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탑스타-62화 (62/186)

< 6. 평범하지 않은 일상 >

"생각보다 앨범이 잘 팔리네."

"그러게 말입니다."

앨범을 발매하기 전 예약 판매를 걸어두었다. 더불어 한 사이트에서는 팬 사인회까지 걸어 앨범은 예상한 것보다 더 불티나게 팔렸다. 날짜에 맞춰 티저부터 시작하여 하이라이트 메들리까지 올리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나같이 언제 음원이 나오냐고 기대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예요?"

"네. 진짜입니다."

소원조차 자신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믿지를 못했으니 수한도 기대하게 되었다. 더불어 수한은 이미 오늘 올라올 뮤직비디오까지 확인한 상태라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되었다.

"오늘 올라오지?"

"네. 그렇습니다."

그토록 기다려온 날이지만, 막상 당일 날이 되니 떨렸다. 그건 성민도 마찬가지였는지 초조하게 입술을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오늘 일찍 가기는 틀린 것 같다."

"언제는 일찍 간 적이 있습니까?"

"그렇긴 하지."

수한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절제하며 여섯 시가 되기가 무섭게 음원 사이트에 올라온 노래를 틀었다. 이미 몇 번이나 들은 노래지만, 들을 때마다 더 좋아서 탈이었다. 수한은 노래를 내려받은 것에 이어서 뮤직비디오를 켰다.

뮤직비디오 속에서는 처음 소원이 정장을 입은 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그 옆으로는 소원이 교복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뛰고 있었다. 그날 날씨가 좋기는 했지만, 좋은 카메라에 담아지니 빛이 소원을 감쌌다. 그와 별개로 수한은 어른이 되지 않은 소원의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소원은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며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사라지면서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 웃지도 울지도 않은 채 서 있지만, 결국 그 안에 보이는 건 진한 슬픔이었다. 그 상태로 소원은 홀로 걸어갔다.

"표면적으로는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인데 네가 노린 건 다른 거였지?"

"네.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앞으로 혼자 어떻게 해낼 것인지 지켜봐달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 정도면 돌직구로 전한 셈이네."

"네.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바빠지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과 실시간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하였다.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정도로 호가 극적으로 많았다. 물론 불호가 조금은 있긴 했지만, 취향의 차이였지 소원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치는 사람은 없었다.

"오! 그래프에 떴다!"

"그렇습니까?"

수한이 직접 확인하자 위로 확 솟는 그래프가 보였다. 당연히 그 그래프의 주인은 소원의 노래였다. 수한은 결국 다음 시간에서 3위를 차지하는 노래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 상승치면 오늘 안에 1위 확정이다.

"그러고 보니 실장님."

"어? 왜?"

"소고기 언제 사주실 겁니까?"

"너 그거 안 까먹고 있었냐?"

"당연하죠.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내기만큼은 꼭 기억합니다."

"아주 징글징글한 놈. 알았다. 한소원 앨범 활동 끝나면 그때 가자."

수한이 입맛을 다시면서 웃자 성민은 고개를 흔들면서도 걸어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그중에는 축하 인사도 있지만, 소원을 프로그램에 섭외하고 싶다는 전화도 함께 있었다. 그러나 그전에 준비할 일정이 있었다.

"홈페이지에다가 방청 공지를 올리면 팬들이 시간에 맞춰 올까요?"

"그보다는 사람이 올지, 안 올지를 걱정해야지."

음악방송에 나가고 싶다는 소원의 의사에 가온 엔터테인먼트는 그 요구를 받아주기로 했다. 어차피 가수는 노래하는 직업이었다. 소원이 불안하기는 해도 가고 싶어 하니 반대할 수가 없었다.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방법이야 있겠죠."

수한이 예전에 봤던 광경대로 대형 아이돌 팬들이 이용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수한은 조금이라도 소원의 팬이 생겼기를 바라며 방송국과 연락을 했다. 소원의 무대 순서가 앞부분에서 뒷부분으로 바뀌었다.

**

[음원 차트 올킬! 소원, 싱어송라이터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서다!]

기사 제목이 과하게 나간 편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노래가 좋아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물론 초반에는 악플도 달려있기도 했지만, 팬들이 나선 건지 아니면 회사 홍보팀에서 나선 건지 발 빠르게 비추천 버튼을 눌러 호의적인 반응을 위로 올렸다.

'새삼 가수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 많네.'

배우들도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가수보다는 덜하였다. 아무래도 작품을 할 때만 모습을 보여주고, 그 뒤로는 신비주의로 가는 게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수한은 오늘은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소원의 집 앞으로 출발하였다.

'음악방송은 다 좋은데 너무 시간대가 들쑥날쑥 이야.'

사전 녹화가 생겨서 생길 일이었다. 수한은 아침부터 열리는 사전 녹화를 걱정했다. 팬이 있다고 하여도 과연 이 시간대에 올지도 의문이었다.

'안 와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팬의 기준을 고주혁으로 두면 답이 없다. 고주혁은 운이 굉장히 좋은 경우로 팬을 모은 것이기도 했으니까. 소원의 앨범 작업으로 바빴지만, 한편으로는 고주혁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고주혁의 경우 앨범을 낸 후 콘서트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콘서트야 잘하면 돈을 많이 벌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

수한은 고주혁을 생각하다가 마침 앞에서 기다리는 소원을 발견했다. 무대 메이크업은 방송국에서 받기로 했기에 그래도 시간 여유가 있었다. 수한은 출발하기 전에 보온병을 꺼내 따뜻한 차 한 모금을 주는 소원에 감동하였다.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오늘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뮤직비디오 촬영 후 독한 감기에 걸려서 일정을 미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염려가 나왔었다. 그러나 소원은 어떻게든 몸 상태를 회복하여 일정이 밀리는 일이 없게 하였다. 굉장히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원 씨는 늘 괜찮다는 말을 하는 거 같습니다."

"오빠가 워낙 제 걱정을 많이 하시니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수한이 담당했던 연예인 중에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걸 수도 있겠다.

"앞으로는 오빠가 저 신경 쓰지 않게 잘할게요."

"네. 좋습니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하기에는 연예계는 너무 냉정했다. 그래도 수한은 사람 사이에 이런 따뜻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수한은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출근길이 있었지?'

게다가 소원은 오랜만에 하는 음악방송이라 더 관심이 많았다. 수한은 남자 아이돌을 기다리는 여자 팬들을 발견하고, 경계를 올렸다. 그때도 이 방송국이었다. 수한은 소원을 욕하던 그 목소리들을 잊지 않았다. 긴장한 수한에 비해 소원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카메라를 맞이했다.

"어?"

"오빠. 안 가고 뭐 해요."

오히려 수한을 이끌기까지 해서 수한은 살짝 놀랐다. 그리고 자신이 무언가 단단히 착각했음을 알게 되었다. 소원은 신인이 아니었다. 이미 몇 년 동안 연예계 생활을 한 연예인이었다. 수한은 자신이 너무 소원을 어린아이 취급한 게 아닌가 싶어 머쓱하게 웃으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였다.

"언니! 너무 예뻐요!"

그 가운데 들려오는 한 여자 팬의 강렬한 목소리에 소원은 안으로 들어가려던 것도 잊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예쁘다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소원은 그들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달라진 반응에 소원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저는 그럼 방송국 관계자와 만나고 오겠습니다."

"저, 저기!"

"네?"

수한이 고개를 돌리자 언제 챙겨온 건지 모를 소원의 가방이 보였다. 수한이 무슨 일이냐고 쳐다보자 소원이 가방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흔들어서 사용하는 손난로가 들어있었다. 소원이 감기에 걸려 고생했기에 혹시 몰라서 가져온 손난로였다.

"혹시 팬분들이 오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가져가 볼게요."

"네. 그럼 저는 여기 있을게요."

원래라면 다른 가수와 대기실을 함께 써야 하지만, 소원의 화제성 때문인지 혼자 쓸 수 있는 대기실을 받았다. 더불어 가온 엔터테인먼트가 힘을 조금 쓰기도 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고주혁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어서 거래가 쉽게 성사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온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김수한입니다."

"네. 이야기 들었어요. 임호경입니다."

수한은 유난히 반가워하는 임호경 PD의 반응에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얼굴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떠올려보려고 해도 기억에 없어 잠시 멈칫하였다. 그 짧은 멈칫을 알아본 임호경 PD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이태욱 PD와 친합니다. 태욱이한테 말 많이 들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어쩐지 말이 잘 통했다 싶더니 이태욱 PD와 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래서 방송가의 인맥을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됐다. 이태욱 PD가 얼마나 좋게 말했던지 수한과 말하기도 전에 임호경 PD는 수한을 마음에 들어 했다.

"팬들은 어느 정도 올 것 같나요?"

"많이는 안 올 것 같습니다."

"그럼 신스라는 남아이돌의 팬들이 있는데 여기 팬들을 동원하는 건 어떨까요?"

신스라면 중소 기획사에서 나온 남자 아이돌이었다. 초반에 인기를 얻었지만, 나중에 사라진 남자 아이돌이었다. 처음 매니저 일할 때 반짝 떴다가 사라진 아이돌의 경우로 배웠기 때문에 수한은 그 현장을 직접 보게 되는 게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일단은 팬들이 어느 정도 왔는지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최대한 빨리 알려주셔야 이쪽에서도 준비하니까 빨리 알려주세요."

"네. 그럼 확인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공기가 차가웠다. 수한은 조금이라도 온다면 작은 보답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소원이 가져온 손난로가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수한은 밖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이 시간에도 사람이 많네.'

수한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다 소원의 팬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 스윗걸즈 때도 이와 같은 광경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한이 나와서 두리번거리자 줄 서 있는 곳 중 하나에서 수한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응? 뭐지?'

수한이 가자 많이는 아니어도 삼십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수한이 말문을 떼기도 전에 맨 앞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소원 팬이에요."

"아! 네! 반갑습니다!"

수한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자 남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수한의 손을 잡아 악수하였다. 처음을 그러다 보니 수한은 어느새 있는 사람들과 다 악수를 하고 말았다. 다들 하나같이 이걸 왜 하는 거지 하는 표정이었으나, 수한의 좋아하는 얼굴에 그러려니 하였다.

"추우시죠? 소원 씨가 혹시 몰라서 준비한 건데요."

수한이 손난로를 나눠주기 시작하자 훈훈한 분위기가 돌기 시작했다. 수한이 전화를 걸자 방송국 측에서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다만 사전 녹화를 스탠딩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 6. 평범하지 않은 일상 > 끝

ⓒ 엔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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