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 9. 캐스팅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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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3관왕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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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놀라운 결과를 냈다며 흥분하던 대중들은 이제 이와 같은 기사를 봐도 감흥이 없었다. 이게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으나, 이제는 음악적 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수한의 바람대로 소원은 완벽한 싱어송라이터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소원 음악 좋던데?”
“틀어봐.”
지금은 완전히 믿고 듣는 가수가 되어서 음악 순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1위를 차지했다. 길을 걷기만 해도 들려오는 소원의 목소리는 대중들의 일상이 되었다.
“소원 갈수록 예뻐지는 것 같지 않아?”
“방송물 먹어서 그렇지.”
“그렇게 따지면 드림즈 때는 왜 안 그랬는데?”
“그게 언제 일인데 갑자기 드림즈야?”
“그게 그렇게 오래된 일인가?”
친구와 말을 주고받던 남자는 핸드폰을 들어서 소원과 함께 드림즈를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사고 기사가 바로 떴다.
“벌써 4년이 지났네.”
“그래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잘 버텨 내서 다행이야.”
공중파 뉴스에서도 떠들어댔던 내용이라 다른 건 몰라도 그 사고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특히나 그 당시 소원을 얼마나 물어뜯었던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악플러에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던 사건이었다.
“그래도 그 매니저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지.”
“매니저? 그러고 보니 너 왜 그렇게 상세하게 아는데?”
“내가 뭘?”
“너 소원 팬이냐?”
짓궂게 물어보는 친구의 모습에 남자는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그의 팬심은 들킨 후였다. 남자는 몰아붙이는 친구를 피해 달아나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뭐 연예인 좋아할 수도 있지! 그거로 그러냐!”
“잠깐만……!”
친구의 괴롭힘에도 남자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이상한 시선에 친구가 고개를 함께 돌리자 카페테라스에 앉아 혼자 커피를 마시는 남자가 있었다.
선글라스를 껴서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잘생겼다는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평소 몸 관리도 잘하는지 평범한 정장 차림인데도 옷 모양새가 제대로 살아나 멋있어 보였다.
“뭐야. 아는 사람이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이상하게 눈에 익어서.”
그 말과 함께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 차리라는 친구의 말에 남자는 파르르 떤 후에 가던 길을 가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카페테라스에 앉아 있던 남자가 신경 쓰여 자꾸만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그 매니저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뭐?”
“아무것도 아니야.”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자신을 알아본 남자가 지나간 후에야 선글라스를 벗었다. 한때 연예인을 꿈꿨던 훈훈한 얼굴이 보이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남자에게 모였다. 남자는 결국 카페에서 완전히 나오면서 모든 시선을 거두었다.
‘설마 이런 데서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보다 소원 씨 팬인가 보네.’
소원의 팬이라면 굳이 저러지 않아도 될 텐데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라고 수한은 판단했다. 수한은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소원의 음악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열심히 고생한 보람이 있네.’
그 어느 때보다 감이 잡히지 않은 곡이었다. 수한도, 소원도 불만족스러워서 몇 번이나 뜯어고친 끝에 나온 곡이다. 그래서인지 대중들이 더 사랑해 주고, 아껴 주었다. 수한은 잘하면 올해의 음원 상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다.
수한은 주머니에서 진동하는 핸드폰을 걸어가면서 받았다. 그의 휴식은 여기서 끝이었다.
“네. 제가 직접 사무실로 갈 거니까 기다려 주세요.”
수한이 주차장으로 가자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외제차가 떡하니 서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던 차가 이제는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 수한이 가온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번 돈으로 산 차였다. 수한은 거리낌 없이 그 차에 올라탄 후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하였다. 오늘도 할 일이 산더미다.
‘프리랜서라서 편할 줄 알았는데 은근 이게 더 힘들단 말이야.’
가온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것이 바로 퇴직의 힘이었다. 그러나 그 힘은 얼마 가지 않았다. 수한은 인정하게 되었다. 자신이 일 중독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도 여행은 꾸준히 다니고 있으니 나쁘지는 않은데…….’
프리랜서다 보니 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이곳저곳에서 연락을 꾸준히 주고 있어 가끔 이게 쉬는 게 맞는 건가 생각할 때가 많았다.
수한은 내비게이션에다가 새로 주소를 찍은 후 이번에 새롭게 연을 맺은 제작사로 차를 몰았다. 누가 비싼 차가 아니랄까 봐 매끄럽게 잘 빠졌다. 수한은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커다란 전광판에 미소를 지었다.
‘예진 씨네.’
수한이 나간 이후로 예진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나가기 전에 수한이 골라준 작품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자기 소신대로 작품을 골라 온갖 평을 다 들었다. 그래도 끝내는 이제는 연기자라 불릴 만하다는 평을 받았다. 수한은 예진이 그 기사를 봤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며 웃었다. 아마 싫은 척하면서도 좋아했을 거다.
어쨌든 간에 호평이 많아지다 보니 좋은 대본도 많이 들어가 예진은 ‘댕댕이를 부탁해’ 이후로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건 수한의 도움 없이 혼자 한 일이기에 수한은 예진을 볼 때마다 흐뭇한 감정을 먼저 느꼈다.
수한은 주차장 앞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작은 제작사라 그런지 건물이 작아 주차를 하는 데도 애먹었다.
“네, 도착했습니다.”
수한이 주차장에서 걸어 나오자 반기는 사람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었다.
“김수한 씨!”
“네, 유지영 대표님.”
유지영이 안내하는 사무실은 예상대로 좁았지만, 그 안에 일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열정이 보였다. 유지영이 나름대로 선발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더 의욕이 넘쳐 보였다. 수한은 바늘 엔터테인먼트는 이대로 망하는 건가 생각하며 유지영이 안내해 주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기획안 봤어요?”
“네, 봤습니다. 유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안 왔을 겁니다.”
수한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유지영이 아부하듯이 두 손을 모으며 장단 맞춰 대답했다.
“아니까 부른 거죠. 이 업계에서 유명하신 분인데.”
수한은 일부러 띄워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싫지 않게 느껴졌다. 반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수한은 가온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이후로 많은 연락을 받았다. 업계에 수한에 관한 소문이 어떻게 퍼진 건지 오면 잘해 주겠다는 회사가 많았다. 그러나 수한은 성민에게 말한 것처럼 매니저의 길을 걷지 않았다.
캐스팅 디렉터로서 새롭게 일을 시작해 보았다. 처음에는 고생했지만, 한번 성과를 보이자 수한에게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많아졌다.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이상이 되자 결국은 업계에서도 수한의 능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은 수한이 일을 골라서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제가 해야 할 건 뭐죠?”
“조금 이따가 면접 볼 건데 함께 해 줘요.”
수한은 솔직히 자신보다 유지영이 먼저 대표가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독립한 모습을 보니 생각한 것보다 더 보기 좋았다. 그러나 소규모 신생 기업이다 보니 캐스팅에 관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유지영은 그 도움을 수한에게 받기로 했다. 원래라면 이런 일에 참여하지 않았을 수한이지만, 유지영에게 말한 것처럼 유지영이라서 돕기로 했다.
수한은 유지영에게서 오디션 참가자들 프로필을 먼저 받았다.
‘확실히 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인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수한은 강한 흥미가 생겼다. 어디서 탑스타가 될 싹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시간 다 됐어요. 가시죠.”
“알겠습니다.”
회사 건물은 작아도 오디션 볼 공간은 따로 있었다. 수한은 적은 돈으로 최선을 다한 모습에 웃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수한도 기획사를 차려 본 경험이 있기에 유지영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회사를 잘 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는 그러면 여기서 쭉 앉아 있겠습니다.”
“질문 같은 건 따로 안 하려고요?”
“네, 안 해도 됩니다.”
수한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유지영은 살짝 놀랐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수한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기에 그가 대충 일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오디션 참가자 다 왔습니다.”
“네. 그럼 들어오라고 하세요.”
수한은 편하게 앉아서 오디션 현장을 지켜봤다. 한때 수한도 저런 식으로 오디션을 본 적이 많아서 기분이 남달랐다. 하나같이 긴장하며 들어오는 얼굴이 귀여웠다.
‘나이대가 어리네.’
고등학생 역할이 있다 보니 어린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수한은 진지하게 오디션을 진행하는 유지영과 다르게 부드럽게 웃으면서 들어오는 참가자들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수한을 보며 말하는 참가자가 많았다. 처음에는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들어오는 사람마다 그러니까 유지영도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이거 나만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네.”
“어리니까 그럴 수 있죠.”
수한이 참가자여도 그럴 것 같아서 이해가 되었다. 수한은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연기력이 좋은 친구는 있는데 스타성을 생각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아예 예술 영화로 나간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으나, 유지영으로부터 상업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마 수한을 좋게 본 참가자들이 이 현장을 보면 수한을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죠. 다음 참가자 들어오라고 하세요.”
유지영은 물로 가볍게 목을 축인 후 들어오는 10대 중반의 소녀를 보았다. 워낙 다양한 나이대가 오디션을 봤기 때문에 이상할 게 없지만, 수한은 그 소녀를 본 순간부터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굳이 능력치를 보지 않아도 알 탑스타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수한도 몰랐다. 저 소녀는 국민 여동생부터 시작하여 국민 여배우라는 명칭까지 받게 된 사람이다.
‘그래.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데도 그런 평을 받아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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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나 – 스타성: S, 연기력: S, 가창력: S, 춤: A, 인지도: F, 기타: S, 성장 가능성: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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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봐도 미친 능력치를 가진 서이나의 내력에 수한은 할 말을 잃었다. 수한과 별개로 유지영은 연기를 시작하게 했다. 서이나는 조금 전에 들어왔던 참가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
‘긴장 하나 없네.’
누가 스타성 S가 아니랄까 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건드렸다. 게다가 연기는 얼마나 절절하게 잘하는지 어린 나이에 볼 수 있는 내공이 아니었다. 수한은 그래서 알게 되었다.
진짜 천재는 이런 거다.
주어진 연기를 마치고,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 봐 왔던 천재들과는 궤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 가운데 유지영의 질문이 들려왔다.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르게 해석했던데 그렇게 해석한 이유가 뭔가요?”
“그렇게 연기하면 재미없잖아요.”
“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수한은 서이나가 나간 것을 확인한 뒤 그녀가 어떤 식으로 연기했는지 머릿속에 그렸다.
“조금 전에 나간 그 아이 어떻게 생각하세요?”
굳이 수한의 답을 듣지 않아도 이미 서이나로 결정된 분위기이지만, 유지영은 예의상 물어보게 되었다. 그러나 수한의 대답은 그녀의 예상과 달랐다.
“글쎄요.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