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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 속 처녀 지키기-7화 (7/72)

〈 7화 〉 서은하(3)

* * *

"눼에? 음하 선배랑 저녁으을 머억기로했다구요오??"

"야야! 입에 있는건 다 처먹고 말해! 다 튀기잖아"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후배 아니, 재현이는 순식간에 입 안에 있는 음식을 모두 삼키고선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 형 저번에 은하 선배 같은 여자가 제일 싫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 은하는 그런 얘들이 아니라니까?"

"대체 어딜 봐서..."

서로 말이 안 통한다.

재현이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눈빛이였고 나도 그런 재현이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역시 소문이란게 무섭긴 하나보네 확실하지도 않는 사실을 무조건 옳다고 믿는 걸 보니 원.

"... 그건 그렇고 왜 하필 저녁이에요?"

"응? 그게 무슨 상관이야 걔가 점심때 시간이 없나 보지"

"아니 그래도 형이 이미지가 있는데..."

이미지는 지랄, 난 빨리 그 철벽남신이라는 좆같은 칭호좀 떼버리고 싶은데.

"... 형 지금 속으로 저 욕헀죠?"

"... 뭔 개소리야 내가 너를 왜 욕해"

"... 에휴 전 모르겠습니다. 형 알아서 하세요"

얘는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싸가지를 밥말아먹었지?

아니 씨발 만나는건 난데 왜 지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거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이젠 관심이 없다는 듯 재현이는 다시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런 재현이의 모습에 뭐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그냥 조용히 밥을 다 처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너무 많이 먹었나? 다이어트 해야 되는데"

"... 다이어트는 무슨 다이어트 하는 얘가 밥알 한 톨까지 싹싹 긁어서 처먹냐?"

"밥을 남기는 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그럼 그만큼 덜 받으면 될 것이지 아까 학식 받을 때 "이모님 조금만 더 주세요~"라고 지껄인건 뭔데?

하여간 재현이는 예전부터 식욕 하나 만큼은 뒤지게 좋았었다.

어이구 이새끼봐라? 지금 딱 봐도 한 그릇 더 처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게 바로 보이는데 다이어트는 무슨.

"형 또 지금 속으로 저 욕했죠?"

"... 아니라니까 미친놈아"

하여간 누가 자기 욕하는거 알아차리는데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느낀다니까.이새끼 진짜로 관심법 쓰는거아니야?

"으어... 밥도 먹었으니까 카페나 가서 후식이나 먹죠"

"또 처먹겠다고?"

"또라니요. 밥먹고 카페가는건 당연한게 아니에요?"

지랄을하네. 커피 한 잔에 4~5000원 하는 걸 보고 그 돈으로 국밥이나 한 그릇 더 먹겠다며 혐오하던 새끼가.

"형 또 제 욕..."

"아씨. 그래 가자 가!"

옆에 있는 재현이를 내버려두고 나 먼저 건물을 빠져나왔다. 밖은 역시나 더웠다.

***

저녁 7시. 서은하의 전화를 받고 나는 대학가 주변에 있는 광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씨발 얘는 어떻게 약속까지도 지각을하냐? 지금이 몇 시인...

"워욱!!"

"어이씨! 씨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중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나를 놀래켰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손을 쳐버렸고 이건 또 어떤 상도덕 말아먹은 새낀가하고 뒤를 돌아봤다.

"... 너 미친년이냐?"

"미친년이라니 멀쩡한 사람한테"

바람에 찰랑거리는 특유 긴 노란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서은하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얼씨구 쪼개는거봐라 존나 띠껍게 웃네.

"그래서 뭐 먹을건데"

"어? 아 내가 아는 단골집이 있으니 거기로 가자"

그러고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지가 아는 단골집이면 내가 모른다는건데 그럼 씨발 알려줄 수도 있는거 아니야?왜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라오라는거야. 내가 지 노예야?

"어우 씨발!!"

순간 소름이끼쳤다. 내가 지금 떠올린 생각이 원래 여자들이, 지금은 남자들이 하는 생각아니야?

설마 나도 점점 이 세계에 동화가 되고 있는건가?

"뭐, 뭐야?! 무슨일이야"

경악에 찬 내 목소리에 앞서 가던 서은하가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가기나 해"

"... 넌 근데 뭔 입만 열면 씨발 씨발 거리는 소리 밖에 안하냐...?"

"..."

또 한 소리를 하려다 이번엔 억지로 화를 눌렀다.

이제 아무 생각 없이 지껄이는 내 행동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내가 그렇게 침묵하자 서은하는 입을 다시며 다시 걷기 시작했고 나도 뒤에서 서은하를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 야 그런데 어디까지 들어가는거야"

아니 씨발 골목을 몇 번을 들어가는거야? 이런 곳에 음식점이 있다고?

"원래 여기가 좀 후미진 곳에 있기는 하는데 맛은 내가 보장할께"

뭔가 불안했지만 뭐 일단 서은하의 말을 믿기로 하고 계속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저 멀리서 시뻘건 불빛으로 가득찬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서은하가 그곳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이곳이 식당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언니 그걸로 2인분 가져다줘"

"술은?"

"술? 너 마실꺼냐?"

"... 아니"

"그럼 그냥 콜라나 2캔줘"

은하는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으로 온 여자에게 주문을 했다.

확실히 단골을 맞나보네. 그런데 그거라니 그건 또 뭐야?

"..."

주문을 받은 여자가 눈 앞에서 사라졌지만 나는 편안히 숨을 쉴 수 없었다.

은하가 언니라고 부른 저 여자, 되게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덩달아 얼굴에 문신도 함께 보유하고 있었다.

'... 씨발 그냥 내가 음식점을 고를걸 그랬나? 존나 불편하네'

솔직히 무서웠다. 아니 주위를 살펴보니 이곳에서 나 빼고 다들 하나씩 문신이 있는데 이건 동화를 둘째치고 그냥 존나 무서웠다.

또 이곳에 여자들은 두 종류 밖에 없었다. 등치 크고 험상궂게 생겼거나 엄청 예쁘거나.

그리고 둘 다 모두 공통적으로 옆에 남자 새끼들을 끼고 있었다.

"걱정마. 다들 착하신 분들이니까"

내가 조용히 닥치고 있자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은하가 내 컵에 콜라를 따라주면서 말했다.

'그래 내가 여기서 믿을 건 너 밖에 없어본이다'

"나왔네"

"어?"

잠시 뒤 아까 그 문신 누나가 지글지글 소리가 들리는 어떤 냄비를 들고 우리 테이블에 내려놨다.

근데 이거... 뭐야? 곱창이잖아?

"이 집 곱창이 끝내주게 맛있거든. 너 혹시 곱창 못 먹냐?"

"... 야 이년아. 보통 그런말은 식당에 가기전에 물어보는게 정상 아니야?"

"어? 못 먹어?"

"아니 먹을 수는 있는데... 에휴 됐다. 그냥 먹자"

나도 더 이상 모르겠다. 그냥 그런가 하고 넘어가는게 얘를 대처하는데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지글 지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숙이자 냄비에서 지져지고 있는 곱창이 눈에 들어왔다.

"... 그래도 사줘서 고맙다"

그래도 공짜 밥인데 감사 인사 정도는 해야겠지.

어우 저거 윤기 흐르는거 봐라 곱창 안 먹어 본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맛있어 보이네.

"우물우물... 맛있네. 근데 너 진짜 술 없이 먹어도 괜찮냐?"

"어? 왜 한 잔 할래?"

"아니 나는 괜찮은데 너 마시고 싶으면 그냥 시켜"

먹어보니 알 것 같다. 알쓰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 비주얼에 술이 빠지면 섭섭하지.

"... 그럼 한 병만 시킨다?"

"신경쓰지 말고 알아서 해"

잠시 망설이다가 은하는 결국 술 한 병을 시켰다.

저 봐라 뭔가 98퍼센트 부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저거 시키고나니까 얼굴이 환해지네.

'저건 또 뭔 술이여'

그런데 술이 내가 알던 술병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그래서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은하는 오묘한 미소만 지었을 뿐 끝내 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크으...!"

술 한잔 가득 따르고 능숙하게 원샷을 떄린 서은하는 곧바로 다시 술을 따랐다.

"... 대체 술은 뭔 맛으로 마시는 거냐?"

"술이 술 맛이지 뭔 개소리야 그건"

좆같이도 말하네. 아니 물어본 내가 병신이었나?

"..."

그래도 술 한 잔에 은하는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니까 뭔가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역시 겉모습만 가지고 사람에게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나쁜 생각이지.

나도 이제 과학적이지 않는 관상을 접어두고...

"근데 너는 진짜 여자친구 없냐? 꼭 이런 얘들이 뒤에서 이상한 짓거리 하던데. 키킥"

... 어우 씨발년 그러면 그렇지 역시 관상은 과학이 맞는게 분명하다.

"또 개지랄하네 미친년이"

"아니 봐봐. 너 저번에 나한테 담배 가져갔잖아. 내가 아는 놈들 중에 담배 피는 놈들은 다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는 얘들이걸랑? 뭐 그렇다고 네가 담배를 핀다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고"

"... 병신"

"내가 또 그쪽 얘들이랑 죽이 잘 맞거든 키킥"

'그럼 나랑은 좆도 안 맞겠네'

"으으..."

그런데 얘도 나랑 비슷한 과나 보다. 그거 몇 잔 했다고 얼굴이 벌써 씨뻘개지냐 아직 말투나 행동을 봐서는 취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아니 그래도 나 보다 더 알쓰인 거 같은데?

'응? 갑자기 인기척이...'

"여기 있었네 서은하"

그러던 중 내 뒤쪽에서 가느다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아함에 뒤를 돌아보니 웬 기생 오래비처럼 생긴 새끼가 눈을 부릅뜨고 서은하를 째려보고 있었다.

"... 김규성?"

"오늘은 이 놈이야? 개처럼 먹고 버릴 남자가?"

대화가 심상치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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