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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탑스타-127화 (127/186)

127  10. 터닝 포인트

‘더 아이돌’의 예고편이 나갔다. 네티즌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붉은 꽃’이 기적이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기대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자는 드라마 매니아였고, 후자는 아이돌 팬들의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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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렇지. 정신 차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ㄴ그냥 우연한 성공이지 뭐ㅉㅉ

ㄴ믿고 거릅니다

ㄴ이 드라마 성공하면 내 손에 장 지짐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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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불호 반응이 커서 그런지 안 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예고편에서 보인 연출에 흥미를 보였다. 수한은 따로 편집한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가면 분명 반응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

잘되는 드라마는 15분 하이라이트부터 반응이 달랐다. 15분 요약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아직 인터넷에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수한은 이미 그 영상을 본 상태였다. 수한은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본이 산으로 가지만 않으면 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지원 작가를 믿기에 수한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김수한 씨.”

수한은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에 미소를 지었다. 다른 현장에 와서 ‘더 아이돌’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으니 의뢰인이 불쾌할 만했다.

“아직 상영 전이니 봐주십시오.”

“그 드라마 성공할 것 같아요?”

유지영도 오기 전에 ‘더 아이돌’의 예고편을 보고 왔기에 진심으로 묻게 되었다. 솔직히 제목과 소재만 들었을 때 이게 성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수한이 끼어든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관심도 안 가졌을 드라마였다. 그러나 수한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했다고 하니 흥미가 안 생기기가 힘들었다.

“네. 100% 확신합니다.”

수한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유지영은 미소를 지었다. 부디 자신의 영화에도 비슷한 대답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품었다. 물론 수한은 유지영의 영화에도 비슷한 확신을 느꼈지만 말이다.

유지영 앞에서는 일부러 정지원 작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유지아 작가가 도망쳐 나오면서 한 이야기가 많았기에 유지영은 정지원 작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조금만 들어도 얼마나 그녀가 독재자인지 알 수 있었다.

수한은 얼마 안 가 관계자가 틀어 준 영화를 보며 크게 감탄했다. 아직 편집이 조금 덜 되었다고 해도 이 정도면 완성된 거나 다름이 없었다.

‘확실히 첫 영화라고 공든 티가 나네.’

게다가 서이나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실제로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보긴 했으나, 영상으로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안 될 수가 없겠네.’

수한은 이 눈과 제 감각이 맞아떨어질 때면 소름이 돋았다. 물론 서이나 같은 천재가 연기할 때도 늘 소름이 돋지만 말이다. 영화는 눈 깜빡할 사이에 끝났다.

“어때요?”

“시사회까지 가져 봐야 알겠지만…….”

“알겠지만?”

“적어도 손익 분기점은 넘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유지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오늘 영화는 관계자들만 보는 거라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수한밖에 없었다. 감독만 해도 수없이 편집본을 돌려 보니 감각이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도 보면서 이 영화 성공하겠다, 했어요.”

“그렇습니까?”

“일단은 김수한 씨가 이쪽으로 감이 좋으니까 안심이 되네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니 안 그래도 여쭤볼 게 있는데요. 유지아 작가님의 차기작, 어디서 제작할지 정해졌습니까?”

“아! 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도 하려고 김수한 씨를 부른 거기도 해요. 일단은 제 회사에서 만들어 볼까 해요.”

“자금이 괜찮습니까?”

“아직은 괜찮지 않지만, 투자를 받아야죠.”

수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신이 여기에 투자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동안 번 돈들도 여러 곳에 투자해서 이득을 크게 보기는 했다. 수한은 개미지만, 보통 개미가 아니었다. 미래를 아는 개미였다. 그래서 그걸로 번 이득이 컸다. 일부러 의심받지 않기 위해 조절하면서 넣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동안 번 돈을 다 넣어 버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갑자기 이 눈이 배신할 일이 없을 테니 나쁘지 않은 투자였다. 수한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눈을 빛냈다. 원래 투자는 위험성도 함께 하는 거다. 그러나 이 눈이 있는 이상 위험성은 거의 없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수한이 미소를 짓자 유지영은 의문을 그리면서도 함께 웃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서로에게 좋은 거였다.

***

강우형은 바쁜 가운데서도 ‘더 아이돌’의 첫 방송을 지켜봤다. 이미 편집본을 본 엘 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 좋은 말이 나왔기에 강우형은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시청하게 되었다. 물론 이 드라마가 성공한다고 해서 강우형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실패했으면 하는 마음은 컸다. 물론 수한이 나섰으니 그럴 일이 없겠지만 말이다.

‘미치겠군.’

강우형은 점점 드라마에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분명 여자 주인공은 발연기를 하는데 내용은 재미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강우형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다음 편 예고가 나갔다.

다음 편 예고도 어찌나 재미있게 만들었던지 강우형은 다음 편을 기대하는 자신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려고 본 게 아니었는데.’

강우형은 소강당에서 즐거워하고 있을 나이수를 생각하니 기분이 먼저 가라앉았다.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나이수는 직원들을 모아서 회사 소강당에서 함께 시청했다. 강우형은 괜히 회사에서 봤나 싶었다.

‘나가다가 만나기라도 하면 좋지 않은 일을 당할 것 같은데.’

수한 못지않은 일 중독자이기 때문에 강우형은 퇴근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도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 남았다. 대표 이사라는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강우형은 그 무게를 감당해 냈다. 물론 그의 밑에 있는 비서들이 잦은 야근에 죽어 나가는 건 덤이었다.

강우형은 남은 일거리를 보다가 눈을 쓸었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다. 그러나 더 야근했다가는 내일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강우형은 이만 일어나기로 했다. 그리고 부디 나이수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지만, 세상일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었다.

“이제 퇴근하나?”

“네. 회장님.”

하필 엘리베이터에서 딱 마주쳤다. 강우형은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한 다른 직원들을 부러워하면서도 그 감정을 속으로 꽁꽁 감췄다.

“일이 많은가 보군.”

“예. 할 일이 많습니다.”

“드라마는 봤나?”

굳이 주어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말에 강우형은 솔직하게 말해야 할지 말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거짓말해 봤자 금방 들킬 테니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예. 봤습니다.”

“어땠나?”

아무렇지 않은 척 물어봤지만, 강우형은 나이수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이미 확인했다. 하여튼 간에 여우 같은 늙은이였다. 그러나 약은 거로 치면 강우형이 한 수 위였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이번 드라마도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드디어 바라왔던 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했어.”

강우형은 비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번 일의 1등 공신은 수한이었다. 수한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관여한 사실을 강우형은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드라마를 보고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능력이 있다.’

주연들의 연기 빼고는 모든 게 완벽한 드라마였다. 강우형은 이미 음악 사이트에서 검색어를 확인했다. 내일 발매 예정인 OST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에 작곡가 에이치가 드라마 OST에 합류했다고 듣긴 했으나, 보통 가수가 들고 와도 대박 칠 노래를 들고 와 강우형을 당황하게 했다.

이 드라마는 성공을 안 하면 이상할 정도로 대박 날 것들만 모았다. 당장 내일 시청률은 낮게 뜰지라도 강우형은 앞으로의 시청률이 계속 상승할 거라 확신했다.

‘차라리 내가 주도해서 할 걸 그랬나?’

기고만장한 나이수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역전의 날이 머지않았다. 어차피 수한과 더 가까운 사이는 강우형이었다.

“앞으로의 시청률이 기대되는군.”

“저도 기대가 됩니다.”

나이수가 아무리 나이가 들면서 감이 떨어졌다고 해도 엘 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이자 지금의 탑 아이돌들을 만들어 낸 능력자다. 강우형이 아는 것을 나이수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김수한 그 친구, 능력이 대단하더군. 자네가 아끼는 이유를 알겠어.”

“그렇습니까?”

“앞으로도 그 친구와 계속 일해야겠어.”

강우형은 자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말에 그저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은 장준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맡은 거였다. 그걸 잘 아는 강우형이라서 수한이 과연 저 손을 잡을까 싶었다.

“네.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한번 이야기해 보시죠.”

강우형의 담담한 목소리에 나이수는 미소를 지었다. 강우형은 지하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고개를 숙이고 먼저 가보겠다며 먼저 나갔다. 그런 강우형을 지켜보던 나이수는 결국 주체하지 못하고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강우형에게 한 방 제대로 먹였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강우형은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번 나이수를 비웃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나 두고 보기로 했다.

***

수한은 잠잠했던 전화가 다시 빗발치는 것을 보고 즐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더 아이돌’은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까지 잡아냈다. 이 눈은 정확했다.

‘음원 차트까지 다 잡았으니 완벽하네.’

수한은 음악 사이트에서 당당하게 1위를 잡은 OST를 보고 쾌재를 불렀다. 한 곡만 1위 한 게 아니었다. 1위에서 5위까지 모두 ‘더 아이돌’ OST였다. 이런 적은 5년 만에 처음이라서 화제성이 더 커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다른 직업을 할 걸 그랬나.’

이 눈이 가진 능력이 엄청나다 보니 너무 좁게 세상을 본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수한의 목표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이전 생에 대한 미련이 커서 그런지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고 싶은 꿈은 같았다.

수한은 유지아 작가의 차기작 여자 주인공으로 유진을 가리켰다. 단아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가 잘 맞아 떨어졌다.

유지아 작가는 유진을 생각 못 했는지 살짝 당황해하다가 수한이 보여 준 예전 드라마를 보고는 오히려 유진이 맞는다는 확신을 얻게 되어 흔쾌히 캐스팅을 허락했다.

안 그래도 공개 연애 중이라 유진에게 늘 미안했던 차현은 캐스팅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대본도 매우 마음에 드는 데다가 유진에게 잘 맞았기 때문이다.

수한은 차현에게 직접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소속사를 정했냐고 은근슬쩍 물어봤다.

[아직 알아보는 가운데 있습니다. 혹시 추천할 만한 곳이 있습니까?]

“그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따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수한은 흔쾌한 대답에 살짝 긴장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지난번에 온 적이 있던 한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말해 둔 게 있는지 수한이 안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식당 직원이 자리를 안내했다.

방문이 열리고 그 안에는 이미 장준환이 앉아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그래요. 면 대 면으로는 오랜만이죠?”

그동안 보고를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 했기 때문에 얼굴을 맞댄 건 오랜만이었으나, 전화를 자주 해서 그런지 친근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수한은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풀지 못했다. 오늘 여기서 말하는 것들이 수한의 내일을 결정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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