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34화 (134/200)

134. 불의 신전

두 번째 레드 게이트.

“후우―”

붉은색 게이트를 바라보며 호준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급하게 가는 것보다는 잠시 숨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우웅―

【열쇠가 게이트에 반응합니다】

그의 손바닥 위에 놓인 열쇠는, 아까부터 계속 진동했다.

진동의 주기는 대략 10초마다 1번 정도.

열쇠가 가리키는 방향은 게이트 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저 안에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군.’

호준은 숨을 다시 한번 내뱉으며, 허리를 쭉 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빤히 들여다보았다.

게이트 위에 두둥실 뜨는 게이트 정보창을.

【레드 게이트】

【권장 레벨】: 70 이상

【출몰 몬스터】: ? 타입 몬스터 5,000마리 이상

【제한 시간】: 2시간

【미션】

【2시간 내에 신전 지하 3층으로 내려가,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십시오】

【시간 내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지 못하면, 실패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클리어 보상】

1. ?의 ?? 1개

2. ??? 칭호

3. 3일 동안 ???

4. ???

【실패 페널티】

* 레벨 ―7 감소.

* 일주일 동안 경험치 ―60% 디버프 부여

* 일주일 동안 스탯이 30%로 저하

정보창을 보고 나니 무얼 해야 할지 머릿속에 확실히 인식되었다.

“신전 지하 3층으로 가면 되겠네.”

지하 3층으로 가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클리어!

몬스터 숫자가 5,000이라고 적혀있으니, 그 이상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오히려 호준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한 부분을 응시했다.

‘보상이 꽤 괜찮겠는데.’

그의 추측에는 근거가 있었다.

【권장 레벨】: 70 이상

‘권장 레벨이 높을수록, 보상도 업그레이드되니까.’

권장 레벨은, 이 정도 레벨의 플레이어가 도전하기 적합하다는 기준이었다.

권장 레벨이 높을수록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고, 성공할 경우 보상도 업그레이드되었다.

즉, 고생한 만큼 더 좋은 보상을 얻는 것.

‘설산 게이트보다 더 높아졌으니, 싸울 맛이 나겠군.’

게다가 지난번 설산 게이트보다 권장레벨이 20 상승했다.

이번에는 무려 70레벨.

그만큼 나오는 몬스터 수준도 높고.

‘경험치도 많이 얻겠어. 최대한 많이 싸우자.’

지금은 싸우는 순간순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경험치 300% 버프가 적용 중입니다!】

경험치가 3배로 뻥튀기 되는 중이었으니까.

“끼루루~”

“냐앙~”

미르와 다크니스가 옆에서 재촉하듯 울어댔다.

다크니스는 볼을 비비적대며 올망졸망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미르는 그 옆에서 머리를 비비적대며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슬쩍 레드 게이트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눈을 마주치는 게 얼른 싸우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얼른 가자!”

“끼루루~”

“냐앙~”

호준은 다크니스를 옆구리에 끼고 미르의 목에 올라타, 출발 신호를 보냈다.

미르는 고속으로 레드 게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레드 게이트가 그들을 집어삼키자, 동굴에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간간이 울려 퍼졌다.

* * *

“예스터 데이~ 으으으음 으으음~”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한 남자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는 방금 전 목욕을 마치고 나온 듯,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털썩―

남자는 기다란 안락의자에 가운을 입은 채로 몸을 맡겼다.

그는 손을 뻗어 간이테이블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잔에는 갓 내린 원두커피, 그리고 그 한가운데 노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퐁당 빠져 있었다.

“흠~ 향기 좋네!”

남자는 커피 향을 충분히 음미한 뒤 잔을 기울였다.

역시, 따뜻한 커피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남자는 몇 모금 더 마신 뒤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배부른 사자처럼 안락의자에 몸을 맡기고 있는 사이.

똑똑―

“들어와.”

방문객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방문객의 복장은 검은 정장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디자인.

현대적인 복장과는 달리 방문객의 등 뒤로 보이는 검은 낫은 위화감을 주면서 묘하게 잘 어울렸다.

“이런. 머리가 젖으셨네요.”

그의 정체는 집사 윌이었다.

윌은 익숙하게 벽장에서 수건을 꺼내 로버트의 머리를 말렸다.

몬스터 길드의 수장이자, 잠시 길드 건물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인 로버트는 “땡큐.”라는 말과 함께 윌에게 머리를 맡겼다.

그는 익숙하게 검색창을 켜고 검색창에 【요정의 쉼터】라고 검색했다.

검색 버튼을 누르자 관련 정보가 무수하게 떴다.

【요정의 쉼터 헛걸음하지 않는 꿀팁 10!】

【핫 플레이스, 요정의 쉼터 영상!】

【요정의 쉼터 대표 요리 TOP 10】

【요정의 쉼터 식구 인기순위 TOP 10】

【요정의 쉼터. 에이스 길드, 몬스터 길드와 삼각관계?】

“삼각관계라?”

해당 글을 누르자 장문의 글이 떴다.

그 내용을 읽어본 로버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얼추 맞췄군.”

그가 읽은 글은, 지금 상황을 잘 설명한 글이었다.

현재 에이스 길드, 몬스터 길드는 요정의 쉼터와 관계를 시작하는 단계이고.

앞으로 두 길드는 요정의 쉼터와 독점 계약을 원하는 방향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으니까.

정확히 핵심을 간파한 글이었다.

길드 입장에서는 독점 계약이 특히 메리트가 있었다.

우수한 요리 확보는 길드 홍보차원에서도 좋으며, 경쟁자들보다 더 차별화되었으니까.

‘유명하고 맛 좋은 요정의 쉼터산 요리를 우리 길드에서만 유일하게 맛볼 수 있다! 직원 복지에도 좋고, 이미지에도 좋겠지.’

음식이 뭐 별거냐 할지 몰라도.

세상에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식품산업이 불패 산업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 아닌가.

일생을 다이어트하는 연예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대중들은 먹는 음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제는 어떻게 이주영을 앞질러서 요정의 쉼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냐는 건데.

‘쉽지는 않겠지.’

로버트는 조금 염려스러웠다.

경쟁자인 이주영의 국적이 한국이며, 누가 보아도 한국인끼리 더 끈끈한 연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특히 한국인은 애국심이 뛰어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미국 한인들을 보아도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하게 일하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뭔가 방법이 없을까.’

로버트가 좋은 방안을 고민하는 그때, 윌이 말을 걸어왔다.

“마스터. 무슨 고민 있으십니까?”

“그래.”

로버트는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자초지종을 들은 윌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차근차근 말을 이었다.

“주영 님이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하는 건 어떨까요?”

“이주영이 하지 않는 거라. 흠… 예를 들면?”

“로버트 님, 호준 님이 꾸준히 방송을 하시는 건 아시죠?”

“그래. 그렇지.”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차례차례 입으며 윌의 조언을 귀에 담았다.

“라이브 방송도 자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라이브 방송한 내용을 나중에 이미주 PD가 편집한다고 들었지. 그게 왜?”

“그 라이브 방송에 로버트 님이 입장하면 어떨까요? 로버트 님은 지금까지 어떤 라이브 방송도 본 적이 없으니 충분히 이목을 끌 겁니다.”

“흠, 그러니까 방송을 통해 말도 주고받고. 그렇게 자주 보면서 더 가까워지라 이 얘기군.”

“그렇습니다. 요즘 주영 님은 던전을 깨느라 바쁘셔서 그럴 틈이 없을 겁니다. 주영 님이 잠시 눈을 판 사이에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겁니다.”

“흠, 그래. 자주 볼수록 정이 드는 법이니. 괜찮은 아이디어야.”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가 비뚤어진 옷깃을 반듯하게 펴는 그때.

띠롱―

윌의 귓가에 알람 소리가 들렸다.

윌은 허공에 뜨는 메시지를 보고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는 로버트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마스터. 호준 님이 방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들어가시죠.”

“왠지 느낌이 좋군.”

로버트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리며 눈을 반짝였다.

* * *

당연한 얘기지만 방송 구독자수가 많을수록, 구독 알림을 설정해 둔 구독자수도 늘어난다.

그렇기에 호준이 라이브 방송을 켰을 때, 일시에 들어오는 시청자 숫자는 첫 방송보다 월등하게 늘었다.

【별이가좋아 님이 입장했습니다】

【다크니스러버 님이 입장했습니다】

【미르바라기 님이 입장했습니다】

【최강까미 님이 입장했습니다】

【송송송이 님이 입장했습니다】

……

셀 수 없이 많은 시청자들이 채널에 접속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열기 가득한 치열한 전투였다.

방송 제목을 보고 들어온 시청자들은 그런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레드 게이트 탐방 2탄, 불의 신전을 청소해봅시다!】

└ ㅋㅋ 청소래. 진공청소기처럼 쓸어버릴 모양인 듯.

└ 불의 신전이라면 불 타입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다는데. 가능하려나?

└ ㅇㅇ, 수백 마리가 동시에 나온다고 함.

└ 수천 마리라고 들었는뎅.

└ 개미 떼도 아니고. 오싹오싹.

└ 지리네.

└ 오오 나온다!

구름 카메라는 높은 상공에 떠올라 그리스풍 신전의 전경을 그대로 비추었다.

카메라는 붉은색 암석으로 된 거대한 신전을 한눈에 내려보았는데 수십 미터 상공인지라 까마득한 높이였다.

신전은 10m 높이의 거대한 기둥 수십 개로 이루어진 거인들을 위한 신전 같아 보였다.

그런 배경 속에서.

쿠쿠쿠쿵―

갑자기 지진처럼 지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전에서 뿌연 먼지구름이 일어나더니 기둥 사이로 레드 트롤 수십 마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헐. 저 방망이질 한방이면 찐빵될 듯.

└ 족히 수백은 되는 거 같은데.

레드 트롤은 난폭하기로 유명한 불 속성 몬스터로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는 스타일이었다.

조금 멍청하지만, 파괴력 하나는 끝내주는 몬스터로 집을 뭉개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특히 레드 트롤은 등에 매달고 다니는 제 허벅다리만 한 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는 게 주특기로.

그 움직이는 속도가 고블린이나 작은 종족들보다 월등히 빨라서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 근접으로 공격하면 뒤짐.

└ ㅇㅇ. 바로 찐빵되지.

└ 호떡되려나 ㅋㅋ

레드 트롤들은 진물을 뚝뚝 흘리는 입을 쩍 벌리며 앞으로 돌격했다.

└ 이래서 레드 게이트를 가지 말라는 거구나. 끄덕끄덕.

└ 그런데 호준 님 어디 있음?

└ 그러게.

모두가 수백의 트롤에 압도되었다가.

이 방송의 주체이자, 주인공인 호준을 찾을 때.

└ 미르다!

└ 어디?

└ 저기 초록점!

└ 오오!

시청자는 발견할 수 있었다.

수직으로 하강하는 초록 점, 미르를.

그리고 그 등 뒤에 매달린 호준과 다크니스를.

미르는 날개를 접고 빙글빙글 회전하며 수직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 저기 위험하지 않나?

└ 정중앙임. 저 위치로 떨어지면 4면에서 공격할 텐데.

└ 오오…! 긴장되는데?

미르는 수백 마리의 트롤 떼, 그 중심 부분으로 수직하강했고 시청자들은 점점 채팅을 줄이고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았다.

시청자는 원했다.

시원하게 트롤들을 날려버리기를.

미르는 트롤로부터 수m 위에 이르자마자, 시청자들의 욕망을 불태울 만큼 큰 불길을 내뿜었다.

푸화아아아악!

거대한 불길이 레드 트롤들을 집어삼켰다.

늪괴물의 크기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길.

보는 것만으로 압도당할 만큼 큰 불길이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 불 몬스터한테 불로 공격한다고?

└ 불이 통하기는 함?

└ 같은 불인데?

불 몬스터에게 불 공격은 비상식적이었기 때문이다.

└ 불 몬스터한테는 물 공격이나, 혹은 얼음 공격을 하는게 상식인데….

└ 내 말이.

└ 모지…? 내가 잘못 아는 건가?

경악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당연한 것이었는데….

문제는 미르가 뿜어내는 것이 그냥 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용의 불과 일반 몬스터가 지니는 불의 강도가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트롤을 잿더미로 만들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호준은 이미 테스트를 마치고 방송에 임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는, 색다르게 보였음은 당연했다.

기존 상식을 벗어난, 불로 불 몬스터를 사냥하는 기이한 광경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넘어, 환호했다.

└ 헐… 대박… 불이 통하기도 하네! 미르라서 그런가 봄!

└ ㅎㄷㄷ…. 용이면 다 되는구만. 어디 용 없나?

└ 불이라고 다 똑같은 불이 아니구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미르의 화력을 증명해주는 저 새까맣게 불타버린 수십의 트롤들을 본다면.

그 광경을 본다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르의 압도적인 화력에는 불 몬스터조차 힘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 완전 사기임. 미르 짱이다. 역시 소환사가 짱이었어.

└ 미르 대체 못 하는 게 뭐냐.

└ ㅎㄷㄷ…. 사람이 맞으면 저렇게 잿더미로 되겠네. 약탈자들 오줌 지려서 근처에 얼씬도 못 할 듯.

└ 약탈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호준 님을 공격할 일은 없을 듯.

시청자의 환호에 호준이 답했다.

그는 카메라 바로 앞으로 다가와, 미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맛보기로 살짝 보여드렸는데 재밌었나 모르겠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청소하겠습니다! 시간제한이 있으니 빠르게 깨끗하게 쓸겠습니다!”

└ ㅎㄷㄷ. 청소래.

└ 몬스터들 개 불쌍. 왜 하필 호준 님한테 걸려서.

└ 삼가 몬스터들의 애도를 표합니다

└ 22222

└ 다크니스도 싸운다 기대기대!

말을 마친 호준은 미르의 귓가에 뭔가를 속닥이고는, 타타니홀의 대검을 들었다.

그의 등 뒤에는 하얀 빙백검을 든 다크니스가 비장한 눈을 하고 있었다.

“가자!”

“끼루루!”

“냐아!”

미르가 높이 날아올라 또다시 수직으로 회전하며 하강했다.

제일 먼저 미르가 내뿜는 불에 트롤들이 장작개비처럼 불타오르고.

서겅―

호준이 조종하는 타타니홀의 대검이 트롤들을 반토막냈으며.

투쾅―

다크니스가 빙백검을 이용해 얼음벽을 만들어 투척했다.

“끄에엑!”

트롤들이 거대한 얼음벽에 깔려 만두 터지듯 터졌다.

가히 압도적인 전투력.

호준 일행은 차곡차곡 트롤의 사체를 쌓으며 진군했다.

전투에 집중한 호준은 수많은 메시지를 읽을 겨를이 없었고.

그렇기에 그는 몰랐다.

【로버트 윌리엄 님이 1만 하트를 후원했습니다】

【로버트 윌리엄 님의 메시지 : 형광봉 흔들며 응원중 bb】

└ ㅎㄷㄷ…. 로버트 등장.

└ 미친. 스샷 찍어 놔야지.

└ 본방 사수다!!

└ 로버트 님, 몬스터 길드에 호준 님 영입하실 생각이신가여?

조용히 방에 입장한 로버트가 하트를 보내며 응원한다는 것을.

방송 분위기가 후끈후끈 달아오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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