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SSS급 슈퍼스타 >
"시청률 떴어요!"
사무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한은 긴장하며 시청률이 나오는 홈페이지를 눌렀다. 스타로드의 시청률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제 했던 스타로드까지 모두 봤기 때문에 수한은 바짝 졸은 상태였다. 그가 생각한 것보다 방송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연출 실력은 이재성 PD가 한 수 위였다. 물론 그의 주특기인 악마의 편집이 발휘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음?"
함께 시청률을 확인한 매니저들 입에서 힘 빠진 소리가 들렸다. 수한은 스타로드의 시청률을 확인하고는 쓰게 웃었다.
'5%라······.'
수한은 올라온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보았다. 5%와 1.5%. 전자는 스타로드였고, 후자는 SSS급 슈퍼스타였다. 이걸 가지고 누가 승자이냐 묻는다면 대답할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등비등하다는 게 정답이었다. 스타로드는 공중파치고 시청률이 높지 않았고, SSS급 슈퍼스타는 그저 그런 케이블 시청률이었다.
"아직 내기는 안 끝났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 몰라?"
이제 화제성을 살펴봐야 하는데 화제성만 본다면 승자는 SSS급 슈퍼스타였다. 수한은 고주혁의 노래 영상 밑에 있는 댓글을 보았다.
- 잘생겼는데 노래도 잘함
ㄴ222 얘 응원할 듯
ㄴ잘생겼다ㅇㅇ
ㄴ웃는 거 진짜 대박이다
- 이 프로그램 제목 뭐예요?
ㄴSSS급 슈퍼스타요
ㄴ제목 풋ㅋ
ㄴ제목 왜 이럼ㅋㅋㅋㅋ
아래에는 예고편에 대한 반응이었다. 수한의 예상대로 참가자들의 정신을 무너뜨릴 만큼 자극적인 예고 영상이었다.
- 예고편 너무 자극적인 거 아님?
ㄴ근데 궁금하긴 함
ㄴ저렇게 경쟁해야 재밌지ㅎㅎ
이재성 PD가 예측한 대로 초반 화제성은 고주혁이 몰고 왔다. 특히나 오디션 노래로 선택한 곡이 남자들의 노래방 18번이라 그런지 더 반응이 좋았다. 반면 스타로드는······.
- 재미있어요.
- 방송이 훈훈하고 좋네요.
댓글만 보면 좋은 내용이기는 하나, 댓글 개수 자체가 달랐다. 물론 초반이라 이것 가지고 판단하기는 뭐하지만, 벌써 예고편에서부터 반응이 다르니 수한은 이재성 PD가 가진 악마의 재능에 감탄하였다.
"어떠십니까?"
수한이 고개를 돌려 성민을 보니 성민은 아직은 모호하다는 얼굴이었다. 물론 각종 커뮤니티에 퍼가는 속도를 보면 다른 건 몰라도 고주혁의 이름만큼은 제대로 알려졌다.
"일단 다음 주 시청률 반응을 보면 알게 되겠지."
"네. 그러면 되겠죠."
수한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성민은 고개를 저으면서 웃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보다 이지훈 말인데······."
"네. 이지훈 씨에게 무슨 일 있습니까?"
"그게 말이야······."
수한은 지훈의 이야기를 듣기가 무섭게 마음이 안 좋아졌다. 안 그래도 심약한 성격인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심사를 받으니 긴장이 되었는지 오디션 중에 음이 제대로 나갔다고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옆에서 명훈이 잘 보살펴야 하는데 명훈도 이게 남일이 준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았는지 마음이 조급해져서 옆에서 채근만 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에 탈락은 안 했는데 다음에는 불안하다고 하네."
"그렇습니까?"
"문제는 그게 TV에서 어떻게 비칠 지인데······."
"재촬영은 없었습니까?"
"그게 모든 출연자 앞에서 노래를 불러서 말이야. 대놓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 재촬영은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뒤에서 밀어주는 것과 앞에서 대놓고 밀어주는 것은 달랐으니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다음에는 조심해야겠네요."
이미 남일과 스타로드 PD 사이에 거래가 있었기 때문에 지훈을 탈락시켜도 문제, 아니어도 문제였다. 특히나 음이 제대로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합격한다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나올 게 뻔했다.
"명훈 씨가 지훈 씨를 잘 다독이는 수밖에요."
여전히 지훈을 내 가수라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고주혁을 챙기는데 바빴다. 수한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성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하긴 너라고 해서 별다른 수가 있지는 않겠지."
수한은 한숨을 내쉬다가 그래도 생각난 김에 지훈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이 메시지가 지훈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으나, 이게 수한의 최선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마세요. 앞에 있는 사람들은 심사 위원이 아니라 관객입니다.]
굳이 이 기회가 아니어도 되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 잡았으면 하는 게 수한의 마음이었다. 수한은 답장이 없는 핸드폰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물어보게 되었다.
"저 실장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제가 직접 고주혁 씨 팬카페를 만들어도 됩니까? 공식적인 카페는 아니고 포털사이트를 기반에 둔 팬카페요."
"되긴 한데 홍보팀에다가 미리 말해둬야 할걸? 투표 때문에 그렇지? 일단 만들지 마. 내가 홍보팀에 말 전할게. 거기서 직접 만들어서 아이디를 넘길 수도 있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팬들이 직접 만든 팬카페도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회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팬카페가 편하기는 했다. 중간에 팬심이 식어서 탈퇴할 가능성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만들어서는 안 되기에 성민의 말대로 홍보팀에서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
수한은 시간을 확인한 뒤 지금쯤 연습실에 와있을 고주혁을 떠올렸다.
"저 그러면 고주혁 씨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수한이 연습실로 내려가자 연습실에서 열심히 연습 중인 고주혁이 보였다. 수한은 미세하게 달라진 고주혁의 능력치를 확인하였다.
[고주혁- 스타성: A, 연기력: S, 가창력: A, 춤: A, 인지도: D, 기타: S, 성장 가능성: 73%]
그사이에 인지도와 성장 가능성이 올라간 게 보였다. 수한은 현재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미소가 먼저 나왔다.
"오셨어요?"
수한의 인기척을 느낀 고주혁은 밝은 얼굴로 수한을 맞이했다. 수한은 고주혁의 손에 들린 악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주혁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새로운 과제를 받은 상태라서 그 과제 곡에 대해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게 보였다. 방송에서 따갈 만한 장면은 이미 찍어두었기 때문에 고주혁에게서 여유가 보였다.
"시청자 반응은 봤어요?"
"아니요. 일부러 안 찾아봤어요."
당장은 좋은 반응이긴 하나, 언제 달라질지 모르는 게 시청자 반응이다. 이 사실은 굳이 수한이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아는 사실이라 고주혁은 괜찮다는 의미로 웃었다. 정신적인 면으로 볼 때 확실히 이지훈보다 고주혁의 정신력이 훨씬 강했다.
"그보다 제 노래는 어떤가요?"
전문가에게서 받아온 MR를 튼 고주혁의 노래는 그냥 듣기로도 훌륭했다. 그러나 고주혁 자신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몇 번이나 같은 부분을 불렀다. 수한은 몇 번을 들어도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저는 좋기만 한데요."
시원하게 고음이 올라가는 것도 그렇고, 안정적인 음정 또한 좋았다. 수한이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 못 하는 표정을 짓자 고주혁은 답답한지 가슴을 두드렸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들기는 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수한은 그런 고주혁을 지켜보다가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꼈다.
'이래서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데.'
대중적인 감은 익혔지만, 자세하게 들어가면 영 알 수가 없다. 수한은 오랜 연습에 지친 고주혁에게 물을 건네주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핸드폰에 있는 녹음 기능을 켰다.
"고주혁 씨. 한 번만 불러주시겠습니까?"
"네? 네."
고주혁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수한은 그 노래를 잘 녹음한 뒤 파일로 해서 곧장 한소원에게 보냈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상책이다. 고주혁은 노래를 부른 뒤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으며 수한을 올려다봤다.
"고주혁 씨. 잠시만요."
수한은 얼마 안 가 문제점을 지적한 답장을 받고 웃었다. 소원은 수한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피드백을 해서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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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참가자는 고주혁 씨네요."
"개인적으로 처음 오디션 볼 때부터 주목했던 참가자입니다."
"설마 얼굴 보고 그러는 거 아니죠?"
"물론 얼굴도 얼굴이지만, 일단 노래를 잘 부르잖아요."
심사위원들끼리 만담을 주고받을 때 고주혁이 무대 위에 올라섰다. 긴장으로 굳어진 다른 참가자들과 다르게 담담한 고주혁의 모습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이 들을 준비가 됐다고 신호를 보내자 잔잔한 멜로디가 흘렀다.
"그대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도입부부터 집중하게 하는 목소리에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노래는 잔잔한듯하면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울렸다. 특히나 몰입한 고주혁의 얼굴이 노래에 힘을 실어주면서 듣는 사람을 완전히 노래 안으로 끌어들였다.
'소원 씨 말대로네.'
노래를 들으면서 수한은 가창력보다는 감정에 집중하라는 소원의 조언이 잘 먹혀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잔잔한 노래는 누가 부르냐에 따라 노래의 질이 달라졌다.
'만약 이 노래를 조금 더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불렀다면 또 느낌이 달라지겠지?'
아무것도 몰랐던 수한조차 달라진 것을 느꼈으니 저기에 있는 심사위원들은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수한은 노래가 마치기가 무섭게 손뼉을 치는 심사위원들을 보며 웃었다.
'한소원 씨 대단하네.'
음악적으로 재능이 엄청났다. 물론 노래 실력은 떨어질지라도 작곡가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재능이 있다.
"고주혁 씨가 노래 부르는 기술만 좋은 줄 알았더니 감성적으로도 타고났네요."
"고주혁 씨와 어울리지 않은 노래 같아서 걱정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네요."
심사위원의 평을 들으면서 고주혁은 겸손하게 두 손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 눈빛에서 보이는 열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었다.
"제 점수는요."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먹인 결과 백 점 만점에 84점을 얻어냈다. 앞에 참가자들이 70점대를 받았으니 높은 점수였다. 고득점을 얻었으니 탈락의 위험은 없었다. 고주혁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한결 편안하게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부터가 16강이야.'
본격적으로 시청자 투표가 필요한 경연이었다. 수한은 홍보팀에서 넘겨준 아이디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때때로 팬카페 관리도 철저히 해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고주혁 씨. 16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박수 소리와 함께 고주혁은 눈시울을 붉히며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였다. 진심에서 비롯된 감사함이라 모두가 그를 인정하였다. 수한은 다른 누구보다 자신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고주혁을 보며 웃었다. 현재까지는 수한의 계획대로 잘 풀리고 있었다.
< 5. SSS급 슈퍼스타 > 끝
ⓒ 엔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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