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스타
유토피아 유저들을 위한 커뮤니티.
유토 인벤토리.
이곳에는 논란이 되는 글이 올라왔다.
【도와주세요 제발…】
【조회수】: 231,323
【좋아요】: 12,310
【싫어요】: 23
도움을 요청하는 절박한 글.
글 내용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흐윽 수도쪽으로 여행가다가 칼이랑 템 다 뺐겼어요 ㅠ_ㅠ
메카인이라고 약탈 방송하는 녀석인데… 8명 정도 뭉쳐 다니더라구요.
ㅠㅠㅠ 저 패거리들 다 미친놈들 모은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말하는 거는 정말 다 시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걸리면 × 되는 거에요.
피해자로서 한마디 하자면….
사냥감으로 지목되면, 어떻게든 도망가삼.
아니면 큰돈들여 텔레포팅하세요. 아주 멀리.
걸리면 얼굴 다 까이고, 그… ××하는 게 너무 끔찍함.
그리고 질문하고싶은데 저 혼자서 복수하는 게 가능할까요?
성기사 레벨 29. 체력은 좋은데. 템을 다 뺏겨서 거지됐음요.
역시… 좀 어렵겠져 ㅠㅠ
아 쓰면서도 열받네
죽어라 메카인 죽어라 메카인 넌 나이 40되기전에 불임에 대머리되길 기도하마!!!! 천벌받을 ××!!】
즉, 메카인의 피해자들.
피해자가 워낙 많아서 메카인은 커뮤니티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사람들에게 메카인은, 피하는 게 상책인 재앙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오늘 자로 올라온 글의 뉘앙스가 달랐다.
평소와는 아주 많이 달랐던 것.
【메카인 묵사발 낸 호준 님, 정말 감사합니다!】
【조회수】: 531,323
【좋아요】: 62,310
【싫어요】: 241
└ 메카인이 잡혔다고?
└ 누구한테?
해당 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안녕하세여. 전 얼마전 피해글 올렸던 닉네임 아루아루입니다.
방금 믿기지 않는 걸 봐서 여기 공유합니다.
동영상.avi】
한 줄로 정리하면, 호준 님이 메카인 패거리 개박살냄.
요리사, 농부 겸 소환사인데, 콜로세움도 우승했다니 꽤나 실력자이신듯.
피해자로서는 정말… 속시원한 장면이었어요.
감사합니다 호준 님!
++ 여담인데 메카인 구독자 수가 1,500명 떨어졌다네요?
메카인 구독자 수 1이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 대박. 메카인이 죽었대 ㅋㅋㅋㅋ
└ 쌤통이다.
사람들은 메카인의 굴욕에 열광했다.
저렙 유저만을 노리던 메카인을 성가시게 여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영상에는 메카인이 사냥당하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담겼다.
메카인 무리가 양을 쫓다가 함정에 빠지고.
부하들이 칼 맞아 쓰러지고 메카인까지 불에 삼켜지기까지.
└ 압도적이네ㅋㅋ
└ 머리좋은 듯
반박할 수 없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댓글이 속사포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 왕… 나도 용 갖고 싶다.
└ 개간지나네.
└ 소환사중에 최대가 10마리라던데. 저분도 재능있으신듯.
└ 메카인 불꽃맞는 움짤 공유― 첨부파일.gif
└ 브레스 간지나네.
└ ㅋㅋㅋ 한방컷이구요.
└ 남 눈에 피눈물나게 했으면 지도 당해야지.
호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갔다.
└ 요리사면 음식점도 하시나?
└ 요정의 쉼터라고 요나스마을에 있음. 여기 엄청 맛있어.
└ 어? 그 JMT 맛집이라고 얼마전에 뜬거 같은데.
└ 직접 가본 당사자로서 말하는데… 안가면 후회함. 가성비 좋고 맛은… 길게 말 안함. 가보삼. 한번 가면 다시 갈 수밖에 없음.
└ 근처 갈일있으면 가봐야겠다.
덩달아 음식점에 대한 정보도 솔솔 흘러나왔다.
자연스레 홍보도 덩달아 성사되고.
가게로 가겠다는 이들도 넘쳐났다.
└ 여기 친구가 가봤는데 사람진짜 많대. 더 유명해지면 종일 줄서서 먹어야할듯.
└ 동물도 많고 미인들도 많다는데? 인어족 직원 진짜 세젤예라고함.
└ 간다 꼭간다11
└ 나두222
단골손님들로부터 평이 워낙 좋다 보니, 새로 정보를 접한 이들은 호감을 느낄 정도였다.
‘음. 전투도 요리도 농사도 잘하는 요리사라.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데. 화제성도 있고.’
그런 반응을 눈여겨보는 이가 있었다.
안경을 고쳐 쓰며 화면을 들여다보는 그녀는 미주컴퍼니의 오너, 이미주였다.
그녀의 이력은 화려하다.
할리우드에서 예능PD 활약.
플라이 마이 프렌드, 버디즈, 오마이프렌드 등.
예능 PD로서 미국 시장에 한국식 예능을 선보여 대박을 터뜨린.
자산 보유만 50억이 넘는 거부였다.
그렇게 성공을 했음에도 그녀는 일에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일 중독자로, 더 좋은 더 재밌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했다.
일을 빼놓으면 시체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는 일에 몰입해있었다.
유토피아에 방송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전하자.’
그녀는 당당히 유토피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역시 방송 컨텐츠를 만드는 일을 위함이었다.
― 네 실력이면 대충해도 먹고살 텐데. 유토피아는 시간 낭비지.
― 일을 못 만들어서 난리라니까. 유토피아보다는 익숙한 게 낫지 않아?
주위에서는 그녀의 도전을 우려했고.
우려를 가장해 비웃기도 했지만.
‘반드시 성공한다. 내가 입증해낼 테니까.’
그녀는 당당히 성공을 만들어냈다.
【불꽃의 마법사 연담, 구독자 수 1억 돌파.】
【연담의 소소한 일상, 조회수 1,000만 돌파는 기본?】
【글로벌 규모 스폰 기업만 무려 10개】
【연담, 걸어다니는 기업이 되다】
【연담이 스타가 된 배경에는 그녀가 있다?】
【이미주 PD의 신들린 편집, 시청자에게 극찬받아.】
【직관적이고 재미를 추구하는 편집, 시장에서는 역시 이미주다 라는 반응이 나와.】
연담, 중상위권의 불마법사.
그녀를 주인공으로 해서 각종 영상을 편집.
연담의 매력을 모조리 뽑아냈고 시청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구독자 수 1억도 돌파했고. 이제 안정적인 편이지.’
연담의 성공 뒤에 그녀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호준을 발견했다.
‘이 녀석은 진짜배기다.’
타고난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놓치면 안 돼.’
호준을 반드시 잡아야만 한다고.
잡지 못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리라는 것을.
【메시지 보내기】
그녀의 마우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맙소사….”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미르는 진화에 성공했다.
“끼루루~~”
날개를 파닥거리며 포르르 날아와 품에 안기려는 미르.
“아이쿠! 미르야. 가슴이….”
그러나 안기에는 녀석이 조금 커버렸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라고 해야 하겠지.
녀석은 네발로 땅을 짚었을 때, 몸통이 호준의 가슴높이까지 왔다.
커다랗게 변한 미르를 보니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하하. 이건 또 뭐야? 응? 미르 뿔 났네?”
“끼르르~”
역시 미르는 미르다.
보면 볼수록 귀엽다.
미르의 귀 옆에는 뿔이 앙증맞게 자랐다.
도깨비 뿔처럼 뿔 두 개가 새초롬히 올라와 있었다.
“끼릉~”
뿔을 어루만지자 미르가 간지러운지 몸을 배배 꼬았다.
호준은 미르를 옆에 두곤 메시지를 살폈다.
【미르가 진화에 성공했습니다!】
【미르의 체력이 200% 증가했습니다】
【미르의 시각, 청각, 후각이 200% 더 우수해집니다】
【이제부터 플라잉 능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습니다】
【브레스의 공격력이 200% 증가했습니다】
진화에 걸맞게 미르는 많이도 성장했다.
플라잉 능력을 자유자재로 쓴다면, 이제는 걸어 다닐 필요가 없을지도?
이전에는 손바닥 만하게 작았던 날개가 몇 배로 길었다.
어쩌면 내가 올라타도 날아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호준은 미르의 턱을 간지럽히며 물었다.
“미르야. 형이 올라타도 될까?”
“끼르끼르!”
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무릎을 낮추었다.
녀석에게 올라타는데.
“에취잇―!”
미르가 재채기를 했다.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위이잉―
바람이 고속회전하는 소리와 함께.
미르의 오른쪽 뿔에서 레이저광선이 발사되었다.
“맙소사….”
광선이 지나간 자리는 황폐했다.
나무 기둥의 가운데가 동그랑땡처럼 잘려나갔으니까.
“큰일 날 뻔했다.”
동그랑땡형을 당한 나무 기둥은 10개를 넘어선다.
더 이상 세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것은 당연지사.
만약 재채기하는 미르 앞에 자신이 서 있었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미르야. 재채기는 조심하고 레이저 쏘는 것도. 조심조심하자. 평소에는 절대로 하면 안 돼. 그랬다가는 다른 친구들이 다치니까. 알았지?”
“끼루루~”
【미르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미르가 다시 친구들한테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잘 알아들은 모양이니 이쯤 해도 되겠지.
호준은 미르의 목을 꼭 잡고는, 출발을 명했다.
“미르야. 가자!”
펄럭―
“끼루루~”
날갯짓 한 번으로 미르는 높이 날아올랐다.
상쾌한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갔다.
‘멋지네.’
끝없이 펼쳐지는 숲.
눈부신 호수.
호수 인근에서 종종거리는 요정들의 정수리까지 잘 보인다.
토끼 바위 인근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걸어왔다.
‘가게로 오는 손님들이겠지.’
지잉 지잉~
아까부터 머리 위에 올린 방송구름이 부들부들 떨렸다.
새 방송 알림이 뜰 때마다 구름이 떨리는데, 아마 구독자 수나 시청자 수, 혹은 후원금이 많이 들어와서 알람이 많은 모양이었다.
‘방송은 나중에 확인하고 일단 장사부터 하자.’
생각을 마친 사이, 미르는 안정적으로 착륙했다.
“미르으? 우와! 미르가 커다랗게 변했어! 어쩜. 뿔도 나고. 멋지다 진짜루!”
“꾸꾸!!!!”
“아무우우~~!”
【아무가 미르의 성장한 모습에 감탄을 토합니다】
【다크니스가 미르의 꼬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싶어합니다】
【핑구가 미르의 발톱이 큰 것을 대단히 여깁니다】
【송이가 미르의 변한 모습에 박수를 칩니다】
요정들에게 둘러싸인 미르는 칭찬을 듬뿍 받았다.
미르의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 * *
“여기 밥도둑 세트 10개 주세요!”
“음! 사장님 너무 맛있어요!”
음식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요정의 쉼터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다.
“호준 님, 아까 영상 봤어요. 쓰레기 해치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그 녀석 때문에 제 친구도 큰 곤욕을 치렀거든요. 덕분에 친구가 속 시원하다고 아주 난리예요!”
“커뮤 글 보고 맛있다고 해서 왔는데. 진짜 입에서 살살 녹네요! 특히 간장게장은 두고두고 먹고 싶어요!”
“이야. 이런 맛집은 나만 알고 싶다니까. 유명해지면 못 먹을까 봐 걱정돼요 하하!”
손님들의 커뮤니티 글 목격담, 혹은 방송 목격담이 이어졌으니까.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을 담은 글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메카인, 그 약탈 방송 운영자의 피해자가 많아서 글의 파급효과가 더 큰 모양이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많이들 드시고 가세요. 부족한 것 있으면 말씀하시구요!”
호준은 먼길까지 와준 손님들이 고마웠기에 성심성의껏 대했다.
한창 서빙을 마치고 모든 손님들에게 요리가 돌아갔을 무렵.
그는 계단 난간에 잠시 몸을 기대고 손님들을 살폈다.
짠―
“마시자!”
“으음― 맛있어!!!”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요즘 다이어트 때문에 닭가슴살만 먹다가 이거 먹으니까… 와… 진짜 사는 거 같다.”
“크으으― 이 발효주도 맛 좋은데? 복숭아향도 나고.”
“호숫가에서 술을 먹어서 그런가? 운치도 있고 참 좋아.”
사람들은 마음껏 식사를 즐겼다.
웃고, 농담하고, 고난을 훌훌 털어낸다.
사람의 냄새가 나는 모습을 보며 나름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띠롱―
알림이 울렸다.
【미주컴퍼니 공식 계정 님으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뭐지? 미주컴퍼니?’
스팸 메시지가 많다 보니 별 기대 없이 메시지를 열었고.
잠시 뒤 혼자 중얼거렸다.
“무료로 편집해주고, 방송 수익의 90%를 준다니. 말이 안 되지. 사기 같은데.”
“아뇨. 사기 아닙니다. 미주컴퍼니 대표 이미주입니다.”
언제 다가온 걸까.
테니스복에 운동화를 신은, 여자가 다가와 명함을 내밀었다.
“뭐? 이미주? 그 천재 PD?”
“사칭 아냐?”
“아냐. 아이디 맞잖아. 연담이랑 방송하는 거 봤는데 저분 맞음.”
“안녕하세요 피디님. 혹시 얼음마법사 필요하시면 저도 출연 가능합니다만.”
갑자기 사람들이 식사를 하다말고 모여들었다.
제2의 연담이 될 수 있다며 중얼거린다.
연담, 미주. 아아?
‘아 그 유명한 피디라고?’
호준은 눈을 댕그랗게 뜨고 그녀를 보았다.
그 천재 피디이자 유명한 기업가인 분이, 여기까지 웬일로?
호준이 생각을 마치는 사이, 이미주는 주위에 사람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시간이 얼마 없어서. 저는 호준 님과 단둘이 얘기하고 싶습니다만.”
이미주는 정중히 주위를 물리친 뒤 호준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녀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만… 5분만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눈앞의 스타를 발굴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