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승급
휙휙― 찹찹― 사각사각―
호준은 장미꽃 파이반죽을 만드느라 아주 바빴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꽁돈이 들어왔네~’
무려 20만 어치의 골드가 수중에 들어왔다.
그것도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게다가 도둑의 습격 덕분에 돌벽의 실력도 확인했다.
돌벽은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돌벽 덕분에 특수아이템까지 얻었으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돌돌돌―
【익지 않은 장미꽃 망고파이 완성!】
파이를 트레이 위에 올려놓은 호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조금 전 일을 회상했다.
불과 10분 전, 그는 가이아의 눈물을 사용했다.
【가이아의 눈물】
【효과】: 눈물을 사용한 토지에서 수확하는 열매양이 5배로 늘어납니다!
가이아의 눈물은 효과가 놀라웠다.
눈물의 효과는, 수확량이 무려 5배나 늘어나는 것.
부활의 딸기에 적용하면, 15일에 1개 수확하던 것을 5개나 수확할 수 있었다.
동 시간대 수익이 무려 5배나 늘어나는 것.
【사용 가능 횟수】: 10회 (동일식물 중복 효과 적용 불가)
비록 10번만 쓸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없는 것보다는 100배 나았다.
호준은 당연히 부활의 딸기에 가이아의 눈물을 뿌렸다.
나머지 9번은 미래를 위해 아껴둬야지.
부활의 딸기에 가이아의 눈물을 살짝 떨어뜨리자 메시지가 떴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조금 많은 메시지였다.
【가이아의 눈물 효과가 적용됩니다!】
【앞으로 본 작물에 맺히는 열매의 갯수가 5배로 늘어납니다!】
【가이아 여신의 축복이 추가로 적용됩니다】
【랜덤으로 3가지 효과가 선택됩니다】
【부활의 딸기 복용시 1분간 체력의 40%가 지속적으로 회복됩니다】
【부활의 딸기 복용시 1분간 저주 내성이 생깁니다】
【부활의 딸기 복용시 1분간 혼란 내성이 생깁니다】
‘추가 효과까지 있을 줄이야.’
가이아의 눈물은 랜덤 효과 3개까지 추가해 주었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고.
‘도둑이 복덩이야 복덩이.’
만약 나중에 도둑을 만난다면 감사 인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좋은 아이템을 줘서 고맙다고.
철컥―
호준은 트레이를 오븐에 넣고서, 오븐 문을 닫았다.
【오븐이 자동으로 작동을 시작합니다!】
【장미꽃 망고파이가 완성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붉게 빛나는 파이가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갔다.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던 호준은 기지개를 쭉 켜며 허리를 폈다.
“후우.”
철컥― 철컥―
옆옆 테이블에서는 토순이가 호준을 따라 트레이를 오븐에 넣는 중이었다.
“잘하네. 토순이.”
“뀨우~”
【토순이가 칭찬을 듣고 기뻐합니다!】
【토순이가 더 열심히 하겠다며 몸을 움직입니다!】
토순이는 빈말이 아니라 요리의 요정답게 요리를 잘했다.
호준이 한번 시범을 보이면 그대로 카피해서 요리하는 것.
녀석은 귀를 손처럼 사용했는데 반죽을 탕탕 내리치기도 하고.
조물조물거리며 반죽을 늘려 얇게 피고.
토순이가 반죽을 펴면, 별이가 파인애플 설탕절임을 그 위에 넉넉하게 올렸다.
휘르륵―
바람마법으로 만든 사람 손은 알아서 절임을 반죽 위에 올리고, 반죽을 돌돌 말아 장미꽃처럼 만들었다.
별이는 손 안 대고 요리도 하는 신개념 요리사였다.
달그락 달그락―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가게문을 열고 나가자 미르와 그 등에 올라탄 베티와 샤롯이 보였다.
“다녀왔어!”
베티가 손을 흔든다.
그들은 베티의 저택에서 놀던 찻잔과 찻주전자 수백여 개를 가지러 간 참이었다.
미르가 워낙 빨리 날아다녀서인가.
금방도 왔네.
“수고했어.”
“뭘. 어차피 놀고 있는 찻잔인데. 찻잔은 차 마시는데 쓰는 거지.”
“미르가 힘이 아주 장사던데? 그 무거운 거를 한 번에 들더라!”
“끼르르!”
달그락―
미르가 기운 넘치는 울음을 내뱉고는 묵직한 보따리를 물어 가게 앞에 두었다.
식기도 도착했으니, 마저 요리를 준비해야지.
가게 오픈을 앞두고, 호준과 그의 식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똑똑―
웅성웅성―
“여기가 요정의 쉼터 맞지?”
“아직 오픈 안 했대!”
“줄부터 서자.”
“빨리 서는 게 임자지.”
“아싸. 앞줄이다!”
그로부터 30분 뒤.
구름떼처럼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그때가 예고한 가게 오픈 시간보다 1시간이나 앞선 시각이었다.
줄을 선 손님들은 마치 무한 증식하듯 빠르게 늘어났다.
* * *
“후. 도착이다!”
“금방 왔네!”
요나스 마을의 텔레포트 장치를 내려오는 두 여자.
붉은 머리 앤을 닮은 양갈래 머리의 은지와 백금발 단발을 한 새울이었다.
둘은 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로, 넘쳐나는 식욕을 발산하기 위해 요나스 마을에 왔다.
“얼른 먹고 싶다. 배고파!”
“나두우!”
비싼 돈 들여 요나스 마을까지 온 것은, 당연히 요정의 쉼터에서 맛좋은 음식을 먹기 위함이었다.
단골 음식점, 요정의 쉼터로 발걸음을 옮기며 둘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눴다.
“후후. 오픈 시간보다 30분 일찍 가는 거니까, 줄 별로 없겠지?”
“물론이지! 지난번에도 이 시간대에 오니까 앞쪽에 섰잖아. 한 10분 기다렸던 거 같은데.”
“맞아맞아. 아. 배고파 죽겠다. 오늘은 빵이라며?”
은지가 배를 손으로 슥슥 문지르며 묻자, 새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장미꽃 모양 과일파이래. 이거 봐봐. 완전 맛있을 듯. 비주얼 죽이지!”
“오오! 디저트 카페에서 먹는 것 같다. 가격은 얼마래?”
“100골드. 특4급인데. 미쳤지.”
“미쳤네 미쳤어.”
“진짜 천사인가? 우리야 싸서 좋기는 하지만 후후.”
둘이 과장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특4급이 100골드라는 건 정말 싼 것이었다.
보통 인지도가 높아진 음식점들은 가격을 슬금슬금 올려도 그냥 봐주는 편이었는데.
호준은 정반대였다.
“호준 님은 너무 착한 거같아.”
“그러게. 가격도 착하고.”
오히려 호준은 가격을 100골드로 다운시키고 심지어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니 더욱 사람들 눈에 튈 수밖에 없는 것.
물론, 싸게 먹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이다 보니, 100골드 정책은 손님 입장에서는 대환영이지만 말이다.
“100골드 이벤트 이후로 가격이 올라가지를 않네?”
“농장에서 생산해서 바로 만드는 거니까. 원가를 절감하니까 괜찮다고 그랬대.”
“여기서 먹다 보니까 도시에서 음식을 못 사 먹겠어. 도시에서 특4급이면 600골드 이상은 줘야 할걸?”
“도시에서 특급요리는 아무때나 먹을 수도 없지. 재료 없다고 빠꾸먹기 일쑤잖아.”
“역시… 여기까지 발품 파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완전 독보적이네.”
“오늘 나오는 메뉴 중에 과일절임차가 있는데. 그것도 100골드래. 한번 먹어보자. 달달해서 맛있을 듯!”
“나는 파인애플차 먹어봐야겠다. 파이만 먹으면 텁텁할 텐데 잘 어울릴 거 같아.”
“난 망고 콜!”
흥분한 둘이 발 빠르게 움직여 어느새 토끼바위 근처에 도달했다.
저멀리 보이는 토끼바위를 보며 은지가 생긋 웃으며 달려가는데.
“어……?”
그녀의 눈이 놀란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친구가 발걸음을 멈추자 새울이 그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저… 저거 봐봐!”
새울은 친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헉…!”
보고야 말았다.
새올도 친구와 마찬가지로 입을 쩍 벌렸다.
“무슨 줄이… 토끼바위까지 왔어?”
토끼바위에서 요정의 쉼터까지의 거리는, 도보 10분.
걷자면 걸을 수 있는 거리지만, 꽤 먼 거리였다.
그런데 이미 줄은 토끼바위 언저리까지 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수백의 사람들이 이미 앞에 줄을 서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아아―”
“이러다 못 먹는 거 아냐?”
“제발… 안 끊기기를….”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큰일날 뻔했다.”
둘은 입맛을 다시며 재빨리 줄 뒤에 섰다.
“오늘 먹을 수 있으려나.”
“다음에는 1시간 더 일찍 와야겠다.”
“네 말이 맞아.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웅성웅성―
기대감에 부푼 앞사람을 보며, 둘은 새삼 호준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 * *
가게 오픈을 하자, 정말로.
정말로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가게가 미어터질 것만 같을 정도였다.
‘구독자 수가 늘어서 그런가?’
확실히 구독자 수가 늘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손님 수가 어제보다 2배는 많아진 느낌이 들었다.
체감상으로는 그랬다.
일례로 호준은 왔다 갔다 하면서 단 한 번도, 테이블이 비어있는 걸 보지 못했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역시, 오늘의 신메뉴 파이와 과일차였다.
이 두 메뉴는 아주 인기가 많았다.
특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파이를 추가 주문했다.
한번 맛보면 계속 먹고 싶다는 분위기.
“여기 산딸기파이 3개 주세요! 산딸기차도 같이요! 씹을 때마다 딸기알갱이가 씹히는데 너무 맛있어요. 진짜 새콤달콤하다는 게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봐요!”
“호준님, 여기 망고파이 2개 추가요! 저 망고 킬런데. 진짜. 감동입니다. 망고 알갱이가 터지면서 달달함 폭탄이 터지는 느낌이에요. 정말… 맛있습니다!”
“기존 파인애플은 입 안이 헐어서 잘 못 먹었는데. 여기서 먹으니까 하나도 입이 안 아파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아요! 아, 그리고 파인애플 절임차도 맛이 좋네요! 달달하면서 시큼한 맛이 딱입니다. 포장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전 키위 알레르기가 있어서 키위를 못 먹는데, 유토피아에서는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네요. 이런 상큼한 키위 맛을 모른다면 많이 아쉬웠을 텐데. 호준 님이 만든 키위 요리는 특히, 부드럽게 잘 넘어가고 맛도 훌륭해서 좋아요. 제가 말솜씨가 많이 부족해서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호준이 지나갈 때마다 많은 손님들이 붙잡고 말을 걸어왔다.
다들 맛있다, 고맙다는 칭찬을 해주니 호준은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세요!”
“호준님하고 사진 한번 찍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물론이죠.”
난데없이 사진 찍어달라는 사람들과 한바탕 사진까지 찍었다.
“오오. 저도요!”
“그 다음은 접니다.”
“줄 섭시다. 줄!”
사진이라 함은 각자의 구름 카메라로 캡처를 하는 것이었다.
20명 정도 사진을 찍고 나서 호준은 추가 사진 요청은 정중히 거절했다.
요리를 해야된다고 하니 다들 이해하고 카메라를 집어넣었다.
호준은 분주하게 파이가 떨어지지 않게 계속 요리를 하고.
“여기 있습니다!”
“뀨뀨!!”
“끼루~”
요정들이 바람 마법을 부리거나 아장아장 걸어다니며 서빙을 하고.
이무가 우뚝 서서 햇빛을 가려주었다.
덕분에 야외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은 한결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쾌적한 식사를 했다.
“산딸기파이 3개요.”
“파인애플파이 5개요!”
“복숭아파이 8개 다 주십시오!”
주문은 끊이질 않았고.
과일파이는 빠른 속도로 매진을 향해 달려갔다.
이윽고 모든 과일파이가 고갈되고, 재료마저 고갈되고.
여분으로 만들어둔 치킨, 피자, 전도 고갈되었다.
장사를 끝낼 때가 다가왔다.
“잘 먹고 갑니다.”
“다음에도 또 올게요!”
“오늘 정말 맛있었어요!”
“망고파이 못 잊을 것 같아요.”
“이래서 한번 오면 또 오게 되는 건가 봐요. 너무 맛있잖아.”
“다음에도 또 오세요!”
호준은 손님들의 인사에 화답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손님을 보내고.
늦게 줄을 서 못 먹은 손님들에게는 과일주스 한 잔씩을 주었다.
“재료가 소진되어서 여기까지 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잘 먹겠습니다.”
“다음에는 일찍 와야겠네요.”
“다음에도 파이 꼭 해주세요! 꼭 먹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혹시 파이를 오늘만 파는 건 아니죠?”
“아, 물론입니다. 다음에는 최대한 넉넉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아. 다행이다.”
“다음에는 먹을 수 있겠다.”
“다행이네요. 요거 잘 마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호준이 파이를 만들겠다 답하자 손님들은 안도하듯 숨을 내쉬었다.
다들 파이를 많이 기대했나 보구나.
파이를 더 많이 만들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호준은 사람들을 배웅했다.
“그럼 들어들 가세요!”
“네! 방송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애기들이랑 같이 보는데 너무 재밌다고 맨날 틀어달라네요!”
“다음에도 알 부화 방송 보고 싶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한바탕 사람들을 배웅하고서 숲길을 걸어 돌아오는 길.
저벅저벅 길을 걸어가는 호준의 귓가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타닥타닥―
고개를 돌린 호준은 달려오는 이를 알아보았다.
“오랜만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마을에서 자리 잡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은인.
촌장이었다.
이전보다 더 기력이 넘쳐흐르는 촌장은 소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자네 얼굴 보기가 정말 어렵구만. 급하게 좋은 소식을 발견해서 이리 달려왔네.”
“무슨 소식이길래 그러십니까?”
호준의 물음에 촌장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자네 도움이 절실하네.”
촌장의 진지한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