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업데이트2
유토피아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얻기 힘든 것.
그것은 바로 정보였다.
정확한 정보는 돈이 되기 때문에 공유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던 탓이다.
정보에 대한 수요는 높고, 공급은 적은 상황.
기껏 공유한다 해도 친밀한 사이에서만 공유할 뿐이었다.
―이건 나만 알면 돼.
―우리 길드만 공유ㄱㄱ
이런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버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사기꾼들이었다.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먹잇감을 노리는 한 남자.
그의 이름은 일리안으로 앞서 말한 사기꾼 중에 한 명이었다.
어디 잘 속을만한 먹잇감을 찾아 게시판을 쭉 훑어나가던 그의 눈이 돌연 반짝였다.
‘호구 발견!’
일리안이 클릭한 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목 : 알크메네 알 부화방법 아시는 분?
작성자 : 음치킨13호
내용 : 우연히 알을 얻었는데 부화방법을 모르겠음요. 아시는 분 있으심? 사례비 500골드 드립니다!
일리안은 팀원들에게 글의 링크를 전송하고는, 댓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글을 작성한 자가 알을 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 할 말은 하나였다.
일리안은 자신만만했다.
조바심을 느끼는 상대일수록 다루기 쉬우니까.
‘이럴때는 살짝 관심을 보여야지.’
일리안은 댓글을 작성했다.
┕진실을말하는자: 알크메네면 그 맛 좋은 치킨아님?
┕(작성자): 네. 맞아요! 이미지 올립니다. 알.JPG
바로 답글이 올라왔다.
이제는 상대를 떠볼 차례.
┕진실을말하는자: 알크메네 것이 맞네요. 저는 알 부화일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 스킬덕분에 알 부화를 앞당길 수 있죠. 지금까지 부화한 알 갯수 100개가 넘습니다. 주로 부화 수수료로 먹고 삽니다.
처음 보는 직업이 많은 유토피아에서, 알 부화사라는 직업은 의심을 사지 않는다.
이쯤되면 상대가 먼저 수수료에 관심을 보인다.
┕(작성자): 수수료가 많이 비싼가요?
그러면 거의 반은 성공.
이제는 살짝 부추기기만 하면 된다.
┕진실을말하는자: 수수료는 1000골드 정도 받고 있습니다. 알크메네알은 부화에 성공하면 5만 골드의 가치가 있으니 손해는 아닙니다.
5만골드라는 가상의 이익.
5만 골드라는 숫자를 본 이상 1000골드는 매우 작은 돈으로 보인다.
┕(작성자): 오오… 잠시만요.
미끼를 물지 말지 고민하는 타이밍에 동료들이 나선다.
┕대힐러지망생: 저두 이분한테서 부화받았어요! 완전 실력 좋으심.
┕미나리콩고물: 2222, 저는 불새알 부화받음, 이분 이 바닥에서 알아주는 분이에요!
┕트루텔링: 저도 시간이 부족해서 30분안으로 부탁했는데 해주심요.
3명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처럼.
모두가 괜찮다고 하면 왠지 괜찮아보이는 것이 사람 심리다.
┕(작성자): 잠시만요. 지금 가진 돈이 별로 없어서 템 처리중입니다.
┕진실을말하는자: 천천히 하세요. 알을 양도하고 30분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자빠트리기 성공.
‘식은 죽 먹기네.’
이제 여유를 두고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알크메네알을 경매에 올릴 곳으로는 어디가 좋으려나.
일리안은 편의점 탁자에 앉아 손가락을 까딱이며 기다렸다.
수수료 1000골드와 공짜템을 거저먹는 순간을.
그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던 그때.
별안간 날벼락이 떨어졌다.
┕닭똥집돼지막창: 님, 아이템보내지 마세요! 지금 호준님 방송에서 나왔어요! 직접 부화시킬 수 있음.
┕라면돌이: ㅇㅇ. 인어 비늘이랑 꼬리 넣고 펄펄끓이면 된대요! 요새 부화사기꾼 있다니까 조심하세요! 아이템 넘기지 않는게 좋을듯!
‘뭐…? 부화법이 방송에 나와?’
호준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한국인 플레이어 중 가장 유명한 이를 모를리가.
유명한 걸 넘어서서 요새 외국 언론에서도 허구한날 나와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는데.
‘이런 젠장.’
혹시, 댓글을 보기 전에 알을 넘기지는 않으려나.
작은 희망을 담아 일리안은 메시지함을 새로고침했다.
그러나 아이템을 전송하는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작성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사기당할뻔했던거 피함요. 사기꾼씨. 진짜 그렇게 살지 마세요! 저 말고 피해자들이 많다네요 ㅠ 진짜 이런 일은 없어야할 듯.
작성자가 이성을 되찾은 상황.
“F000.”
일리안은 커피잔을 손으로 우그러뜨리며 인상을 썼다.
“방송은 왜 해가지고.”
애꿎은 호준에게 화풀이를 해봤자 그에게 남은 것은 다 식어빠진 커피가 담긴,
일그러진 종이컵뿐이었다.
일그러진 그의 심성과도 딱 맞아떨어졌다.
* * *
요정의 쉼터 방송 채팅창은 그야말로 난리법석이었다.
모두에게 알 부화법이 공개되자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다.
┕【별이바라기】: 알크메네알 부화법! 모두 공유 ㄱㄱ.
┕【츄츄츄】: 방송의 순기능이다 캬.
┕【파이러버】: 갓호준님 꿀팁방송? ㅋㅋ
┕【헝그리버드】: 알크메네알 부화방법 요약: 인어비늘지느러미탕에 알을 넣고 푹푹 끓이기!
새로운 비법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준의 방송은 가치가 충분했다.
정보가 돈이 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환영받을수밖에.
그뿐 아니라 몇몇 플레이어들은 더욱 감사를 표했다.
┕【별이바라기】: ㅠㅠ. 저 초보자때 알크메네 알 주웠는데… 부화시켜준다면서 사기당함. 그것만 안 팔았어도 지금 돈이 얼마인지 ㅠㅠㅠ 진짜 다들 조심하세요! 말빨에 속아넘어가면 안됨!
┕【미루미루】: 저두 당할뻔했어요. 그때 잘 모르겠어서 그냥 못들은척 하고 존버함. 진짜… 안 넘기기를 잘했네요. 앞으로 알크메네 알사기꾼들은 꽤나 눈물 쏟을듯.
┕【음치킨13호】: 정말 감사해요 ㅠㅠ 덕분에 사기당할뻔한 거 모면했어요.
사기를 당할뻔했거나 이미 당한 이들의 하소연이었다.
‘사기꾼이 많기는 많나보네.’
호준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많은 분들이 유용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알이 부화되는 과정은 생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기꾼들한테 더 피해당하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별이바라기】: 응원합니다111
┕【미루미루】: 저도 형광봉 흔들구 있어요!!
┕【음치킨13호】: 늘 응원합니다! 아, 그리구 라텔님 너무 이쁘시네요!
이런저런 채팅을 들여다보던 호준은 고개를 돌려 라텔을 보았다.
그녀는 국자로 냄비 속 내용물을 휘휘 젓고 있었다.
폭폭폭―
알크메네 알 부화방법이란 참으로 간단했다.
냄비에 물을 듬뿍 채운 뒤.
알과 지느러미, 비늘을 넣고 함께 끓이는 것.
아, 물론 방법이 간단하다는 거지 재료를 구하는게 간단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재료는 무려 인어 지느러미 2개와 비늘 24개.
인어 지느러미와 비늘은 천만다행히도 뜯어내는 즉시 재생됐다.
지느러미를 뽑아내는게 아프지 않냐고 물었는데 라텔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하나도 안 아파. 안 그럼 지느러미를 그냥 막 뽑겠어?
당연하게도 별로 안 아프단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지느러미를 뽑아서 새 지느러미를 나게 해야 건강하다나.
어쨌든.
보글보글―
냄비 속에서 알은 잘 익어가고 있었다.
‘물 색이 하늘색이네.’
지느러미와 비늘에서 연하늘빛 엑기스가 흘러나와 물을 하늘색으로 물들였다.
약간 형광빛이 나는 하늘색이었다.
알껍질 위로는 부화를 알리는 숫자가 떠올랐다.
보는 순간 5%에서 7%으로 올랐다.
‘내일 정도면 부화되겠군.’
로그아웃하기 전에 부화를 볼 수 없는 점은 아쉬웠지만.
뭐. 기다리면 되는 일이니 괜찮겠지.
어느새 라텔은 국자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하품을 쩍쩍했다.
아무래도 잠이 정말 많은 타입인 모양이다.
“아암…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나는 좀 자고 싶은데. 자도 되지?”
“이왕 자는거 침대에서 자라. 문밖으로 나가면 나오는 집. 거기에 널찍한 침대 있어.”
“오오. 침대 좋지. 땡큐!”
라텔이 부리나케 바깥으로 나간뒤.
호준은 한숨 자려다가 별이에게 다시 끌려나왔다.
“지금 손님이 터질듯이 오는데 혼자서 쉬시면 서운해요!”
“그래그래. 미안.”
호준은 별이에게 끌려나와 다시 불 앞에 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따라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테이블마다 만석에, 줄도 끝이 없었다.
유토피아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가.
용족, 인어족, 인간이 한 데 섞여 먹고있으니 많기는 할테지만.
“여기 계산이요!”
“여기 주문이요!”
“해물….”
“해물전이랑 팥빙수도 추가요!”
“과일주스랑….”
손님들의 말이 다 섞여 들리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네 손님! 주문 나갑니다!”
별이는 또 그 말을 귀신같이 알아듣고 서빙에 들어갔다.
요정들은 그 작은 몸으로 머리에 접시를 이고 다니며 서빙을 했고.
직원들은 몰려드는 손님들의 음식값을 받느라 바빴다.
다들 바쁜데 주인인 내가 놀 수는 없지.
“시작하자.”
호준은 소매를 걷어부쳤다.
투닥탁탁 타타탁―
재료는 충분했고.
실력도 충분했다.
“오오.”
“그 소문의 요리사로군.”
“진짜 빠르네.”
늘 들어오던 추임새를 흘려들으며 그는 요리에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장사가 끝이 나고.
청소열매로 청소를 마치고서 모두가 휴식을 즐기던 순간.
해먹에 누워있는 호준의 눈앞에 문득 찾아왔다.
손님들을 최선을 다해 대접한 결과가.
【오늘 하루동안 요리에 만족한 이들이 이례으로 많습니다!】
【24시간동안 요리에 만족한 인원수가 유토피아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3개의 종족을 동시에 만족시켜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
보너스가 중첩되고 중첩된 결과.
【메인퀘스트 달성률이 85%에서 99%로 상승했습니다!】
【고지가 코앞입니다.】
【100% 달성을 위해 계속 분발해주세요!】
하루를 최고로 마감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99%.
이제 남은 1%만 달성하면 끝이었다.
99라는 숫자를 보자 호준은 개운한 기분이었다.
말끔하게 사우나를 마치고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신 것 같은 그런.
그는 기지개를 쭉 켜고는 요정들과 직원들을 쭉 불러모았다.
오늘의 성과가 있기까지 1등 공신은 바로 눈앞에 있는 이들이었다.
“다들 수고했어. 각자 먹고 싶은 요리는 200개까지 먹어도 된다. 앞으로 쭉.”
100개로 해 놓았던 것을 2배로 늘린다는 소식에 요정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끼루!”
“냐아앙!”
“끼르끼르!”
“뀨우우!”
“꾸꾸구!”
기존의 100개도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실제로 다 먹는 요정들은 없었지만.
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직원들의 봉급도 하루 2000골드로 대폭 인상할 것을 발표했다.
“오오! 대박.”
“신상 드레스 지르러 가야겠다.”
“나는 머리 좀 잘라야겠어. 파마도 하구.”
샤롯과 베티의 얼굴에는 꽃이 피었다.
모두에게 보상을 듬뿍 안겨주고서 호준은 로그아웃을 했다.
“갔다와!”
“내일 봐!”
“꾸뀨”
“끼루루!”
“다녀오세요!”
익숙해진 작별인사를 들으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오늘도 참 일이 참 많이 벌어졌네.
호준은 눈을 감고 평소처럼 잡다한 생각을 했다.
주로 그의 생각은 다음날 할 일에 관한 것이었다.
‘인어족과는 작별인사를 일찍이 마쳤으니 내일쯤이면 인어족들은 사라져있을테고. 부화된 알크메네도 체크하고. 장사 준비도 해야하지. 음….’
눈을 감았다해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검은색 화면에서 하얀 글씨로 메세지가 떴으니까.
【게임 접속 해제로 인해 방송이 종료됩니다】
【오늘도 유토피아, 내일도 유토피아, 유토피아는 영원한 행복입니다】
【유토피아에서는 최근들어…】
가끔씩.
유토피아를 끌때는 공지 메시지가 뜬 뒤, 접속이 종료되었다.
호준은 무심히 메시지를 보다가 눈을 부릅떴다.
취이이익―
캡슐 뚜껑이 열리고 접속이 해제되었음에도 호준은 눈을 깜박깜박 뜨며 가만히 있었다.
‘업데이트라고?’
【1시간 58분 뒤, 기존에 없던 전투시스템이 도입됩니다!】
새로운 업데이트에 관한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