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05화 (105/200)

105. 은혜 갚는 이무기

강철 철갑상어.

강하고 단단한 피부에.

예민한 신경까지 지닌 포식자.

철갑상어는 기민하게 물의 흐름을 통해, 호준의 존재를 눈치챘다.

‘앞에 뭐가 있다 꾸룩―’

철갑상어는 호준의 크기를 가늠했다.

덩치는 자신보다 더 크고.

크기 때문에 한입에 먹는 게 불가능했다.

철갑상어의 두뇌로는, 호준이 먹잇감일지 적일지 구분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철갑상어의 눈에 호준은 자신보다 덩치가 크니까.

‘조심하자꾸룩~ 피하자꾸룩~’

도망가기로 결정한 철갑상어는 빙그르르 돌아 유턴했다.

유턴한 그대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했는데.

‘왜 안 움직이지꾸루? 몸이 이상꾸루?’

이상하다.

꼬리를 움직여 헤엄치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상꾸르륵! 무겁꾸륵!’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몸이 뒤로 끌려간다.

‘위험꾸룩! 도망꾸룩!’

비상상황이다.

철갑상어의 놀란 지느러미가 파닥거리고.

꼬리에 쥐가 날 듯 미친 듯이 헤엄쳐도.

‘제자리다꾸루루~’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끌려가네.

‘안 돼꾸루루~’

질질 끌려간 철갑상어는 보고야 말았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한 남자를.

공포감에 사로잡힌 상어의 콧구멍이 한껏 커졌다.

그 순간이었다.

푹―

여리고 여린 아가미가 따끔한 것은.

철갑상어의 눈앞이 하얘졌다.

그것이 철갑상어의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 * *

【낚시 성공!】

【철갑상어 150cm (1급) 획득!】

【요정왕 특전 효과로 낚시 경험치가 2배 증가!】

【낚시 스킬 레벨업!】

【강철 철갑상어 내부에 철갑상어 알이 들어있습니다!】

【강철 철갑상어를 해체하면 알을 따로 보관 가능합니다!】

【철갑상어 알로 캐비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호준은 흐뭇 웃으며 인벤토리에 철갑상어를 넣었다.

캐비아를 품은 몸이니 조심조심 다뤄야지. 암.

캐비아를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캐비아】: 캐비아는 세계 3대 진미, 육해공 중에서 해를 담당하는 음식이다.

주로 연어의 알을 염장한 것을 레드 캐비아, 철갑 상어의 알을 염장한 것을 블랙 캐비아라고 한다.

블랙 캐비아는 알이 크고, 맛이 고소한 버터 맛이 나서, 특히 캐비아 중에서 최고급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블랙 캐비아의 색은 검회색으로, 알이 탱글탱글하면서 입에서 터지면서 고소한 끝맛이 일품이다.

【캐비아 레시피】

전통적인 제조법은 …….

【** 절임통에 넣어 제조 가능!】

절임통에 넣으면 끝.

농장에 돌아가 만들기로 하고 다시 심해 탐사를 시작했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었다.

마치 인어가 된 것처럼.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 있으니까.

바다에서는 발만 움직이면 날개 돋친 듯 위로 솟아오르기도 하고

수직으로 내리꽂히듯 낙하할 수도 있다.

오동통한 물고기도 잡고.

도망가는 물고기 지느러미를 잡고 매달리면, 제트스키를 타는 듯한 기분도 느끼고.

말미잘 속에 주머니를 넣으면 말미잘이 주먹을 잡아당기는데, 그 힘이 가소로워서 웃기기도 하고.

“끼야아~~~”

“아무우~~”

수면 위에서는 요정들이 바나나보트를 타며 놀고 있었다.

바나나보트는 해변에서 대여 가능해 100골드를 주면 하루종일 탈 수 있었다.

위에 올라가 바나나보트를 탈까 하다가.

호준은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았다.

‘어둡네.’

심해.

깊고 푸른 바다가 아래에 펼쳐진다.

진남색.

왠지 모를 위험함이 느껴지면서도, 궁금증이 생기는 공간.

어두운 그곳에서 뭔가 섬광이 번뜩거렸다.

뭐지 저건….

호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고서야.

그 정체를 알아냈다.

‘오징어다!’

그것은, 흔히 알던 작고 귀여운 오징어가 아니었다.

‘다리가 50cm는 될 것 같은데? 왜 저렇게 커?’

무슨 거인 열매라도 먹었나?

오징어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고대 해양생물은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걸 기반으로 만든 걸지도.

오징어는 몸의 가로가 2m는 넘을 듯하고.

세로는 훨씬 길어 보였다.

성인 남성쯤이야 여러 번 그 몸으로 덮고 남을 듯하다.

‘작았으면 귀여웠을 텐데. 조금 무섭네.’

오징어가 너무 크니 살짝 무섭기도 하고.

이래서 크기가 중요한가 보다.

‘그래도 잡기만 하면. 배불리 먹겠다. 배불리가 뭐야. 몇 명이 먹지.’

【태양오징어】

녀석의 품종은 태양오징어.

태양이라는 이름대로 몸 전체가 해처럼 밝게 빛났다.

헤엄치는 모습이 제법 아름답기도 하고.

10여 미터 아래에 떨어져 있기에 호준은 별 위험을 못 느끼고 지켜보았다.

‘한 마리가 늘었네?’

잠깐 사이 한 마리가 늘어났다.

두 마리는 서로 춤추듯 마주 보며 헤엄쳤다.

서로 아는 사이려나.

빛나는 오징어의 춤사위는 제법 볼 만했다.

조명이 꺼진 수족관에서 거대 발광 오징어가 춤추는 공연을 보는 것 같달까.

‘어어…! 한 마리 더…?’

그런데 문제는 오징어가 자꾸 나타난다는 것.

불과 몇 분 사이에 오징어 떼가 형성되었다.

수십 마리의 오징어들은 태양처럼 새하얀 구를 이루었다.

슬슬 올라갈 마음이 든다.

‘혹시 모르니, 피해야지.’

호준은 슥슥 다리를 움직여 위로 올라갔다.

반짝이는 수면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는데.

출렁~

물이 크게 출렁인다.

몸이 데구르르 3바퀴를 구르고서야 겨우 멈췄다.

‘깜짝이야! 뭐지?’

중심을 잡자마자 바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럼 아래인가.

그는 아래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헉…!’

새하얀 뱀 꼬리가 좌우로 헤엄친다.

저 뒷모습은.

‘이무기야!’

동글동글한 민머리.

녀석이 확실하다.

이무기는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괜찮은 걸까?

너무 빨리 이동해서 따라잡을 생각도 못 했다.

녀석의 몸길이는 너무 길어서, 수영속도도 장난 아니었다.

이무기는 정확히 오징어 떼로 향했다.

마치 사냥이라도 할 것처럼.

녀석의 입이 위아래로 크게 벌어지더니.

꽈드드득―

오징어 떼의 중심부를 통과했다.

다시 위로 올라오는 녀석의 입에는.

‘맙소사.’

오징어 10여 마리가 달려 있었다.

오징어들은 힘없이 늘어졌다.

거대한 오징어가 저렇게 약해 보일 줄이야.

이무기가 워낙 크다 보니, 오징어는 작게 보인다.

이무기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 내가 잡았다사악!

“잘했어!”

이무기의 꼬리가 살랑인다.

녀석의 기분은 꼬리로 다 표현되는 모양이었다.

이무기가 슬쩍 눈치를 보며 물어보았다.

― 호, 혹시 오징어도 요리해 줄 수 있냐사악!

녀석의 말에 호준은 크게 웃었다.

요리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이렇게 좋은 재료를 주는데 뭐든 못 해주랴.

“물론. 해변에 던져놓으면 맛있게 만들어줄게.”

― 고 고맙다사악! 갖다 오겠다사악~

녀석이 꼬리를 강아지 꼬리인 양 흔들며 해변으로 향한다.

호준도 그를 따라 해변으로 갔다.

해변에 도착하니, 녀석이 던져놓은 오징어들이 거품을 물고 죽어있었다.

― 내 독으로 죽인거다사악!

“잘했어.”

민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이무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더 많이 가져오겠다사악! 잠깐 기다려라사악~!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이무기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푸악― 푸악―

해수면이 쉼 없이 요동쳤다.

그리고 곧이어.

탁 탁 탁 !

이무기의 해산물 던지기 공격이 시작됐다.

녀석의 해산물 수집능력은 놀랄 노자였다.

조가비, 조개, 해삼, 멸치, 상어, 참치, 오징어, 문어,

거기다 미역, 다시마, 그리고 킹크랩까지.

각종 해산물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꺄아! 뭐가 날아온다!”

“도망가!”

“뭐, 뭐야!”

해산물이 위로 휙휙 날아가니 지나가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 도망갔다.

흠, 이렇게 노력하는데 이무기 녀석에게 좋은 보답을 해줘야지.

호준은 간장게장 만들기에 들어갔다.

간장과 물을 섞고.

후추, 마늘, 고추, 생강, 대파, 양파, 다시마를 종종종 썰어서 넣는다.

양념을 다 만들었으면 냄비에 넣고 폭폭 끓인다.

국물이 올라오면 한 번 걷어낸 뒤에 다시 폭폭 끓여준다.

“음. 왠지 맛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한창 양념을 만드는데 지나가던 남녀가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걸어왔다.

“어머, 심해 오징어는 잡기도 힘든데. 대단하시네요.”

“직접 잡으신 건가요? 낚시 스킬이 몇 정도 되세요? 저도 낚시 동아리 가입했거든요.”

“음… 그게. 저는 낚시로 잡은 게 아닙니다.”

“예? 낚시가 아니라니. 그럼 직접 싸워서 잡으셨다는 거예요?”

“세상에나. 심해 오징어는 먹물에 독이 있기도 하고, 힘이 세서 잡기 힘들다고 하던데. 비법이 뭔가요?”

궁금증이 가득한 두 눈을 마주한 호준은, 작게 웃으며 답했다.

“그건. 잠시 뒤면 아시게 될 겁니다. 아, 저기 오네요! 저기 보세요!”

호준은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커플은 뒤를 돌아, 호준이 바라본 곳을 바라보았다.

“헉… 뭐가 날아… 오징어가 날아오잖아?”

“킹크랩이다. 피해!”

화들짝 놀란 둘은, 겁먹은 토끼처럼 꼬리를 말고 덤불 속에 쏙 들어갔다.

호준이 말릴 틈도 없이 무릎걸음으로 들어간 둘은.

착―

정확히 해산물 더미에 착지하는 것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새하얀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놀란 토끼 같은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설마. 이렇게 잡으신…?”

“네. 은혜 갚는 이무기가 한 마리 있어서요. 저기 오네요.”

물 위로 떠 오르는 거대한 하얀 몸.

쑤와아악!

은혜 갚는 이무기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슥슥 기는 것만으로 금방 해산물 더미 옆에 도달했다.

입을 쩍 벌리자

다다다닥―

킹크랩, 멸치, 조가비 등등 수많은 해산물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던지기는 싫증 나서 올라온 건가 보다.

“와아아―”

“대박…! 어디 이무기 없나?”

“저렇게 해산물만 쓸어모아서 팔아도 괜찮겠는데?”

어느새 그 둘 말고도 구경하는 인파가 늘어났다.

“여기 해산물은 호준 님 소유니 건드리시면 안 돼요!”

“가까이 오면 안 됩니다! 가까이 오면 요 고양이 녀석이 악마의 발톱으로 혼쭐을 내줄 거에요!”

“냐앙~!”

베티와 샤롯이 해산물 더미 뒤편에서, 사람들을 물리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다크니스와 다른 요정들도 해산물 옆을 기웃기웃하며 지키고 있었다.

말을 안 해도 알아서 도와주네.

차자자작―

때맞춰 간장게장 양념도 완성되었다.

【간장게장 양념을 충분히 졸였습니다】

【게를 투입하십시오.】

【게장 숙성에 10분이 소요됩니다!】

‘이제 소고기 장조림도 해야지. 아, 얼른 먹고 싶다.’

게딱지에 밥 비벼 먹고.

소고기 장조림도 한 입 먹고.

아. 생각만으로 침이 고인다.

‘배고프다 배고파.’

소고기를 도마에 내려놓으며 칼을 들어 올리는데.

이무기가 고개를 슬쩍 내려 눈을 마주친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하네.

― 호준 잠시 쉬고 싶다사악~ 꼬리가 살짝 땡겨서.

“이무기. 충분히 했다. 푹 쉬어. 아 그리고. 아 해봐!”

그의 말에 이무기가 입을 크게 벌렸다.

호준은 녀석의 입에 대고 대용량 프라이팬을 그대로 뒤집었다.

“엇차!”

프라이팬 안에 수북이 쌓인 오징어튀김 20개

보통의 오징어튀김이 아니라, 거대 오징어를 통으로 튀긴 것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양이 이무기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우적우적―

우적우적―

이무기는 말없이 먹었다.

다 먹고 난 녀석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고여있었다.

싹 먹어치운 이무기는 촉촉한 눈으로 한마디 했다.

― 나 힘이 생겨서 다시 바다간다사악!

“어? 쉬라니까. 어디가~”

만류하려 했지만

풍덩―

이미 이무기는 바다로 들어간 뒤였다.

‘고마운 녀석.’

이무기의 은혜 갚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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