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21화 (121/200)

121. 문전성시

종종 라이브 방송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청소년이 보는 모 음악 방송에서는 흥분한 가수가 바지를 벗어젖히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아이돌을 보려고 모여든 학생들을 큰 충격에 빠뜨린 해프닝이었다.

이런 사례처럼, 라이브 방송은 편집으로 가리지 못하는 날것 그대로 노출이 된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면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

└ 씨앗에서 까마귀가?

└ 머리랑 날개는 까마귀인데 팔다리는 있네. 사람 같기도 하고 까마귀 같기도 하고. 묘하네 묘해.

└ 희한하네 희한해. 저 씨앗 대체 뭐지?

바로 지금은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한 명뿐.

‘수습하자.’

방송을 시작한 호준 그 자신이었다.

그는 기침을 한번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놀라셨죠.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이 녀석은 씨앗에서 태어난 녀석으로, 방금 전 제 수하가 되기를 스스로 자원했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해 보면 그런 내용이네요. 그렇지? 악… 아니 까마귀?”

“맞습니다. 마스터! 제 탄생에 일조하신 호준 님께 모든 충성을 바칩니다!”

늠름한 까마귀의 자태에서 기품이 흘러나왔다.

“마스터에게 제 운명을 맡기겠습니다.”

비장한 까마귀의 어조, 그리고 한쪽 무릎을 굽힌 예의 바른 자세가 눈에 띄었다.

호준은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 방송 구름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명은 여기까지만 해도 되겠지.

“지금은 잠시 이 녀석과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앗. 더 해주심 안 되나요!

└ 저 씨앗 어디서 구하셨는지 말해주면 1만 골드 드림!!

└ 진짜 궁금해요. 살짝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겨우 1만 골드로 말할 리가.

예상대로 반발이 있었으나 호준은 꾸벅 인사를 마치고는 방송 구름을 두드렸다.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하트 13,231개를 얻었습니다!】

【누적 하트】: 78,237개 NEW

【종료를 앞두고 구독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구독자 수】: 70만 4천 231명 NEW

하트와 구독자 수도 적지 않게 늘었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까마귀야. 네 능력에 대해 한번 말해볼래?”

이 녀석에 대해 알아보는 게 먼저였다.

까마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리를 열었다.

“저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까마귀 악마의 능력이 차례차례 밝혀졌다.

호준은 빠짐없이 그 내용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 * *

“끼루끼루~”

“반갑습니다. 용님!”

“아무~”

“반갑습니다. 무님!”

― 거뭇거뭇하구나 사악사악!”

“멋진 뱀님! 반갑습니다!”

요정들, 이무는 까마귀 악마와 통성명을 하고는 두런두런 대화도 나눴다.

까마귀 악마는 새로 이름을 붙였는데, 그 이름은 까미였다.

간단하게 붙인 이름인데 어째 외우기도 쉽고 마음에 쏙 든다.

베티와 샤롯은 까미가 신기한지 그 주위에 서서 구시렁댔다.

“어쩜 까마귀랑 인간이 반씩 딱 합해졌대! 신기하다 신기해!”

“그러게! 호준, 까미도 날 수도 있는 거야? 날개가 있으니까 날겠지?”

“아마도.”

베티의 물음에 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가 날지 못할 리가.

“까미 한번 날아봐!”

“예스. 마스터!”

까미는 90도로 인사를 깍듯이 하고, 날개를 세게 내리쳤다.

까미가 위로 솟구쳐 올랐다.

휘유웅~

접었을 때는 작아 보이던 날개도 펼치면 180도 달라졌다.

가로 3m 이상은 되는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빙그르르 몸이 회전했다.

까미는 물찬 제비처럼 잘도 날았다.

“마스터! 이렇게 공중 회전도 가능합니다!”

“돼지 꼬리 모양도 가능하지요!”

“글씨 쓰기도 가능합니다. 호준을 써 보겠습니다!”

까미는 시키지 않아도 요런저런 묘기를 펼쳤고.

“와아!”

“끼루루!”

“냐아~”

그런 까미를 보며, 요정들도 직원들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박수 소리에 신이 난 까미가 요정들을 등에 태워주고 놀며 시간을 보냈다.

잘 어울리는 걸 보니 보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다.

그렇게 까미를 소개한 뒤, 녀석을 데리고 마을로 향했다.

2호점 퀘스트를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다.

까미를 데리고 여관 안으로 들어가니.

쿠울 쿠울―

유나가 홀로 카운터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

호준은 터벅터벅 걸어가 카운터를 톡톡 두드렸다.

유나가 부스스한 머리로 바라보다가 눈이 서서히 커졌다.

“어… 어머! 호준 님 오셨네요. 저, 그런데 옆에 분은 누구신지…?”

“까미라고. 새로 들인 식구입니다. 같이 일했으면 해서 데려왔어요. 인사해 까미. 이쪽은 유미 님이다.”

“안녕하세요 유미 님! 제 이름은 까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가워요. 까미 님! 날개가 멋지시네요!”

“과찬이십니다!”

둘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호준은 장미를 꺼내 들었다.

“어머, 이렇게 빨리 가져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유나는 장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일을 미루는 타입이 아니라서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호준 님!”

유나는 장미를 바닥에 내려놓고 장식장 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주먹만 한 상자가 카운터 위에 놓였다.

“제 보답입니다. 받아주시겠어요?”

“안에 있는 건 뭡니까?”

“깜짝 선물입니다. 한번 열어보세요.”

흠. 뭐일까.

톡―

호준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메시지가 비처럼 쏟아졌다.

【퀘스트 성공!】

【여관 인수 성공!】

【이제부터 당신은 여관의 소유주입니다!】

【모든 의사결정권은 소유주인 당신에게 있습니다.】

【여관 관리자로 유나가 설정되었습니다】

【여관의 메뉴 가격, 숙박료, 기타 사항은 관리자에게 말해 수정할 수 있습니다!】

2호점을 완전히 손에 넣는 데 성공.

게다가.

【퀘스트 보상으로 유나와의 호감도 100 획득!】

【유나는 앞으로 24시간 여관 관리자로 일합니다!】

【유나에게는 요리, 여관 관리를 맡길 수 있습니다.】

여관 관리자로 유나를 얻었으며.

앞으로 요리와 여관 관리를 맡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신저 구슬 2개를 획득했습니다!】

구슬도 얻었다.

성공적인 마무리였다.

* * *

퀘스트를 마친 뒤.

호준은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2호점 오픈을 앞두고 할 일이 산더미였다.

먼저 청소를 했다.

유나와 함께 청소할 곳을 체크했고 까미가 청소를 전담해 주었다.

까미의 청소 실력은 훌륭해서 금방 말끔해졌다.

그다음은 유나에게 요리를 가르쳤다.

그녀 혼자서도 농장에서 키운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해 요리할 수 있도록 했다.

주 메뉴는 피자, 스테이크, 치킨.

주스는 따로 농장에서 만들어 공급하기로 했다.

다행히 유나의 요리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가르치는 족족 잘 배워서, 곧잘 따라 했으니까.

그녀 혼자서 해도 치킨 4등급 정도는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니.

단시간에 얻은 결과로는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유나님! 요 치킨이 올라간 피자는, 입에서 살살 녹네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까미야. 고마워!”

“아이구. 저 먹고 죽겠습니다!”

까미가 쓰러지는 시늉을 하자 유나는 크게 한바탕 웃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지금 장사하시나요?”

“네. 요정의 쉼터 2호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메뉴판 한번 보시겠어요?”

까미가 포르르 날아가 메뉴판을 보여주고 손님을 응대했다.

손님들은 가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이 놀랄 만도 했다.

“4등급 치킨이, 130골드라고요? 정말 3등급 맞습니까?”

“네. 2호점을 개점한 기념으로, 파격가로 판매 중입니다!”

“양은 얼마나 됩니까? 혹시 양이 적은 거 아닙니까?”

그 말에 까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네 분이 드셔도 충분한 양이죠. 배가 터질 만큼 드실 수 있습니다.”

까미의 설명에 손님들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요!”

“맛도 다양하니까 고를 수도 있고. 맛 고르고 다시 얘기할게요.”

양도 많고, 가격도 싸고, 등급도 괜찮고.

마음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럼, 간장이랑 오리지널 치킨 각각 하나 주세요!”

“넵! 주문받았습니다!”

메뉴가 정해지자 유나는 분주해졌다.

직접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호준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앞으로도 유나가 2호점 요리를 맡고, 자신은 본점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본점에서는 특급요리를,

2호점에서는 등급은 조금 낮지만 저렴한 음식을 팔아 더 많은 고객을 끌자는 전략.

‘뭐든 시도하면 얻는 게 있겠지.’

취이이익―

유나는 메뉴얼대로 치킨을 튀김기 안에 투척했다.

치킨이 잘 익자 튀김통을 들고 탁탁 내리친다.

기름을 싹 털어낸 치킨을 그릇 위에 세팅하면 완료!

다 완성되자 까미가 테이블 위에 요리를 세팅했다.

“잘 먹겠습니다.”

“와. 색깔 노릇노릇하니 맛있겠다.”

달그닥 달그닥

검은 머리 남자가 한 점을 입에 넣고 씹었다.

“으음~”

감탄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너무 맛있어요! 살이 부들부들하고 촉촉하니.”

“양념도 잘 배었구만. 이거 포장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그럼….”

추가 주문도 이어졌다.

‘맛이 괜찮구나.’

손님들의 반응에 유나의 표정이 환해졌다.

사실 그녀는 지갑사정 때문에 저품질의 재료로 요리를 했고.

그 때문에 손님들의 역성을 들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위축되고 자존감도 떨어졌었는데.

호준이 가져다준 재료로 만드니 요리가 훌륭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손님들도 만족하고.

‘다행이다!’

자신감을 되찾은 유나가 호준에게 웃으며 말했다.

“다 호준 님 덕분에요. 좋은 재료도 그렇고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나 씨가 열심히 한 것도 있는걸요. 지금처럼 레시피대로 만들면 됩니다. 나중에 너무 바쁘면 메신저로 연락해 주세요. 지원군을 보낼 테니. 저도 얼마든지 올 수 있습니다.”

“네! 명심할게요!”

호준이 말한 메신저란, 상자에서 꺼낸 메신저 구슬을 말했다.

핸드폰과 비슷한 개념인데 구슬을 두 번 두드리면, 서로 화상 전화가 가능했다.

본점과 2호점의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었다.

‘유나랑 까미 정도면 맡겨도 되겠지.’

아직 손님이 많지 않으니 두 명으로 괜찮을 듯싶었다.

마지막으로 점검을 마치고 2호점을 떠나기 전.

호준은 유나와 까미를 데리고 상호 간판 아래에 나란히 섰다.

【요정의 쉼터 2호점】

“자, 다들 김치!”

“김치!”

“김치~”

찰칵!

홍보용 사진 촬영 완료!

잠시 뒤, 홀로 농장으로 돌아가며 호준은 공식 게시판에 올릴 글을 작성했다.

【요정의 쉼터 2호점 개점 완료!】

【새로 같이 일하게 된 유나와 까미입니다!】

2호점 오픈 소식에는 파격적인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오픈 기념으로 치킨, 피자, 스테이크(4등급 이상) 전부 130골드로 판매합니다.】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 팝니다!】

바로 가격 인하.

130골드는 거의 원재료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른 음식점에서 이렇게 했다면 망했겠지만.

“재료가 너무 많아서 괜찮을 듯.”

호준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소고기는 꾸준히 쌓이고 쌓여 800개 이상 재고가 남아있었고.

닭들 숫자가 20마리나 되어서 닭고기도 700개를 넘어갔다.

재고도 넉넉하니.

손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빨리 팔면서 홍보 효과도 누릴 생각이었다.

【요나스 마을 광장 2호점으로 오세여!】

“음. 이 정도면 됐겠지.”

호준은 업로드 버튼을 꾹 눌렀다.

【업로드 완료!】

그렇게 글을 업로드하고서 그는 터벅터벅 농장으로 걸어갔다.

“많이 왔으면 좋겠네.”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순간,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헐. 4급 요리 시세가 300골드인데. 130골드래!!

└ 하나만 갖다 팔아도 170골드나 버는 거잖아?

└ 그래서 요나스 마을 어디라고?

└ 2호점 요정의 쉼터! 광장 쪽이래. 얼른 출발해야 함.

└ 매진되면 끝임. 고고!

유토피아에는 세일 소식에 눈 뒤집히는 사람들이 그의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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