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출발
숲에 위치한 작은 마을.
한 오두막집에서 복숭아족이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그는 볼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한껏 들떠 보였다.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콧노래까지 부른다.
“룰루루루! 물을 주자 물을 줘!”
그는 시냇가 물을 떠 와 밭에 물을 주었다.
촤악―
뒷마당 텃밭이 수분으로 촉촉해져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복숭아족 여인이 싱글거리며 걸어왔다.
“여보 일찍 일어났네요?”
“일찍 일어나야지! 오늘이 무슨 날인데.”
“우리 복숭아족이 과일의 왕으로 등극하는 날이죠 호호호!”
“즉위식만 끝나면 딸기성도 완전히 우리 차지라고 후후! 지금까지 딸기족이 누려왔던 번영과 풍족도 다 우리 차지일세!”
“어서 물 주고 성으로 가요. 저희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야지요.”
“맞는 말이요 여보! 엇차!”
“나도 도울게요!”
복숭아족 여인은 남편이 물 주는 것에 동참했다.
그녀는 속이 움푹한 잎사귀에 시냇물을 담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쿵―
“어멋!”
갑자기 땅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복숭아족 여인이 눈을 크게 뜨며 기우뚱하는 몸을 바로세웠다.
“휴우. 놀라라.”
다행히도 진동은 한 번으로 멈췄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복숭아족 여인에게 남편 복숭아족이 말했다.
“자네 괜찮나? 힘이 들면 잠시 쉬고 있구려. 그늘에서 쉬구려.”
“아니에요. 잠깐 땅이 흔들려서 놀란 것뿐이에요.”
“아까부터 진동이 있는데 방금 건 조금 크군. 뭐. 지렁이들이 왔다갔다 하는 거 아니겠나. 별일 아닐 테지.”
“맞아요 여보. 별일 아니겠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복숭아족 여인이 밭에 물을 뿌렸다.
촤악―
수분을 머금어 작물이 파릇파릇해졌다.
잠시 뒤, 둘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딸기성으로 떠났다.
쿵― 쿠쿵―
미세한 진동이 복숭아족 부부와 함께했다.
“오늘따라 조금 시끄럽구려.”
“그러게요. 요상하게 딸기성으로 향할수록 더 커지네요.”
고개를 갸웃하는 그들은 몰랐다.
딸기성으로 향하는 누군가가 지하에 도사리고 있음을.
* * *
쿠쿠쿠쿵―
호준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자이언트웜을 탄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 와. 개빠르다.
└ 역시 버스가 최고야!
└ 메모) 킹 자이언트웜을 만나면 협박한다.
└ 메모2) 자이언트웜을 타고 다니면 지하를 마음대로 누빌 수 있다!
└ 무슨 흙이 설탕처럼 녹아버림 ㅋㅋ
츠츠츠츳 츠츠츳―
킹 & 퀸 자이언트 웜이 초록 침을 튀기면 흙이 설탕처럼 녹아버리고 굴이 생겨났다.
그 길을 따라간다.
이 얼마나 간단하단 말인가.
지름길로 가니 이동시간이 단축되었고.
호준이 할 일은 두 지렁이가 일 잘하나 지켜보는 것뿐.
호구 역시 빨리빨리 이동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눈이 마주치자 녀석은 누가 봐도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호준님! 이제 두더지족 지역에 금방 도착할 거 같습니다! 돌아가지 않으니 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 잘 됐군.”
“역시 호준 님은 딸기족을 구원하기 위해 선택받은 분! 지하세계의 왕 킹 자이언트웜을 이리 쉽게 다스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내가 좀 대단하지.”
“크― 멋집니다! 왕자님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농담이었는데 진심으로 받아들이니 뭐.
호준은 피식 웃었다.
└ ㅋㅋㅋ 호구 완전 호감
└ 귀엽네
└ 호준님팬됌 ㅋㅋㅋ
└ 저 반짝이는 눈을 봐라. 쟤는 찐이다!
호준은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호구의 머리를 앞으로 돌렸다.
“호구. 방향.”
“아, 네! 직진으로 가면 두더지족 거주지가 나옵니다.”
“들었지 지렁이? 직진이란다.”
호준이 킹 자이언트웜의 이마를 톡톡 치자, 녀석이 답했다.
― 들었다. 저기… 부탁이 있는데.
“무슨 부탁?”
― 나 혼자도 충분해 보이는데 우리 집사람은 돌려보내 주는 게 어떤가? 내 몸에 다 올라타도 충분하네!
호준은 킹 자이언트웜의 말에 뒤를 슥 돌아보았다.
뒤에 따라오는 퀸 자이언트웜의 머리 위에는 미르와 다크니스, 츄츄가 올라타 있었다.
녀석들에게 무슨 말을 듣기라도 한 걸까.
퀸 자이언트웜은 호준과 눈이 마주치자 눈빛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따라왔다.
아까 칼로 위협한 것이 어지간히 무섭기는 한 모양이다.
“안 돼.”
― 왜 안 되나! 논리적으로 봤을때 나 혼자서도 너희 전부를 태울 수 있다.
“퀸이 없으면 너는 도망갈 거잖아. 안 그래? 퀸이 다칠까 봐 지금 살살 기는 거 아냐?”
― 아. 그 그건.
“네 말대로 논리적으로 따지면, 인질이 있어야 네가 우리말대로 움직이겠지. 인질이 사라지면 우리 말대로 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 쳇.
킹 자이언트웜이 아쉬운 듯 헛기침을 하고는 움직이는 데 집중했다.
호준은 피식 웃으며 녀석의 이마를 두드렸다.
“얌전히 도와주면 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거다.”
“맞습니다. 우리 호준 님은 도와주신 공을 잊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니 웜님도 부디 도와주시지요!”
― 호구 너는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뜰 게다.
“저 어떻게 아셨습니까? 딸기족은 원래 물 위에서 둥둥 뜹니다.”
― 아니 그 소리가. 쳇. 됐다.
그렇게 킹 자이언트웜을 살살 달래가며 땅굴을 파고 들어가자.
거대한 바위가 바닥을 가로막았다.
뜬금없이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자 호구가 화색을 띠며 말했다.
“오오! 여깁니다. 저 바위만 넘어가면 됩니다. 이 돌은 웜님의 침으로도 어떻게 안 될 텐데. 음. 근처에 돌아가는 길이 있는지 알아보고 올까요?”
호구의 물음에 호준은 고개를 저었다.
“잠깐 기다리도록.”
킹웜에게서 내려온 호준이 바위를 두어 번 툭툭 손바닥으로 두드리고는.
주먹을 높이 들어 바위를 내리쳤다.
쩌저저적―
바위가 그의 주먹이 닿은 지점을 기점으로 다섯 조각으로 부서졌다.
“허업!”
― 괴물이군.
└ ㅎㄷㄷ. 손가락으로…! 역시 갓호준!
└ 나도 손가락으로 바위 부수고 싶다
└ 역시 레전더리 클라스는 다름
└ 간지난다 ㅋㅋㅋ
└ 호구 입 벌린 거 봐 ㅋㅋㅋ
“지금부터 두더지족 거주지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호준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 뒤 훌쩍 뛰어내렸다.
먼지구름으로 가득한 바위 밑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푸앗! 누, 누구냐 찍!”
“적이다찍!”
“적이 침입했다찍!”
“바위문이 뚫렸다찍! 전투에 대비하라찍!”
“지원군을 불러야한다찍!”
고구마같이 생긴 오동토동한 몸을 지닌 두더지들이 팔다리를 흔들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도합 여섯 마리가 굴 안쪽으로 뛰어갔고.
다들 눈이 나쁜 건지 아니면 당황했는지 호준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모두 다 도망간 것은 아니었다.
“잡았다.”
“끼윽! 사 살려주시오찍!”
호준은 재수 없이 그의 무릎에 부딪혀 넘어진 하얀 수염을 가진 두더지 한 마리를 포획했다.
그가 두더지의 몸에 줄을 단단히 묶고 바닥에 내려놓자 호구가 다가왔다.
호구는 두더지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윽박질렀다.
“네 이놈. 딸기왕자님은 어디 있냐! 당장 말하라! 딸기족과 오랜 동맹 관계였던 두더지족이 배신을 하다니. 기필코 복수를 할 것이다!”
호구의 외침에 하얀 수염 두더지는 허옇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끅. 캑. 말 좀 하게 흔들지마쇼찍! 울렁거려서 말을 못 하겠소찍!”
“당장 말해라!”
호구가 하얀 수염 두더지를 바닥에 내팽겨쳤다.
하얀 수염 두더지는 가슴을 몇 번 치더니, 입을 열었다.
“에구. 나 죽네 죽어찍!”
“진짜 죽게 만들어 줄까! 앙!”
“따 딸기 왕자를 찾는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구려찍!”
“무슨 소리지?”
잠자코 지켜보던 호준이 말하자 하얀 수염 두더지가 호준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딸기왕자의 행방은 두더지 대장만이 알고 있소찍! 저 같은 말단 병사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보초만 서지, 내부 일을 알겠소찍? 그냥 소문으로 들었는데 딸기왕자가 어디 은신처에 있다고는 하더이다찍! 위치는 나만 한 위치가 알 만한 정보가 아니오찍!”
“아닙니다. 호준님 이 녀석이 거짓말하는 겁니다. 이놈! 아는 대로 다 불어라!”
호구가 다시 팔을 휘휘 저으며 위협의 자세를 취했다.
하얀 두더지가 흐익 하며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사실이오찍! 나는 자랑스러운 두더지족의 병사로서 여기까지밖에 모르오찍!”
“이 녀석이 뜨거운 딸기 맛을 봐야겠구나!”
취조를 담당하기로 했던 호구였는데 아무래도 역할에 심취한 모양이다.
호구가 꽁무니에서 딸기 씨앗을 꺼내들더니 팡팡 바닥을 내리치자 씨앗이 방망이처럼 커다랗게 변했다.
두더지 머리만큼 커진 방망이를 위로 들어 올리자 하얀 두더지가 힉힉 거리며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 오오 ㅋㅋㅋ
└ 저 검은 씨앗이 저런용도였음?
└ 뜨거운 딸기 맛이래 ㅋㅋㅋㅋ
└ 호구 은근 심문 잘하는데?
└ 그러게. 멋진 호구다! ㅋㅋㅋ
└ 연기 잘하네!
호구의 할리우드액션이 통한 것일까.
“흐윽. 그것만은찍…! 씨앗방망이는 아프단 말이오찍! 사실은… 내가 알기로 수장 두더지님이 다 알고 있다고 들었찍!”
“앙! 하나라도 숨기는 게 있으면 넌 방망이 10대씩 맞을 거다! 이 씨앗 방망이 맛을 보면 펑펑 울고 싶을 게다!”
“봐, 봐주시오찍!”
호구가 다가가자 두더지가 꾸물거리며 뒤로 기어갔다.
그러나 줄에 묶인 채로 도망가기란 역부족.
호준은 줄을 꽉 잡은 채로 지켜보았다.
그렇게 두더지가 입을 달싹이는 것을 지켜보는데.
누군가의 외침이 동굴에 울려퍼졌다.
“잠깐찍!”
그 목소리는 하얀수염 두더지에게서 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중후하고 묵직한 목소리.
“나는 두더지족의 수장일세찍! 나와 이야기하지찍!”
황금색 두더지가 굴 안쪽에서 나타났다.
나무 지팡이를 짚은 녀석이 가까이 걸어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왕자는 잘 보호하고 있네찍! 호구찍!”
“수, 수장님!”
호구가 딸기 씨앗 방망이를 내던지며 수장 두더지에게 달려들었다.
“으으응?”
방금까지 겁에 질려 있던 하얀 수염 두더지가 눈을 비비적대며 둘을 바라보았다.
* * *
수장 두더지의 안내를 받아 호준 일행은 딸기왕자가 위치해 있는 은신처에 도착했다.
뻥 뚫린 천장에서 햇빛이 들이치는 따스한 분위기.
따뜻한 토굴에서 모든 사건의 중심, 딸기왕자를 만났다.
“저를 찾아 오셨다구요. 감사… 아니 넌 호구 아니냐!”
“왕자니임!”
“네게는 미안하구나. 말도 못하고 떠나서.”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미안하다. 네겐 너무 미안하구나, 호구야.”
“이 호구, 왕자님께 다 드릴 수 있습니다!”
호구와 감격의 상봉을 마친 딸기왕자는 은신처까지 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혼자 남은 딸기왕자는 지하 딱정벌레에게 잡아먹힐 뻔했고 수장 두더지가 우연히 발견해 구해줬단다.
그 뒤 다리를 다친 왕자를 치료하기 위해 이 은신처로 데려왔다고.
오히려 수장 두더지는 왕자의 요청으로 호구를 찾아다녔단다.
“저 호구라는 녀석을 데려오려고 두더지를 보냈는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찍! 우리도 호구의 행방을 찾고있었다찍! 이 사항은 기밀로 유지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말단 병사들도 모르게 진행했지찍!”
“전 그것도 모르고.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괘념치 않는다찍!”
모든 오해를 풀자 이제 진지한 이야기에 접어들었다.
호준은 왕자의 왕위회복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왕자님. 이분은 지하의 왕 킹 자이언트웜을 단 5초 안에 무너트린 분이십니다. 우리의 희망이지요!”
호구의 이야기를 들은 딸기왕자는 눈을 감더니, 잠시 뒤 눈을 떴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호준 님, 저는 지금까지 수많은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 부모님과 형제자매, 수많은 딸기족을 죽인 복숭아왕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 긴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힘이더군요.”
“…….”
딸기왕자가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말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제가 왕좌에 오르면, 딸기성의 적법한 왕으로 인정받아 딸기성의 수많은 배치된 무기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 무기들로 여러분을 보호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제가 왕좌에 앉을 수 있게 도와주신다면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와, 왕자님!”
딸기왕자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호구는 냉큼 딸기왕자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두 분 모두 일어나시죠.”
호준은 미소를 지으며 딸기왕자와 호구를 일으켜세웠다.
딸기왕자는 간절함을 담아 호준을 바라보았고, 호준은 답을 주었다.
“저는 선왕이신 딸기왕님께 부탁을 받은 몸입니다. 당신이 왕좌에 반드시 앉도록 돕겠습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니까요.”
“오오! 감사합니다!”
딸기왕자는 호준의 등 뒤에서 후광을 느꼈다.
실제로 천장에서 내려온 빛이 호준에 비치기도 했지만.
어쨌든 지금 왕족도 국민 대부분도 다 죽어 없는 마당에.
약속했다는 이유로 힘 없는 왕자를 돕겠다고 나서다니.
절을 천 번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딸기왕자는 전의를 불태우며 눈을 빛냈다.
한편으로 호준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딸기족은 빚을 지지 않는다. 아들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그의 2배는 돌아주어야 한단다. 그게 사람으로서의 도리야.’
아버지의 말씀이 딸기왕자의 머리를 맴돌았다.
‘호준 님에게도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해.’
딸기왕자는 호준과 악수를 하며 슬쩍 물어보았다.
“호준 님, 나중에 일이 잘 풀리면 답례를 드려도 괜찮을까요? 괜찮으시다면 어떤 종류의 선물을 좋아하는지도 살짝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딸기왕자는 눈을 반짝이며 답을 기다렸고.
호준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답례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저도 이 전투로 많은 걸 얻거든요.”
호준은 그 말이 맞는 말이기에 태연히 말했지만.
정작 딸기왕자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계산적이지 않은, 욕심없는 영웅.
‘이런 분께 고작 작은 선물로 퉁치려고 하다니. 나도 참 어리석구나.’
딸기왕자는 작은 선물을 드리려던 스스로를 깊이 반성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좋은 것을 드리자 마음먹으니, 무엇을 줄지 금방 결정할 수 있었다.
‘딸기족의 국보, 그걸 드리자.’
딸기성을 움직이는, 세상에 드러나지 말아야 할 국보.
그것을 선물로 점찍으며 딸기왕자는 호준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뭘. 괜찮다.”
호준은 부담스럽게 반짝이는 딸기왕자의 눈빛에 어깨를 으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