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11화 (111/200)

111.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다음날 유토피아에 접속한 호준은 제일 먼저, 영상탭을 켰다.

“영상 설정을 하라고 그랬지.”

영상의 녹화 설정을 세세하게 해달라고 이미주에게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어떻게 설정할지 세세하게 배운 상태였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세부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녹화 결과가 천차만별이라나.

‘전문가의 말이니. 그대로 따라야지.’

호준은 그녀의 지시대로 이런저런 설정을 눌렀다.

띠록 띠록― 띡띡―

버튼을 누르고 누른 끝에.

“음… 이렇게 하고. 여기 입력하면……됐다!”

드디어 복잡한 설정을 마쳤다.

호준은 흐뭇한 얼굴로 저장 버튼을 눌렀다.

【현재 설정이 저장되었습니다.】

【영상 수신자를 설정해주십시오.】

“수신자는 미주 컴퍼니지.”

【수신자】: 미주컴퍼니

【설정 완료!】

【자동 전송 기능을 실행합니다】

【이제부터 녹화 영상은 실시간으로 미주컴퍼니 계정에 전송됩니다!】

이것으로 녹화 영상은 자동으로 이미주에게 전송.

걱정할 일 없이, 플레이만 하면 됐다.

그렇게 설정을 완료하고서 호준은 양계장으로 향했다.

알을 부화시키기 위함이었다.

그가 걸어가는 사이, 이미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 이미주 : 호준 님, 알림확인했어요~ 오늘 내로 올릴 예정입니다! 3분 01초 짜린데. 올리면 한번 보세용 ㅎㅎㅎ 혼을 갈아넣겠습니다!

“오늘 올린다고?”

이분은 잠도 안 자고 일하는 건가.

뭐. 올리겠다는데 막을 수는 없고.

알아서 잘하겠지 싶어 적당히 메시지를 보냈다.

Re 이미주 : 네. 뭐든 잘 올려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양계장에 도착했다.

그가 양계장 문 앞에 도착하자, 근처 수풀에서 닭들이 우수수 나타났다.

녀석들은 두더지처럼 머리만 내밀더니 호준임을 확인하자 아장아장 걸어왔다.

― 호준이다끼오!

― 무슨 좋은일있냐끼오~ 웃는 얼굴이다끼오!

― 헤헷 새 깃털이 자랐는데 어떠냐끼오?

― 호준냄새 좋다끼오~ 흐읍흐읍키오!

“잘 잤어? 우리 달덩이들?”

― 수풀때문에 그늘져서 시원하고 좋다끼오~

― 어제 많이먹었더니 종일 잤가끼오~

― 잠많이 자니까 뱃살이 좀 찐것같다끼오~

수다쟁이 닭들은 재잘거리며 귀를 심심하게 하지 않았다.

자기도 쓰다듬어 달라며 머리를 들이미는 녀석들이 귀엽기 짝이 없었다.

진짜 강아지인지 닭인지 헷갈린다니까.

“그래그래. 조금만 기다려봐. 얼른 부화하고서, 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

― 밥이다끼오~

― 밥바밥밥끼오!

― 황금쌀 밀가루 과일 다 좋다끼오~

밥 소리에 신이 난 닭들은 서로의 날개를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괴상한 춤도 췄다.

호준은 피식 웃고는 양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용하네.’

부산스런 바깥과 달리, 아무도 없는 양계장은 참으로 고요했다.

요람 모양의 부화기가 햇살에 빛났다.

호준은 그제도 어제도 그러했듯, 부화기 안에 담긴 알에 손을 갖다 댔다.

파밧!

【알 부화 성공!】

섬광과 메시지.

그리고 이어지는.

― 삐이~~!

가녀린 울음소리.

댕글댕글한 병아리 한 마리가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올려다본다.

‘매번 느끼지만. 너무 귀엽다…!’

주먹만 한 병아리는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 삐잉~ 삐잉!

― 날고싶다삐약~

솜털이 보송보송한 작은 날개.

제 몸집보다도 작은 날개로 날아보겠답시고 파닥이는 하찮음이 웃기기도 하고.

데구르르―

걷는 법을 몰라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어벙함도 매력이었다.

“삐약아. 네 친구들 만나러 가자.”

다른 병아리들을 소개시켜 줄 요량으로, 병아리를 조심히 안아 들었다.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게 손가락으로 감옥을 만들고서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병아리의 이름에 패턴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새로 노랑이3으로 이름 지으시겠습니까?】

AI가 이름의 패턴도 발견해주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노랑이3으로 지을 예정이었기에, 호준은 흔쾌히 새 이름에 동의했다.

“그래. 노랑이3으로 짓는다.”

그러자 전혀 예상치도 못한 메시지가 떴다.

【노랑이3으로 이름을 설정했습니다.】

【3일 연속 달걀을 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꼬꼬닭의 보호자 칭호 획득!】

【꼬꼬닭의 보호자】

【설명】: 3일 연속 달걀을 부화하는 데 성공하면 획득할 수 있습니다.

【칭호 효과】: 닭의 기본 체력과 근력이 2배로 증가합니다. 본 효과는 병아리에게도 적용됩니다.

꼬꼬닭의 보호자?

처음 보는 칭호 효과였다.

닭의 체력과 근력이 2배로 늘어난다니.

무슨 효과인지 의아해져 호준은 눈알을 굴려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는 손바닥 위에 퍼질러 누운 병아리를 향해 물었다.

“노랑아, 몸에 무슨 변화 없어?”

― 으음삐약! 이상하게 몸이 불끈댄다삐약!

노랑이3은 고개를 도리도리하더니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어…? 날 수 있잖아?”

천천히 작은 몸이 활공했다.

― 삐약! 나 날 수 있다삐약~~!

노랑이 3도 몸이 떠오르자 흥분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녀석은 한 10cm 높이까지 날아오르는 데 성공했다.

― 하늘 높이 날아오르… 삐약~ 헤엑 헤엑

그러나 갓 태어난 탓인지, 힘이 빠져 추락했다.

― 히응 삐약― 더 높이 날고 싶었다삐약!

노랑이3은 실의에 빠져 손바닥에서 데굴데굴 몸을 굴렀다.

호준은 피식 웃으며 녀석의 뒷목을 슥슥 문지르며 위로했다.

“괜찮아. 계속하면 실력이 늘 테니까.”

― 진짜냐삐약? 나도 잘 날수있을까삐약?

“물론이지. 네 형들은 다 잘 날아다니는걸.”

― 그, 그렇구나삐약!

다시 기운을 차린 노랑이3을 데리고 호준은 문을 열고 나갔다.

“얘들아. 이제 가… 헐…?”

호준은 문을 열자마자 황당함에 말을 잃었다.

뭐 얌전히 앉아있을 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푸더덕 푸더덕―

눈앞의 풍경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 끼야~ 기운이 넘친다끼오~

― 하늘 높이 더 높이!

― 수직 낙하도 할 수 있다끼오!

― 누가누가 높이 나나 대결하자끼오!

독수리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는 녀석도 있으며.

몸을 수직 하강하며 날렵하게 착지하는 닭도 있고.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힘차게 나는 모양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전에는 활공 시간이 이렇게 길지 않았는데.

‘체력이 늘었다는 게 이런 소리구나.’

역시 체력이랑 근력 덕분인 모양이다.

수십 마리 닭이 푸드덕푸드덕대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정도면 과일도 따고도 남겠네.’

사실 닭들은 그냥 노는 게 아니라 농장일도 곧잘 도와줬다.

양배추 같은 낮은 높이의 작물 수확을 도와줬던 것.

이제부터는 꿀사과나무나 다른 나무들 수확도 너끈히 딸 수 있을 듯했다.

부탁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니, 알아서 잘하겠지.

‘기운이 넘치니까 보기 좋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들 해맑게 날아다녀서 호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좋음은 자연스레 전파되기 마련이니까.

우리 미니 노랑이들도 날고자 분발하고 있었다.

― 우리는 자랑스런 병아리다삐약!

― 어서 더 높이 날아오르자삐약!

노랑이 1, 노랑이 2는 의기양양하게 외치며 날고자 노력했다.

비록 닭들보다는 못 하지만 그들도 호준의 키만큼의 높이까지 날아올랐다.

작은 주먹만 한 체구로 그만큼 날아오른 것은, 훌륭한 성과였다.

‘대단하네.’

호준도 작게 감탄하며 그 모습을 보았다.

― 호준이다삐약!

첫째, 노랑이와 호준은 눈이 딱 마주쳤다.

― 반갑다삐약~ 보고싶었다삐약~

노랑이는 애교스럽게 목에 달라붙었다.

몸을 비비적대며 애교를 피우는 게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잘 있었어? 노랑아?”

호준은 녀석의 머리를 검지로 쓱쓱 문질러주었다.

그리고는 녀석에게 노랑이3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노랑아. 얘가 노랑이3이야. 네 동생이지.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한다?”

― 도, 동생삐약?

“그래. 네가 형인거야.”

― 귀여운 녀석이다삐약! 잘 지내겠다삐약!

― 바, 반가워 형삐약!

둘이 서로의 날개 끝을 맞대며 인사했다.

마치 서로 교감하는 듯, 눈빛도 온화했다.

노랑이는 형이라는 말에 눈빛이 조금 달라지더니, 동생에게 이것저것 설명했다.

― 멀리 날려면 날개 끝에 힘을 주어야 된다삐약! 허리는 곧게 펴고 전방을 주시하고삐약! 절대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한다삐약!

― 응 형삐약! 형 말대로 할게삐약!

노랑이3도 형의 말을 신봉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교육을 마치자, 둘은 나란히 날아 지상으로 착지했다.

― 호, 호준삐약! 이렇게 멀리 날았다삐약!

노랑이3은 처음 멀리 난 것이 기뻐서 날개를 흔들고.

― 크흠 내 동생이다삐약!

그 옆에서 노랑이는 흠흠거리며 동생의 기쁨에 동감했다.

“잘 날아가던데!”

‘사이가 좋네.’

노랑이들이 사이좋게 노는 걸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심신이 편안해졌다.

펄럭―

“호준 님! 오셨어요~”

“뀨뀨!”

“끼루루~”

“아무!”

“냐아~”

“뀨우!”

― 보고싶었다무우!

미르를 타고 온 미소, 요정 일동.

“다들 잘 있었지?”

호준도 그 등 위에 올라탔다.

“가자! 농장으로!”

오늘도 마음껏 놀다 가자.

그렇게 평온한 8일 차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 * *

이미주 PD가 유호준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미주 PD의 남자, 유호준, 과연 그는 누구인가?】

【요정의 쉼터, 구독자 수 12시간 만에 70만 돌파!】

호준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 오오! 연담에 이은 1억 구독자 수 달성인가?

└ 이미주는 역시 도전을 계속하는구나. 만족하는 일이 없어.

이미주PD의 팬들은, 그녀의 선택을 지지했다.

└ 선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 실력이 받쳐주니 괜찮은 결과를 내지 않겠어?

그런 지지의 기반에는, 그녀의 탄탄한 커리어도 한몫했다.

타고난 감각으로 인재를 발굴했던 실적들.

그런 실적들이 신뢰를 만들어냈다.

└ 흠. 요리랑 농사 방송이면. 전투영상은 없는데. 인기 얻는 게 가능함?

그러나 호준에 대한 정보가 풀리자,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그러게. 연담은 불마법사라 화려하게 싸우는 편인데. 농사랑 요리만 하면 좀 지루할지도…?

└ 판단 미스테이크인듯. 성공하는 사람들 중에 흔히 한두번은 삐끗하잖아. 이번이 그 삐끗한 케이스인 듯.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은 질문했다.

‘막장과 자극적인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잔잔한 농사와 요리 콘텐츠가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냐고.’

그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와중에.

└ 오, 요정의 쉼터 영상 올라왔대!

└ 벌써? 12시간도 안 됐는데?

└ 이미주 PD 워커홀릭이잖아. 연담때처럼 12시간마다 올리려는 듯.

└ ㅋㅋ 뭐올렸으려나? 궁금하네 ㅋㅋ

【요정의 쉼터 UPDATE!】

요정의 쉼터, 첫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영상은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가 양계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상 아래에는 자막과 내레이션도 첨가되었다.

― 오늘은 새 식구가 생기는 특별한 날입니다.

― 무슨 식구냐 하면 말이죠.

화면에는 성스럽게 보이는 빛나는 요람이 가득 차고.

요람 안에는 하얀 달걀 빛나고 있었다.

남자가 알을 만지자 빛이 터지더니.

― 삐야악~!

귀여운 병아리가 솜털 날개를 펴며 뾰로롱 울었다.

― 바로 이 작은 친구입니다.

오동토동한 볼, 동글동글한 눈매, 눈물을 머금은 촉촉한 눈망울.

풀HD를 통해 병아리의 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 삐삐~

└ 와… 귀엽다. 인형같아. 심쿵!

└ 나두 닭이나 한마리 키워볼까?

└ 저게 부화기래. 부화기사고 하루 기다리면 된다나봐.

└ 힐링된다 진짜…! 이 방송 계속해주세요!!

노랑이 3의 매력은 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불러일으켰다.

곧이어, 노랑이3과 똑 닮은 노랑이 형들이 등장했다.

― 노랑이3에게는 형제가 있습니다.

― 노랑이, 노랑이2가 바로 직속형제죠!

― 지금 노랑이3은 형들에게 나는 법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 과연 갓 태어난 노랑이 3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을까요?

이제 노랑이 3의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나왔다.

노랑이와 노랑이2 형들은 날개를 휘두르며 뭔가를 설명했고.

막내는 두 날개를 공손히 부여잡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설명을 다 들은 노랑이3은 결연한 눈빛으로 날개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 저렇게 작은 병아리도 날 수 있구나.

└ 그러게. 능력있네ㅋㅋ

└ 귀엽다. ㅋㅋ 잔망스러워 ㅋㅋㅋ

파닥파닥―

아이쿠.

데구르르 구르며 추락.

― 실패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노랑이3이 실패하면 그 옆에서 형들이 와서 토닥토닥 위로했다.

형들은 뒤에서 삐약삐약 울며 동생을 응원했다.

└ 크. 귀여워. 의리있는 녀석들이네.

└ 어서 날아라! 잘 날수 있을거야~

노랑이3은 여러 번 실패한 끝에.

드디어 자유자재로 나는 데 성공했다.

빙그르르―

노랑이 3은 멋들어지게 날아오르고, 빙그르르 회전하며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방금 태어난 병아리라고 보기 힘든, 능숙한 날갯짓이었다.

― 삐야악~~

노랑이와 노랑이2가, 동생에게 달려가 날개로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셋이 빙글빙글 돌면서 나는 모습으로 끝이 났다.

쿠키 영상으로는 노랑이 3형제가 졸면서 서로를 끌어안는 영상으로 마무리됐다.

└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 요즘 너무 힘들고 우울했는데 영상 보면서 힘이 많이 났어요!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이런 방송 많이해 주세요!! 자극적이지 않아서 스트레스 없이 그냥 볼 수 있었어요.

└ 병아리들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역시 미주님은, 마음을 울리는 것 같아요!!

영상 아래로는, 심적으로 위로받았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 후원금 투척하고 갑니다.

【400하트 후원완료!】

└ 노랑이 3형제가 어떻게 크는지 보고싶어요!

【300하트 후원완료!】

└ 노랑이 밥좀 먹으렴

【100하트 후원완료!】

후원금도 이어졌다.

【노랑이 영상,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다】

【자극적인 영상 속에서 빛나는 힐링영상】

【병아리들 보러 요정의 쉼터로 가는 법】

【요정의 쉼터가 위치한 요나스 마을 지도 첨부】

그런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은 김치 한번 만들어 보자! 김치전이 땡긴단 말야.”

호준은 김장을 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