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탑스타-55화 (55/186)

< 5. SSS급 슈퍼스타 >

"첫 번째로 탄생한 슈퍼스타는-!"

이미 시즌 2가 나온다는 기사가 나왔기에 사회자의 발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누구인지 알면서도 시간을 끄는 행위에 시청자들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그 이름이 나오기를 기대하였다.

"고주혁 씨입니다!"

실시간으로 나오는 방송이었기 때문에 그 감격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전국으로 퍼졌다. 고주혁은 무대에서 늘 멋진 모습을 보이던 것과 다르게 제 이름이 불린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다가 얼마 안 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고주혁은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울었다.

"좋았어."

카메라를 잡고 있던 이재성 PD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그림이 나왔다. 결과야 뻔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감격이 뻔할 수는 없었다. 우느라 고주혁이 제대로 우승 소감을 말하지 못하자 방청객들로부터 울지마! 소리가 들려왔다.

"안 울 겁니다. 안 울 거예요."

고주혁은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서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들이 고주혁에게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 잘 알았다. 그래서 눈시울을 붉힌 채로 씩씩하게 말하였다.

"가장 먼저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했는데 앞으로 호강시켜드릴게요. 그다음으로는 이재성 PD님과 함께 고생한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리고, 제게 멋진 곡을 주신 작곡가 에이치님, 그리고 이지훈님, 마지막으로 수한이 형께 감사 인사를 돌리겠습니다. 아! 제게 투표해주신 팬분들께는 음악으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주혁은 울면서도 웃는 모습을 보이다가 마지막으로 함께 경연에서 경쟁한 참가자들에게 달려가 그들을 끌어안았다. 비록 경쟁 관계이긴 했으나, 그 끝은 우정이라는 훈훈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참가자들뿐만이 아니라 서로 고생한 스태프들끼리도 끌어안으며 한 프로그램이 끝났다는 사실에 함께 즐거워했다.

'드디어 끝났구나.'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촬영인지라 수한의 감정도 남달랐다. 드라마와 다르게 유난히 변수가 많았던 프로그램이라 수한은 몇 번이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수한이 서로를 다독이는 참가자들 곁에 다가가자 고주혁이 먼저 수한을 끌어안았다.

"수한이 형!"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한은 고주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어느새 다들 엉겨 붙는 바람에 아주 곤란해졌다. 고주혁만큼이나 수한은 참가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회식 갈 거죠?"

"회식 가야죠!"

마지막 날이라고 다들 들떠서는 회식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한은 훈훈하게 그 모습들을 지켜보다가 멀리 서 있는 이재성 PD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수한 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재성 PD는 새삼 프로그램의 성공을 확신했던 수한을 떠올리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수한에게 모질게 대하긴 했지만, 자신을 먼저 알아봐 준 사람이니 이재성 PD도 나름대로 수한에게 고마운 감정 같은 게 있기는 했다.

"다음 시즌에도 나올 거죠?"

"글쎄요. 참가할 재목이 있으면 생각해보겠습니다."

"하긴 고주혁 같은 재목이 쉽게 나오는 건 아니겠죠."

"네. 그래서입니다."

사실 더는 이재성 PD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였지만, 다행히 이재성 PD는 수한의 변명대로 잘 이해한 듯싶었다. 수한은 이재성 PD가 내미는 손을 잡으며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오늘 회식에 참석할 예정인가요?"

수한의 질문에 이재성 PD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오늘은 선약이 잡혀있어서요. 그럼 즐거운 회식 되길 바랄게요."

그 말이 참가자들 귀에도 들어갔는지 유난히 밝아지는 얼굴에 수한은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다들 악마의 편집 피해자이다 보니 이재성 PD 덕분에 얼굴을 알리긴 했어도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

똑똑. 수한이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대표 남일이 보였다. 서로 약속한 것이 있으니 이 만남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뒤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고주혁 씨를 우승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모른 척하고 넘어갈 줄 알았던 수한이 그 사실을 짚어내자 남일의 미소가 진해졌다. 적어도 수한이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그도 알게 되었다.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니 어쨌든 간에 성공한 셈이군."

"그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와서 찾아왔습니다."

"그게 뭐지?"

"이번 일을 통해 제가 느낀 건 저 혼자 힘으로는 다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수한의 솔직한 말에 남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서 더 해보라는 듯이 눈짓을 보냈다.

"그러므로 제게 그 일을 맡겨주신다고 해서 제가 다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못하겠다는 말을 하는 건가?"

"그렇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합니다."

그 순간, 대표실 문이 열리면서 능글맞은 표정을 지은 성민이 등장하였다. 남일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성민과 그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웃는 수한의 얼굴에 이 상황을 이해하였다. 그러니까 수한의 혼자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성민과 함께하겠다는 뜻이었다.

'자기편을 제대로 만들어놓는군.'

남일은 새삼 다르게 수한을 봤다. 그동안은 남일이 싫어했던 그 사람과 비슷한 모습만 봤기에 수한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 사람과 다르게 수한은 공을 나눠 먹을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남일은 수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좋아. 그런데 이 실장은 원래 할 일도 많은 사람인데 괜찮겠어?"

"도와달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어떻게 보면 원래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좋은 사수와 좋은 부하의 관계였다. 남일은 가수 부분은 두 사람은 온전히 맡기기로 했다. 성과가 있으면 좋은 거고, 없어도 나쁘지 않다. 이미 고주혁이라는 큰 성과물이 나왔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었다.

"그래서 첫 번째 타자는 누구를 할 거지? 고주혁인가? 아니면 이지훈?"

"아니요. 한소원 씨입니다."

수한의 자신 있어 하는 얼굴에 남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타자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

수한은 신중하게 고민하는 성민을 보며 성민의 결정을 기다렸다. 첫 번째 타자로 소원을 고른 것은 좋으나, 고주혁의 인기가 좋을 때 예능에 내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한도 괜찮다고 여겼기에 섭외 전화가 온 예능 프로그램을 추려서 성민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네가 보기에는 어때?"

"다 출연하는 건 좋지 않겠죠?"

"그렇지. 그만큼 이미지가 소비되는 거니까."

이미 SSS급 슈퍼스타를 통해 이미지가 많이 소비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재성 PD의 손에 걸쳐서 나간 모습이기에 매력적인 부분만 거의 나왔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예능 PD들은 다르겠지.'

같은 행동을 해도 어떻게 편집할지 몰랐다. 섭외 전화가 온 것은 대부분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게스트를 중심으로 잡아주는 프로그램이 있고, 게스트를 병풍으로 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선 후자는 다 제외하였다.

"내 생각에는 여기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수한은 성민이 가리킨 프로그램 제목을 보고 웃었다.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가온 엔터테인먼트에 크나큰 이익을 준 프로그램이다.

'댕댕이를 부탁해.'

처음 인기와 비교하면 살짝 식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청률이 잘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시은과 예진이 아직 하고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태욱 PD도 사람이 좋아서 안심되었다.

'이재성 PD와는 완전히 다른 결의 사람이지.'

적어도 제 욕심에 출연자를 희생하게 하는 사람은 아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내보내도록 하죠."

"그러고 보니 예진이가 너 얼굴 못 본다고 많이 서운해하더라."

"예진 씨가요?"

수한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성민을 보자 성민은 긍정적으로 웃었다. 수한도 예진이 보고 싶기는 했지만, 예진이 먼저 그런 말을 꺼낼 줄 몰랐기 때문에 상당히 놀랐다.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보고 싶네요."

"슈퍼스타도 끝났는데 오랜만에 재원이 따라가 봐. 보고 싶으면 봐야지."

"네? 네. 알겠습니다."

예진이 보고 싶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기에 수한이 재원이 있는 자리를 쳐다보자 어느새 얼굴이 쭉 편 재원이 보였다. 늘 피곤해 보여서 걱정이었는데 요즘에는 괜찮아진 듯했다. 하긴 예진의 드라마가 끝났으니 그럴 만했다.

"선배님. 제가 운전대 잡겠습니다."

"그럴래?"

수한이 운전석에 앉자 재원이 불편한 얼굴로 옆자리에 앉았다. 수한이 의아해하며 재원을 보자 재원이 어색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

"하긴 제가 요새 통 자리를 비웠죠?"

"마음고생 많이 했을 텐데 힘이 못 되어주어서 미안했다."

"아닙니다. 선배님은 이미 존재만으로도 제게 힘이 되어주십니다."

"너 아부 되게 늘었다?"

"그러게요. 저도 입만 열면 아부가 나와서 걱정입니다."

수한의 농담에 재원이 이제야 편하게 웃었다. 재원이 굳이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어주지 않아도 수한은 알아서 예진의 집에 잘 찾아갔다.

예진은 평소처럼 입구에서 삐딱한 자세로 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한은 성민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라서 운전석에서 내려 얼굴을 직접 비쳤다.

"어?"

"오랜만입니다. 예진 씨."

반갑게 맞이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예진은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게다가 어색하게 눈까지 피해서 수한이 더 당혹스러웠다. 그러다가 수한은 예진의 손에 들린 가방을 보고 환히 웃었다.

"정말로 순돌이를 키우고 계셨네요?"

"그럼 내가 거짓말한 줄 알아?"

안전하게 데려가고자 강아지를 넣을 수 있는 가방에 순돌이가 들어가 있는데 수한을 알아본 건지 가방이 크게 들썩였다. 예진이 가방을 바닥에 내려두고 입구를 열자 순돌이가 꼬리를 치고 난리가 났다. 수한은 준비한 간식이 차에 있음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웃음이 자꾸 나왔다.

"순돌이 건강은 어떻습니까?"

"뭐야. 나는 네가 한다는 슈퍼스타인지 뭔지 그거 다 챙겨봤는데 내가 나온 건 안 본 거야?"

"예진이가 매주 고주혁한테 투표까지 했어."

"오빠."

예진의 치켜 올라간 눈에 놀란 재원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예진이 얼마나 열심히 SSS급 슈퍼스타를 챙겨봤는지 계속해서 어필하여 수한은 웃음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시간이 없었습니다. 대신 오늘 집에 가자마자 밀린 방송 다 챙겨보겠습니다."

"됐어. 이런 식으로 억지로 보게 하는 거 별로거든?"

수한은 달라지지 않은 예진의 모습에 이상하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살벌한 오디션 프로그램 현장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차라리 이게 편하였다. 그래서 수한은 웃으면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 5. SSS급 슈퍼스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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