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장미꽃 파이 & 과일절임차
레드게이트 지도를 얻은 뒤로 호준의 하루 여정은 비슷해졌다.
처음 유토피아에 접속하면, 동물과 농장을 둘러보고.
알 부화기에서 새로운 병아리도 꺼내고.
그리고 레드게이트로 향했다.
레드게이트를 다녀온 뒤에는 별일이 없으면, 가게로 돌아와 요리 시작.
“휴우~ 시작해 볼까.”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는 요리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왠지 빵이 끌리는데. 뭐 괜찮은 게 있을까.”
바삭한 빵을 먹어볼 생각으로 책을 폈다.
레시피가 적힌 책을 두루 살펴보며 요리를 물색했다.
어떤 빵이 좋을까.
생크림팥빵? 슈크림빵? 아니면 소시지빵?
음. 다 맛있어 보인다.
빵이라면 뭐든 다 맛있지.
메뉴를 고르기 쉽지 않다.
책을 이리저리 뒤적거린 끝에, 그는 최종 메뉴를 골랐다.
“이거다.”
【장미꽃 과일 파이】
장미꽃 모양처럼 생긴 과일 파이는 모양새도 먹음직스럽고.
딱 재료도 충분했다.
바삭해보이니 맛있을 것 같네.
밀가루, 계란, 버터, 과일설탕절임, 물.
과일절임은 절임통에 만들어 둔 것이 한가득이었다.
복숭아절임, 드래곤푸르트절임, 산딸기절임, 포도절임, 망고절임, 파인애플절임, 바나나절임, 키위절임, 꿀사과절임까지.
‘종류별로 파이를 만들면 딱이겠네. 좋았어.’
호준은 레시피대로 요리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파이의 반죽 만들기.
밀가루와 계란, 버터를 볼에 넣어 쉐이킹에 들어갔다.
찹찹찹―
그 위에 물을 적당량 붓고 마구 섞어주기.
물을 조금씩 섞으면서 적당히 반죽 모양새가 나면.
【반죽 완성!】
완성 메시지가 뜬다.
이제는 반죽을 납작하게 펼 차례.
도마 위에 반죽 덩어리를 올리고 납작하게 밀어준다.
납작하게 잘 펴진 반죽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싹싹 칼질하고.
‘과일을 올려야지.’
또독―
호준은 과일절임통에서 꺼낸 과일절임을 반죽 위에 투척했다.
첫 타자는 꿀사과절임이었다.
향긋한 꿀사과의 향기는 끝내준다.
갓 딴 사과를 먹는 것처럼 향이 살아있다.
싱글거리는 사과 향을 맡으며 반죽 위에 꿀사과절임을 듬뿍 올리고.
마지막으로 반죽을 돌돌돌 말아 사과절임을 감싸면 끝.
장미꽃 모양의 반죽 완성!
【익히지 않은 장미꽃 꿀사과파이 완성!】
【파이를 오븐에 넣고 구워주세요!】
‘한 판은 구워야지.’
파이를 조심히 트레이 위에 올려놓고 호준은 나머지 파이들도 만들었다.
착착착―
삭삭―
찹찹찹―
【익히지 않은 장미꽃 꿀사과파이 완성!】
손에 익으니 순식간에 예비 꿀사과파이를 만들었다.
트레이를 가득 채웠으니 이제는 파이를 구울 시간.
트레이를 오븐에 집어넣자 자동으로 오븐에 새빨간 불이 들어왔다.
【장미꽃 꿀사과파이가 완성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달아오르는 오븐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파이를 보니 왠지 모르게 미소가 절로 나왔다.
요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어떤 맛일지 기대하게 되니까.
새콤달콤한 사과 향이 퍼져나가니 콧노래가 절로 났다.
‘다음은 복숭아로 만들어 봐야지.’
호준은 복숭아절임 파이도 착착 만들었다.
돌돌돌 말아 트레이 위에 착.
순식간에 복숭아파이와 산딸기파이를 트레이 가득 채워 넣었다.
나머지 오븐에도 파이를 넣고서 잠시 쉬려던 찰나.
딱 맞추어 첫 파이가 완성되었다.
【요리 완성!】
【직업 효과로 요리 등급이 상승합니다!】
【요리스킬이 높아 요리 등급이 대폭 상승합니다!】
【완벽한 장미꽃 꿀사과 파이(특4급) 요리가 완성됐습니다!】
【높은 요리 등급으로 인해 당도가 높아집니다!】
【높은 요리 등급으로 인해 꿀사과의 향이 강해집니다!】
【높은 요리 등급으로 인해 바삭함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됩니다!】
철컥―
오븐을 열어젖히자 향긋한 파이 향이 확 퍼져나갔다.
“음―!”
갓 구운 빵이라서 그런가.
향이 정말 강했다.
“이야. 먹음직스럽네.”
레시피북에서 보았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더 보기 좋았다.
약간 짙은 갈색의 파이 겉면과 바닐라색 속이 동시에 드러나서 고급져 보였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파이 안에서 살살 피어오르는 싱그러운 사과 향.
그리고 두툼한 사과 알갱이들이 보이니 입에 침이 고였다.
비주얼이 이 정도이니 맛은 어느 정도려나.
호준은 파이 하나를 입에 넣고 씹어 먹었다.
“음…!”
꿀사과가 혀에서 춤을 췄다.
파이는 마치 페스츄리처럼 바삭해서 꿀사과의 꾸덕함과 잘 어우러졌다.
씹으면 씹을수록 바삭하고 달달한 과자를 먹는 느낌이 들었다.
“아 진짜 맛있네.”
순식간에 3개를 먹어치운 호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고로 디저트는 그와 어울리는 음료도 있어야 하지 않나.
‘음. 이게 괜찮겠다.’
급하게 레시피를 살펴본 호준은 파이와 어울리는 음료로, 꿀사과절임차를 낙점했다.
오늘은 차와 파이, 세트메뉴로 가야지.
다양한 과일절임차까지 준비하느라 분주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게는 향긋한 과일 향으로 물들어갔다.
* * *
셀레브러티, 유명인사가 되면 그와 관련된 작은 사안들도 뉴스가 되곤 한다.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 말 한마디도 기사가 되는 요즘.
떠오르는 유명인사인 호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준, 100만 구독자 돌파 기념으로 10억 원 쏜다】
【통큰 이벤트 소식에 시청자들 대환호!】
【역시 통이 크다, 대단하다는 반응】
【이벤트 효과인가, 구독자 수 110만 돌파!】
【요정의 쉼터 공지사항란에 이벤트 당첨자 발표 예정!】
【요정의 쉼터 홈페이지 마비 우려】
그의 통 큰 이벤트 소식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 역시 갓호준스케일.
└ 나도 성공하고싶다!
└ 다음에는 어쩌면 요정왕뽑아서 성공할지도!
└ 누구나 가능성은 열려있음.
└ ㅇㅇ.
└ 부럽다 부러워.
└ 10억 쏴도 되는 인생임.
대체로 돈 많아서 부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 아. 학교가느라 접속못함 ㅠㅠㅠ
└ 나도. 젠장!!
└ 이히. 나는 수능끝나서 가능하지롱.
└ 부럽다ㅠㅠ
└ 회의때문에 접속못했는데 하필 오늘 ㅠㅠ
└ 다음에 또 이벤트 안하나요
기회를 놓친 이들의 아쉬운 한탄도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요정의 쉼터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공지】이벤트 당첨자 1,000명 명단 공개. (지급 1시간 뒤 일괄발송)
공지 글에는 이벤트 당첨자 명단과 함께 호준이 장미꽃 파이를 먹는 짧은 영상이 같이 올라왔다.
【오늘의 특별메뉴!】
【장미꽃 꿀사과파이 & 꿀사과차 세트메뉴.JPG】
【다른 과일들도 세트메뉴로 팝니다!】
【2시간 뒤, 요정의 쉼터로 오세요~】
【먹방.AVI】
공지 글을 보러온 사람들은 자연스레 호준의 파이 영상을 클릭했고.
└ 오. 맛있어보임! 미리 가서 줄 서야겠다.
└ 줄 서야지 먹을 수 있음.
└ 와. 오늘은 빵이네. 이거 보니까 배고프다.
자연스레 가게 홍보도 됐다.
공지 글을 살펴보며 씩 미소짓는 여자, 리선화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요리하느라 바빠서 농장이 한산했던 거로군.’
리선화는 씩 웃으며 공지 화면을 껐다.
그녀가 그림자에 은신해 둘러본 결과, 호준의 농장은 매우 한산했다.
호수 근처에 있던 요정들도 가게 쪽으로 가는 것이 감지됐고.
호수에서 잠자는 이무기를 제외하고는 각 잡고 경계할만한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무방비함 그 자체.
‘좋았어.’
보초가 없으니 마음 편하게 털어도 될 듯했다.
2시간 뒤 오라는 공지 글로 보아서는 다들 분주하게 요리 중이겠지.
그림자에 은신한 상태인 그녀는 돌벽 쪽으로 향했다.
그림자에 완전히 몸을 묻은 리선화는 나무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를 뛰어넘어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림자와 완전히 동화되기에 육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상황.
그녀가 돌벽으로 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까 농장을 돌면서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
돌벽 안쪽에 진귀한 작물들을.
한 곳에 진귀한 작물이 많기에 이리저리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진귀하단 말로는 부족하지. 노후자금으로 써도 될 정도니.’
호준이 가진 작물은 말 그대로 진귀하다는 한 단어로 말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호화스러운 작물들이었다.
씨앗을 얻는 방법은 거의 우연이나 다름없어서 공급이 불안정했고 그래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곤 했다.
1급 이상 씨앗이라면 돈은 두둑이/, 챙길 수 있다.
‘황금 쌀에 청소 열매, 그리고 커피콩까지 있었지.’
그리고 호준이 가진 작물은 특급작물이었다.
리선화는 입맛을 다시며 돌벽 가까이 다가갔다.
이미 리선화는 돌벽을 조사한 상태였다.
돌벽에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미동조차 안 했다.
만약 벽에 무한의 심장을 장착했다면 움직였으리라.
‘훗. 내가 가져간다.’
돌벽을 훌쩍 뛰어넘은 리선화는 은신을 풀었다.
오른손으로 줄을 쥔 채로, 아공간 주머니를 넣어 입구를 벌렸다.
그녀가 작물 그대로 집어넣기 위해, 줄기를 잡아당기는 순간.
끄르르르―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리선화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뭐야?’
시야가 어두워지자 리선화는 예민한 고양이처럼 위를 올려다보았고.
머리 위에 벽에서 튀어나온 동그란 물방울을 발견했다.
꿀렁거리는 물방울이 왠지 모르게 불길했다.
‘저게 뭐야?’
리선화가 날을 바짝 세우며 뒷걸음질 치는 순간 물방울이 터졌다.
촤자작―
물방울은 순식간에 리선화를 뒤덮더니 단단하게 굳기 시작했다.
동그란 타원형의 물방울 안에 갇힌 리선화는 주먹으로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아무리 안에서 두드려보아도 돌벽은 부서지지 않았고, 매우 단단했다.
“젠장. 도대체 이게 뭐야? 설마…?”
무한의 심장이 장착된 것일까.
그러한 가정이 서자 리선화는 다급해졌다.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돌벽을 단도로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위험하다.’
리선화는 단도로 마구 벽을 찔렀고.
정신이 없는 그 틈에 등 뒤에서 다가오는 날카로운 돌 꼬챙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푹―
단단한 돌꼬챙이가 리선화의 심장을 뚫었다.
“크윽…!”
리선화는 피를 토하며 이를 갈았다.
이리로 오기 전, 그녀는 길드 자금까지 손을 댔고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었다.
길드 창고에 있던 길드원들이 모아둔 아이템에도 손을 댔건만.
이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심지어 빼앗기고 죽어서는 안 됐다.
숨자. 은신해서 살 구멍을 마련해야지.
마지막 기력을 다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은―.”
푹―
그러나 스펠을 외기도 전에 돌꼬챙이가 뒤통수를 꿰뚫었다.
마지막 남아있던 신경줄이 끊어지자 그녀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졌다.
【당신은 매우 단단한 돌꼬챙이에 꿰뚫려 사망했습니다】
【사망 페널티로 인해 레벨이 낮아집니다】
【사망 페널티로 인해 23만 1천 223골드를 잃습니다】
【사망 페널티로 인해 …】
‘젠장. X 됐다.’
리선화가 원한을 마음 깊이 새기며 눈을 감은 그 시각.
홀짝―
호준은 가게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요정들에게 배부른 식사를 제공하고 여유를 즐기던 찰나.
【허접한 돌벽이 보고합니다】
【침입자 1 제거 완료】
【23만 1천 223골드를 얻었습니다!】
【새로 얻은 아이템이 있습니다!】
【……】
허접한 돌벽이 침입자를 제거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새로 얻은 아이템 내역을 확인한 호준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런.”
【가이아의 눈물】
【등급】: 특5급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눈물은 대지를 풍족하게 만듭니다】
【효과】: 눈물을 사용한 토지에서 수확하는 열매 양이, 5배로 늘어납니다!
도둑이 조금 더 많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호준은 차를 홀짝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