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29화 (129/200)

129. 인기

인기가 많은 가게에는 저마다의 장점이 있기 마련이다.

요리가 맛이 좋다던가.

아니면 요리 가격이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거나.

혹은 위치가 좋아서 유동인구가 많다거나.

손님을 사로잡는 음식점만이 살아남는 시대.

그런 시대에서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요정의 쉼터는 그것을 해냈다.

그렇다면 요정의 쉼터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서빙이 빠르지. 이른바 총알 서빙!’

총알 서빙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1차적으로 토순이 덕이었다.

“뀨우!”

【요리의 요정 토순이가 힘을 발휘하여 조리과정을 생략합니다!】

【김치전(특4급)이 완성되었습니다!】

【김치전(특4급)이 완성되었습니다!】

【김치전(특4급)이 완성되었습니다!】

【김치전(특4급)이 완성되었습니다!】

【김치전(특4급)이 완성되었습니다!】

………………

【김치전 (특4급) 총 20개가 완성되었습니다!】

토순이 힘으로 요리는 바로바로 완성!

그다음은 별이 차례다.

“여기 김치전 하나요!”

“넵! 주문 받았습니다~”

휘유웅 ― 탁

주문을 받는 즉시 요리를 서빙한다.

바람 마법으로 날아간 그릇이 안정적으로 테이블에 착지한다.

총알 서빙 완성!

“맛있게 드세요 손님!”

빠른 서빙에 손님들은 물개박수를 치거나.

흐뭇한 얼굴로 요리를 바라보게 된다.

“이야. 말하면 바로 나오네.”

“요리 바로 나오는 데는 여기밖에 없을 듯.”

전반적으로 스피드 서빙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유토피아에서 시간은 곧 돈이었기에.

빠른 서빙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장점이었다.

“크. 한국인은 김치를 떼놓을 수 없지.”

“김치볶음밥이랑 김치찌개도 했으면 좋겠다.”

“김치만두랑 갈치김치조림, 김치제육볶음도 괜찮을 듯.”

“맞는 소리지!”

게다가 가게에 온 손님들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김치전 같은 맛좋은 요리를, 빠르게 빠르게 서빙해준다니?

총알 서빙은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요정의 쉼터의 또다른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김장김치를 만들고 그걸로 전을 만드니, 이중으로 손이 들어가겠네.”

“이 가격에는 절대 못 먹지.”

“고럼고럼.”

“세일할 때 왕창 먹어두자고.”

“포장이 안 되는 건 조금 아쉽네.”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기에, 손님들은 더욱 즐겁게 식사를 이어갔다.

게다가 맛은 손님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으으음―!”

남녀노소 불문.

전을 입에 넣는 즉시, 몸을 비비 꼬면서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다.

호준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음식을 먹는 손님들을 보며, 침을 삼켰다.

‘한번 먹어볼까.’

숲으로 산책갔다가 너무 사람들이 말을 걸어 카운터에 온 참이었다.

마침 샘플로 남겨둔 김치전 그릇이 앞에 있기도 하고.

호준은 젓가락을 가져가 전을 먹기 좋은 크기로 분해했다.

바사삭― 바삭―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씹는 순간.

“……!”

아. 이건 진짜 맛있네.

‘내가 만들어서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맛있다.’

특4급 김치전은 맛있다는 말 외에는 표현이 어려웠다.

그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전을 씹는 순간 톡― 터져나오는 매콤한 기름의 맛도.

바삭한 식감도.

익은 김치와 고소한 밀가루의 맛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

내가 김치전의 제왕이다,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러니 많은 플레이어들이 현실에서 식욕이 떨어질 만도 하지 싶다.

이런 맛좋은 음식을 먹다가, 편의점 음식이나 평범한 음식을 먹으면 비교가 안 될 수가 없지 않은가.

“으음―!”

호준, 그도 손님들처럼 신음을 한번 내지르고는.

김치전 하나를 뚝딱 해치웠다.

호준과 마찬가지로 부지런히 전을 해치우는 인물들이 있었으니.

“와우. 이건 아주 요물이네! 언빌리버블!”

“……!”

바로 로버트와 이주영이었다.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채로 전투적으로 젓가락을 놀렸다.

‘최고다.’

이주영은 김치전을 먹으며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가 10대 시절,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음식.

어머니가 자주 태워 먹어서 이주영 본인이 직접 한 적도 몇 번 되었다.

‘우리 주영이는 전도 잘 부치고. 못 하는 게 없네?’

‘음. 너무 맛있다. 주영아.’

오늘따라 먼저 떠나신 어머니 생각이 자꾸 났다.

나이는 드셨지만 어린아이 같으시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도 전이었으니까.

‘엄마. 내가 이렇게 컸어요. 벌써 엄마 떠난지가 10년이나 지났네요.’

이주영은 말없이 김치전을 음미했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이제는 그저 그리웠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다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어머니와 웃고 떠들던 추억들이.

그 추억을 곱씹으며 그녀는 김치전을 차례차례 먹었다.

추억에 잠긴 이주영과는 반대로.

마주 앉은 로버트는 해물전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는 매운 것은 잘 못 먹어서 김치전은 패스하고 해물전에 도전 중이었다.

바스락―

해물전은 미친 바삭함도 모자라.

“오, 마이, 갓!”

혀에 닿는 순간,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쭈우왑 쭈우왑 헤엄치는 오징어의 쫄깃함.

오동통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왕새우.

갓 캐어낸 싱싱한 굴까지.

이 모든 해산물이 고소한 튀김옷을 입고 몸을 흔들며 유혹하는 듯했다.

“다시 먹고 싶은 맛이군.”

로버트의 이 말이 지니는 무게는, 일반인들이 흔히 내뱉는 감탄과는 그 종류가 달랐다.

먹는데 돈을 펑펑 쓰는 그는 매일매일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생활했기에.

다시 먹고 싶다는 것은, 곧 최고의 극찬이나 다름없었다.

찹찹찹찹―

그 뒤로 그는 말없이 해물전을 몽땅 먹어치웠다.

“넘버 원이다!”

깨끗해진 접시를 내버려 둔 채, 그는 별이를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여기 해물전 하나, 아니 두 개 추가입니다!”

“네엡~ 주문 받았습니다!”

해물전 접시들을 보며, 그의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수군수군―

유명인사의 등장은, 곧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명인사는 시선의 중심에 선다.

지금 요정의 쉼터에서 식사를 하는 로버트 윌리엄, 그리고 이주영의 경우도 그러했다.

먼저 로버트 윌리엄.

그는 매력적인 외모와 우수한 학벌, 탄탄한 바디, 그리고 자선사업을 하는 것으로 인해 평이 좋은 인물이었다.

주변에 할리우드 스타 친구들이 많다 보니 파파라치 컷에도 자주 등장했고.

그렇게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로버트 윌리엄이 보통 할리우드 스타와 다른 점이라면.

바로 마약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벌가, 할리우드 스타들은 돈맛을 보면 마약에 빠지기 일쑤였다.

수입의 규모가 억 소리 날 정도가 되면, 마약을 구하기는 사실상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반인들도 마약을 접할 정도인데, 스타들이야 오죽했을까.

그러나 로버트는 마약을 일체 거부했다.

【스타보다 더 스타 같은 재벌가 아들】

【몸 관리에 철저한 완벽주의자】

【로버트 曰, 자신을 사랑하기에 마약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밝혀】

【건강이 최고, 조금 올드해 보이더라도 오래 살고 싶다 말해!】

마약 투약으로 체포되는 스타들이 한둘이 아니기에.

그리고 너무나 일탈을 당연시하는 할리우드 분위기 속에서.

로버트는 독보적인 깨끗한 이미지를 지녔다.

그래서 그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졌고.

이런 미국의 분위기는 한국에도 전달되었다.

누가 뭐래도 미국에는 한국인 교포가 많았으며, 문화적 교류가 활발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로버트는 한국 네티즌들에게도 큰 호감을 얻었다.

【로버트 윌리엄, 가장 한국인이 관심 가지는 미국인 1위 선정】

【로버트 윌리엄, 가장 결혼하고 싶은 외국인 1위】

이외에도 수많은 설문조사가 그의 인기를 입증해주었다.

더군다나 로버트가 이주영, 한국을 대표하는 K그룹 막내딸과 친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윌리엄가 귀공자, K그룹 금지옥엽 막내딸 이주영과 절친인증샷!】

이런 사정이다 보니.

요정의 쉼터에 등장한 로버트를 알아채는 이들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로버트는 TV 연예가 □계에도 몇 번 등장했던데다 워낙 유명인사였으니, 알아보는 게 당연했던 것.

그의 주변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로버트와 이주영을 번갈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비율이 완전 미쳤네. 얼굴이 씨디만 하다.”

“매운 음식 전혀 못 먹는다던데. 그래서 해물전 먹는 건가?”

“그런 듯. 외국인들은 김치 못 먹는 경우도 많잖아.”

“해물전 맛있나 보다. 그릇에서 광이 난다 광이 나.”

“한식이 입에 맞나봐!”

누군가는 로버트가 해물전을 싹쓸이하는 것을 보고 알 수 없는 자부심에 미소지었다.

“이주영이랑은 친구 느낌이 드네. 서로 보는 눈빛이 연인 느낌은 안 남.”

“동감. 분위기가 농담하는 삘.”

“길드 마스터끼리 무슨 얘기 하려나. 김치전 얘기?”

또다른 누군가는 로버트와 이주영의 조합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소리소문없이 한 가지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인증샷 찍어놔야지.”

바로 캡쳐하기다.

재벌가를 대표하는 유명인사를 직접 보는 것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은근슬쩍 로버트와 이주영을 배경 삼아 화면을 캡처하기 바빴다.

【메시지 전송!】

그다음은 그 소식을 친구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다.

└ 야. 지금. 요정의 쉼터에 말야. 그래. 맞아. 로버트 맞다니까. 그래그래.

└ 미친 존잘임.

└ 주영님 완전… 차도녀야. 눈빛이 아련아련한 게. 김치전 엄청 좋아하나봐.

└ 그래. 요정의 쉼터라니까. 얼른 안 오면 늦음. 빨리 와~

그렇게 셀러브리티가 요정의 쉼터에 방문했다는 소식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이는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길드 마스터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도 뉴스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시시각각 유토피아에 눈을 두고 있던 기자들이 이 사실을 놓칠 리가 있을까.

기사가 쏟아졌다.

【한미 길드 마스터, 요정의 쉼터에 모인 이유는 과연 무엇?】

【이주영, 로버트 그 둘이 나눈 이야기는?】

【현장 목격자 曰, 화기애애한 친구 사이의 식사 같았다】

【길드 마스터를 매료시킨 요정의 쉼터, 그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재벌가의 입맛을 사로잡은 요정의 쉼터, 100골드 세일 진행 중!】

이런 핫한 분위기를 알 리 없는 호준만이, 가게 안에서 김치전 반죽 세팅을 하고 있었다.

즉, 토순이가 바로바로 요리를 할 수 있게 김치죽 반죽만 미리 만드는 것.

“후우. 이 정도면 되려나.”

목욕통만큼 큰 통에 반죽을 가득 담고서야 그는 굽힌 허리를 폈다.

밖에 왠지 모르게 술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손님이 많겠거니 생각하며 벽에 몸을 기댔다.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전을 먹는 손님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며 잠시 숨을 돌리는데.

새로 뜨는 메시지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

【양질의 요리를 제공하여, 메인퀘스트 달성률이 업데이트됩니다!】

【업데이트 중입니다】

【…………】

【업데이트 완료!】

드디어 메인 퀘스트가 오를 모양이다.

과연 얼마나 오르려나.

5퍼센트? 아니면 10퍼센트?

10퍼센트만 올라도 괜찮았다.

40퍼센트에서 10퍼센트 오르면 50퍼센트.

절반을 완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니까.

띠링―

호준은 침을 꼴깍 삼키며 바라보았다.

과연 10퍼센트…?

“응?”

그는 눈을 깜박이며 몇 번을 비벼댔다.

‘뭐가 이렇게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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