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28화 (128/200)

128. 만남

부침개는 한국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한 요리다.

청소년기에는 학교에서, 혹은 제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고.

어른이 되어서는 술안주로 제격이며.

출출할 때 먹기 좋은 야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바사삭―

바삭함이 일품인 일명 코리안 스타일 팬케이크.

전은 비가 오면 꼭 생각나곤 한다.

전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탁 탁 탁 탁―

두툼한 돼지고기를 딱 좋은 크기로 썰고.

지근 지근―

김치도 작게 종종종 썬다.

이렇게 재료 준비 완료.

밀가루와 물을 적당량 잘 배합해서 찹찹찹 섞어주면.

【김치전 반죽이 완성되었습니다!】

반죽이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반죽은 연다홍색으로 물들어 적당히 걸죽한 상태다.

쉐이킹을 하느라 썼던 주걱을 옆에 내려두고 프라이팬 세팅에 들어간다.

콸콸콸―

【올리브유를 투입합니다】

불 없이도 작동하는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듬뿍 부었다.

올리브유는 손등이 살짝 잠길 정도로 채우면 적당했다.

너무 과하면 튀김이 되어버리니까.

다 쓴 올리브유 병을 내려놓고 프라이팬을 관찰한다.

뽀글 뽀글

노란 올리브유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면, 반죽을 올릴 차례다.

반죽을 휘휘 젓고 한 국자를 떠서 프라이팬 위에 안착시키면.

취이이익―

이 순간부터 식욕이 샘솟는다.

김치와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고소한 향이 톡 하고 퍼져나간다.

김치전은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그 소리 때문에 군침이 돈다.

아, 배고프네.

치이익 치이익―

귓가를 간지럽히는 소리는 식욕을 자극한다.

【김치전이 1분 뒤 완성됩니다!】

유토피아 요리의 장점은, 완성되는 시기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

호준이 흐뭇한 얼굴로 새로 반죽을 뜨는데, 귓가로 들려왔다.

꼴깍―

꼴깍―

사람들의 침 삼키는 소리가.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연상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주먹을 꼭 쥐고 미어캣처럼 프라이팬을 바라보는 모습이.

‘후딱 끝내자.’

호준은 반죽을 푹 떠서 절묘한 각도로 허공을 올려쳤다.

반죽은 포물선으로 날아가 프라이팬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취익― 취익― 취익― 취익―

그렇게 순식간에 반죽을 날려댔다.

【프라이팬이 꽉 찼습니다】

【김치전 20개가 조리되는 중입니다!】

대형 프라이팬에 김치전 20개를 세팅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5초.

5초에 불과했다.

이제 완성되기까지 얌전히 기다리면 되나 싶겠지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가장 먼저 할 일은, 토순이에게 과업을 전수하는 것이었다.

호준은 옆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토순이에게로 고개를 향했다.

토순이는 착실히 시범하는 것을 보며 김치전 요리법을 익히는 중이었다.

“토순아. 따라 할 수 있겠어?”

“뀨우우!”

【토순이가 요리과정을 이해했다고 말합니다!】

【밀가루, 김치, 돼지고기, 물을 잘 조합할 것!】

【토순이에게 김치전 요리를 맡길 수 있습니다】

토순이가 귀를 빙빙 돌리며 자신감을 보인다.

녀석에게 국자를 넘겨주고서 그 옆에 요리 재료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앞으로 만들 김치전 재료들이다.

“부탁한다.”

“뀨우우!”

그렇게 토순이에게 김치전을 맡기고서 호준은 해물전을 추가로 만들었다.

이무가 잡아놓은 양질의 새우, 굴, 오징어, 문어 등이 들어간 해물전은 비주얼이 훌륭했다.

해물전이 완성되고, 김치전이 완성되자.

요정과 직원들이 서빙에 들어갔다.

요리를 맛본 마을 주민들은 감격했다.

“와아!”

“기다린 보람이 있군그래!”

“진짜… 맛있다!”

호준의 눈으로 봐도 김치전과 해물전은 훌륭했다.

풍부한 고기와 해산물이 들어간 토핑.

게다가 바삭함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도넛 모양으로 만들었다.

도넛 모양의 장점은, 기름과 닿는 면적이 넓어 바삭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크으~ 소주랑 먹으면 딱이겠는데!”

“바삭바삭하고 고소함이 압권이에요. 와. 해물전 추가해주세요!”

“여기도 추가요! 도넛 모양으로 구워서 더 바삭한 듯.”

“김치전에 돼지고기 궁합이 잘 맞네요!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김치가 잘 잡아주고!”

‘반응이 괜찮네.’

호준은 콘치즈를 준비하면서 손님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메인 장사도 준비하자.’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루에 한 번 하는 본점 오픈을 해야 했으니까.

매일 가게를 오픈하는 것은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알림 : 개인 메시지가 2개 도착했습니다!】

┕2313번째 메시지 : (by 미루미루얍) 안녕하세여 호준 님, 가게 연다는 공지 봤어요!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저 해물전 완전 짱 좋아하거든요. 학교 친구들이랑 다 같이 가려구요! 인증샷 찍어서 ㅇ스타그램 올려도…….

┕2314번째 메시지 : (by 다크니스냥냥펀치) 호준 님, 지난번에 방문했던 냥냥펀치입니다~ 치킨을 못 먹는 게 아쉽지만, 이번에는 일찍 가서 잔뜩 먹어 보려구요. 후후, 그리고 저는 미성년자인데 유토피아에서는 술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복숭아발효주도 완전 기대…….

쉼 없이 가게를 열어달라는 개인 쪽지들이 날아왔다.

매순간 업데이트되는 메시지들은 정말 많아서, 누적개수가 2,000개를 넘었다.

시간이 없어 다 읽지는 못했지만.

빨리 가게를 열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공지도 올렸으니, 얼른 만들어 두자.’

요리를 먹고 누군가 행복해지면. 그 모습을 본 요리사 또한 행복해지고.

즉, 행복이 더블이 된다.

탁 탁 탁―

그래서 요리를 하는 것이 그는 즐거웠다.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콘치즈다!’

호준은 콘치즈 만들기에 집중했다.

칼등으로 옥수수 꼭대기를 세게, 절묘한 각도로 내리치자 옥수수알이 퓨웅 튀어나왔다.

분리된 옥수수알은 깊이가 깊은 볼에 담겼다.

옥수수알이 그릇에 수북이 쌓이고, 그다음은 양념을 만들 차례.

오목한 볼에 설탕, 마요네즈를 적당량 넣고 주걱으로 휘젓는다.

그렇게 완성된 양념을 옥수수알과 섞고서.

마지막으로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얹고 오븐에 넣으면 끝!

【콘치즈가 1분 뒤 완성됩니다!】

【콘치즈가 1분 뒤 완성됩니다!】

【콘치즈가 1분 뒤 완성됩니다!】

【콘치즈가 1분 뒤 완성됩니다!】

【콘치즈가 1분 뒤 완성됩니다!】

이제 완성되기를 기다리면 끝이다.

참 간단하지 않은가.

콘치즈 5개를 만드는 데는 30초 정도 걸렸다.

“후우!”

잠깐 숨 좀 돌릴까.

호준은 수건을 꺼내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얼굴까지 잘 닦고서 토순이가 어쩌고 있는지 확인했다.

토순이는 귀로 칼을 들고 도각도각 소리를 내며 돼지고기를 썰고 있었다.

김치는 이미 썰어서 옆에 두었다.

혼자서도 잘하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 뒤로도 호준은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오븐을 콘치즈가 꽈악 채우고 있을 무렵, 손님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호준 님, 또 뵙습니다!”

“와아, 줄이 없네! 바로 먹을 수 있는 건가요?”

“냄새 죽인다…!”

“어서 오세요! 요정의 쉼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예상대로 첫 손님을 시작으로 손님이 끊임없이 들이닥쳤다.

테이블은 꽉 차고.

숲길을 따라 긴 줄이 들어섰다.

호준은 분주하게 요리를 준비하며 예상했다.

오늘도 문제없이 가게가 잘 돌아갈 것이라고.

의외의 손님이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 *

로버트 윌리엄.

몬스터 길드의 마스터이자, 정재계 로열 패밀리로 불리는 윌리엄가의 아들.

그는 미국의 상징이라 불릴 정도로 미남형이었다.

미남이기만 할까.

그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지닌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런 몸을 갖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최고급 제품을 사용하고. 최고급 음식을 먹고. 최고급 트레이너 사단과 함께하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닿는 모든 제품은 최고급으로 사용했고.

그 결과 머릿결은 비단결, 피부는 한번 만지면 잊히지 않을 정도로 촉촉하고 부들거렸다.

또한 다른 형제들이 그러하듯, 최고급 트레이너팀을 고용해 몸을 가꾸었고.

그 결과 그의 몸은 조각가의 영혼을 담은 듯한 완벽한 조각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로버트는 그런 자신의 몸에 자부심을 느꼈다.

자부심이 넘쳐서일까.

그는 유토피아에서 윗옷을 벗고 다녔다.

일종의 과시욕이었다.

이렇게 콧대 높은 로버트가 요나스 마을 남단부.

토끼바위를 지나쳐 숲으로 진입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호준 님과 미리 안면부터 트자.’

호준, 한국의 떠오르는 신성.

맛좋은 요리와 훌륭한 전투 실력을 지닌 다재다능한 인재.

어느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은 스타.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물론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로버트는 시간을 두고 접근할 생각이었다.

금방 가까워지는 관계란 없으니까.

호준은 이미 이미주 PD가 붙은 뒤, 쉽게 넘볼 수 없는 거물급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많은 길드들이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간을 보는 분위기였고.

로버트는 가장 먼저 선수를 쳐, 호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 생각이었다.

‘좋은 관계를 가져서 나쁠 건 없지. 길드에 들어올 생각이 있는지 넌지시 물어볼 수도 있고.’

그리 생각하며 로버트는 홀로 길을 걸어가다가 무언가를 마주했다.

‘줄이 왜 이렇게 길어!’

숲을 가로지르는 긴 줄을.

족히 50명은 되는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새치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휴. 기다려야 하나.’

로버트는 군말 없이 맨 뒤편에 섰다.

착―

그렇게 줄을 선 로버트의 뒤로 누군가 따라 줄을 섰다.

로버트는 흘깃거리며 뒤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라?”

눈이 마주친 여자는 그도 아는 인물이었다.

새까만 눈동자에 검은색 긴 생머리.

새침한 듯 보이지만 호탕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녀석.

이주영이었다.

이주영의 깜짝 놀란 토끼눈을 보니 우연히 온 모양이었다.

로버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주영, 오랜만이다?”

“그러네. 로버트. 몬스터 길드 운영 중이라며?”

“맞아. 너도 에이스 길드 마스터라고. 뉴스로 들었다. 최근 급성장한다고 뉴스에 종종 나오던데.”

동창이자 길드 마스터 간의 만남.

이주영은 로버트가 내미는 손을 마주 잡았다.

동창이기 이전에 길드의 수장인 그들은 서로에게 묘한 경쟁심을 느꼈다.

“여긴 웬일이야?”

넌지시 떠보는 이주영의 말에, 로버트가 피식 웃었다.

“너랑 같은 이유로 온 것 같은데?”

“흐음― 호준 님 때문이군. 그런데 몬스터 길드는 최근 마약 문제로 좀 껄끄럽지 않아? 그 문제만 해도 버거울 텐데?”

이주영이 선공을 날렸다.

마약 문제로 한 대 얻어맞은 로버트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에 응수했다.

“그래도 몬스터 길드는 재력, 인지도 면에서 에이스 길드보다 훨씬 훌륭하지. 마약 문제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야. 바람은 나무를 흔들지 못하는 법이지.”

“흔들리는 나무를 잡을까. 호준 님이?”

“어디가 나은지는 호준 님이 결정하실 문제이지!”

둘은 번뜩이는 눈으로 마주 보았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공기가 팽팽해졌을 무렵.

이주영이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우리끼리 으르렁거린다고 뭐 달라지나. 중요한 건 호준 님의 판단 아니겠어?”

“한번 호준 님에게 물어보라지. 분명 몬스터 길드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실 거다. 나 로버트 윌리엄이 있는 한.”

“그럼 내기할까? 호준 님에게 누가 더 나은지 고르라고 하는 거야.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길드는 호준 님 영입전에서 깔끔하게 물러나기.”

“그런 내기를 왜 해야 하지?”

“쫄았으면 뒤지시든가.”

“누가 쫄았대?”

한발 물러서려던 로버트는 이주영의 도발에 물러서지 않았다.

몬스터 길드는 그에게 있어 자부심을 똘똘 뭉쳐 만든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이주영과 티격태격하던 지난날의 경험으로 보아, 저런 도발은 이주영의 전매특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성적으로 알고 있다 해서 이성적으로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빠득―

“그 내기 잊지 마라. 괜히 딴말하기 없기야.”

“물론이지.”

길드 마스터 간의 기 싸움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고 조용히 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나 다름없었다.

한편, 가게 앞에서는 호준이 기지개를 켜며 숲 쪽으로 걷고 있었다.

반죽을 다 마쳐놓고서 잠시 쉬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쉬고자.

그리고 줄 선 사람들에게 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며 그는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줄 중반에 위치한 길드 마스터들은, 긴장한 얼굴로 호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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