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탑스타-43화 (43/186)

< 5. SSS급 슈퍼스타 >

명훈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쉬기를 반복하였다. 그는 침착하게 핸드폰 화면을 눌렀다. 그가 보고자 하는 건 시청률이었다.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보고자 하는 거냐면 SSS급 슈퍼스타였다. 명훈은 시청률을 본 순간 힘이 다 빠져나갔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

'케이블에서 5%나 나왔다고?'

2% 넘는 것만으로도 잘 나왔다고 하는 게 케이블 시청률이었다. 명훈은 수한에게 정말 신기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그보다 문제는 스타로드의 시청률이었다. 스타로드는 처음 시청률이 5%가 뜨더니 그 시청률만 줄곧 유지하였다. 시청률만 낮으면 괜찮은데 화제성까지 SSS급 슈퍼스타에게 빼앗기고 있으니 문제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명훈도 호기심에 SSS급 슈퍼스타를 보았다. 1화만 봤을 때는 그냥 연출을 잘한 정도였다. 솔직히 고주혁이 주목받았을 때는 제 안목이 괜찮다는 자부심까지 느꼈다. 얼마나 고주혁이 괜찮은 인재였으면 수한이 욕심을 부릴까 생각도 했다. 당연히 이 생각은 자신이 승리할 거라는 자만감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그러나 2화부터 시작되는 자극적인 영상들에 명훈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 출연자들을 데리고 이래도 돼?'

물론 대다수가 연예인 지망생이긴 했으나, 회차가 지나갈 때마다 욕먹는 사람이 바뀌었다. 얼마나 교묘하게 편집을 한 건지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이 매화마다 나왔다. 웃긴 건 그 욕심 많은 사람 중에 고주혁은 없다는 거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다른 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고주혁의 팬카페에 가입한 사람들이 만 명이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가 되었다.

명훈은 맨 처음 팬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했던 수한의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이 많은 팬을 동원하여 투표한다면 고주혁이 우승할 게 뻔하였다.

'이런 걸 다 계산한다고?'

대학로 극단에서 함께 연기할 때마다 해도 수한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명훈을 존경하며 깍듯이 그를 대했다. 명훈은 그 괴리감을 여전히 인정할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라도 당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한은 많이 변하였다. 특히나 명훈을 대할 때면 묘한 싸늘함까지 있는 게 명훈은 가끔 수한을 볼 때면 소름이 돋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주혁을 내가 한다고 할걸.'

남일이 일을 맡길 때만 해도 대놓고 떡을 먹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가 정반대되었으니 문제였다.

'프로그램만 망한 거면 괜찮은데.'

문제는 지훈이었다. 지난번에 노래 실수를 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훈이 가온 엔터테인먼트 출신이라는 게 알려져서 그런지 방송국과 거래가 있던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도 생겼다. 만약 그런 뒷말을 듣는 사람이 고주혁이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지훈이었다.

'연예인하겠다는 사람이 저렇게 정신력이 약하면 어쩌자는 거야.'

수한이 직접 키우고 싶어 하는 연예인이라서 명훈은 어느 정도 기대는 했다. 게다가 지훈의 작곡 실력과 노래 실력도 아니까 스타로드에 나가도 괜찮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정신이 너무 약한 게 문제였다. 그냥 단점도 아니고, 매우 큰 단점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사람들의 시선을 지훈은 감당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러한 상태이니 명훈은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지금으로서는 더 몰아붙일 수밖에 없어.'

명훈의 생각과 별개로 지훈은 머리가 계속 어지러웠다. 아니다. 속도 울렁거리는 것 같다. 애초에 지훈도 음이 나간 순간부터 탈락할 거라 예상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과했다는 말을 들었고, 그때부터 지훈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다음에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어떤 비난이 날아올지 모른다.

"지훈 씨."

지훈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명훈이 인상을 무섭게 쓰며 지훈을 보고 있었다. 사실 지훈에게 가장 부담감을 주는 사람은 명훈이었다.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지훈을 몰아붙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매니저님 말 들을걸.'

지훈은 SSS급 슈퍼스타에 있는 고주혁이 이토록 부럽게 느껴질 줄 몰랐다. 적어도 수한은 이런 식으로 지훈을 압박하지 않았다. 최대한 그를 달래려고 했고, 끝에는 그의 의견을 들어주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응원의 메시지까지 보내어 지훈은 더욱더 고주혁이 부러웠다.

그때 지훈의 시야를 명훈이 덮었다. 지훈은 제 어깨를 세게 잡은 명훈에 불안한 마음으로 명훈을 올려다봤다.

"지금 지훈 씨만 힘든 거 아니야."

"네. 알고 있어요······."

"알고 있는 사람이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다음 과제 준비해야죠. 지훈 씨. 작곡에 재능 있잖아. 그럼 편곡도 식은 죽 먹기 아니야?"

다음 과제는 기존의 노래를 자기 방식대로 표현하는 과제였다. 현재 SSS급 슈퍼스타에서 낸 과제와 같은 내용이었다. 어떻게서든 화제성을 다시 빼앗아보겠다는 공중파 방송의 발버둥이었다. 지훈이 실수를 했는데도 통과한 건 작곡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가온 엔터테인먼트에서 열심히 알렸기 때문이었다.

화제성을 빼앗아올 마지막 기회. 그 기회를 스타로드는 지훈에게 바랐다.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할 게 아니라 잘해야죠. 무조건 잘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훈 씨도 살고, 저도 삽니다."

명훈은 흔들리는 지훈의 시선을 모른 척하며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대표인 남일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명훈은 왜 주는 떡도 못 먹느냐는 남일의 화난 목소리를 들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먹여주기는 했지.'

그게 상한 떡이어서 문제였다. 명훈은 초상집 분위기가 나는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전화를 끊었다. 어딜 가든 의욕이 안 나는 상황이었다.

**

"이게 다 고주혁 씨 팬들이 보낸 선물이라고요?"

"그렇다니까요."

수한은 현장 구석에 쌓여있는 선물들을 보았다. 고주혁이 가온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연습생이라는 걸 시청자들이 알 리가 없기에 다 방송국 측으로 보냈다. 수한은 출발하기 전에 들은 게 있어서 회사 차를 직접 끌고 왔다. 그래서 팬들이 보낸 선물들을 차에 실기로 했다.

"혼자 다 하게요? 도와드릴게요."

"아! 그러시면 기꺼이 도움받겠습니다."

수한은 주변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차에 고주혁에게 보낸 선물을 넣었다. 수한은 전해줄 선물과 그렇지 않은 선물을 선별하여 고주혁에게 줄 생각이었다. 벌써 그럴 리는 없겠지만, 위험한 물건을 선물로 보내는 경우가 있기에 수한이 직접 선물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

'이런 일이야 배우들 담당했을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 예진에게 많이 가는 선물은 개와 관련된 물품이라고 했다. 홍보팀에서 직접 순돌이를 예진이 입양할 거라는 기사를 냈기 때문에 쏟아진 선물이었다. 성민에게 들은 바로는 쓸데없는 선물만 줬다고 칭얼거리면서도 은근히 기뻐하는 티를 냈다고 한다.

'정말 알 수 없는 성격이야.'

그런 점을 팬들이 좋아하는 걸 알기 때문에 수한도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수한이 다시 현장으로 가자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수한 씨!"

"네!"

"간식 드세요!"

다들 얼굴이 밝았다. 첫 촬영 때를 생각하면 전혀 생각하지 못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회차가 지날 때마다 시청률이 상승 중이니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게 당연했다. 방송국에서도 웬일로 간식을 보내줬으니 더욱더 힘내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김수한 씨!"

수한은 제 이름을 부르는 이재성 PD의 목소리에 재빠르게 그 앞으로 달려갔다. 이재성 PD는 그런 수한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씩 웃었다. 수한은 그의 오만해진 태도를 의식했지만, 애써 표 내지 않고 이재성 PD의 말을 기다렸다.

"보니까 다른 참가자들하고도 친해진 것 같은데 맞나요?"

"네. 맞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친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고주혁을 챙기는 수한의 모습이 자꾸만 사람들의 시야에 잡히다 보니 고주혁은 솔직하게 말했다. 수한이 고주혁의 매니저라는 사실을. 그 이야기를 듣자 참가자들의 태도가 살짝 변하였다. 탈락하더라도 기획사 관계자와 친해지면 다른 쪽으로 데뷔 가능성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온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수를 키운다는 소문이 연예인 지망생들 사이에도 퍼졌기 때문에 수한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도 생겼다.

수한은 그중에서 나중에 크게 될 인재를 찾았지만, 일부러 공평하게 잘해주었다. 고주혁만큼이나 잘해준 건 아니었지만, 그가 해줄 수 있는 선에서는 다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살아남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수한의 평판은 좋았다.

"그럼 이제부터는 안 좋은 장면들은 안 나올 예정이니까 참가자들 좀 안심시켜주세요."

"그게 정말입니까?"

"이 정도 진행했으면 각자 응원하는 가수들이 생겼을 테니까요. 원래라면 스태프들한테 시킬 텐데 왠지 참가자들이 김수한 씨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16강부터는 시청자 투표가 있으므로 그를 의식하겠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유료 투표이니 그곳에서 생긴 수입이 엄청날 거라 여겼다. 안 그래도 듣고 싶었던 말이기에 수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직은 이재성 PD도 적정선을 알았다.

'나중에는 그 적정선을 확 넘어버려서 문제였지.'

안 그래도 너무 자극적이라고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보다 더할 수 있다니 수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첫 시즌에 나와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수한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자 대기실 분위기는 바깥과 사뭇 달랐다.

"고주혁 씨."

"네?"

"괜찮습니까?"

"별로 괜찮지는 않아요."

바깥과 다르게 참가자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언제 악마의 편집에 희생될지 모르니 바르르 떠는 것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화제성을 얻기는 하지만, 안티팬도 함께 생기니 문제였다. 차라리 고주혁처럼 반응을 아예 보지 않으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정신을 붙들고 있는 게 쉽지가 않았다.

다른 참가자들의 분위기에 고주혁까지 동요하니 수한은 생각이 많아졌다.

"고주혁 씨. 제가 쉽지만, 어려운 길이라고 말했죠?"

"네. 정말 어렵네요. 악마의 편집이라는 게 이런 건 줄 전혀 몰랐습니다."

경쟁자 중에 같은 팀을 이루었던 사람도 있는지라 그 사람이 화면을 보고 우는 것을 보니 동요가 안 되기가 힘든 환경이었다. 게다가 프로그램 시청은 다 같이 하니 말이다.

"방금 PD님한테 이야기 듣고 왔는데 앞으로는 악마의 편집이 없을 거라 합니다."

"그게 진짜인가요?"

"네. 그러니 지금부터는 노래에만 집중해주세요."

고주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수한은 고주혁에게 그 말만 전하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가서 말을 전하였다. 다들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으나, 나중에는 그 말을 믿게 되었는지 의욕에 불탔다. 그 때문인지 16강 전부터 본격적인 실력이 드러나면서 SSS급 슈퍼스타의 화제성이 더 크게 상승했다.

그는 곧 시청률로 이어지게 되면서 대한민국이 SSS급 슈퍼스타로 들끓게 되었다.

< 5. SSS급 슈퍼스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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