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99화 (199/200)

199. 피날레

띠리링 띠리링―

등받이를 밀어내며 기지개를 켜던 이미주는 핸드폰에 뜨는 이름을 확인하고는, 작게 숨을 내쉬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넵. 미주 컴퍼니입니다! 아! 네네!”

역시나.

이번에도 축하 인사였다.

호준이 랭킹 3위에 오른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나간 덕분에, 이미주 PD의 핸드폰은 불이 나고 있었다.

유명세에 실력까지 겸비한 플레이어를 광고주들이 가만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도 진짜 집요하네. 대체 일주일에 전화를 몇 번 하는 거야.’

이번에 전화를 건 이는 함부로 무시할 수 없었다.

VVIP를 위한 슈퍼카 제조업체, A사의 최고책임자이자 유토피아사 주식을 10%나 보유한 인물이었으니까.

굴지의 사업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이미주는 성의껏 받았다.

“네. 그럼요. 제가 방송관리자인걸요. 네, 네. 이렇게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광고 건은 따로 정리해서 한 번에 정리해드릴게요! 네! 그럼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전화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미주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휴우. 광고해달라는 데가 너무 많네.”

호준이 이번 랭킹전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주는 PD이자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솔직히 100위 안에 들어도 괜찮은 건데 말야.’

10,000명 중에 100위 안에 드는 생산직이면, 그것만으로도 나쁜 타이틀은 아니지 않은가.

다분히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서 그 정도였다.

그 덕분에 이미주는 10위 안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10위에서 9위, 9위에서 8위. 그렇게 차곡차곡 올라가 3위까지 달성하자, 그녀의 기분은 우주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최고조를 달렸다.

“설마 3위까지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맙소사.”

아무리 레전더리 직업이라고 해도 호준은 내내 전투만 하는 전투직이 아니었다.

주로 돌아다니고 요리하고 사업하는 것이 일상인데.

생산직으로 돈도 충분히 벌고.

더불어 세계 랭킹 3위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하루종일 레벨만 올리며 싸우는 전투직이 들으면 배 아파할 이야기였다.

‘시청자 수도 처음으로 140만 명이 넘었고. 어마어마하네 진짜.’

랭킹 3위까지 오르는 동안, 호준은 방송을 끄지 않았다.

그가 파죽지세로 랭킹이 오르는 것은 고스란히 생중계되었고.

수많은 이들의 응원과 후원이 뒤따랐다.

‘이게 얼마야.’

이미주는 정산금을 확인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켰다.

타닥타닥―

그녀가 정산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전화한 상대는 K그룹의 외동딸이자 에이스 길드 마스터, 이주영이었다.

“아아. 네! 잘 지내셨죠. 네…?”

늘 주고받던 안부 인사가 끝나자 이미주 PD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 그녀는 되물었다.

“저, 모델 광고료를 올리시겠다고요? 그것도 2배나요?”

“그렇습니다. 월 80억 원으로 합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부담이 되는 건 아니신지.”

“아뇨. 지금 경쟁사에서 그 가격을 부를 거라는 연락을 받아서요. 지금처럼 호준 님이 우리 K그룹 독점으로 광고를 했으면 합니다.”

“아, 네. 그러면 호준 님이 로그아웃하는 대로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결과는 언제까지 알려드리면 될까요?”

“언제든 확인되는 대로 전화 주세요! 80억 원으로 1년 계약입니다. 잘 말씀드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D님.”

“아 네.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미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80억 원에 1년이면… 960억이잖아. 하….”

대기업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그보다 큰 가치가 있으니 이만한 투자를 하는 걸 테지.

호준의 급이 올라간 것이 새삼 실감이 났다.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광고를 매길 정도라니.

띠링 띠링―

그녀가 놀란 가슴을 커피를 마시며 심신을 달래는 사이.

탁자 위에 놓인 태블릿에서는 호준의 뉴스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NEW】

【갓호준, 한국의 간판 플레이어로 거듭나!】

【갓호준, 세계 랭킹 3위로 진입 성공!】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최고 랭킹 달성!】

【전문가 曰, 호준, 랭킹전 시작 1시간 뒤 참가해 3위 달성에 그친 것, 처음부터 참가했다면 1위도 가능할지도 몰라】

【에이스길드 대표 이주영 曰, 플레이어 호준은 아직 실력을 감추고 있는 것에 불과해】

【갓호준, 랭킹 3위 달성 생중계로 후원금 잭팟 터지나! 최소 10억 원 예상!】

【갓호준, 광고계의 별이 되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 러브콜 이어져!】

【관계자 曰, 광고액은 천문학적인 액수일 것!】

세계가 그를 주목했다.

* * *

‘후우. 바쁘다 바빠.’

랭킹전을 3위로 마무리한 호준은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가 바쁜 이유는 바로 산호버섯 때문이었다.

인어족의 마을로 돌아간 그는 산호버섯 2.5만 개를 받으면서 산호버섯 줄기도 추가로 많이 받았다.

산호버섯 줄기는 땅에 심기만 하면 자라는 것이었기에, 바로바로 심어야 했던 것.

무려 6천 개의 산호버섯을 심기 위해 요정들이 전부 동원되었다.

새로운 토지도 사다가 호수 주변에 쫙 갈고 다 같이 버섯을 심었다.

“아이구 허리야.”

호준은 100개쯤 심고서 굽었던 허리를 펴며 똑바로 섰다.

잠시 숨을 돌리고자 너른 바위에 앉아있는데 메시지함이 반짝이는 것을 확인했다.

누가 메시지라도 보냈나.

무심코 열어본 메시지함에는 제법 많은 메시지가 있었다.

┕【이미주 PD】: 호준 님 완전 대박사건! K그룹에서 월 80억 원에 재계약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언제든 확인되는 대로 연락을 달라고 하는데요. 호준 님 의사는 어떠신지요? 이주영 길드마스터 본인이 직접 전화가 왔습니다~ 미리 축하드려요! 한창 농사 중이라 모르실 텐데 지금 TV에 호준 님 얼굴이 이따만하게 나와요 ㅋㅋㅋㅋ 아, 그리고 방송 수익은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메일로 보내뒀습니다! 오늘도 열일! 열방! 하시고 파이팅입니다~

‘졌다고 꿍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군.’

이주영 길드마스터, 그녀가 직접 연락했다는 점에서 호준은 충분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진 것에 분해하거나 욕하는 등의 반응이 아니라, 그저 어깨를 으쓱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대검으로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 순간, 이주영은 이렇게 내뱉었다.

― 아아. 졌네.

랭킹 3위로 가기까지 만났던 이들 중, 그녀가 제일 강했기에 기억에 더 남았다.

―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그녀는 헤어지기 직전 손까지 흔드는 여유마저 보였다.

원래 성격이 쿨하긴 쿨한 모양이라며 호준은 고개를 젓고는 다음 메시지도 확인했다.

“어어…?”

호준은 다음 메시지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를 당황하게 만든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땅의군주】: 아들~ 아빠다. 여기는 정말 구경할 게 많구나. 초보자의 마을을 막 떠났는데 네가 하는 가게도 구경해보려는데 괜찮겠지? 참고로 네 어머니는 땅의 여왕이니까 보면 인사하려무나!

┕【땅의군주】: 아들~ 바빠서 답이 없는 모양이구나. 아까 랭킹 3위인가 뭔가 한다고 뉴스가 뜨던데. 축하한다. 우리 아들이 최고지 암! 네가 바쁜거 같아 먼저 출발했단다. 이따 가게에서 보자꾸나.

┕【땅의여왕】: 아들! 샤브샤브도 할 줄 알고, 다 컸구나. 산호버섯이 정말 예쁘던데 한번 구경하러 가도 되지? 장사 방해 안 되게 구석에 있으마 이따 보자~~♡

부모님까지 오실 줄은 생각 못 했는데, 언제 오실지 모르니 미리 준비는 해둬야지 싶었다.

지금 있는 요리들이 몇 개더라.

호준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차분히 계산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요리가 많다 하더라도, 오늘은 조금 예외였다.

“으음. 오늘 손님은 좀 많지. 예약 손님들이 있어서.”

오늘은 제대로 손님이 많은 날이었다.

용족의 최상위층. 카이사르 왕, 피오나 공주, 파이젤 왕자에 타무르까지.

그들과 그 가족들이 같이 온다는 연락을 미리 받았던 것.

사돈에 팔촌까지 다 같이 오는 바람에 500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용족뿐만이 아니었다.

새로 합류한 인어족 500여 명이 마을 구경을 하고 싶다며 호준과 같이 이동했고.

그들은 지금 마을 외곽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구경이 끝나면 가게로 돌아와 식사할 예정이니.

“다 합하면 1,000명이네. 거기다 사람들까지 오면….”

인어족, 용족에다가 사람을 다 합하면 그 숫자는 기본 3천 명은 넘을 것이 분명했다.

최소 3천 명이라는 거지 더 많을 가능성도 높았다.

채팅창을 보면 그런 가능성이 충분했다.

┕호준 님, ㅊㅋㅊㅋ, 미국 방송에 호준 님 얼굴 이따만하게 나옴!

┕오오! 미국 정복 성공!

┕저 영국 사는데 영국도 나옴, 미르랑 이무도 디따 크게 나옴! 외국으로 뻗어가는 이 갓호준 님의 명성!

┕중국도 마찬가지! 중국에서는 대대적으로 유토피아 플레이어 선발해서 전문적으로 육성한다고 난리임. 유토피아에서 성공하면 대박이라면서요! 호준 님이 그 대박 아이콘으로 떠오름!

┕오늘 가게는 언제 여나요? 지금 출발하는 중인데.

┕이러다가 줄 서서 못 먹는 거 아님? 너무 손님이 많아져서?

┕그러게.

아무래도 해외 언론에도 노출되는 바람에 손님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버섯 샤브샤브도 미리미리 손질하고, 일단은.

‘요리를 일찍 시작하자.’

예정보다 빨리 요리를 시작해야 했다.

여기까지 온 손님들이 배고픈 채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으니까.

호준은 하늘에서 마법을 시전하던 별이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별아.”

“넵 호준 님!”

“요리부터 준비해야겠다! 심는 건 나중에 하고 장사 준비부터 하자.”

“아, 넵! 바로 세팅 들어갈게요!”

“그래.”

별이가 요정들을 이끌고 테이블과 의자 세팅, 그릇과 식기 세팅에 들어간 사이.

호준은 주방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5천 개 정도 만들면 넉넉하겠지.’

오늘의 목표치를 정한 순간, 그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온 정신을 집중한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칼과 재료뿐이었다.

* * *

“호오. 이렇게 향미가 훌륭한 음식은 본 적이 없군.”

“이건 샤브샤브라는 요리인데, 50여 가지의 버섯, 쑥갓, 숙주 등 온갖 야채가 들어가 있습니다. 일단 야채가 익어갈 즈음 소고기를 넣고, 소고기가 잘 익으면 야채와 싸 드시면 됩니다.”

“버섯만 50여 가지가 넘는다니.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군. 자네의 노고에 정말 고맙네.”

“별말씀을요. 아, 그리고 나중에 밥을 넣어서 죽을 끓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입니다. 죽 끓이는 것은 별이를 호출하면 됩니다.”

“잘 먹겠네. 고맙네. 호준군!”

카이사르 왕에게 먹는 법을 안내하고 나자, 그는 자처해서 샤브샤브 먹는 법을 용족들에게 알려주었다.

카이사르 왕이 자처해서 용족들에게 설명해준 덕분에 호준은 여러 번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으음. 맛있어.”

“와. 국물 진짜 끝내준다.”

“내가 먹었던 음식 중에 제일 맛있다 진짜. 소문난 음식점에는 별거 없다더니 여기는… 너무 대박이잖아.”

손님들의 감탄사와 두런두런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호준은 작게 미소지었다.

요리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칭찬은 이런저런 미사여구가 필요 없었다.

맛있어, 이 짧은 한마디면 충분했다.

“아들. 어쩜. 이렇게 맛있는 걸 만들 줄 아니.”

“우리 아들이 다 컸구나. 이렇게 큰 가게도 운영하고.”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네요.”

부모님도 다행히 음식이 입맛에 맞으신 모양이었다.

계란과 밥을 넣어 죽까지 야무지게 드시는 것을 보면.

두 분은 추가로 라면 사리와 떡 사리까지 넣어 알차게 샤브샤브를 해치우셨다.

부모님에게 김치전과 해물전을 추가로 놔드리고 계산대로 가자, 많은 손님들이 그를 맞이했다.

“너무 맛있었어요, 호준 님!”

“오늘 정말 잘 먹고 갑니다.”

“다음에도 또 올게요!”

“호준 님, 음식이 100골드라서 오는 게 아니라 맛있어서 오는 거예요. 저희 맘 아시죠?”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앞으로도 파이팅하세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을 들으며 호준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손님들이 건네는 손을 하나하나 마주 잡았다.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또 오세요!”

함박웃음을 지으며 떠나는 손님들의 뒷모습.

그를 빤히 바라보던 호준의 눈에 새로운 메시지가 보였다.

호준은 묵묵히 그 메시지를 읽어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손님의 만족도가 빠른 속도로 상승합니다!】

【메인 퀘스트 달성률이 업데이트됩니다!】

다음 메시지를 읽은 호준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메인 퀘스트 성공!】

【…】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부신 성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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