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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117화 (117/200)

117. 악마의 정원

이무기를 치료하고 얻은 성과는 훌륭했다.

【양육자 칭호 획득!】

【양육자】

【설명】: 최초로 이무기를 길들인 경우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칭호 효과】: 길들인 몬스터의 성장속도가 200% 향상됩니다.

【칭호 효과 적용 몬스터】: 이무기 132호

새로 얻은 칭호를 통해,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버프도 얻었다.

이무기가 더 빨리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사뭇 기대되었다.

얼마 지나면 쑥쑥 자라 있으려나.

쿵―!

성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상자는 바닥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호준은 그늘막으로 가 상자를 열어보았다.

삐그덕―

“구슬이네.”

상자 안에는 반질반질한 푸른 구슬이 놓여 있었다.

구슬을 바라보자 그 위로 메시지가 떴다.

【의미심장한 구슬】

【종류】: 아티팩트

【기능】: ???

【특이사항】: 본 아이템은 모든 기능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아이템을 활성화하려면 특별한 사용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아직은 비활성화 상태라 알 수 있는 게 없네.’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었다.

뭐,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며 호준은 구슬을 주머니에 챙겨 넣고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이무기가 납작 고개를 숙이고는 넌지시 말했다.

― 호준, 앞으로도 같이 지내고 싶다사악! 내게 이름을 줄 수 있겠나 사악!

【이무기 132호가 당신에게 복종의 자세를 취합니다!】

【이무기의 이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설정하여 이무기 길들이기를 최종적으로 완료하세요!】

‘이름이라…!’

이름이라면 이미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녀석의 순한 눈망울과 잘 어울리는 이름은 바로.

“이무로 하자. 어때?”

이무기를 줄인 것이기도 하고, 왠지 녀석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 왠지 부드럽고 듣기 좋다사악!

이무는 이름이 마음에 쏙 드는지 배시시 웃었다.

“반갑다. 이무야.”

호준은 이무의 머리를 쓱 쓰다듬어주었다.

수줍게 웃는 이무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이무가 새 이름을 얻게 되어 무척 기뻐합니다】

【이무의 충성도가 최대치인 100을 달성했습니다!】

【이무는 당신의 명을 충실히 수행하며, 든든한 방패가 되어 줄 것입니다!】

그렇게 정식으로 이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 * *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호준은 이무를 밖에 두고 홀로 여관에 들어섰다.

가게에는 촌장님과 여관의 주인, 유나가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허허, 자네가 2호점을 개설할 생각을 한다니. 부디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구만.”

촌장님과 유나, 둘을 마주한 호준은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았다.

‘2호점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유토피아에서 음식점 2호점을 얻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2호점은 반드시 마을이나 도시에 기존 가게를 인수하는 방식으로만 설치할 수 있는데, 인수과정을 거치려면 3단계의 과정을 필수로 통과해야 했다.

이렇게 까다롭게 만들어 놓은 이유는, 그만큼의 노력을 들일만큼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을이나 도시 내에 가게를 세우면 수입이 몇 배는 뛸 테니까.’

유동인구가 많은 마을, 도시 내의 가게는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얻는 조건을 까다롭게 해둔 것이었다.

그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다행히 호준에게 있어서 관문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첫 번째 관문은 이미 방금 통과했다.

그 첫 번째 관문이란, 지역의 유지로부터 동의를 얻는 것이었다.

【여관을 인수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를 만족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를 진행합니다!】

【여관의 주인, 유나에게 인수금을 지불하십시오!】

두 번째 관문은 즉 돈을 지불해야 하는 관문이었다.

“저희 가게는 3만 골드 정도가 적당합니다.”

가게 주인 유나는 인수금의 액수를 제시하며 슬며시 호준의 눈치를 살폈다.

3만 골드는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 자가 그 금액을 지불할 능력이 될까?

여관에만 콕 틀어박혀 있던 유나로서는 호준에 대해 풍문으로만 들었을 뿐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흠. 과연…?’

그녀의 시선과 상관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호준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가져가시죠. 3만 골드.”

“아, 네. 혹시 무리가 되신다면 취소하셔도 되는데요.”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10배의 금액도 가능한걸요.”

“헉… 10배요?”

유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호준을 바라보다가, 그가 진지하다는 걸 알아차리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력이 대단하네. 정말 장사를 제대로 할 생각인 모양이야.’

그녀는 금액을 꼼꼼히 살펴 3만 골드임을 확인한 뒤에 주머니를 따로 챙겼다.

그녀가 돈을 세는 사이, 호준은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 중이었다.

‘판매 채널이 늘어나면 수익도 더블로 늘어날 테니, 일도 더 많아지겠군.’

그는 여관을 인수해 운영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심장을 뛰게 하는 뭔가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메시지가 떴다.

【인수금 3만 골드를 지불했습니다!】

【두 번째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이제 남은 관문이 마지막으로 남은 관문이었다.

지원자들을 낙담시키는 최종 관문.

‘어떤 퀘스트려나.’

“그럼.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어요?”

가게 주인, 유나가 주는 퀘스트를 수행해야만 했다.

부디 어렵지 않은 퀘스트가 되기를 기도하며, 호준은 그녀의 내민 손을 맞잡았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할 퀘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지나갑니다. 마차 조심하세요!”

“아유. 오늘 야채는 다 싱싱하네~”

“저기 목장에 루돌프 있잖어? 그 양반이 오늘 글쎄….”

마을의 중심, 요나스 마을을 지나는 이들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광장.

늘 그렇듯이 광장은 관광객, 주민이 한데 얽혀 북적였다.

호준은 이무의 머리 위에 앉아 사람들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생각을 하느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음!”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었다.

조금 전 얻은 퀘스트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퀘스트명】: 악마의 보물을 가져오시오.

【목표】: 악마의 정원에서 자라는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가져오시오.

* 악마의 장미꽃 (0/1)

【설명】

* 여관주인 유나가 간절히 원하는 장미꽃이 악마의 정원에 자라고 있습니다. 그녀의 소원대로 장미꽃 한 송이를 가져다주세요. 장미는 악마의 정원 내부에 숨겨져 있습니다.

【퀘스트 보상】

* 요나스 마을의 여관 인수 및 운영 가능

* 유나와의 호감도 100 획득

* 유나의 특별한 선물 획득

【퀘스트 실패시】

* 다시는 요나스 마을 여관 인수를 시도할 수 없습니다.

* 유나와의 호감도 ― 50 하락

퀘스트 내용은 악마의 정원에서 장미 한 송이를 꺾어오라는 것.

별로 어려울 것 없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장난 아니게 어렵지.’

자료를 조사한 결과, 호준은 알 수 있었다.

악마의 정원으로 가는 데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먼저 악마의 정원은 텔레포트 불가지역이라서, 텔레포트 장치를 이용하는 게 불가능하지.’

안타깝게도 악마의 정원이 위치한 멸망의 도시는 텔레포트 불가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해변가로 갔을 때처럼 텔레포트로 바로 갈 수 없고 발품을 갈아 가야 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직접 간다고 치자.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문제는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한 길이라 이거야.’

먼저 멸망의 도시 인근 지역으로 텔레포트하고, 그다음 정원까지 이르는 던전을 돌파해야 한다.

돌파해야 하는 던전의 숫자는 35개.

‘모두 솔로 던전인 데다, 레벨 50대 플레이어들이 가는 던전이라 이 말이지.’

솔로 던전은 던전의 환경이 광활해서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피곤한 던전이었다.

그런 던전을 무려 35개나 깨고, 겨우겨우 정원으로 가는데는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릴까.

이 퀘스트를 시작하는 순간 고생길이 될 것이 분명했다.

‘보통은 포기하겠지.’

솔직히 이 조건을 듣고도 가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특이한 경우였다.

자신의 레벨보다 20레벨 높은 솔로 던전을 가겠다는 건, 죽을 각오로 한다는 것인데.

‘죽어서 게임 접속이 제한되고, 돈을 뺏기고, 경험치도 잃느니 차라리 그냥 이 퀘스트를 포기하겠지.’

물론 이는 겁쟁이 같은 생각이 아니고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보통 플레이어라면 포기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나 호준은 포기를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꼭 해보고 싶은데….’

여관을 인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방법이 없으려나.’

난관에 부딪히기는 했지만, 이대로 포기하는 뭔가 아쉬웠다.

찹찹찹찹―

그의 이런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무는 솜사탕을 녹여 먹느라 바빴다.

녹아버린 솜사탕을 찾기라도 하듯 혀를 낼름낼름거린다.

― 호준, 벌써 다 먹었다 사악! 사탕 더 먹을 수 있다사악~

입을 헤 벌리며 혀를 날름거리는 아무를 보며, 호준은 피식 웃었다.

이왕 마을에 온 김에 많이 먹여줘야겠지 싶다.

“아저씨. 여기 솜사탕 20개 추가해주세요!”

“아이구. 고맙네. 젊은 양반!”

솜사탕을 추가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솜사탕 할아버지가 기분 좋은 얼굴로 솜사탕을 만든다.

곧 보너스 솜사탕 2개를 추가해, 총 22개의 솜사탕이 이무기 입 안으로 들어갔다.

찹찹찹찹

이무기는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솜사탕을 맛보았다.

흥분한 꼬리가 베베 꼬였다.

‘잘 먹네.’

맛있게 먹어주니, 호준도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녀석의 입이 활짝 벌어지고, 그 목구멍이 보이자 그곳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또르르르―

구슬이 주머니를 빠져나와 똑 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 안 돼!”

멍하게 있던 그는 구슬을 너무 늦게 발견했다.

그가 염력을 발휘했을 때는 이미 구슬이 이무의 뱃속으로 들어간 뒤였다.

“이무야. 괜찮아?”

― 무슨 일이냐사악?

이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대로 구슬을 먹어도 상관없는 것일까?

벌린 입 어디에도 구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미 구슬을 삼켜버린 모양인데, 별 영향이 없는 건가.

‘하긴 나중에 똥으로 나오는데. 괜찮겠지?’

호준은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메시지는 그가 그대로 넘기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구슬의 사용조건이 해제되었습니다!】

【이무의 기운을 듬뿍 받은 구슬이 원래 본 모습을 되찾습니다】

【여의주를 획득했습니다!】

‘여의주라고?’

갑작스럽지만 구슬의 정체가 밝혀졌다.

용이 품고 다닌다는 구슬. 여의주가 바로 그 정체였고.

이어지는 부분은 더 놀라웠다.

【여의주 덕분에 이무가 새로운 능력을 각성합니다.】

‘새로운 능력이라고?’

― 몸이 간지럽다 사악!

이무가 갑자기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몸이 바르르 떨리기까지 한다.

“이무야. 일단 진정해봐.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래. 그렇게.”

호준은 애써 부들부들 떠는 이무를 진정시켰다.

부들거리던 이무가 제정신을 찾을 때 즈음, 드디어 각성이 끝났다.

이무가 각성한 능력은.

【이무가 텔레포트 능력을 각성했습니다!】

【이무는 자신과 주위 인물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인원 제한】: 10명

【쿨타임】: 1시간

무려 텔레포트 능력이었다.

생활에서 많이 쓸 수 있는 능력이지 싶지만.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이무의 능력은 그냥 텔레포트 능력이 아니었다.

【텔레포트 불가능한 지역】: 없음 (용신의 축복을 받아, 언제 어디든 이동 가능합니다!)

‘텔레포트 불가능한 지역이 없다고?’

이무가 천금보다 귀한 능력을 얻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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