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69화 (169/200)

169. 3호점 정식 오픈

유토피아에서, 사람들이 길드에 가입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누군가는 안전을 위해 길드에 가입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복지혜택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안전, 복지.

이 둘도 충분히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길드에 가입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정보력이지.’

정보력.

길드원이라는 이유로, 값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길드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초짜가 길드에 가입하면 정보가 부족한 문제가 해결되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길드에 가입하면, 길드 건물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때 선배격인 플레이어들과 안면을 틀 기회가 생긴다.

서로 음식도 먹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실수했던 경험들을 나누고.

이런 경험을 서로 공유하면서 같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길드 건물이 존재하는 이유요, 정보에 목말라 있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길드에 가입하는 이유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길드, 몬스터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 골룸 던전에는 웬만하면 혼자 가면 안 되겠더라고.”

“잘 알았네. 혼자 갔다가는 머릿수가 부족해서 힘들겠구만.”

“그래그래. 내 말이 그 말일세.”

몬스터 길드 건물 1층 주점.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

한구석에서 금발 남자가 피식 웃으며 물을 들이켜고 있었다.

‘슬슬 음식이 올 때가 됐는데.’

로버트, 그는 1시간 뒤에 있을 전투를 앞두고, 호준의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준의 음식은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슨 음식이 올지 기다리는 것은, 마치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대하는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로버트가 말없이 물을 마시자 집사 윌이 넌지시 물었다.

“로버트 님. 뭐 기다리는 연락이라도 있으십니까?”

“뭐…아니야. 아니 기다리는 게 맞기는 한데. 지금 올지는 모르겠군.”

“호준 님 요리를 기다리시는군요.”

“…자네는 모르는 게 없어.”

“척하면 척이죠. 저도 호준 님 요리가 맛이 있습니다. 특히 김치전이 맛있더라구요.”

“맛없는 게 없지. 나도 모르게 그 요리에 길들여진 모양이군.”

“자고로 먹을 것만큼 사람을 길들이기 쉬운 것도 없죠.”

“하하. 그러게 말이야.”

로버트는 새삼 웃음이 났다.

부족함 없이 살아왔던 자신이, 그저 누군가의 요리를 기다린다는 사실이.

기대한다는 사실이 신기한 것이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로버트는 피식 웃으며 물잔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쭉 폈다.

그때.

기다리던 메시지가 도착했다.

【호준 님으로부터 아이템을 받았습니다!】

【해물 라면 (특3급) 350개를 인벤토리에 넣었습니다!】

【호준 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호준】: 안녕하세요 로버트 님! 호준입니다! 비틀로 마을 3호점을 라면 전문점으로 오픈할 계획인데. 오픈을 앞두고 라면을 만들어봤습니다.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군요! 넉넉히 50개 더 보냅니다!

‘라면이라…?’

로버트도 라면에 대해서는 얼추 알고 있었다.

한국의 서민층이 많이 먹는 소금기가 많은 국물을 지닌 인스턴트 음식.

로버트가 알고 있는 라면의 이미지는 그 정도가 다였다.

‘해물 라면이면 해산물이 들어갔다는 건데. 어디 한번 볼까?’

하지만 호준이 보낸 음식이라면, 인스턴트의 이미지는 절대 아닐 듯하고.

로버트는 해물 라면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탁자에 올렸다.

탁―

라면 냄비는 동그랗고 높이가 상당했다.

라면의 전체 양도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양보다 더 놀란 것은 그 비주얼이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군……!’

최상층에 붉은 새우가 해바라기 꽃잎처럼 펼쳐지고.

새우 꽃잎 한가운데에 노른자가 봉긋 솟아 있었다.

포크로 아래를 들춰보니 드러나는 두툼한 문어 다리와 오징어 다리들.

해물의 양도 푸짐했다.

더군다나 그 아래 라면 면도 잔뜩 있었다.

냄새는 또 어찌나 좋은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던 라면 냄새에, 로버트는 알 수 없는 식욕에 빠졌다.

‘어디 한번.’

그는 면을 돌돌 말아 입에 넣고는.

진해 보이는 국물도 한 수저 떠먹었다.

“……!”

라면의 맛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로버트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국물은 매콤한데. 너무 맵지도 않고. 감칠맛이 있군. 면발도 쫄깃쫄깃하고.’

자꾸 먹고 싶은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로버트는 국물을 담은 수저에 라면을 올려서 계속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먹는 속도가 빨라져만 갔다.

후루룩 후루룩―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라면에 푹 빠져들었다.

진작 먹어볼 것을, 왜 안 먹어봤을까 싶었다.

로버트가 라면 그릇에 고개를 박고 먹던 그때.

“저…로버트 님. 그 그거 뭔가요?”

“라면 아니에요?”

“와. 라면 엄청 비싼데, 역시 로버트 님은 뭐든 잘 구하시는군요.”

몬스터 길드원들.

그들 중 한국인들이 로버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라면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인답게, 라면 냄새를 맡자마자 알아챈 것이다.

침을 꼴깍 삼키는 그들에게 로버트는 씩 웃으며 답했다.

“호준이 보낸 음식이지. 다들 출출하니 라면 한 그릇씩 먹자고.”

로버트는 흔쾌히 라면을 나누어 주었다.

라면을 받은 사람들은 가히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오오오! 잘 먹겠습니다!”

“없어서 못 먹는 라면을 여기서 다 먹는군요!”

“와아… 비주얼 장난 아니네.”

“이게 그 유명하다는 갓호준 님 요리군요.”

시중에는 맛좋은 라면을 찾기 어려웠던 탓에 다들 기뻐했다.

‘정말 맛있군.’

라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로버트의 얼굴은 누구보다도 밝았다.

몇 분 뒤.

전 세계, 그리고 한국 팬을 많이 거느린 로버트의 SNS에 글이 올라왔다.

【호준 님이 보내주신 해물 라면, 아주 잘 먹었습니다. 생애 처음 먹는 라면인데 지금까지 왜 안 먹었나 싶더군요.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호준 님의 해물 라면은 비틀로 마을 요정의 쉼터 3호점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 【먹방조아】: 비주얼 실화냐.

└ 【라면돌이】: 와우…나 완전 라면 킬러인데. 꼭 가야겠다.

└ 【지나가는과객132호】: 이번에도 100골드로 파는 거? 100골드라면 진짜 미친 라면ㅋㅋㅋㅋ

└ 【라면돌이】: 100골드면 새우값도 안 나오겠는데여?

└ 【아이돌아이】: ㅇㅇ, 공감, 근데 갓호준 님은 100골드홀릭이라서 요리가 대부분 100골드라는 ㅎㅎㅎㅎ

└ 【라면돌이】: 100골드면 10그릇 먹어야지 ㅎㅎㅎ

새로운 요리.

해물 라면의 소식이 퍼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 * *

【절벽에서 3호점 오픈, 해물 라면 맛 보러 오세요!】

【오늘 하루, 한 그릇 100골드!】

호준은 짧은 멘트와 함께, 3호점 오픈을 소개했다.

글을 올린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가게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엇. 우리가 일등이다!”

“아싸.”

“저, 해물 라면 하시는 거 맞죠?”

“어서 오세요!”

한껏 신나있는 손님들에게 다가간 호준은 메뉴를 안내했다.

“저희 3호점에서는 해물 라면 한 가지만 팔고 있습니다. 가격은 100골드이구요.”

“메뉴가 한 개면, 저희가 따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없나요?”

“면의 굵기를 고를 수 있습니다. 벽을 보면 얇은 면, 보통 면, 두꺼운 면이 있죠. 세 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라면 굵기는 보통입니다.”

호준의 설명이 끝나자 손님들은 벽에 걸어둔 라면 사리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으음….”

“뭘로 하지.”

“난 오동통한게 좋으니까 굵은 면으로 해야겠다.”

“나는 보통으로.”

“나도. 사장님. 보통 2개랑, 굵은 거 하나로 주세요!”

“넵!”

호준은 주문서에 숫자를 적고, 루나에게 주문서를 건넸다.

루나는 호준에게 배운 그대로 라면을 조리하기 시작했다.

착착 탁―

그녀는 냄비에 면을 넣고 육수를 부은 뒤, 위에 정성스럽게 토핑을 올렸다.

탐스러운 태양 오징어 다리, 오동통한 문어 다리도 가득 넣은 뒤.

붉은 왕새우와 노른자 세팅까지 완료.

“주문하신 라면입니다!”

누이가 만든 요리를 동생 루이가 서빙을 했다.

“밥과 김치는 셀프로 가져다 드시면 됩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손님들은 서빙받은 라면을 보며 감탄했다.

“우와아…! 냄새 좀 봐. 국물맛도… 와…밥 비벼 먹고 싶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끝내주네.”

“왕새우 엄청 크다. 이거만 먹어도 배부르겠는데?”

휘잉―착 휘잉―착

호준은 제면기에서 라면 사리를 뽑으며 손님들의 반응을 체크했다.

“아아… 밥 비벼 먹으니까 딱이야.”

“김치도 무제한이라 너무 좋다.”

“원래 라면이 맛있기는 한데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야. 진짜 끝내주네.”

손님들은 라면에 아주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새우와 함께 먹고, 오징어 문어 다리도 먹고.

더불어 밥과 김치도 제공하니 만족하는 듯했다.

라면은 밥을 비벼 먹으며 마무리하기 좋은 음식이었다.

“다들 맛있게 드시니 기분이 좋아요.”

루나가 앞치마를 두른 채로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걸어왔다.

호준은 루나의 비뚤어진 앞치마를 고쳐주며 말했다.

“칭찬이 큰 힘이 되는 법이지. 맛있게 잘 먹었다, 오늘 고마웠다. 감사하다. 이런 말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큰 힘이 되거든.”

“맞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 왠지 내가 제대로 한 것 같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마음이 들죠.”

루나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삐그덕― 삐그덕― 삐그덕―

문이 계속 열리며,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다.

어느새 가게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으으음―!”

“밥 비벼 먹는 게 최고네.”

“오징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라면이랑 먹으니까 은근 맛있어.”

“너무 맛있다. 진심…매일 먹고 싶어.”

많은 이들이 라면에 만족하고, 식사를 배불리 하고 떠나갔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가는 손님들을 마주할 때마다 호준의 마음도 알 수 없는 만족감이 들었다.

루나에게 전적으로 요리를 맡기고 라면 사리와 국물 재고를 늘리고, 밥과 김치도 넉넉히 놓고.

그는 잠시 코코아를 마시며 손님과 가게를 관찰했다.

차분히 관찰한 결과,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요리를 하나만 파니까, 회전율이 높구나.’

치킨처럼 여럿이 먹는 요리를 팔 경우, 여럿이 먹게 되고, 먹는 시간도 길었다.

테이블을 차지하는 시간은 최소 40분 이상.

즉, 기존에는 회전율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에 반해, 라면집은 조금 달랐다.

라면이라는 특성상 길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었다.

손님들이 테이블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봐야 30분?

대부분 20분 내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 보니 테이블이 적어도 손님들이 치고 빠지는 속도가 빨랐다.

‘4인용이 너무 많아. 4인용을 줄이고 1인용 테이블을 많이 늘려야겠구나.’

나중에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심하고.

호준은 뒷문을 열고 나가 계단에 주저앉았다.

지척에 절벽 끝이 보이고. 바닷바람이 이마를 스쳐 지나갔다.

‘슬슬 이무가 올 때가 됐는데.’

이무는 지금 바다에 사냥을 나간 참이었다.

새우랑 오징어 등등을 잔뜩 잡아 오겠다나.

얼마나 잡아 올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호준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내렸다.

그때, 예고도 없이 메시지가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요리에 만족하여 메인퀘스트 달성률이 업데이트됩니다!】

【업데이트 중입니다】

【……】

【업데이트 완료!】

정말 오랜만에 나온 메인퀘스트 메시지였다.

이전에 60%를 달성했으니, 이번에는 한 70% 정도이려나.

많아도 75% 정도?

‘이래놓고 65% 나오면 괜히 실망하는 거 아냐.’

호준은 애써 들뜬 마음을 달랬다.

괜한 기대로 실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메시지를 기다리자, 알람이 울렸다.

띠링―

메시지가 뜨자 호준은 숨을 삼키며 살폈다.

“응?”

그는 당황스러운 듯 눈을 깜박이고는.

눈을 몇 번이나 비볐다.

“왜 이렇게 높아?”

아무리 봐도 너무 높은 숫자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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