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탑스타-159화 (159/186)

159    11. 마루 엔터테인먼트

“우리 이러다가 회식비로 돈 다 쓰는 거 아닙니까?”

수한은 그 말을 하기 전에 손에 있는 치킨부터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성민은 야무지게 치킨을 뜯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정도면 거의 회사의 문화로 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치킨과 피자, 그리고 맥주만으로도 모두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지훈과 주혁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첫 방송이었다.

서이나의 드라마에 이어서 지훈과 주혁의 일로 또 모이니 한가한 사람들이 다 모였다. 물론 이 가운데서도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

성민은 연락하기가 무섭게 신나서 달려온 서이나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언제 친해진 건지 다섯 연습생과 나란히 앉아서 치킨을 뜯는데 그 나이대 같아서 귀여웠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어린 나이대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기도 하네.’

가온 엔터테인먼트에서 키우는 연예인들이 주로 배우라 그런지 10대 배우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성민은 새삼스럽게 10대인 다섯 연습생과 서이나를 보았다. 그런데 그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수한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제가 연애는 절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수한의 말에 성민은 풋 하고 웃어 버렸다. 이 중에서 저 애들과 가장 나이대가 가까운 애가 가장 꼰대 같은 소리를 하니 웃겼다. 사실 그런 말을 해도 연애할 애들은 다 연애하고 다닌다. 성민도 수한 못지않게 발이 넓기에 아이돌을 담당했던 매니저들과 그와 관련되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숙소에 제대로 들어오면 다행이라고 했던가?’

아이돌들이 대체로 어린 편이라 그런지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고 달려가는 경향이 있다. 잠깐 불타는 감정 때문에 서로만 보느라 자신의 직업을 잊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한번 실수를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는 직업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이라는 거다. 특히나 아이돌끼리 사귈 때는 그 파급력이 컸다.

“만약에 그렇게 말했는데도 꼭 연애하고 싶다고 불나방이 되면 어쩌려고요?”

“그건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자기 미래를 버리지 않게는 도움을 줘야겠죠. 불나방까지는 되지 않게.”

그 말을 하니까 시은이 떠올라서 성민은 쓰게 웃었다. 사실 그때 유성준이 다른 여자가 있지 않았더라면 둘 사이를 떼어 내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을 거라 생각된다.

마침 수한도 시은이 생각났는지 살짝 성민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시은 씨와는 이야기해 보셨나요?”

“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데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규모보다 더 많은 연예인을 두면 일이 어려워지겠지마는 수한은 모두 다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한번 일이 손에 잡히자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시작하네요.”

수한은 주혁과 지훈의 허리가 쭈뼛 선 것을 발견했다. 즐겁게 보자고 만든 예능인데 정작 출연자가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으니 웃겼다.

“그러고 보니 요즘 최명훈이가 가온에 드나든다는 소식이 들리던데요.”

“저처럼 기획사 차렸다고 하더니 일이 많이 힘든가 보네요.”

“철저히 준비한 대표님과 다르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니 그렇게 된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수한이 난 놈이 확실했다는 게 성민의 평가였다. 매니저 생활할 때부터 범상치 않더니 신생 기획사인데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은 신생이 아니라 대형 기획사와 맞먹었다. 아니, 오히려 마루 엔터테인먼트가 규모가 작아서 더 잘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일이 많긴 하지만, 월급이 센 편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수한과 만난 이후로 마루 엔터테인먼트 복지에 관해 자세히 물어보는 재원이 웃기긴 했다. 물론 그 모든 돈이 장준환이라는 사람한테서 나왔다는 걸 알지만, 성민은 남일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한은 투자 쪽에도 재능이 있었다. 눈치 보며 소심하게 투자를 했던 이전과 다르게 지금은 제대로 크게 투자를 해 큰돈을 벌어들였다. 투자한 돈을 거둬들이면서 수한은 회사에도 돈을 썼고, 장준환에게도 투자한 금액을 돌려주었다.

‘변수가 그렇게도 많은데 어떻게 아는 거지?’

미래에 갔다가 돌아오기라도 했나 의심이 되는 정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으니 성민은 수한의 운이 무척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푸하하하하!”

“와하하하!”

“푸흡!”

다양한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성민도 함께 웃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기대한 게 없었는데 첫 방송부터 빵빵 터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주혁과 지훈인데 둘이 만나니 시너지가 장난이 아니다.

특히나 둘의 무식함에서 드러나는 웃음 포인트에 모두가 즐거워했다. 덕분에 긴장했던 두 사람도 어느새 웃으면서 자신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수한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화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역사 교육은 따로 해야겠네.’

무식한 거 다 좋으나,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서 무식해서는 안 된다. 되도록 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먹는 건 사양이기에 수한은 이 부분은 따로 고려하기로 했다. 그보다 수한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건 BGM으로 쓰이는 지훈의 곡이었다.

‘이태욱 PD님이 아주 작정하셨네.’

지훈의 앨범에 있는 트랙을 다 쓴 것만으로도 모자라 수한에게 따로 받아 간 지훈이 부른 ‘가을이 너라면’까지 다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 곡의 저작권은 가온에 있기에 따로 돈을 내긴 해야겠지만, 수한은 오히려 남일이 이 사실을 알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약 오를까?’

보면 볼수록 제대로 지훈을 홍보하겠다는 이태욱 PD의 의지가 보여서 수한이 다 뿌듯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니 드라마만큼 시청률이 나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그러다가 수한은 홍보팀 직원 중 하나가 눈짓을 보내는 걸 발견했다. 핸드폰을 계속해서 가리켜서 핸드폰을 보니 음원 사이트에 지훈의 이름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 결과, 예능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 시간 뒤에 지훈의 곡이 음원 차트 100위권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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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그는 누구인가? 음원 차트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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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은 기사와 더불어 1위에 자리를 잡은 지훈의 곡에 미소를 지었다. 음원에도 흐름이 있다고 했다. 한번 오르기 시작하자 그 상승세를 막을 곡이 현재 아무것도 없었다. 수한이 그토록 주변 가수 곡을 신경 쓴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소원 씨가 최근에 곡을 내지 않아서 다행이네.’

소원의 곡은 여전히 10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 안에는 주혁의 곡도 들어가 있으나, 두 사람이 지훈의 상승세를 막기에는 시간이 조금 지난 상태였다. 수한과 함께 음원 순위를 확인한 성민은 그제야 한숨 제대로 돌렸다.

“이제 됐네요. 우리가 원하던 대로 됐어요.”

“네. 이제 다음 계획을 준비해야겠죠?”

마루 엔터테인먼트는 쉴 틈이 없었다. 이미 성과를 적지 않게 드러내고 있으나, 그로는 모자란다는 게 수한의 생각이었다.

“네. 일단 대표님께서 애들 상태 좀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수한은 어제 과하게 음식을 많이 먹던 다섯 명의 연습생을 떠올렸다. 확실히 성장기라 그런지 많이도 먹었다. 수한은 그 귀여움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그들을 통해 이루려는 꿈을 떠올리면 냉정해졌다.

“그럼 바로 가겠습니다.”

“지금 바로요?”

“네. 지금 가라고 말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 그러면 애들이 준비도 안 되어 있을 테고…….”

수한은 당황하는 성민의 반응에 웃게 되었다. 어지간히 그 애들이 어리게 보이나 보다. 원래부터도 소속 연예인에게 애정을 주는 성격이라 수한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확인하려는 건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거니까요. 오히려 갑작스럽게 확인을 해야 아이들의 상태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네. 대표님.”

수한은 성민이 그를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조금 이따가 커피 한 잔 마시자는 말을 하고는 곧장 연습실로 내려갔다. 쉬는 시간이었는지 자유롭게 널브러져 있는 연습생들에 수한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어제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이렇게 누워 있어도 됩니까?”

“이미 연습하면서 다 뺐어요.”

“맞아요!”

누운 채로 자전거 쳇바퀴를 굴리듯이 다리를 움직이는데 그 가운데서도 각이 잘 잡혀서 수한은 살짝 놀랐다.

‘역시 얘들로는 퍼포먼스를 해야 해.’

수한은 퍼포먼스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을 떠올리다가 곧 엘 엔터테인먼트를 떠올렸다. 하지만 저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세대를 대표할 만한 그룹이 나온 지가 그 안에서도 조금 됐기 때문이다.

‘하긴 그러니까 망한 거였지.’

일단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망했다. 수한은 자신의 뒤에 있는 장준환을 의식하며 연습생들을 보았다. 정말 잠깐 쉬던 거라서 그들은 곧 일어나 노래를 틀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수한은 중간에 들어오는 안무 디렉터를 보고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안무 디렉터가 직접 의자를 가져와서 수한을 자리에 앉혔다.

‘아. 실장님이 얘기했나 보네.’

연습생들은 그렇다 쳐도 안무 디렉터에게는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어차피 당사자들만 모르면 되는 거라 수한은 연습실 앞 가운데에 앉아 연습하는 다섯 명의 연습생을 지켜봤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즐겁게 연습을 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바라보는 수한의 시선을 느꼈기에 서로 눈치를 봤다.

‘근데 대표님 왜 안 가신대?’

‘가시는 건 그렇다 치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은데?’

무언가 신중하게 바라보는 듯하면서도 실수하면 날카롭게 눈을 반짝였다.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수한이 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들이 지훈처럼 소심한 성격이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수한이 데뷔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더 날뛰기 시작했다.

‘어?’

수한은 더 열정적으로 변한 연습실 분위기에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말을 안 하고 온 의미가 없었다. 수한이 허탈하게 웃자 안무 디렉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 웃었다.

다 봤다 싶어서 수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 명이 달려와서 수한을 붙잡았다.

“대표님! 그래서 우리 언제 데뷔해요?”

“건우야!”

건우가 여기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보니 패기는 가장 있었다. 수한은 이런 열정을 싫어하지 않았다. 수한이 아무 말 없이 다섯 명을 보자 긴장한 얼굴들이 보였다. 수한의 합격선에 들어간 건지 아닌 건지는 수한의 표정을 보고는 알 수 없었다.

수한은 긴장한 그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일단 그룹명부터 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한의 말에 다들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수한은 진짜냐고 보는 안무 디렉터의 물음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는 얼마 안 가서 드릴 테니 화려하면서 쉬운 안무로 부탁드립니다.”

“그것참, 어려운 일을 맡기시네요.”

“아마 노래부터 중독성이 강한 걸 드릴 거니 그 부분에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수한은 이번에는 소원보다는 지훈이 지은 곡을 손볼 생각이었다. 소원이 작곡한 곡이 다 좋기는 한데 그중에는 과격한 음악이 없었다. 어쩌면 그게 소원의 약점인지도 모르겠다.

수한은 짐승 같은 이미지의 남자 아이돌 그룹을 만들 생각이었기에 이번에는 지훈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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