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94화 (194/200)

194. 실종

버섯 샤브샤브는 대성공이었다.

넘쳐나는 버섯을 주체하지 못했던 인어족들은, 새로 맛보는 샤브샤브에 흠뻑 빠져들었다.

“크으… 국물이 진국이네.”

“국물뿐인가. 라면에 싸 먹으니 더 맛깔나는군!”

“소고기와 버섯의 궁합이 환상이구만!”

“맨날 먹어도 되겠어.”

평소에 먹던 버섯꼬치보다 샤브샤브에는 재료가 많이 들어갔다.

라면을 넣어서 함께 먹을 수도 있고.

국물을 소량만 남기고서 죽을 끓여 먹어도 일품이었다.

특히 죽은 인기가 많았다.

소고기와 수십 가지 버섯의 맛이 푹 우러나온 국물.

그 국물로 죽을 끓였으니 그 맛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후루루룩―

“후우. 후우.”

“배부른데 계속 들어가네.”

“라면 조금만 더 넣어 먹을까.”

호준은 그런 인어족들과 마주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죽을 한 숟갈 퍼서 위에 소고기와 버섯을 얹고, 입에 넣었다.

“으음….”

진짜 맛있다.

죽 전문집을 차려도 되겠는데.

버섯과 소고기를 씹을 때마다 나오는 육수 맛이 훌륭했다.

하긴, 괜히 특 1등급이 아니겠지.

숟가락이 분주해졌다.

타닥 타닥―

식사를 하는 동안, 호준의 곁으로 수많은 인어족들이 오고 갔다.

많은 이들이 감사 인사를 했고.

몇몇 요리사를 지망한다는 이들이 레시피를 자세히 물어보았다.

“음. 간단히 설명하면….”

호준은 흔쾌히 요리법을 가르쳐주었다.

그의 손짓, 발짓에 요리사 인어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렇게 요리사 인어들에게 레시피와 주의사항을 상세히 가르쳐주고 난 뒤.

호준은 열대나무 그늘 아래에 철푸덕 누웠다.

머리 뒤에 깍지를 한 채로 뜨끈뜨끈한 모래 위에 누워있는데.

어린 인어들이 기어왔다.

‘엄청 작네.’

녀석들은 팔뚝에 올려놓아도 될 법한 작은 덩치였다.

꼬물꼬물 기어온 녀석들은 눈이 마주치자 배꼽인사를 했다.

“호주님 잘 머거씁니다!”

“배가 불러서 못 먹었어요. 고맙습니다!”

서있는 게 어색한지 몇몇은 인사하다 고꾸라졌다.

중심을 잃고 굴러가는 인어를 잡아다 다시 앉혀놓고서, 호준은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애들이 좋아할 만한 거라면….

그게 있지.

달달한 것이 딱 있었다.

“고맙다. 자, 하나씩 먹어.”

호준이 솜사탕을 건네주자 어린 인어들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받았다.

“이렇게 먹는 거야. 냠냠.”

호준이 먹는 시늉을 하자 인어들도 그를 따라 솜사탕을 먹기 시작했다.

사르르.

입 안에서 녹아드는 솜사탕을 맛보자 인어들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우. 맛있당!”

“오오옹! 너무 맛있어여.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쪽!”

“이건 제가 아끼는 보물인데. 하나 드릴 게여!”

“어어. 그래.”

호준은 보답이라며 주는 상아색 조개껍데기를 받아 들고는 피식 웃었다.

아기 인어들은 역시나 솜사탕에 환장했다.

여덟 명이 동시에 입을 대고 쪽쪽 빨아댈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하랴.

“부족하면 이거 더 먹어.”

“네에!”

“감사합니당!”

호준은 솜사탕 10개를 더 주고서, 솜사탕 먹는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잤다.

“우우….”

“배불러.”

“으으아.”

솜사탕을 다 먹은 인어들도 그의 옆에 드러누웠다.

골골―

그림 같은 백사장 위.

그들은 꼭 달라붙어 단잠을 잤다.

* * *

모래사장은 전기장판처럼 뜨거웠다.

괜찮은 느낌에 만족하던 그때.

“어서 시작하자!”

“응응!”

“내가 땅을 팔게.”

“나는 머리 할래.”

“나는 다리!”

“가슴은 내 꺼야!”

왁자지껄한 어린 인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아직 더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에 호준은 옆으로 몸을 돌렸고.

뭔가 간질간질한 것이 몸을 간지럽혔다.

‘뭐, 뭐야.’

이상한 낌새에 눈을 떠보니.

인어들이 지느러미로 모래를 퍼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식간에 몸은 모래에 뒤덮였고 머리만 빼꼼히 밖으로 나왔다.

“모래언덕이다.”

“꺄아아!”

배 위를 기어 다니는 인어들을 보며 호준은 피식 웃었다.

조금만 더 있다가 일어날까.

머리에서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워있던 그때.

“이 녀석들!”

해결사가 나타났다.

라텔이 우아한 자세로 걸어오자 어린 인어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끼야아 도망가!”

“우우우!”

“잡히면 엉덩이 맞는다!”

“무서워!”

어린 인어들이 바다로 몸을 내던지자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애들이 장난이 좀 많죠?”

라텔은 호준의 옆에 앉아 모래를 털어 주었다.

모래를 털고 일어난 호준에게 라텔은 찬찬히 사정을 털어놓았다.

“저. 사실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뜸 들이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퀘스트 냄새가 진하게 났다.

고민 끝에 고개를 든 라텔은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부모님의 유골을 가져와 주세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호준의 눈앞에는 퀘스트 창이 떴다.

‘역시.’

예상은 적중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

호준은 퀘스트의 보상을 훑어보고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눈을 깜박거리며 그 부분을 계속 확인했다.

보상은 아주 간단했다.

【퀘스트 보상】: 인어족의 구역 내 특산품, 공짜로 가져갈 수 있음.

(본 보상은 영구적으로 효력이 있습니다)

** 본 퀘스트는 인어족과 아주 아주 깊은 유대가 있는 경우에만, 시도할 수 있는.

아주 희귀한 퀘스트입니다.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텔이 정중히 물었고.

호준은 흔쾌히 답했다.

“당장 갑시다.”

그는 일확천금을 얻을 기회를 차버리는 바보가 아니었다.

* * *

【아칼란차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아칼란차, 죽음의 사원.

역대 인어왕이 묻힌 것으로 알려진 무덤.

“이런 부탁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제 실력이 미비해서 깊숙한 곳을 탐색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렇다고 부모님 유골을 어둡고 차가운 심해에 내버려둘 수도 없고.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라텔은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마음을 표했고, 호준은 손을 휘휘 저었다.

“이해합니다. 이곳은 한 명밖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요.”

“네. 두 명이 들어가는 즉시 저주를 받아 죽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래서 한 명씩 들어가곤 합니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것들을 받아주세요!”

라텔이 뒤로 돌아 손짓하자 인어들 몇몇이 다가왔다.

호준은 그들이 건네는 하얀색 물고기를 품에 안았다.

부풀어오른 호떡처럼 생긴 하얀 물고기들은 잠이 들었는지 눈이 감겨있었다.

2m 정도는 될 듯한 반듯한 긴 꼬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 물고기는 발광복어라고 합니다. 아주 순한 녀석이라서 공격을 하지 않죠. 발광복어로 빛을 밝히고 길을 가시면, 빨리 탐색하실 수 있을겁니다.”

“음. 발광이면 불이 들어온다는 말입니까?”

“아, 네. 이렇게 꼬리를 잡고서 톡톡 치면.”

“아아.”

라텔이 복어의 배를 퉁퉁 두드리는 순간, 발광복어가 눈을 뜨고.

그와 동시에 복어의 전신에서 새하얀 빛이 났다.

마치 동글동글한 형광등을 보는 듯했다.

“푸르르―”

발광복어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둥실둥실 떠올랐고, 라텔은 그 꼬리를 잡았다.

흡사 빛나는 풍선 같았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여기 10마리를 드릴 테니 빛이 약해질 때마다 바꿔서 쓰세요. 그리고 혹시 몰라서 양탄자가자미도 챙겼습니다. 헤엄치는 것보다 가자미를 타고다니는 게 더 빠르실 거예요!”

발광 복어 다음으로 얻은 신문물은, 양탄자가자미였다.

양탄자가자미는, 날아다니는 양탄자의 바다 버전이었다.

라텔에게 가자미의 운전법까지 배우고 나서야 모든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가자미 위에 앉은 호준.

그는 발광복어 덕분에 새하얀 빛의 중심에 앉아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호준을 향해 라텔이 손을 흔들었다.

“부디, 몸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버섯들,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최소 1만 개는 수확해 놓을게요!”

라텔이 흔쾌히 답을 마치자 그녀의 뒤에 있던 인어들이 하나둘 말했다.

“호준 님, 버섯 많이 따 놓을 테니 안전하게 돌아오셔요!”

“호주니임 다녀오세요오!”

뒤를 졸졸 따라온 어린 인어들의 인사가 끝나자 호준은 손을 흔들며 답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호준은 거침이 없이 나아갔다.

너울거리는 양탄자가자미를 타고 그가 어두컴컴한 입구로 들어갔다.

삽시간에 어둠이 그를 집어삼켰다.

어둠밖에 없는 입구를 바라보며 라텔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폈다.

‘버섯을 잔뜩 따놓자. 특산품도 넉넉히 준비해 놓고.’

그를 위해 준비할 것이 아주 많았다.

* * *

【죽음의 사원, 아칼란차에 입장했습니다!】

어둠이 가득한 신전에 들어간 순간, 호준은 아칼란차 생방을 시작했다.

발광복어의 꼬리 중간에 구름카메라를 설치해둔 뒤,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방송을 시작합니다!】

【생생호준통 님이 입장했습니다!】

【갓호준팬까페회장 님이 입장했습니다!】

【요정왕2세 님이 입장했습니다!】

【요정왕셋째아들 님이 입장했습니다!】

【요정왕지망생 님이 입장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시청자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 호하! 반가워용!

└ 오늘은 어둡네요!

└ 똑똑 누구없나. 왜냥 음침함?

└ 오늘 무슨 날임? 여기 어디에요?

어리둥절한 시청자들에게 호준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인어족 마을에 놀러온 김에, 특별한 퀘스트를 할까 합니다. 본 퀘스트는 인어족과 아주 친밀한 관계일 때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구요. 여기는 역대 인어왕들의 무덤, 아칼란차입니다. 죽음의 신전이라고 불리는데. 음. 여기 보니 뼈들도 보이네요!”

때마침 적절하게 벽에 전시되어 있는 뼈가 눈에 들어왔다.

양탄자가자미를 조종해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게 웬걸.

말라비틀어진 인어가 양팔을 십자가처럼 벌린 채로 벽에 붙어있었다.

표정은 매우 고통스러워 보였다.

└ ㅎㄷㄷ 십자가에 못 박힌 거냐.

└ 형태가 기이함. 정상적으로 죽은 것 같지는 않은데요?

└ 말라죽은거 징그럽!

└ 미라냐. 오싹.

└ 해저 흉가체험같음 ㅋㅋㅋㅋㅋㅋ

아직 그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기에, 호준은 시청자들처럼 웃으면서도 마음은 무거웠다.

‘정신 차리자.’

뭐가 어디에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몰랐다.

바닥에서 튀어나올지, 아니면 갑자기 이상한 액체가 뿌려질지.

물속에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도 지상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유골을 만져보았지만,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퀘스트와 무관한 유골입니다.】

【왕족의 유골을 함부로 신전 바깥으로 가져올 경우, 저주를 받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제공자가 요청한 유골을 찾으십시오!】

‘맞는 유골을 찾는 게 관건이겠군.’

미라에서 손을 뗀 호준은, 다시 양탄자가자미를 조종하며 시청자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퀘스트의 주 목적, 그리고 신전의 용도까지.

간단하게 설명을 마치고서 신전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신전의 형태는 간단했는데 돌로 만들어진 석실이 계속 1자 형태로 이어졌다.

석실마다 유골이 다양한 형태로 있었는데, 미라 형태가 가장 많았다.

“어. 또 있네요. 제가 한번 만져보겠습니다.”

미라를 20개쯤 만져보자, 이제는 별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 미라랑 친구해도 되겠음 ㅋㅋㅋㅋㅋㅋㅋ

└ 뭔가 어려운 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유골 찾아내면 싱거울 듯.

└ 그렇긴 한데. 저 양탄자 타보고 싶다. 호준 님 양탄자 체험 서비스같은 건 안하시나요?

“양탄자 체험서비스라. 한번 얘기해보겠습니다! 음… 이 녀석도 아니네요! …어!”

미라의 볼을 툭툭 치며 손을 떼려던 호준은, 뭔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빛냈다.

미라의 목에 걸려있는 붉은색 보석이 달린 목걸이.

보석의 크기가 어린아이 주먹처럼 커다래서 꽤나 진귀해보였다.

└ ㅎㄷㄷ 보석 스케일이 ㅋㅋㅋ저건 진짜 가져가야는 거 아님?

└ 지금까지 헛손질한 값으로는 충분.

└ 오오오…! 엄청 크다. 저 정도면 가격 장난 아니겠는데?

└ 크. 부럽습니다!

시청자들도 보석을 보고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호준도 물론,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고풍스러운 장미가 디자인된 보석은 한눈에 봐도 비싸 보였으니까.

그는 단숨에 목걸이를 미라의 목에서 떼어내 손에 움켜쥐었다.

‘광채가 장난이 아닌데?’

발광복어에 보석을 가까이 갖다대고 감탄하고 있던 그때.

【칼리니 여왕의 목걸이를 탐한 자, 그대에게 형벌을 내릴 지니】

【죄인을 저주의 방으로 이송합니다!】

청천벽력같은 메시지가 나왔다.

‘뭐… 저주의 방?’

당황한 호준이 보석 목걸이를 꾹 쥐며 일어서려 했지만.

‘몸이 안 움직여.’

마치 붙박이장이 된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조차 깜박일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피할 수 없었다.

꿀꺽―

미라의 입이 커다랗게 벌어져 자신을 삼키는 것을.

└ ??????

└ 갓호준님?

└ 미, 미라가 먹어버림.

└ ?????? 실종?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본 시청자들의 혼란은 당연했고.

유명 포털사이트에는 이와 관련한 뉴스가 도배되었다.

【갓호준 실종?】

【미라에게 먹히다】

【인어족의 던전에서 실종? 갓호준 거취 주목!】

호준의 라이브 방송은, 어두컴컴한 화면으로 변했지만.

그의 생존을 기다리는 시청자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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