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탑스타-154화 (154/186)

154    11. 마루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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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작가 신작 드라마, 하이힐 첫 시청률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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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배우의 이름이 먼저 나와야 할 기사지만, 정지원 작가의 이름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기사 제목에도 쓰이게 되었다. 시청률이 뜨자마자 사무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정작 이 축제를 함께 즐겨야 할 서이나는 촬영이 조금 남았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 가야 했다.

“대표님!”

수한은 누구보다 기뻐하는 성민을 보며 웃었다. 수한은 이어서 뜨는 기사들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홍보팀을 돌려서 만든 서이나에 관한 기사는 과연 반응이 좋았다. 특히 커뮤니티 안에서의 서이나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수한은 뿌듯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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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이돌 때도 잘하더니 여기서는 완전히 날아다니네.

ㄴ연기 잘하는 건 맞는 듯

ㄴ더 아이돌 빨인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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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서이나에게도 이 반응들을 보여 줘야겠다. 수한은 이어서 기획팀에서 잡은 지훈의 일정을 보았다. 다음 달 중반에 지훈의 앨범을 발매하는 것으로 잡았다.

원래라면 이렇게 빨리 잡아서는 안 되지만, 마루 엔터테인먼트가 신생 기획사이므로 빡빡하게 돌리기로 했다.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마루 엔터테인먼트를 보는 눈이 달라질 테니 말이다. 특히 주혁과 다르게 지훈은 거의 신인이나 다름이 없어서 빨리 자리 잡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함께 나오는 가수들의 목록을 보니 이 정도면 할 만해 보였다.

‘이 안에 변수는 따로 없을 것 같고.’

더불어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기 때문에 남일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아무리 소원이라고 해도 앨범 낸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또 내는 건 무리였다. 물론 한 곡 정도는 서비스로 내줄 수는 있겠지만, 앨범을 내는 빈도가 활동 기간에 비해 잦은 건 가수에게도 좋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러면 후발 곡의 성적이 안 좋아진단 말이야.’

이미 대중 가수로서 자리를 잡은 소원에게 그런 모험을 시킬 정도로 남일이 멍청해 보이지는 않았다. 수한은 소원을 데려올 거면 최상의 상태에서 데려오고 싶으므로 소원의 디스코그래피를 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물론 소원 말고도 가온에는 다른 가수들도 있지만, 소원 말고는 지훈의 앨범을 망칠 수 있는 가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급하게 내놓은 소원의 앨범은 남일이 주혁을 막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 거나 다름이 없었다.

‘엘 엔터테인먼트가 나설 수도 있겠지만, 그건 희박하지.’

일단 남일과 다르게 나이수와의 사이는 나쁜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이수가 수한을 간절히 원하는 형편이니 말이다.

강우형의 죽음으로 엘 엔터테인먼트는 다시 처음처럼 돌아갔다. 그러니까 나이수의 권력 체제가 더 막강해졌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몰락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으니 모순적이기는 했다.

‘그러고 보니 더 아이돌 시즌 2를 만들겠다고 한 것 같은데.’

남일이 아무리 비밀로 하려고 해도 나이수가 입이 가벼운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다. 특히나 주주들에게서 신뢰를 되찾으려면 될 만한 작품을 내놓아야 하니 열심히 고민해서 내놓은 대안이라 이 소식이 안 퍼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김민영 작가한테 연락했었지.’

당연히 김민영 작가는 거절했다고 한다. 일단 ‘더 아이돌’ 자체가 정지원 작가의 도움을 받은 작품이었고, 애초에 시즌 2는 정지원 작가도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지원 작가는 차기작으로 또 쓰고 있는 게 있어서 더욱더 시즌 2는 안 되었다.

‘그리고 엘 엔터테인먼트에서 정지원 작가의 몸값을 쉽게 내줄 리도 없을 테고.’

정지원 작가가 수한에게 고마워하는 건 그녀의 몸값을 확 올려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드라마가 망한다면 그 몸값이 떨어지겠지만, 다행히 첫 시청률부터 낮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시청률이 상승하면 상승했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지원 작가는 이제 회당 대본 1억이 넘는 작가가 되어 버렸다.

‘더 아이돌’은 김민영 작가의 독립을 위해서 신인 작가의 돈으로 받아들인 것이니 더는 그런 선의를 베풀 이유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영 작가는 더 거절했다. 스스로 혼자 힘으로 자기만의 작품을 쓰고 싶은 게 당연한 욕심이었다.

‘그런데도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리는 거 보면 다른 작가를 쓰겠다는 거겠지.’

그런 식으로 해서 잘 진행된 작품을 미래에서 본 적이 없어서 의문이기는 했다. 특히 작가를 유지하면 모를까, 바꿔서 잘된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더 아이돌’은 수한이 만들어 낸 작품으로 미래에서도 본 적이 없으니 수한이 참여하지 않는 한 시즌 2도 망하지 않을까 예상되었다.

‘그전에 내게 도움이나 안 구하면 다행이지.’

나이수의 성격을 생각하면 수한에게 따로 연락을 주기는 할 것 같다. 수한은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진동하는 핸드폰에 전화를 받았다. 수한은 이 상황을 좋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저번에 스카우트 제안하신 거 고민 많이 했는데 지금에라도 늦지 않았으면 그 회사로 가려고 합니다.]

“네. 마음의 결정을 내리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전화를 한 사람은 강우형의 사람 중 하나였다. 엘 엔터테인먼트 속에 있는 강우형의 인재를 수한이 데려오기로 했다.

강우형이 죽기 전부터 이미 수한이 내민 손을 잡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강우형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강우형이 죽었으니 이제 희망은 사라진 거나 다름이 없었다.

엘 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는 강우형의 일에 나이수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아직도 돌고 있었다. 심지어 그날 무언가를 봤다는 사람도 있어서 강우형과 친했던 사람이라면 그 회사에서 더 버티기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받는 압박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끈 떨어진 연 신세이니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쫓길지 알 수 없었다. 그 가운데 수한이 손을 여전히 내밀고 있으니 힘겹게 그 손을 잡게 되었다. 게다가 수한이 강우형이 유일하게 데려오고 싶어 했던 인재라는 걸 모두가 기억했기에 수한과 일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호기심도 생겼다.

[네. 주소 주시면 가서 면접 보겠습니다.]

“아니요. 제안한 걸 받아들인 거니 그냥 회사가 어떤가 한번 둘러보고 가시라는 뜻에서 오라는 겁니다.”

시간이 꽤 지났기에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들었는지 면접을 보고 들어가겠다는 말에 수한은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이미 강우형과 일하면서 강우형의 사람들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봤기 때문에 수한은 따로 능력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아이돌 그룹을 꾸리면 되겠어.’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양성 방법을 저절로 얻게 되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안에서는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습니까?”

[오히려 그만두겠다니까 기뻐하던데요. 눈엣가시가 사라지는 일이니 아무래도 그렇겠죠.]

사람을 훔쳐 가는 것이 결국 기술을 훔쳐 가는 것임을 나이수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그런 게 두려웠으면 연습생을 몇백 명이나 두지는 않았을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시면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로써 강우형의 사람까지 흡수하게 되었다. 좋은 일인데도 좋지 않은 일이기도 해서 수한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이왕 함께하기로 한 거 수한은 강우형의 몫까지 더 잘해 주기로 했다. 참고로 대표로서 직원에게 가장 잘해 주는 건 월급을 올려 주는 것이었다.

***

‘하이힐’은 정지원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에 대표작이 될 게 틀림이 없었다. 여러 방송에서 패러디를 안 하는 곳이 없었고, 시청률은 나날이 상승했다. 거의 20%에 가까워졌다는 말에 아무리 케이블 방송국에서 하는 드라마여도 성공할 드라마는 성공한다는 깨달음을 모두가 얻게 되었다.

그러자 케이블 방송국으로 문의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공중파만 봐 오던 곳들이 새로운 영역에 눈을 뜨게 되었으니 환장하는 게 당연했다. 안 그래도 새로운 영역으로 주목받던 찰나에 대박까지 터트렸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그 가운데서도 여유가 있는 건 유지아 작가였다. 이미 케이블 방송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고 대본을 쓰는 중이었다.

“김수한 씨. 너무 대단하지 않아?”

“대단하지.”

솔직히 정지원 작가와 수한이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거라고 유지아 작가도 짐작하기는 했다. 게다가 정지원 작가는 그녀의 밑에 있는 보조 작가들과는 다르게 외부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이다. 아마 수한에게도 굉장히 잘해 주고 있을 것이다.

“섭섭하구나?”

“아니야. 안 섭섭해.”

말은 그리 했지만, 수한이 정지원 작가와 친해지는 걸 보고 있으니 속이 타기는 했다. 심지어 오늘 방송에는 카메오로 출연도 한단다. 유지아 작가의 작품에는 그런 식으로 나온 적도 없어서 섭섭했다.

“네 드라마에도 나오라고 할까?”

“뭐?”

“아니, 겸사겸사 얼굴도 보자고. 개업식 때도 못 봤잖아.”

그때는 유지아 작가가 차기작을 쓰느라 바빠서 그랬다. 그렇다고 지금은 안 바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것보다 유지아 작가는 유지영이야말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싶었다. 수한과 마찬가지로 한 회사의 대표로서 바빠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었다.

“잠깐 시간 나서 너 잘하고 있나 보러 온 거야. 근데 너도 보조 작가 뽑아야 하는 거 아니야? 자료 조사하느라 글 쓰는 시간 다 잡아먹고 있잖아.”

사실 유지아 작가가 한 작품을 쓰면 오래 쓰게 되는 이유가 밑에 보조 작가가 없어서였다. 정지원 작가의 경우 무언가 하나가 필요하면 보조 작가들을 총동원하게 해서 찾게 했다. 덕분에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턱턱 주니 그래서 보조 작가를 쓰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김수한 씨가 너한테 이거 가져다주라고 하더라.”

유지아 작가는 유지영이 꺼내는 선물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나같이 손과 손목 관련된 물건과 약들이라 웃음이 나왔다. 제품을 보니 정지원 작가의 집에서 보던 것들이라 누구한테 조언을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남자치고 섬세한 면이 있긴 하지?”

“매니저 출신이라 그런 거 아닐까?”

“고작 1년 했다고 이렇게 섬세해진다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서 원래 섬세한 성격인가 했다. 어쨌거나 수한을 다른 눈으로 보는 유지영이 느껴져서 그런지 유지아 작가는 조금 불편하기는 했다. 저번에는 마음에 안 들어 한 것 같더니 수한의 사업 수완을 보고 생각이 바뀐 모양인지 자꾸 사업 파트너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본다.

“언니.”

“잘 받았다고 따로 연락해. 알았지?”

“알았어.”

딱 봐도 유지아 작가의 짝으로 어떨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유지아 작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유지아 작가는 다시 글에 집중하려다가 수한이 준 손목 보호대를 손목에 둘러보았다.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괜찮은 것 같다. 유지아 작가는 글을 다시 쓰다가 여자 주인공의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아 키보드 위에 있던 손을 내렸다. 몇 번을 다시 시도하고, 시도했지만 글은 쉽게 써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이미 케이블 방송국과 계약은 체결했기에 글을 쓰긴 해야 했다. 유지아 작가는 아주 잠시만 기분 전환을 위해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보게 된 작품이 이광무 감독의 영화 ‘터치’였다. 해외에서 상을 받고 있어서 영화관뿐만이 아니라 VOD로도 흥행 중인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유지아 작가는 빠르게 새로운 여자 주인공을 찾아냈다. 원래 작품은 감이 잡혔을 때 빠르게 쓰는 게 답이었다. 유지아 작가는 그동안 쓰던 것을 싹 엎어 버리고 새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디던 글이 순식간에 4화까지 쭉쭉 나아갔다. 드라마에 쓰이는 장면들은 이미 유지아 작가가 짜 놓은 구조 안에 있던 걸 다시 쓰는 거라 무리가 없었다. 유지아 작가는 4화를 마친 후에야 수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한은 전화를 걸기가 무섭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김수한입니다.]

“저 대본을 다시 썼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원래라면 안부를 물어봐야 했지만, 유지아 작가의 지친 목소리에 수한은 알겠다고만 답했다. 그리고 유지아 작가가 다시 썼다면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유지아 작가는 전화를 끊고 그대로 기절했다. 그 작품이 정지원 작가의 ‘하이힐’과 비슷하게 대박 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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