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53화 (153/200)

153. 비밀 통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불가능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특별함을 입증한 거니까.

그런 점에서 호준은 특별했다.

남들과 달리 레드 게이트를 마음대로 드나들었고.

K그룹과의 독점 광고계약에다가 희귀한 레전더리 플레이어라는 점까지.

언론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 주목을, 요정의 알 부화방송으로 한 번 더 받게 되었다.

└ 요정의 알 부활방송 봤음?

└ ㅇㅇ. 츄츄 졸귀더라!

└ 요정의 집이랬나? 요정왕만 쓸 수 있는 거라는데. 진짜 대박인듯. 4일마다 요정이 한명씩 늘어나면 1년이면 몇 마리야.

└ 1년이면 91마리임. ㅎㄷㄷ. 2년이면 182마리네.

└ 혼자서 나라도 세우겠다.

└ 완전 가능!

요정의 알 부화 방송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호준만의 콘텐츠였고.

요정이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방송 시청자수도 높았기 때문에, 이번 방송의 주인공, 츄츄의 인기도 높았다.

└ 츄츄 자면서 쩝쩝대는 거 졸귀 ㅋㅋㅋ

└ 아아. 힐링된다! 뭐 먹는 꿈꾸나 봐.

└ 쥐는 아몬드 같은 거 먹으려나?

└ 글쎄? 아직 뭐 먹는 걸 못 봄.

└ 귀여워어엇! 츄츄 인형 나오면 좋겠다!

└ 아무랑 메이도!!

└ 미르랑 송이 빼먹지 말라구우!

츄츄가 알에서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츄츄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고 관련 기사도 많이 나왔다.

【츄츄, 햄스터계의 귀요미!】

【츄츄팬들, 츄츄 인형 나오게 해달라!】

【요정의 쉼터, 자체 상품 만드나?, 수요는 이미 충분!】

츄츄가 잠꼬대를 하는 움짤이 퍼져나갈 정도로 츄츄의 인기가 치솟았다.

└ 츄츄 인형 밤에 안고 자면 폭신폭신해서 좋을 것 같음

└ 동감 2222 자유게시판에 자주 글 올리면 인형 만들어주려나?

└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그럴지도! 이미주 PD님은 자유게시판 자주 들린다고 들었음.

그렇게 츄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때 쯤.

레드 게이트 라이브 방송이 대중에게 알려졌다.

【호준, 레드 게이트 도전! 입장 전 복숭아 호수 박살내다!】

【경치 좋은 복숭아 주스 호수, 그 위치는 대체 어디?】

【복숭아 호수 증발 영상】

【밀착연구) 호준과 함께하는 이무, 그 정체는 무엇인가!】

└ 갓호준 님, 레드 게이트 라이브 방송한대!

└ 오홍! 닥치고 ㄱㄱ다.

└ 츄츄도 같이 갔음. 크!

└ 오 츄츄도 싸우려나.

└ 글쎄. 그 짧은 다리로 펀치라니 ㅋㅋㅋㅋ

└ 주머니에 넣었다고 함ㅋ 츄츄 보러 가야지!

호준보다 츄츄 보러 간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어쨌든 여론은 보러 간다 쪽으로 기울었다.

‘재미있네.’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한 남자가 씩 웃으며 수저를 들었다.

금발의 로버트, 그가 뜨끈뜨끈한 김치찌개에 밥 한 숟가락을 넣고는 싹싹 비볐다.

밥이 발갛게 물들어 국물이 스며들자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돼지고기와 김치도 젓가락으로 집어서 먹자.

“음―!”

정말 맛있다.

이 말이 절로 나올 맛이었다.

“김치가 최고네.”

칼칼하니 속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는 밥 한 공기를 더 꺼내 국물에 비벼서 먹었다.

잠시 뒤, 찌개 국물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맛을 왜 지금에야 알았을까.”

그는 김치전을 쪽쪽 찢어 먹으며 후식을 즐겼다.

김치전을 만들 때 들어가는 고소한 기름 맛이 김치의 칼칼함과 궁합이 맞았다.

바삭바삭 김치전을 과자처럼 한 판 해치우자 허기가 가셨다.

‘방송이나 한번 볼까.’

로버트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호준의 방송에 접속했다.

오늘도 시청자수는 빠르게 늘고 있었다.

늘 그렇지만 호준의 방송은 배울 점이 많았다.

‘레드 게이트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건, 이 방송이 유일하지.’

호준의 방송을 보고 대리 경험하는 것은, 레드 게이트 공략에도 큰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마 그 이유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말없이 감상하는 걸지도.

물론 팬들도 많지만 말이다.

정리하자면 학습용으로도, 흥미용으로도 괜찮은 방송이었다.

‘이러니 구독자수가 계속 늘어나는 거겠지.’

로버트는 호준이 레드 게이트로 진입하는 것을 눈여겨 지켜보았다.

잠시 화면이 깜박이더니 3초 뒤, 정상화되었다.

화면을 확인한 로버트는 입을 크게 벌렸다.

“와우…!”

화면 속을 가득 채우는 저 거대한 성은 뭐란 말인가.

딸기 모양을 한 성은 압도적으로 거대했다.

딸기성 앞에서 사람은 개미만도 못한 존재로 보일 정도.

만약 저 안에 몬스터가 있다면 족히 10만 마리는 거뜬할 듯 했다.

‘위험하겠는데.’

아무리 호준이라도 혼자서 10만 마리는 무리 아닐까.

로버트는 염려하는 마음에 딸기성에서 호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호준의 모습에 로버트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화면 속 호준은 당황한 기색이라고는 없이 웃고 있었다.

저 자신만만한 웃음은 당황보다는, 오히려.

‘즐거워 보이는군.’

재미난 놀이기구를 타기 직전, 기대에 찬 얼굴.

딱 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호준의 모습을 바라보며 로버트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얼마나 놀라게 할지 기대되는군.”

로버트는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듯 화면에 몰입했다.

* * *

“츄츄츄!”

【츄츄가 딸기성을 먹고 싶어 안달 나 합니다!】

츄츄가 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밀고는 흥분의 울음을 내뱉었다.

이 녀석은 먹어본 적이 없는 딸기 맛을 아는 걸까.

츄츄는 딸기성을 보며 침을 주르륵 흘렸다.

다크니스와 미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끼루!”

“냐앙!”

둘은 꼬리를 마구 흔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산딸기와 조금 모양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딸기성과 산딸기가 비슷하다는 걸 인지한 모양.

“얘들아. 이거 먹자.”

호준은 배고픈 녀석들에게 산딸기를 건네주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성 한번 오지게 크네.’

딸기성은 날아갔을 때 20분 정도 걸릴 만큼 멀리 있었는데, 멀리 있음에도 아주 많이 컸다.

설산의 10배 정도 크기는 될 듯하다.

높이도 너무 높아서 딸기 꼭지가 일부만 보일 지경.

‘복숭아 왕이 저기 사는 건가.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로군.’

호준은 눈을 감고 이번 미션을 회상했다.

【레드 게이트】

【권장 레벨】: 80 이상

【출몰 몬스터】: 과일 타입 몬스터 50만 마리 이상

【제한 시간】: 3 시간

【미션 설명】

―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것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굴러들어온 복숭아 세력이 딸기왕을 독살하고 왕좌를 빼앗았습니다.

왕위를 찬탈한 복숭아 왕은 딸기주민들을 괴롭히고 압박하여 그들을 노예로 삼고자 하는데. 딸기주민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고 그들을 구해줄 자는 오직 당신뿐.

복숭아 왕을 제거하고 올바른 왕위계승자 딸기왕자를 왕으로 앉히십시오. 딸기국의 혼란을 잠재운 자에게는 훌륭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미션】: 제한시간 내에 왕위 찬탈자 복숭아왕을 제거하고, 딸기 왕자를 왕좌에 앉히라!

【클리어 보상】

1. ??의 ?? 1개

2. ?? ??? 칭호

3. 3일 동안 ?? ? 상승

4. 딸기국의 ????

【실패 페널티】

* 레벨 ―9 감소.

* 일주일 동안 경험치 ―80% 디버프 부여

* 일주일 동안 전 스탯 40%로 저하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복숭아 왕을 죽이고, 딸기왕자를 왕좌에 앉혀라.’

문제는 미션이 조금 복잡하다는 점이었다.

만약 3시간 내에 복숭아 왕을 죽이는데 성공한다고 치자.

그런데 복숭아 왕을 죽이는 사이, 딸기 왕자가 죽어버리면?

‘실패 처리되지. 딸기 왕자를 왕좌에 못 앉혔으니까.’

결국 딸기왕자를 찾아내는 것이 순서였다.

먼저 왕자를 찾는다.

그다음 복숭아 왕을 죽여버리고 딸기왕자를 그 자리에 앉히면 끝.

계획을 마친 호준은 채팅창을 확인했다.

└ 오. 딸기성…?

└ 스케일 지리네. 레드 게이트 클라스다 뭐 이건가.

└ 저길 어떻게 들어가지?

└ 자세히 보면 딸기 씨앗처럼 검은 점들이 많음, 저게 문 아닌가?

└ 오오 그런가?

호준은 시청자들에게 미션을 간단히 소개했다.

왕위 찬탈자 복숭아왕을 죽이고, 딸기왕자를 왕 자리에 앉힌다는 내용.

지금부터 딸기왕자를 찾겠다고 말을 마치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 오오. 왕좌 교체네요. 그런데 3시간 만에 가능함?

└ 저 거대한 성에서 딸기왕자 찾는데만 3시간 걸릴 듯.

└ 호준 님은 가능하지 않나. 미르라는 기동력이 있음.

└ 하긴. 그건 그런데.

어렵다, 안 어렵다, 불가능하다 등 다양한 반응들.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많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 광활한 지형을 다 수색하려면 3시간으론 턱없이 부족하니까.

그러나 호준의 생각은 달랐다.

시도해보기 전에는 뭐든 알 수 없는 법.

‘움직이자.’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는 것이 상책이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으니까.

“어렵지만 도전해보겠습니다. 미르! 다크니스!”

호준은 미르와 다크니스를 불러 떠날 채비를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자, 그럼. 딸기왕자 수색을 시작하겠습니다. 미르 가자!”

“끼루루!”

미르가 날개를 내려치며 높이 날아올랐다.

미르는 호준이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갔다.

딸기성으로 향하는 길.

울창한 숲 위를 10분 정도 날았을 즈음 뭔가 나타났다.

“저기 뭐가 있네요. 한번 가 보겠습니다. 미르!”

“끼루루!”

잠시 뒤 호준 일행은 딸기모양 집들이 모인 곳에 착륙했다.

딸기모양 집에는 초록색 문이 하나씩 있는데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문이었다.

호준은 딸기집 수색에 들어갔다.

제일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아수라장이 된 집 안이었다.

테이블과 의자, 침대 곳곳에 블루베리 비슷한 열매들이 흐트러져 있고.

“이건 뭐지?”

바닥은 꾸덕꾸덕한 물컹거리는 젤리와 빨간 물이 가득했다.

생명의 느낌은 전혀 없었다.

호준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젤리와 액체를 만져 보았다.

젤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액체 또한 마찬가지였다.

손에 달라붙지는 않는 재질이었다.

“차갑네요. 정체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집으로 가보죠.”

호준은 젤리를 털어버리고 집을 나서 옆집으로 향했다.

옆집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아수라장, 젤리, 빨간 물.

집을 수색하면 할수록, 추측도 늘어만 갔다.

└ 뭐지?

└ 왜 아무도 없음?

└ 딸기집이니까 딸기주민이 사는 거 아닌가욤?

└ 그니까. 뭔가 음산함.

└ 바닥에 저 물컹거리는 거. 딸기주민 시체 아님?

└ ㅎㄷㄷ. 오싹.

└ 진짜 그런 느낌인데?

└ 저 젤리 같은 것도 시체잔해인 거 아님. 으 소름.

‘정말 그럴지도.’

호준도 시청자와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분명 나뭇잎으로 만든 책상과 의자, 침대같은 가구.

그리고 식량으로 보이는 작은 열매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있었다.

퀘스트 내용대로 보자면, 딸기주민이 살법한 집임에도 아무도 살지 않는다?

아마도 주민들이 토벌되어 다 사라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마도 저 빨간 물과 젤리는 그 잔해인지도.

10분여 간의 수색끝에 호준은 마지막 집에 도달했다.

이 집은, 다른 집보다 조금 규모가 컸다.

“여기가 마지막 집입니다. 한번 들어가 보죠.”

호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열어젖혔다.

“어…?”

휘잉―

마지막 집 뒷벽이 뻥 뚫려 있었다.

바람이 불자 땀이 맺힌 이마가 시원해졌다.

벽이 뻥 뚫린 것.

그리고 바닥에 빨간 액체와 젤리가 없다는 것.

이 점 말고 다른 집과 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별것 없는 건가.’

호준은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웠다.

시간은 이미 30분이나 흘러버렸으니, 남은 2시간 30분을 아껴서 써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그는 돌바닥을 이리저리 걸으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푹―

‘이 소리는?’

보통은 감지하지 못할 돌이 가라앉는 소리였다.

그러나 청각이 극대화된 그에게는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소리의 발원지는 바닥.

돌바닥이었으나 아주 미세한 가라앉음이 감지됐다.

그 소리는.

‘비밀 공간이 따로 있군.’

호준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가차없이 검으로 돌바닥을 내리쳤다.

쩌거걱―

돌바닥이 조각이 되어 바스라지고는.

“찾았다.”

바닥 아래 계단이 드러났다.

└ 오오!

└ 비밀통로다!

└ 흥미진진!

└ 돌 자르는 거 쉽습니다 쉽고 말고요!

└ 역시 뭐가 있었음!

└ 어떻게 찾았지? 개 신기 ㅋㅋㅋ

호준은 검을 검집에 끼워넣으며 싱긋 웃었다.

“운 좋게 찾았군요. 한번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비밀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밑에서는 의미심장한 울음소리가 올라왔다.

“흐으으으으으!”

“흐으으윽!”

“아이구! 아이구!”

└ 뭐야. 고문당하는 건가?

└ 우는 것 같기도

└ 갑자기 공포영화가 됐음.

└ 어두운데 앞은 보이심?

호준이 발을 내디딜수록 울음소리는 커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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