스럽게 혼자 남게 된 나는 멍하니 둘이 나간 문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딱히 이해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것은 은하가 저 남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점 이것만큼은 확실히 눈치 챌 수 있었다.

털썩­

"... 괜히 애꿏은 책상이나 치고 지랄이야"

"...?"

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을 때 누군가 은하가 떠난 자리에 앉아 테이블을 정리했다.

얼굴에 문신이 그려져 있는 종업원 여자였다.

"너"

"네?"

"속으로 서은하 저 병신이 더러운 새끼라고 생각하고 있지?"

씨발 어떻게 알았지? 이 누나도 관심법 쓰나?

내가 뜨끔거리자 종업원 누나는 잠시 눈을 찌푸리더니 어질러진 그릇과 잔을 치우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너무 미워하지는마. 알고 보면 은하 쟤도 정말 불쌍한 아이니까"

"..."

"그렇다고 너무 가깝게 지내지도 말고"

그것은 애증의 눈빛이었다.

입으론 은하에 대해 쌍욕을 날리고 있었지만 이 사람은 은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은하가 이 누나랑 친한 사이라고 말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친한 사이인가 보다.

테이블은 순식간에 깨끗이 치워졌다.

누나가 먼저 먹으라며 밑반찬과 곱창을 다시 리필해줬지만 나는 차마 젓가락을 집을 수 없었다.

"에휴 씨발. 이건 뭐 물어본다고 알려 주지도 않을 것 같고"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솔직히 다시 거리감이 느껴지기는 했다.

딸랑­

잠시 후 은하가 다시 돌아왔다.

규성이라는 남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돌아온 은하의 얼굴은 몹시 피로해 보였다.

"..."

"..."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은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은하도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야 말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 실망했어?"

"... 어?"

"너 더러운 여자 혐오하잖아. 그럼 이제 내가 다시 개 쓰레기처럼 보이겠네?"

침묵 끝에 은하가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또 내가 오해했는지 모르잖아"

"... 풋 그래? 그러면 다행히네"

허둥거리며 답한 내 말에 은하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술을 들이마셨다.

그나마 표정이 조금 풀린 것 같다.

아니 그건 그렇고 근데 얘는 무슨 술을 생수 마시듯이 처 마셔? 마시고 따르고 마시고 따르고 그냥 존나 무식하게 먹네.

"야야 너 무리하는 거 아니야? 보니까 주량도 약해 보이는데"

"뭐? 내가 주량이 약하다고? 푸하하하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은하의 웃음소리에 답답했던 분위기가 풀렸다.

나는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부로 텐션을 높이며 말했고 은하도 같이 텐션을 올렸다.

"아니 너 그거 몇 잔 했다고 얼굴 빨개졌잖아 병신아"

"아~ 너 이 술 모르는구나? 이거 보드카야"

"... 보드카?"

보드카라면 그 러시아의 도수가 무식하게 높은 술 아니나?아니 근데 보드카가 왜 곱창집에 있어?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결국 은하에게 보드카 한 잔을 받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으로 들이켰는데,

'...?!?!?!?!?'

"푸아아악!!!!!"

한 입 마시고 바로 다시 뱉어버렸다. 진짜 장난이 아니라 존나게 끔찍한 맛이다.

"크어억!! 모, 목이!!"

"푸하하하!! 보드카는 그 타는 맛에 먹는거지!"

목구멍에서 불이 난 것 같은 느낌에 내가 발광을 하자 이 미친년은 그런 내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 아깝게 뱉기나 하고 그게 얼마짜린데..."

그러고선 내가 남긴 잔을 가져가 한 번에 지 입속으로 털어 버렸다.

후에 이 보드카의 소주의 4배 도수였다는 것은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다.

***

"야야!! 정신차려 인마"

"흐흐흐..."

건들거리며 걸어가는 은하를 나는 한심하게 바라봤다.

너무 많이 처마시는 것 같아 억지로 가계에서 나왔는데 이런 미친 이거 완전 개새끼가 되어버렸네.

"에휴 지랄을 한다 지랄을"

비틀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이 내가 다 불안해 결국 은하의 팔을 내 목에 감싸고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몸에서 술 냄새와 특유의 향수 냄새가 뒤섞이면서 정말 좆같은 냄새 때문에 당장이라도 바닥에 버려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계속 부축을 했다.

"근데 너 집은 어디... 야? 야야 설마 자냐 씨발?"

그러는 도중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서은하가 내 어깨에 팔을 감은 체 잠을 자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곤히, 누가 데려가서 납치를 해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잠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면 내가 미친 듯이 깨웠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툭 투둑­

"... 씨발 갈수록 가관이네"

정말 뜬금없게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어느새 한 줄기의 비가 되어 나와 서은하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비는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고 나와 서은하는 금세 비맞은 생쥐마냥 온 몸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

"... 하아 인생"

그렇게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서은하를 부축한 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좆같지만 일단 고시원으로 돌아가야겠다.

이대로 길바닥에 내버려뒀다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단 말이야.

쿠르릉­

하늘을 보니 비가 쉽게 그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서은하를 데리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철퍽­

"어으... 어깨 부서질 것 같네 씨발"

고시원에 도착하자마자 서은하를 바닥에 내팽겨치고 어깨를 풀었다.

안 그래도 근력이 딸렸는데 옷이 비에 젖어 무거움이 극대화가 되니 어깨가 빠질 것만 같았다.

"일단... 먼저 씻고 보자"

축축함을 못이긴 나는 서은하를 그대로 내버려 둔 체 갈아 입을 옷가지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빠르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뒤 아직도 골아 떨어진 이 새끼를 어떻게 처리 할지 고민했다.

"... 이대로 냅두면 무조건 감기 걸릴텐데"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중얼거렸다.

저건 무조건 감기에 걸린다. 그 증거로 지금 지도 추운건지 몸을 바짝 웅크리며 덜덜 떨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보니까 고슴도치 같기도 하고... 아니 씨발 그래서 어떡해 해야 되지?

"우으응..."

"..."

사실 어떡해 해야 할지 대충 알고 있었지만 계속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마땅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이렇게 생각만 하다간 안 될 것 같아 결국 크게 한숨을 내쉬고 옷장을 다시 뒤졌다.

'그나마 이게 맞으려나?'

물에 젖은 서은하의 옷을 벗기고 내 옷으로 갈아입힐 생각이다.

술에 꼴아 떨어진 여자의 옷을 아무런 동의 없이 벗겨버린다? 어우 씨발 생각만 해도 역겹고 더럽기 짝이 없는 행동을 내가 해야 할 줄이야.

"... 보니까 아래부터 갈아입혀야겠네"

머리카락이 존나게 길어서 그런지 윗옷을 갈아입히는데 시간이 꽤 많이 소모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타겟을 변경해 바지부터 갈아 입히기로 결정했다.

화장실에서 가져온 수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경건한 마음으로 주기도문을 외우며 은하의 바지 자켓을 풀어 내렸다.

바지가 힘없이 내려가고 특유의 바짝 탄 기다란 다리와 함께 나는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라 잠시 손을 뒤로했다.

"얘는 뭔 속옷을 이딴걸..."

맹새컨데 오늘만큼 당황스러운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은하의 속옷이 빨간색... 씨발 근데 저건 도대체 어떻게 입으라고 처만든 거지? 저게 옷이야 끈이야?

"...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멘탈을 겨우겨우 붙잡은 체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주기도문을 중얼거리며 멘탈을 다잡았다.

그래도 일단 시작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겠지.

스윽­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잡고 다리의 젖혀진 물기를 제거했다.

확실히 털이 별로 없는 여자의 다리는 매끈해서 그런지 부드럽게 닦아졌다.

그렇게 발부터 허벅지까지 물기를 모두 제거하고 아직 물기가 남은 곳을 닦아야 되는데,

"... 어우 씨발! 난 죽어도 못하겠다"

도저히 그곳으로 손이 가지 않아 그냥 이대로 바지를 입혀버렸다.

뭐 어떻게든 마르겠지. 그나저나 정말 술이 위험하긴 하나 보네 누가 자기를 만지는데 어떻게 꿈쩍을 안하냐?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바지를 모두 입히고 이제는 윗옷을 갈아 입혀야 될 차례인데 머리카락이 너무 신경이 쓰여 우선 머리카락부터 말리기로 했다.

위이잉­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모됐다. 이때까지도 은하는 잠에서 깨어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렇게 머리를 모두 말리고 잠깐 팔을 주무르다가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주기도문을 외우며 은하의 윗옷을 벗겼다.

"... 대체 왜 저런걸 처입는거야?"

역시나 아래와 깔맞춤인 강렬한 빨간색에 속옷은 또 다시 내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건?'

나는 은하의 가슴팍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문신이었다. 어깨에 문신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슴에 문신 있는 건 처음 알았다.

'예쁘네'

"...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어우 씨발 나도 슬슬 미처가나보다.

이런 생각이 미치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집어 몸의 젖은 부위를 조심스럽게 닦았다.

"..."

이번에도 속옷 부위는 닦지 않았다. 아니 닦지 못한 거지 이건.

어쩄든 그렇게 한 부위만 냅두고 물기를 모두 제거한 후 이제 옷을 입히려 은하를 억지로 일으키려 어깨를 잡았는데,

스윽­

'... 어?'

"뭐, 뭔?!"

순간 자고 있는 줄만 알았던 은하가 갑자기 내 얼굴을 잡아 당겼다.

그것도 잡아 당겨서 자신의 가슴에 파묻어버렸다.

진짜 존나게 당황한 나는 은하의 몸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무슨 늪에 빠진 마냥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은하는 조용히, 아주 은밀하게 내 귓속으로 입을 가져다 되며 입을 열었다.

"... 응큼하긴"

"..."

달달한 은하의 목소리에 내 머릿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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