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각성
【요리 성공!】
【간장게장(특7급)이 되었습니다!】
【야채가 많이 추가되어 등급이 대폭 올랐습니다!】
【숙성으로 인해, 게에 양념이 깊게 배었습니다!】
드디어 게장이 완료되었다.
물론 한 마라만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요리 성공!】
…….
【요리 성공!】
【요리 성공!】
【요리 스킬 레벨업!】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여러 마리를 간장에 담가두었기에, 차례차례 완성!
요리 스킬 레벨업까지 성공했다.
물론 이 정도로 만족할 호준이 아니었다.
‘소고기 장조림도 있다고.’
다른 냄비에서는 소고기 장조림이 잘 숙성되는 중.
기다렸다는 듯 소고기 장조림도 완성되었다.
【요리 성공!】
【소고기 장조림(특8급)이 완성되었습니다!】
【삶은 계란을 추가해 등급이 올랐습니다!】
맛깔나는 소고기 장조림이 완성되었다.
진한 간장색의 장조림.
작게 한 조각 잘라 맛보았더니.
맙소사.
“와. 완전 살살 녹네!”
소고기 육질이 부드러워도 너무 부드럽다.
마음에 쏙 드네.
사 먹는 장조림들은 육질이 퍽퍽해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와 반대로 부들부들하니 촉촉해서 맛도 좋다.
너무 짜지도 않고 적당한 간.
계란도 살살 먹으니 입맛이 돈다.
“밥 비벼 먹으면 딱이겠다.”
밥도둑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하다.
게장도 맛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게장은 밥이랑 같이 먹어야지.”
이왕 먹는 것 잘 차려서 먹고 싶다.
지금 베티와 샤롯이 밥을 만드는 중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하고 상부터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식사 장소는 해변에 설치된 피크닉용 테이블 5개.
착착―
게장과 소고기 장조림을 각각 접시에 담았다.
요정 8명과 직원 2명, 이무기 1마리, 그리고 자신 몫까지.
넉넉히 담기 완료.
상이 후들거릴 정도로 많은 양을 테이블에 올렸다.
“먹기 좋게 썰어야지.”
깡깡―
먼저 게딱지부터 분해했다.
식칼 손잡이로 게딱지를 깠다.
까각―
몇 번 내리치니 게딱지 옆면이 부스러진다.
게딱지를 완전히 뒤집어서 그릇 위에 놓았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와아― 알이 꽉 찼네.”
게딱지에는 오동통한 알, 토실토실한 내장이 가득 찼다.
간장양념이 쏙 배어있는지 맛좋은 빛깔이고.
밥 비벼 먹기에 제격일 것 같네.
“흠흠, 밥은 언제 오지?”
호준은 입맛을 다시며 베티와 샤롯 쪽을 살폈다.
둘은 허리 높이까지 오는 밥솥의 뚜껑을 열어 보고 있었다.
거진 완성된 것 같기도 하다.
밥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호준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나머지 게딱지도 분해했다.
또각 또각―
게딱지 다음에는, 게 다리도 분리해두었다.
입 대고 쪽 빨아먹을 수 있게.
마지막으로 소고기 장조림도 큐브 형태로 잘랐다.
서걱 서걱―
모두 먹기 좋게 다듬는 데 성공!
“호준, 밥 다 됐어~~”
“갓 지은 밥 갑니다!”
때맞춰 베티와 샤롯이 다가왔다.
“밥은 내가 풀게!”
호준은 주걱을 들고 밥을 펐다.
그의 손놀림은 재빨랐다.
순식간에 밥공기에 밥이 가득 찼다.
착착 ―
호준은 밥공기를 던져 테이블 위에 착지시켰다.
인원수별로 밥공기 세팅을 마치고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들 불러올게~”
“응!”
해산물 더미 너머로 가니 이무기와 요정들이 보였다.
“끼루끼루!”
“아무!”
“묘옹?”
미르, 아무, 송이가 이무기 등 비늘을 발톱으로 박박 긁고 있었다.
음, 긁으면 아프진 않나?
그러나 이무기 표정은 좀 색다르다.
― 시원하다사악~ 거기다사악~
녀석의 입꼬리가 흐물거린다.
아무래도 가려운 등 긁어주는 기분 같은 걸지도.
여하튼 이무기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요정들을 보았다.
핑구와 다크니스, 메이는 아예 이무기 등을 운동장 삼아 뛰어다녔다.
“뀨뀨!”
“냐아아~”
“메에!”
다크니스가 핑구와 메이를 뒤쫓는 걸로 보아 술래잡기를 하는 걸지도.
“냐아?”
달리던 다크니스는, 그만 이무기 등에 붙은 미역에 발이 감겨버렸다.
“냐아~~”
옆으로 기우뚱 고꾸라지는 다크니스.
녀석이 모래바닥에 코를 박으려는 순간.
착―
이무기가 꼬리로 다크니스 허리를 말아 다시 등 위로 올려준다.
이무기는 미끄럼의 원인인 미역을 줄줄 감아 바다로 던져버렸다.
‘착하네.’
“냐앙~”
다크니스가 보은이라도 하듯, 이무기 비늘을 핥는다.
이무기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휜다.
잘 어울리네.
다들 친해진 걸 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잠시 부드럽게 웃던 호준은, 문득 잊고 있던 존재가 떠올랐다.
토끼 모양 빵 덩어리.
우리 토순이.
이 녀석은 어디 갔지?
‘음……혼자 수영하러 갔나?’
그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해변을 훑었고.
그다음 모래를 살펴보다가 토순이의 행적을 찾았다.
― 볼록~
토순이는 모래 위로 귀만 볼록 내놓고 있었다.
나머지 몸은 모래 속에 파묻혔다.
아무래도 뜨끈한 모래에 몸을 지지고 싶었던 모양인가보다.
“엇차. 토순아! 밥 먹어야지?”
호준은 모래를 살살 털어내고 토순이를 들어 올렸다.
“뀨우우~~”
토순이가 작게 칭얼거리며 품에 파고들었다.
뜨끈뜨끈한 토순이는 한겨울 손난로처럼 뜨끈뜨끈하다.
말랑거리면서 보들보들하기도 하고.
“음. 좋다 우리 토순이!”
“뀨우우~”
팔에 힘을 주어 안자, 토순이가 짧은 숨을 토해낸다.
너무 셌나. 이런.
“미안 미안~”
호준은 팔에 힘을 풀고서 평소대로 안았다.
토순이가 가슴팍으로 파고든다.
“토순아. 우리 맛난 거 먹자~”
토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외쳤다.
해변에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얘들아 밥 먹자~”
“냐앙!”
“아무~”
“꾸꾸!”
“메에~”
“묘오오~”
“와아! 밥이당~ 밥이야~”
― 밥이다사악―
달리는 요정과 이무기들은, 세렝게티를 뛰노는 얼룩말 떼가 연상되었다.
헐레벌떡 달려가는 녀석들.
잘 먹여서 오동통 살을 찌워야지.
살찌고 나면? 그 뱃살을 조물조물 만져보는 것도 좋을지도.
호준은 흐뭇하게 웃으며 테이블로 걸어갔다.
* * *
식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특히 게장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으음!”
“마시쪙!”
“게장 없인 밥이 심심할 거 같아!”
“조금씩 조금씩 아껴 먹고 싶다! 밥하고 비벼 먹는 게 최고네!”
베티와 샤롯은 간장게장 예찬론자가 되었다.
둘은 게장을 처음 먹는 것이었는데, 무려 밥 세 공기나 먹었다.
“아, 더는 못 먹겠다.”
“나두. 더 먹고 싶은데. 배가 터질 거 같아~”
평소보다 3배는 과식한 건데도.
많이 아쉬운가 보다.
둘은 수저를 내려놓으면서 아쉬움을 토했다.
별이도 게장에 만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챱챱―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거 같아요!”
말하는 중에도 젓가락이 쉬지 않는다.
“챱챱―!”
“냠냠―!”
나머지 요정들은.
음식에 초집중했다.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으음― 행복한 미소를 짓고.
또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제법 음식을 음미하는 태가 난다.
호준도 게딱지 밥을 한입 먹었다.
‘진짜 오지게 맛있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
특히 고소한 알 맛이 일품이다.
입에서 살살 녹네 녹아.
‘알이 부드럽게 터지고. 고소한 버터 맛이 나네.!’
게장에서 이런 맛이 느껴질 줄이야.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은 게장은 많이 짜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밥 조금에 게장을 팍팍 올려서 먹어도 괜찮았다.
“아~ 살살 녹는다앙! 소고기가 아닌 거 같아요!”
“그치? 요건 밥도둑이야. 진짜.”
게장 못지않게 소고기 장조림도 한 인기 했다.
“야무지게 먹어보자!”
잠시나마 낙원이 펼쳐졌다.
맛좋은 음식이 가득한 낙원이.
* * *
식사를 마친 뒤 해변에서 1시간 동안 체류했다.
그동안 호준은 장조림과 게장을 넉넉히 만들어 두었고.
해산물도 채취했다.
정확히는 이무기가 모은 해산물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와… 화려하다 화려해.”
인벤토리가 정말로 화려했다.
풀때기만 있던 인벤토리에 해산물이 가득 찼으니까.
호준은 흐뭇한 얼굴로 인벤토리를 보았다.
【태양오징어 大자】 × 82
【오동통 문어 大자】 × 53
【붉은 왕새우】 × 198
【뼈 없는 멸치】 × 450
【꼬들꼬들 미역】 × 123
【쫀득쫀득 다시마】 × 152
….
【날씬가리비】 × 34
【쫀득 굴】 × 231
“안 먹어도 배부르다.”
해산물이 부족할 일은 없을 듯했다.
귀환하기 전 기념품점에도 들렀다.
요정들이 원한 물건은, 조가비 배였다.
무지갯빛이 나는 조가비로 만든 배.
그 배는 마치 보석으로 만든 조각처럼 빛났다.
‘이 배를 타고 다니면 시선을 한 몸에 받을지도.’
“끼야앙~”
“뀨뀨!”
요정들이 대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안 사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쇼핑을 마치고서 다 같이 요나스 마을로 돌아왔다.
텔레포트 후 가장 먼저 보이는, 텔레포트장 관리인 올라.
그녀에게 간장게장이 담긴 통을 건네주었다.
일종의 서비스 겸 선물 되시겠다.
“이건 직접 담근 건데 한번 드셔 보세요. 밥하고 먹으면 뚝딱 다 드실 겁니다.”
“어머, 뭘 이런 거를. 잘 먹겠습니다!”
【올라가 당신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올라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20 올랐습니다!】
【친밀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장 덕분에 친밀도도 업!
센스 있게 인맥 관리도 하고서 호준은 길드사무소로 향했다.
요정들은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고, 혼자서 사무소 문을 열어젖혔다.
삐그덕―
“어머, 벌써 오셨어요? 얼마 안 지난 거 같은데.”
“여기 있습니다.”
호준은 카운터 위에 물품을 올려놓았다.
척―
【의뢰 물품 1개 제공 완료!】
【의뢰 물품 1개 제공 완료!】
완료 메시지가 뜨면, 카운터 위의 아이템이 사라졌다.
척척척―
물건을 다 올리자, 드디어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의뢰 성공!】
【경험치 10,000 EXP 획득!】
【레벨업 성공!】
【레벨업 성공!】
【레벨업 성공!】
【레벨업 성공!】
【레벨업 성공!】
【레벨 30 달성!】
【기구 5개를 선택하세요!】
【중복선택 가능】
― 자동화 오븐(대용량)
― 자동화 튀김기(대용량)
― 자동화 냄비(대용량)
― 자동화 믹서기(대용량)
― 자동화 절임기(대용량)
― 자동화 유제품 제조기(대용량)
“오…! 레벨이 확 올랐네?”
레벨업으로 인한 기쁨이 몰아친다.
기구를 뭘 선택할까.
기분 좋은 선택도 남아있기에 미소는 사라질 줄을 몰랐다.
띠링―
그런데 보상은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메시지.
【레벨 30을 맞아 요정왕이 새롭게 각성합니다】
‘뭐 각성?’
각성은 직업별로 레벨이 달라서, 언제 할 줄을 예측할 수 없다.
집사 직업계열은 레벨 10대에 각성하고.
소환사 직업계열은 레벨 50대에 각성하기도 하고.
직업마다 천지 차이니까.
‘각성하면… 스킬 뽑기가 가능한데?’
각성의 가장 좋은 장점은.
새로운 스킬 뽑기였다.
카드들 뽑아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것.
‘나와라 카드야.’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촤라라락!
수많은 카드가 메시지판 위에 펼쳐졌다.
100개가 넘는 카드들.
쿵 쿵 쿵―
그를 바라보는 호준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각성을 맞아 스킬 하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카드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1분 안에 선택하셔야 합니다!】
1분이라는 제한시간은 의미가 없었다.
‘길게 기다릴 필요 없지.’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카드는 오직 하나.
무지개색 카드였으니까.
【광전사】
【마력의 100%를 소모하여 민첩과 근력을 최대 6배까지 끌어올립니다!】
【소모하는 마력의 수치가 높을수록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배수가 늘어납니다!】
【마력이 없는 직업군의 경우, 마력과 유사한 힘으로 대체됩니다】
【스킬 유지시간】: 10분
【현재 스킬 보유자】: 21
‘이거다.’
호준은 카드를 향해 팔을 뻗었다.
마치 천군마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다.
이때는 알지 못했다.
스킬을 쓸 날이 금방 오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