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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113화 (113/200)

113. 변신

남이 하는 요리는 쉬운 것으로 보여도, 막상 스스로 해 보면 쉽지 않다.

재료 준비, 다듬기, 적절한 요리과정까지.

신경 쓸 것도 많을뿐더러.

‘인내심이 필요하니까.’

뜨거운 불 앞에서도, 귀찮은 과정도 해나가는 인내심이 필수였다.

그러나 호준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그는 손가락 튕기기로, 모든 요리를 해냈다.

그의 기준으로 요리는 너무나 쉬웠다.

‘좋았어.’

염력으로 양념장 입자들을 제어해 배추에 붙었다.

꼼꼼하게 배추를 버무리는 데 성공.

순식간에 배추들이 붉디붉게 물들었다.

띠링―

호준은 흐뭇한 얼굴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미완성 김치 완료!】

【완전히 숙성되기까지 10분이 남았습니다!】

【미완성 김치 완료!】

【완전히 숙성되기까지 10분이 남았습니다!】

착 착 착―

호준은 전속력으로 배추를 버무렸다.

제한 시간이 있었기에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숙성에 들어간 배추들이 그의 옆에 산을 이루었다.

착―

“됐다!”

마침내 100포기를 쌓는 데 성공!

그다음은 토순이가 앞으로 나섰다.

“토순아! 부탁한다.”

“뀨뀨!”

토순이는 몸을 부풀리며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숨을 길게 내뱉으며 귀를 추어올렸다.

“뀨우!!”

토순이의 귀에서 빛이 발사됐다.

빛은 은하수처럼 퍼져나가 배추김치 더미를 감쌌다.

배추김치가 반짝이더니 그 위로 메시지가 떴다.

【요리의 요정 축복을 받아, 김치의 숙성과정이 가속화됩니다!】

【숙성 완료!】

【숙성 완료!】

【숙성 완료!】

…….

수 없는 알람 소리!

알람 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짜릿했다.

‘역시 토순이가 최고라니까.’

“잘했다.”

“뀨~~”

알람 소리가 사그라들자 호준은 토순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토순이는 발랑 누워 인절미처럼 납작하게 하고 골골댔다.

계속 녀석을 쓰다듬으며 호준은 메시지를 살폈다.

“흠…… 어디 보자 이번에는 등급이……어?”

메시지를 확인한 호준은 잠시 당황했다.

【김창김치(특5급) 요리 성공!】

“특 5급이라고?”

무려 특 5급이었다.

눈을 비비적거리고 다시 확인해도, 분명히 숫자는 그대로였다.

잘못 본 게 아니란 소리.

“피자보다 2등급이다 올랐네!”

지난번 피자보다 무려 2등급이나 오른 수치였다.

등급이 오른 원인은 바로.

‘추가재료 때문이구나.’

【추가재료 효과로 요리 등급 대폭 상승!】

바로 추가재료가 주원인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달리, 추가재료를 가득가득 넣었던 것.

【이미 충분히 재료를 추가했습니다.】

【더는 재료를 추가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넣은 결과.

처음으로 특 5급 요리를 만드는 데 성공!

【요리의 달인 칭호 획득!】

【요리의 달인】

【설명】: 최초로 특 5급 이상의 요리를 만들 시 부여되는 칭호.

【칭호 효과】: 요리의 달인은 조리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조리 시간의 정의 : 익히는데, 혹은 찌는데 걸리는 시간처럼, 모든 요리사가 필수로 거쳐야 하는 기다림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좋았어.”

무려, 칭호까지 얻었다.

칭호의 효과는 요리시간 단축 효과.

앞으로 모든 요리에 적용된다고 하니,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이제 더 빨리, 더 많은 요리를 만들 수 있겠군.’

【의뢰 완료 시간까지 5분 남았습니다】

【빨리 요리를 제출하십시오!】

“엇차. 가야겠다.”

호준은 배추김치를 인벤토리에 담고.

“꾸웅~”

잠에 빠진 토순이는 그늘막에 내려두었다.

추울까 봐 나뭇잎 이불도 덮어주고서.

“가자!”

그는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빨리 숲을 달렸다.

* * *

총총거리며 달려간 끝에 제시간에 길드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준 님, 의뢰는 이 마법 주머니에 넣어주세요!”

“그래!”

마법 주머니가 뭔지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의뢰 완료 시간까지 1분 50초 남았습니다!】

【빨리 요리를 제출하십시오.】

요리를 제출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이렇게 하는 건가.’

호준은 주머니 입구를 널찍하게 벌리고 안에 배추김치를 넣었다.

신기하게도 배추김치를 가까이하자 주머니가 위아래로 크게 벌어졌다.

‘마법에 걸려 살아있는 건가?’

주머니가 배추김치를 삼키더니.

꿀꺽―

【배추김치 투입 완료! (1/100)】

꾸물꾸물 음식물을 소화하는 위처럼 움직였다.

“주머니를 잡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알아서 먹거든요!”

“그렇군.”

카운터에 앉은 세티의 말에 호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머니를 잡은 손을 놓았다.

곧이어 배추김치를 마구 던졌다.

꿀꺽―

【배추김치 투입 완료! (2/100)】

꿀꺽―

【배추김치 투입 완료! (3/100)】

꿀꺽―

【배추김치 투입 완료! (4/100)】

주머니는 김치를 잘도 받아먹었다.

마지막 배추김치까지 야무지게 먹은 주머니가 꺽― 하고 트림하자.

기쁨의 순간이 찾아왔다.

【의뢰 성공!】

【의뢰 보상으로 전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근력이 더욱 강해집니다!】

【몸이 더욱 민첩해집니다!】

【전달 가능한 요정력이 상승했습니다!】

스탯이 무려 10씩 상승했다.

스탯 상승 덕분에, 팔과 다리에서 힘이 불끈불끈 솟았다.

피로했던 기분도 싹 사라진 것 같았다.

‘최고네.’

호준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기뻐할 일은 이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의뢰 보상으로 경험치 30,000 EXP 획득!】

【레벨업 성공!】

【레벨업 성공!】

【레벨업 성공!】

【레벨업 성공!】

【레벨업 성공!】

【레벨 35 달성!】

“레벨도 많이 올랐네!”

레벨이 무려 5나 올랐다.

이제 레벨이 35!

어쩌면 오늘 40까지 거뜬히 넘을지도?

의뢰 덕분에 간단히 레벨업 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스탯은 음… 근력에 투자하자.”

【근력이 10 상승했습니다!】

【힘이 충만합니다!】

새로 얻은 스탯 배분도 마쳤다.

마지막으로 아직 확인하지 않은 보상이 남아있었다.

바로 특별한 상자.

【의뢰 보상으로 축복의 상자를 얻었습니다!】

탁―

축복의 상자는 하얀 대리석 상자였다.

고귀한 느낌의 새하얀 석조상자.

상자 뚜껑에는 날개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어머. 상자가 너무 이쁘네요. 집에 두고 쓰고 싶을 정도로요!”

멀리서 세티가 부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설레기는 호준도 마찬가지였다.

‘뭐가 들어 있으려나!’

조금 다른 의미의 설렘이었지만.

호준은 천천히 상자를 향해 손을 움직였다.

마치 택배 상자를 뜯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댔다.

삐걱―

상자는 너무나 쉽게 열렸고.

그 안에는.

“어?”

작은 구슬 하나가 놓여 있었다.

* * *

잠시 뒤, 호준은 잠시 나무그루터기에 앉았다.

그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병아리를 납치한다니. 너무 유치한데.”

그가 잠시 걸음을 멈춘 이유는, 다름 아닌 이미주가 해온 연락 때문이었다.

그녀가 전해온 소식은, 무려 습격 경고.

‘설리나, 레벨 50 정도로 추정, 얼음 마법사.’

설리나가 누구냐 하면.

이미주 PD의 말을 빌리자면, '영상 찍어달라고 난리 치는 부잣집 딸내미' 라나.

이대로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사실, 설리나가 레벨 55라는 것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지금 내 레벨은 70에 버금가는데.’

독 내성, 각종 아이템 효과가 중첩되고.

스탯이 대폭 오르는 바람에, 이미 레벨 70 정도와 동급 수준이었다.

‘그리고 레벨보다 중요한 건, 실력이지.’

혼란, 공포 등을 불러일으키는 맹독이 발린 화살, 타타니홀의 대검도 있고.

옷에는 실명효과가 있기에, 닿기만 하면 적이 실명했다.

설리나에게 옷을 갖다 대고 실명하는 순간, 칼로 찔러도 그만이었다.

‘쉽게 죽일 생각은 없지만.’

【구미호의 구슬】

【종류】: 아티팩트

【기능】: 구미호의 힘을 받아, 10분간 다른 생물로 변신할 수 있다.

* 외관만 감쪽같이 변신합니다.

* 변신하더라도 착용아이템 효과와 현재 스탯은 현재와 똑같이 유지됩니다.

* 착용 장비는 몸 크기에 비례하여 변합니다. (즉, 몸이 작아지면, 장비도 덩달아 작아집니다.)

* 쿨타임 12시간

이왕 죽이는 것, 아이템을 실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축복의 상자에서 얻은 새하얀 구슬이 손바닥 위에서 반짝였다.

‘병아리가 되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겠군.’

병아리가 된 채로, 약자의 모습으로 접근해서

적이 병아리를 잡았다고 완벽히 방심한 순간, 그 목덜미를 뚫으면?

“끝내주겠는데.”

기습작전을 상상하는 동안,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 *

한편, 설리나는 포탈에 도착해서 이곳저곳을 누볐다.

“쳇.”

그녀의 입가에는 비아냥거리는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토끼 바위까지 오는 동안, 그녀는 심기가 매우 좋지 못했다.

길을 찾기 어려워서냐고.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요정의 쉼터가 이쪽이라며?”

“그래. 토끼 바위 쪽으로 가면 오솔길이 나오는데, 그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돼!”

“토끼 바위라. 기억하기 쉽군.”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거야. 가게를 항상 여는 게 아니라더군.”

“그럼 언제 여는데?”

“바위 옆에다가 안내판을 세우는데. 그때부터 가게 오픈이래. 그때 가도 늦지 않아.”

“아하.”

묻지 않아도 사람들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했던 것.

설리나는 귀를 쫑긋하고 빠지지 않고 들었다.

이미, 호준은 유명인사였다.

그녀의 예상보다 더 많은 인기였고.

그 모습이 부러운 나머지 설리나는, 연신 입술을 짓씹었다.

‘요리사 주제에. 재수 없는 자식.’

그녀는 습관적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했고.

상대에게서 부러운 부분이 발견되면,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싶어 안달했다.

그런데 옆에서 계속 호준을 치켜세우니.

설리나의 기분은 계속 불쾌해져만 갔다.

‘그 노랑인가 뭔가를 잡으면, 아주 설설 기게 해주겠어.’

설리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길을 걸었다.

물론 그녀도 그냥 빈손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이미 측근을 통해 호준을 조사했기에, 호준의 레벨을 추정하고 있었다.

‘콜로세움 이벤트는 레벨 30 이하만 가능하니까. 아마 30을 넘어서지는 못하겠지.’

그녀가 자신만만한 것도.

홀로 온 것도 바로 레벨 차이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미 레벨이 55.

레벨 차이가 20이 넘게 나는데 자신이 절대 질 리 없다고.

합리적인 생각이지만, 아직은 불확실한 추정.

불확실한 추정을 확실하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본인만 몰랐다.

‘병아리부터 일단 찾자.’

병아리를 포획한 다음, 협박할 계획이며.

협박하는 척하며, 먼저 선방도 날리리라.

‘어디 한번 먹어보라고.’

그녀는 이번에 이미주 PD에게 제대로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놈이 개망신을 당하면. 이미주도 그 선택이 실수란 걸 깨닫겠지.’

그렇게 희망에 부푼 설리나가 숲길을 걸어갔다.

그렇게 길을 걸어가던 그때.

“어머 어머! 여기 좀 봐. 너무 이쁜 병아리다~~”

“그러게. 길 한복판에 왜 병아리가 있지? 너무 귀여워!”

저 멀리 길 한복판에서, 여자 둘이 손뼉을 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뭔가를 바라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뭐지?’

설리나는 눈을 빛내며 가까이 다가갔다.

여자들 옆에 선 순간, 그녀는 보고야 말았다.

‘찾았다.’

앙증맞은 사이즈의 병아리를.

설리나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어머, 얘가 노랑이구나!”

설리나는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여자들 옆에 끼어들었다.

‘이렇게 쉽게 잡을 줄이야.’

“삐이~?”

병아리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 묘한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음. 왠지 반기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괜한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병아리의 탈을 쓴 누군가가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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