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51화 (151/200)

151. 상부상조

뉴스란 화제성이 있어야 뉴스답다고 할 수 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보다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이 뉴스가 되기에 적합한 것처럼.

흥미진진한, 흔치 않은 사건일수록 뉴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궁금해하기 마련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호준의 선언은 뉴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속보) 3번째 레전더리 플레이어 탄생!】

【호준, 요정왕 직업 스스로 밝혀.】

【호준, 사정상 직업 속인 것 진심으로 사과】

【요정왕은 대체 무슨 직업?】

【그동안 데리고 다닌 동물, 전부 요정으로 밝혀져】

【요정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이어져】

└ 요정왕이 뭐야?

└ 나도 모름.

└ 유일한 요정왕이라니까 당사자만 알겠지

└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래!

└ 레전더리 개부럽다! 로또 맞았네!

└ 크 운빨지리네

요정왕 관련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했고 추측했다.

└ 왕이니까 왠지 강해보인다.

└ ㅇㅇ 강할듯.

왠지 왕이니까 강할 것 같다고.

요정왕의 왕(王)이라는 칭호가 주는 이미지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쨌든.

요정왕 뉴스는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덩달아 호준의 방송 시청자수는 고공행진했다.

└ 처음 직업 뽑았을 때 특전은 뭐였나요?

└ 요정왕이면 요정 시종이나 요정 시녀들도 있음?

└ 저 동물들은 소환수랑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객관적인 비교를 통해….

└ 요정왕만 할 수 있는 스킬은 뭐가 있는지?

수많은 시청자들이 질문 폭격을 쏟아냈다.

호준은 비슷비슷한 질문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 번에 답하는게 좋겠어.’

질문이 너무 많았고.

본래 시청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광고 글도 남발되었다.

이렇게 도떼기 시장에서 기자회견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차분하게 방송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생각을 마친 호준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질문이 정말 많아서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한 줄 읽기도 전에 채팅창이 사라져 버리네요.”

└ 눈 아파요.

└ 시청자 60만 명…. ㅎㄷㄷ

└ 눈 아플 만함.

└ 정신없다 꺄아!

“예상보다 질문이 많으셔서, 공지사항 글을 통해 질문을 받겠습니다.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시면 가장 많이 받은 질문 20개를 선정해 다음 방송에 답하겠습니다.”

【이미주 (매니저)】: 좋은 아이디어네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미주 PD가 동의를 표하자, 시청자도 그 반응을 따라갔다.

└ 괜찮은 방법인듯.

└ 질문으로 창이 도배돼서 정신없었는데 잘 됐네요. 그게 훨 나은 듯. 지금은 저 알에 집중하죠!

└ 맞아요 요정 탄생컷 나오기 직전임! 그리고 호준 님~ 늘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퇴근하면 늘 챙겨보고 있어요. 요정왕 커밍아웃하신 거 축하드려요!

└ 저도 응원합니다! 같은 고향 출신이시더라구요. 저 옆 마을 살았어요! ㅎㅎ

└ 호준 님 기운 좀 나눠주십쇼 레전더리 직업 뽑은 운빨이면 장난 아닐 듯!

└ 해외로 이민 안 간다는 뉴스 봤습니다. 한국에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질문을 받지 않자, 채팅창의 열기가 한결 적당하게 식었다.

질문 대신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호준은 칭찬을 해주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알 부화를 감상해볼까요?”

싱긋 웃은 호준이 알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카메라의 초점을 알에 맞추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알 부화까지 이제 3분 남았다.

* * *

최초의 요정의 알 탄생 방송.

그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이 반짝였다.

“이제 30초 남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새로운 요정의 탄생.

호준의 설명으로, 시청자들은 송이와 다크니스가 알에서 탄생한 것임을 알았고.

어떤 형태의 요정이 나올지 미지수라는 것도 인지했다.

└ 무슨 동물이려나.

└ 기린?

└ 코끼리?

└ 돼지!

└ 미어캣~

└ 지렁이!

└ 으으으 지렁이 징그럽!

댓글창에는 이런저런 추측 댓글이 쏟아졌다.

호준은 흐뭇한 얼굴로 댓글을 한번 쓱 보고는, 알을 내려다보았다.

쿵 쿵―

심장박동으로 알이 진동한다.

손바닥으로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알이 점점 따뜻해져 가는 걸 느끼며, 호준의 심장도 두근두근거렸다.

“10초 남았습니다.”

└ 10

└ 9

└ 8

└ 7

……

└ 1

└ 땡!!

파스스슥―

마침내 알의 껍질이 깨지기 시작했다.

알 껍질은 알의 맨 윗부분부터 지그재그 모양으로 깨지더니.

알 껍질이 반 토막 나는 순간, 하얀 섬광이 눈앞에서 점멸했다.

잠시 후 눈을 뜨자 호준은 볼 수 있었다.

“쥐?”

츄츄츄!

토실토실한 연갈색 햄스터였다.

주먹의 반 정도 크기.

어찌나 작은지 손으로 만지기 조심스러울 지경이다.

“끄응~”

햄스터는 작은 다리를 꼬물거리며 그의 손바닥 위에 올라왔다.

통통한 볼살과 짧은 다리가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호준은 조심스럽게 검지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츄츄츄!”

햄스터가 기쁜 듯 울더니 호준의 손바닥에 입을 콕 갖다댔다.

‘귀엽네.’

호준은 부드러운 햄스터의 이마를 쓱 쓰다듬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햄스터가 발라당 누워서 배를 드러냈다.

└ 아아. 귀엽… ㅠ

└ 배 만져달라는 거네 ㅋㅋㅋ 강아지냐 햄스터냐 ㅋㅋ

└ 엉덩이 토실토실 꺄아!

└ 볼살 실화냐.

└ 친화성 갑이네. 방금 만났는데 팔 기어오른다 ㅋㅋ

└ 매번 동물 뽑으면 핵이득일듯.

└ 요정왕인가 동물농장 주인인가.

└ 흐윽― 졸귀탱!

자고로 동물의 귀여움은, 만국 공통이다.

오동통 햄스터는 호준과 시청자들의 마음 모두 사로잡았다.

호준은 햄스터의 배를 살살 간지럽히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름없는 요정이 당신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이름없는 요정이 당신의 손길에 기뻐합니다】

【이름없는 요정이 당신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봅니다】

【이름없는 요정의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포동포동한 뱃살이 매력적인 햄스터.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호준이 뱃살을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자.

“츄츄츄~”

햄스터는 장난이라 여겼는지 자지러지듯 울며 네 다리를 파닥거렸다.

아 귀엽네 진짜.

“츄츄~?”

울음소리도 귀여웠다.

이름은 그걸로 해야지.

호준은 햄스터를 조심히 카메라앞에 가져다대고 말했다.

“네 이름은 츄츄다. 츄츄.”

“츄츄!”

【츄츄가 새 이름을 마음에 들어합니다】

【츄츄가 조금 피곤해 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츄츄는 몸을 납작하게 퍼진 채로 자는 것을 좋아합니다!】

└ 츄츄 잔다.

└ ㅋㅋㅋ 납작하게 퍼졌어. 호떡 같네 ㅋㅋㅋ

└ 츄츄 일어나! 언니가 곧 갈게!

└ 츄츄 이모할래요 ㅠㅠ 넘 귀여웡!

└ 햄스터 키우고 싶다. 크으

납작한 호떡이 된 츄츄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훔쳤다.

* * *

백옥같은 면이 또아리를 틀면, 그 위에 새빨간 양념장을 뿌리고.

채 썬 야채를 듬뿍 얹는다.

화룡점정으로 바싹 구운 돼지갈비를 위에 10점 올리면 갈비 비빔국수 완성!

여분으로 더 구운 돼지갈비를 상에 올려놓고.

유호준의 모친 이미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호준 아부지, 식사합시다!”

“허허. 빨리했구만.”

유기준은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상을 옮기는 담당이었다.

성큼성큼 부엌으로 들어온 유기준이 맛깔스러운 비빔국수를 보고 침을 꼴깍 삼키고는 상을 냉큼 들어 올렸다.

저벅저벅―

유기준은 안방 TV앞으로 걸어가 상을 내려놓고, 아내와 마주앉아 TV를 보며 식사를 시작했다.

후루루루룩―

우적우적―

“음. 돼지갈비가 아주 잘 익었네! 양념이 평소랑 다른데 뭐 새로운 거라도 넣었나?”

“옆집 준이엄마가 새로 고추장을 담갔다길래 한번 써봤수다. 맛이 괜찮죠?”

“맛있네!”

도톰한 돼지갈비 한 점에, 양념에 잘 버무려진 비빔국수.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있을까.

유기준은 만족스럽게 비빔국수 고명으로 올라간 갈비를 국수에 싸서 다 먹고는.

여분으로 더 구워둔 갈비들도 먹어치웠다.

식사를 마친 그는, 아내의 기색을 살피며 물었다.

“혹시 큰형네에서 돈 달라고 연락 온 건 없지?”

“큰형님하고 작은 형님한테 연락이 왔는데.”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오는군.”

“일절 거절했습니다.”

“잘했어. 10년 만에 연락 와서 하는 소리라고는. 쯧쯧.”

유기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해외로 이민 간 뒤로 10년간 연락 한번 없다가 갑자기 연락했다는 큰형과 작은형네 조카들, 그리고 형들의 모습들.

정말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도 어째 아들이 알려준 SNS에 들어가보니 호화로운 음식에, 차에.

아주 잘만 살아왔다.

앞과 뒤가 다른 형들과 그 자녀를 보며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설이나 추석에 전화 한 통 없었잖아요. 그리고 그때 빌려간 돈도… 휴. 그만합시다.”

“자네한테 미안허이.”

“당신도 그럴 줄은 몰랐겠죠.”

유기준은 진심으로 아내에게 미안했다.

목소리조차 어색한 두 형들은, 돈을 빌려간 뒤로 둘 다 약속이나 한 듯 해외로 잠적해버렸다.

아내 말대로 연락은 한 번도 없었다.

10년간.

10년간 만약 한 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면, 마음이 이렇게 서글프지는 않았으리라.

‘괘씸한 것들.’

아들이 광고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며, 유기준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호준이를 건드리면 가만 안 둘 게야.’

아들의 일을 방해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아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라고.

* * *

청와대.

기업과 대통령과의 대담이 열리는 이 자리에 모인 20명의 기업인들.

대통령이 오기를 기다리는 쟁쟁한 기업 회장들의 관심은 이세주 회장에게 쏠렸다.

“축하하네. 대박 났다지?”

“이번에 K그룹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소식 들었네. 역시 자네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과연, 관록이 남다르시네요.”

이세주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호준 덕택이었다.

【K그룹 레전더리 플레이어 발굴 성공!】

【호준 방송이 주가에 큰 영향 미쳐】

【시장은 지금 K그룹 주가 상승으로 뜨겁다!】

【주가 상승으로 이세주 회장 보유자산 470억 원대 증가】

【이주영 에이스 길드 마스터, 주가 상승으로 자산 100억 원대 증가】

【호준, 유토피아 방송의 위력 보여주나】

【K그룹은 이주영 이후 두 번째 레전더리 플레이어 연관기업으로 이름 올려】

【호준 관련주라는 명목으로 찌라시 나돌아】

호준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곧 호준과 계약한 K그룹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호준이 레전더리 플레이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K그룹의 주가가 대폭 올랐다.

“역시 선견지명이 있으시군요.”

“이 회장님의 인재를 발굴하는 안목을 본받아야겠습니다.”

이세주 회장과 알고 지내던 주위 기업가들은 부러움의 시선으로 이세주 회장을 바라봤다.

앞으로 호준의 행보에 따라 K그룹의 주가는 더 높아질 것만 같았고.

주위 기업가들은 그 점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중에서 그들이 이미지를 위해 벌이는 수많은 자선사업들, 광고보다 호준 한 명의 영향력이 더 컸고 들어가는 비용은 적었으니까.

“어떻게 그런 좋은 기회를 얻으셨습니까.”

최회장의 질문에 이세주 회장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제 딸아이와 인연이 있더군요. 허허. 아이의 소개로 저도 알게 됐습니다.”

이세주 회장은 태연한 얼굴로 답하며 목을 축였다.

그는 얼굴은 태연했지만 속은 달랐다.

‘후후후.’

만약 여기가 집이라면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최근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투자금이 덜 모이고 있었는데.

이번 호준 건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앞으로 이대로만 간다면, 다음 분기 성장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호준이 레전더리 플레이어였군.’

레전더리 플레이어는 길드 마스터로 활약하거나, 그렇지 않다 해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리더로 자리매김한다.

유토피아를 이끌어나갈 리더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당연히 사업상 아주 좋은 기회였고.

‘음식도 훌륭하니, 일석이조 아닌가.’

음식 맛도 좋고. 사업상 이익도 있고.

호준을 잡은 것은 그에게 최고의 기회였고, 이세주 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연을 맺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요정의 쉼터에서 김치찌개를 먹어 봤다고 들었는데 맛이 어떻습니까? 이 회장님은 입맛이 최고급이라고 소문이 자자한데요.”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먹고 싶군요.”

이세주 회장의 진심이 담긴 칭찬에, 주위에서 맞장구를 쳤다.

“바쁘더라도 시간 내서 한번 가 봐야겠습니다.”

“요정의 쉼터라, 이름도 신비롭구려.”

“이 회장님하고 한번 거기서 식사하시죠!”

“다같이 한번 만납시다 거 어떻습니까! 이 회장님이 초이스한 곳이라면 냉큼 달려가서 배워야지요!”

“허허. 꼭들 가보시구려. 후회하진 않으실 겝니다.”

이세주 회장이 기분 좋게 답하는 그때.

지잉―

주머니에 넣어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 이세주는 피식 웃었다.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즐거운 표정이십니까?”

구 회장의 질문에 이세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딸애가 보낸 문자라오.”

└ 아빠. 주가 상승 축하해요! :) 호준 님께 감사 인사 겸 선물을 드리려구요!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딸의 문자에 이세주 회장은 답을 보냈다.

자고로 쏠 때는 제대로 쏴야, 기억에 남는 법이라고.

* * *

“당연히 제대로 쏴야죠. 후후.”

이주영은 아버지의 문자를 보고서 피식 웃고는 캡슐에 몸을 집어넣었다.

취익―

캡슐 뚜껑이 닫히자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가득 차 있었다.

호준에게 보낼 선물에 대한 고민으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