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03화 (103/200)

103. 신뢰

요정들은 분주히 움직인 끝에 사무소 재료 모으기를 마쳤다.

지친 요정들에게 호준은 피자를 돌렸다.

베티와 샤롯, 미소와 강남소, 이무기까지 모이니 인원이 제법 되었다.

그러나 그 인원을 커버할만한 피자도 가득했으니.

“으음! 넘 마시쪙!”

“끼루루!”

“대박이다 진짜…!”

“치즈가 입에서 살살 녹아~”

“바삭바삭한 도우 완전 내 취향임.”

다들 피자를 한 입 베어 물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는 반응.

호준은 그런 반응을 보니, 뻐근했던 어깨도 견딜만했다.

곧 베티와 샤롯이 접시를 들고 다가왔다.

둘은 조금 늦게 식사에 합류해서, 피자를 많이 못 먹은 상태였다.

“호준, 오븐에 들어간 피자는 뭐야?”

“다른 피자보다 치즈 향이 강하게 나는 것 같아.”

향이 강하다라. 그런가 싶어 호준은 냄새를 맡았다.

확실히 맡아 보니 치즈 향이 더 강해지기는 한 것 같기도 하고.

입맛을 다시는 둘에게 호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거는 클래식 치즈피자야. 토핑 없이 치즈만 넣은 건데 고르곤졸라, 모차렐라, 까망베르 치즈를 듬뿍 올렸지.”

“아아! 치즈만 넣어서 향이 더 강한 건가 봐.”

“그러게.”

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오븐을 잠시 들여다봤다.

피자 도우의 색깔로 보아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그런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 것인지, 때마침 메시지가 떴다.

【치즈듬뿍 피자(특6급) 완성!】

【치즈듬뿍 피자는 치즈피자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메뉴입니다.】

【치즈듬뿍 피자는 치즈만 들어간 피자로, 치즈외 다른 토핑이 올라가지 않은 피자입니다!】

【치즈듬뿍 피자는 3종류 이상의 치즈가 들어가기 때문에 치즈의 풍미가 다른 피자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완성이다!”

“오오!”

둘은 얼른 피자 배급을 해주길 바라는 듯 눈을 반짝였다.

호준은 주방 장갑을 끼고는 오븐을 열었다.

오븐을 열자 고소한 치즈 향이 코를 찌른다.

어떻게 보면 냄새도 공격이라면 공격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니까.

“넉넉히 먹어.”

“땡큐우!”

“잘 먹을게!”

둘은 피자를 넉넉히 챙겨 양탄자로 갔고 호준은 묵묵히 메시지를 살폈다.

‘한 등급 올랐네!’

치즈듬뿍 피자는 무려 특 6급.

기존의 피자보다 1등급 높았다.

등급도 높고, 치즈 풍미도 좋고.

맛은.

“으음―! 고소해!”

당연히 끝내준다.

바사삭―

바삭거리는 식감.

피자인지 과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바삭거리는데?

바사삭―

어쨌든 맛있으면 그만이다.

“요건 진짜 내 취향이네.”

바삭함을 좋아하는 그로서는, 치즈피자가 마음에 쏙 들었다.

일부러 치즈를 얇게 깔았던 것이 신의 한 수였던 듯.

바삭바삭한 식감, 고소한 치즈 맛은 궁합이 잘 맞았다.

“간식으로 먹어도 괜찮겠다.”

바사삭―

남은 조각을 해치우고서 그는 손을 툭툭 털었다.

새로운 피자를 만들 때마다 조금씩 먹으니, 은근 배가 불렀다.

치즈피자를 더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이왕 만드는 거 넉넉히 만들자.”

식사 중인 이들을 뒤로하고, 다시 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착착

찰진 반죽을 얇게 펴고 조물조물 모양을 잡는다.

촤악―

준비해둔 치즈를 골고루 위에 뿌렸다.

몽실몽실한 모차렐라 치즈 추가.

촉촉한 고르곤졸라 치즈 추가.

“까망이도 넣어야지!”

까망베르 치즈도 삭삭 눈처럼 갈아서 뿌렸다.

얇게 치즈를 깐 뒤, 오븐으로 직행.

그렇게 만든 피자 10판을 오븐에 넣고 있는데, 이무기가 말을 걸어왔다.

― 피자는 악마의 음식이다사악!

“응? 뭐라고?”

오븐 문을 닫고 고개를 드니, 볼록한 배를 내미는 이무기가 보였다.

녀석은 옆으로 누운 상태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으로 볼록한 배를 누르자 쏘옥 들어간다.

아 이거 은근 촉감이 좋은데?

손가락을 떼면 다시 탱글거리며 배가 원상복귀된다.

그 말랑거리는 감이 좋아 손장난을 치며 말을 걸었다.

“배부르게 잘 먹었어? 배를 보니 많이 먹긴 한 것 같다만.”

― 음 사실 배가 터질 것 같다사악! 먹을때마다 몸이 들썩인다사악!

“하긴. 넌 물고기만 먹었다고 그랬나?”

― 그렇다사악! 지금까지 생물고기만 먹었다 피자는 대충격이다사악!

“물고기와 피자라. 갭이 크긴 하겠네.”

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무기가 받은 충격을 이해했다.

갓 잡은 물고기만 먹다가, 뜨끈뜨끈한 치즈가 녹아내리는 피자를 맛본 위가 얼마나 놀랐을까.

그 충격이 얼마나 클지는 이해가 갔다.

“아까는 진짜 입 찢어지는 줄 알았다니까.”

호준은 이무기가 피자를 처음 먹고 입을 벌리던 광경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어찌 됐든 이무기도 좋다 하니 다 좋은 거겠지.

“더 먹고 싶으면 말해.”

― 너무 많이 먹어서 더는 못 먹는다 사악!

이무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녀석의 눈이 감길락말락 하니 식곤증이 찾아온 모양이다.

졸리면 푹 자라고 말하고서 호준은 양탄자로 향했다.

‘내일쯤이면 길들일 수 있겠다.’

【현재 호감도】: 53 ― > 60

피자로 인해 호감도도 올랐다.

새로운 요리를 선보일수록 호감도가 오르는 걸지도.

‘나중에 호수에서 살게 해야지. 온천 연못보다 더 널찍하니 수영하기도 좋고. 먹이도 많고. 같이 놀 친구들도 많으니 좋아하겠지?’

이무기와의 미래를 그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양탄자에 도착했다.

착― 착―

“다들 자네…!”

미르, 아무, 다크니스, 메이, 핑구, 토순이, 별이.

요정 전원이 나란히 누워 자고 있었다.

서로를 꼭 껴안은 채로.

‘배만 튀어나오니… 좀 귀여운데?’

배만 볼록 튀어나온 것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저 볼록한 배를 보니 왜 이리 흐뭇한 걸까.

참 모를 일이다.

요정들은 왠지 살이 쪄도 좋을 것 같았다.

“살쪄서 굴러다니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귀여울 것 같단 말이야.”

포동포동한 채로 굴러다니는 상상을 하며 호준은 빈자리를 체크했다.

베티와 샤롯도 그 틈바구니에 껴서 자고 있다.

구석에 작게 빈자리가 있었다.

‘여기가 좋겠다.’

호준은 적당히 자리를 잡고 누웠다.

몸을 누이니 오늘 했던 일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진수에게서 코코아 열매도 받아 코코아를 심었고.

온천을 발견했고.

이무기를 만나 길들이기를 하고.

콜로세움에서 아등바등하며 1등을 하고.

염력 스킬도 손에 넣고,

‘피자도 굽고.’

정말 많은 걸 했다.

‘요정들 덕분에 일이 배로 빨라졌지.’

이 모든 것을 혼자 했다면 조금 쓸쓸했겠지만.

다 같이 있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길드사무소 재료도 다 구했으니. 잠자고 일어나면 사무소부터 짓자.’

간단히 계획을 마치고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연초록 나뭇잎들이 살랑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휘잉―

별안간 불어온 돌풍에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음―”

호준은 낮게 신음하며 손바닥을 위로 향했다.

촤르르륵―

흩어지던 나뭇잎들이 그의 손짓에 따라 춤을 추었다.

느긋한 오후.

다 같이 피자를 배 터지게 먹고.

염력으로 나뭇잎 장난을 치는 것도 재미있고.

덩달아 시원한 그늘막에서 쉬는 것은 최고의 힐링이었다.

* * *

길드사무소 건설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뚝딱뚝딱―

슥삭슥삭―

땅땅땅땅―

워낙 투입된 인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쾅 쾅 쾅 ―

이무기는 특히 힘이 셌다.

녀석은 열 명이 할 몫을 혼자 다 했다.

그렇게 이무기와 요정들의 도움을 받아 호준은 길드사무소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길드사무소 건설 완료!】

【퀘스트 완료를 위해 촌장과 대화를 하십시오!】

“후우! 됐다!”

길드사무소의 위치는 토끼바위 옆.

“저게 뭐지?”

“뭘 새로 짓는 모양인데?”

“그러게. 근데 저 주위에 있는 몬스터들은 뭐야?”

“몬스터가 아니라 저 사람이 부리는 거 같음.”

“한두 마리도 아니고. 은둔 고수 그런 건가.”

토끼바위를 지나가던 이들은 기웃기웃하며 시선을 보냈다.

시선을 느꼈지만 호준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으니까.

“촌장님한테 슬슬 가 봐야… 어라?”

말을 하기 무섭게, 저 멀리서 촌장님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촌장님은 혼자가 아니었다.

검은 머리의 여자가 그 옆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찰랑이는 머릿결이 멀리서도 잘 보인다.

“누구지?”

촌장님의 소개로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허허, 이 사람은 길드사무소 직원으로 일할 세티라고 하네.”

“안녕하세요. 호준 님. 세티라고 합니다. 언니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희 언니가 베티라고 호준 님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고 계신… 처음 뵙겠습니다.”

“아아― 역시. 어디서 자주 본 느낌이었는데. 베티 동생분이라서 그랬군요.”

“네 많이 닮았죠, 후후. 앞으로 길드 의뢰를 하고 싶으시면, 제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길드사무소 관리도 제가 사무 전반을 맡을 예정입니다. 따로 설정하실 게 있으시면 제게 말씀해주세요!”

“허허. 둘이 금방 가까워진 것 같으니, 보기 좋구만. 그럼 사무소에 들어가서 마저 얘기할까?”

촌장님을 따라서 호준은 사무소 안으로 들어섰다.

사무소에 들어가기 전 요정들에게 편히 쉬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깨끗하네요.”

“처음 지은 건물은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있다네. 허허.”

길드사무소는 대기할만한 의자 10개가 배치되어있고, 안내 데스크 같은 높은 턱을 가진 기역 자 형태 책상이 하나 있었다.

세티가 앉을 데스크인 모양이었다.

‘이 벽인가.’

한쪽 벽이 코르크 색으로 되어있는데, 이곳에 의뢰서가 붙는 모양이다.

아직 벽에는 의뢰서가 붙어있지 않았지만.

앞으로 많이 붙겠지.

호준이 벽을 손으로 쓸자, 세티가 말을 덧붙였다.

“3분 뒤에 의뢰서가 자동으로 갱신될 예정입니다. 호준 님의 경우, 미리 의뢰 종류를 제한할 수 있는데, 어떤 분야의 의뢰로 설정하시겠습니까?”

“농사랑 요리. 이 두 가지로 하죠.”

“네. 그렇게 설정하겠습니다.”

세티가 안내 데스크에 앉아 뭔가를 두드리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아마 그녀에게만 뭔가 보이는 모양인 듯하다.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촌장이 불쑥 다가와 말했다.

“역시, 자네는 실력이 대단하군. 미리 자네를 소개시키려고 와본 거네만 벌써 다 만들었을 줄이야. 내가 보는 눈이 있어.”

“과찬이십니다.”

“허허. 자네에게 좋은 행운이 따르기를 빌겠네. 자네가 성장하는 거라면 뭐든 돕고 싶어.”

넉넉한 미소를 짓는 촌장님을 마주 보니, 덩달아 마음이 넉넉해지는 듯하다.

촌장님의 손이 그의 어깨에 닿는 순간.

눈앞에 많은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성공!】

【‘길드사무소 제작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길드사무소에 관한 권한이 대폭 조정됩니다.】

【길드사무소 위치 변경 가능】

【길드사무소 의뢰 설정 변경 가능】

【길드사무소 수익 10%가 자동 배분됩니다】

【길드사무소에 의뢰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습니다】

【당신은 촌장의 무한한 신뢰을 얻었습니다!】

【촌장은 앞으로 당신에게 토지를 무료로 제공할 것입니다!】

“자네를 믿겠네.”

무한한 신뢰, 그리고 무료 토지까지.

‘대박이네.’

호준의 눈에는 촌장님이 날개 달린 천사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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