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102화 (102/200)

102. 피자 파티

‘대박이네.’

호준은 애써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러면서도 속에서는 만세를 불렀다.

‘괜히 히든이 아니네.’

확실히 이름값을 한다.

촌장님이 특별히 뒷골목에 불러서 쥐어준 임무.

그 내용은 길드사무소를 세우라는 것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없잖아.’

퀘스트의 장점은 수두룩했다.

먼저, 길드에서 취급하는 의뢰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길드사무소에서는 30개의 의뢰를 동시 취급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의뢰로만 가득 채울 수도 있다는 소리네.’

유리한 의뢰가 많을수록, 해결하는 의뢰도 많아지고.

해결한 의뢰가 많을수록, 레벨업이 빨리 된다.

‘그러니 레벨을 올리려고, 피땀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다 이거야.’

전투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니,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사무실 위치도 내 마음대로 고르고. 이동할 수도 있고.’

길드사무소 위치 결정권도 주어진다.

만약 길드사무소가 마을에 있다면, 왔다 갔다 30분을 까먹었겠지만.

이동 시간이 짧아지는 것.

‘게다가 수익도 땡겨준다는데. 흠잡을 데가 없는 퀘스트군.’

더군다나 길드사무소 수익 10%를 영구적으로 얻는다는 조항.

이것만큼 파격적인 조항이 또 있을까.

이 조항은 히든퀘스트이기 때문에 붙는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길드사무소는 의뢰인과 의뢰를 해결한 이를 중개하면서 수수료를 뗀다.

그 수익을 호준이 나눠 갖는 방식.

‘아예 고정 수익을 얻을 줄이야.’

요나스 마을이 아무리 작다 해도, 길드사무소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즉, 지나가는 이들도 의뢰를 할 테고.

수익 또한 계속해서 늘어나리라.

그러니 호준으로서는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었다.

‘환영이 뭐야. 춤을 춰도 될 일이지.’

입꼬리가 주체를 못 하고 올라가려 한다.

호준은 손으로 슬쩍 입을 가리며 촌장님을 바라봤다.

날아갈 듯한 그의 심사를 알아채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일까.

촌장님은 허허허 웃음꽃이 피었다.

“자네 덕분에 마을 경기가 살아나 일도 많아졌네. 뭐 그래도 바쁜 게 좋은 거지. 안 그런가? 이 나이에 열심히 일해야지!”

활짝 웃는 촌장님은 젊은이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마치 회춘한 것처럼 처음 봤을 때보다 젊어 보인달까.

호준은 문득 촌장님의 미소에서 어릴 적 같이 살던 할아버지의 기억이 떠올랐다.

― 바쁜 게 좋은 거란다. 삶이란 게 편한 것만 찾다 보면 한도 끝도 없는 법이거든.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이란다.

할아버지는 부지런한 분이셨다.

그래서 항상 뭔가를 손에 쥐고 일을 하셨다.

때로는 호미, 낫을 쥐고.

때로는 텃밭에서 키운 수박과 배추 같은 농작물을 안고 계셨다.

호준의 기억 속 할아버지는 부지런하고, 늘 일을 즐기시는 분이셨다.

촌장님에게서 할아버지를 떠올린 호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몸을 바삐 움직이면, 잡생각이 사라진다네. 자네도 열심히 일하라고. 젊음은 항상 곁에 있는 것 같아도, 어느 순간 훅 사라져버리니까.”

촌장님의 손이 어깨를 토닥였다.

호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 답했다.

“허허. 늙으니 잔소리가 많아졌구만. 어서 가서 일 보게. 건물을 짓걸랑 내 집으로 찾아오게나. 번듯한 사무소를 한번 내 눈으로 보고 싶으니. 잘 부탁하네!”

그렇게 말하며 촌장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었다.

주름지고, 다부진 손이었다.

호준은 그 손을 마주 잡았다.

“일 끝나는 대로 찾아뵙겠습니다.”

“허허― 그려, 고생하게나!”

촌장의 배웅을 받으며 그는 방을 빠져나왔다.

“냐아아―”

어깨에서 빨래처럼 늘어져 있던 다크니스가 다리를 쭉 편다.

기다리느라 찌뿌둥했던 것일까.

숨겨둔 발톱을 볼록 내밀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다.

“너 심심하구나?”

“냐아!”

다크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 솔솔 잠자던 다른 요정들도 부스스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허벅다리에 붙은 매미 4마리 (아무, 미르, 송이, 핑구)

머리에 올라간 토순이와 별이.

어깨에 올라간 다크니스와 메이까지.

도합 8마리의 요정을 보며 호준은 피식 웃었다.

‘이러니 외로울 틈이 없지.’

우리 귀염둥이들 밥줄 시간이 다 되어 간다.

“가는 동안 푹 자.”

호준은 푹 자라 말하고는 길을 걸었다.

고롱고롱 새록새록 쌕쌕

작은 숨소리를 들으며 그는 보금자리로 향했다.

* * *

길드사무소를 건립하려면 재료가 많이 필요했다.

얼마나 많길래 그러냐고?

“나무토막만 9,999개. 거기다 돌조각도 1,000개라니.”

숫자만 보아도 압도적으로 많다.

언제 다 모을까 싶기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마음도 들었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니 이왕이면 긍정적인 게 좋지 않은가.

“가게를 지을 때 하고는 차원이 다르네.”

가게를 지을 때보다 규모가 커진 걸로 보아 아마 사무소가 더 큰 모양이다.

그렇게 납득하니 재료가 많은 것도 이해가 갔다.

호준은 먼저 재료준비팀을 선별했다.

“자, 이무기팀 손!”

벌떡―

― 멋진 이무기팀이다사악!

호령을 들은, 이무기가 굵직한 꼬리를 살며시 들어 올린다.

호명된 것이 기쁜지 녀석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재료준비팀은 이무기와

“끼루!”

“묘옹!”

미르와 송이로 발탁했다.

“다들 잘 부탁한다. 잘 다녀와!”

“묘옹!”

“끼루!”

“사악―!”

각자 앞발과 꼬리를 높이 치켜들고는 임무를 완수하러 떠났다.

쿠아앙―

돌덩이를 구하러 미소팀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미소, 별이, 강남소,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된 미소팀.

이들은 아마 인근 숲을 뒤지면서 돌덩이를 찾고 있을 것이다.

‘나보다 단체로 돌아다니는 게 더 빠르지.’

요정들이 손재간이나 눈썰미가 뛰어났기에, 금방 해낼 것 같다.

나머지 인원은 목축과 농사일로 바쁘다.

“어디 맛난 요리나 준비해볼까?”

모두가 분주한 동안, 호준은 맛깔나는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음… 뭘 만들어볼까. 오늘은 왠지 피자가 땡기네.”

바삭바삭한 과자 같은 피자 반죽

그 위에 쫀득쫀득, 고소한 치즈가 듬뿍 올라가고.

맛좋은 고기, 야채 토핑을 듬뿍 얹어 한 입 베어먹으면.

“치즈가 쫘―악 늘어나겠지? 음 배고프다!”

상상만 해도 맛있을 것 같은데.

역시 피자가 땡긴다. 오늘은.

“좋았어. 오늘은 피자 요리사다!”

호준은 즉시 피자 레시피를 살피고는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도우부터 만들어 볼까.”

그는 도마 위에 재료를 꺼냈다.

착―

밀가루를 듬뿍 쌓고.

밀가루 위에 물을 끼얹었다.

쭈―왁 쭈―왁

그리고 반죽을 시작했다.

반죽은 찰지다.

손에 감기는 맛도 이렇게 좋으니, 굽고 나면 쫄깃쫄깃하겠지?

“꼭 점토 놀이하는 기분이네. 어릴 때 하얀 점토 가지고 잘 놀았는데.”

밀가루 반죽을 만지니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그가 하는 손놀림은 어릴 때처럼 조물조물 노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쫙 쫙 쫙 쫙 쫙

10배속으로 반죽을 뭉쳤으니까.

기본 요리속도는 이미 어마어마하게 빨라져 있었다.

이스트와 소금, 설탕을 살짝 넣자 반죽이 완성되었다는 문구가 뜬다.

성인 머리 크기 정도의 반죽을 10초 만에 완성!

그다음은 반죽을 납작하게 밀대로 밀었다.

촥촥

넓게 변한 반죽 위에 토마토를….

“아…! 토마토가 없는데…?”

호준은 인벤토리를 열어 재료를 쭉 살펴보았다.

“음… 토핑으로 할 만한 게… 음… 아!”

갑자기 아이디어가 팍― 떠올랐다.

“마늘은 어디 넣어도 괜찮지. 갈릭 치즈 피자, 갈릭치킨 처럼.”

한국인의 입맛에 빠지지 않는 마늘.

국, 조림, 볶음, 심지어 한식 말고 양식에도 들어가는 마늘 아니던가.

“왠지 마늘을 넣으면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거든. 국물맛도 확 달라지고.”

호준은 피자 위에 토핑으로 올라간, 얇게 저민 마늘튀김이 떠올랐다.

유명 브랜드 피자였던 것 같은데.

왠지 그런 마늘튀김 토핑을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았어. 모차렐라를 듬뿍 얹고, 마늘튀김이랑 치킨 살을 얹어서 굽자.”

호준은 먼저 마늘을 가늘게 잘랐다.

탁 탁 탁 탁―

신들린 칼솜씨 덕분에 마늘 수백 조각이 수북이 볼에 쌓였다.

“이걸 튀김기에 넣으면…!”

그대로 마늘이 담긴 볼을 뒤집었다.

튀김기에 투입된 마늘이 위로 둥둥 떠오른다.

치이익!

“와아. 마늘 향 죽이는데?”

마늘 향은 고소하면서도, 식욕을 부르는 향이었다.

튀기면 뭐든 맛있다고 하지만, 이 향은 정말….

“역시 튀기길 잘했어.”

마늘튀김을 선택한 자신을 칭찬해줄 만큼.

그만큼 훌륭한 향이었다.

“어차, 마늘이 익는 동안 피자를 만들어둬야지.”

호준은 손을 빨리 움직여 도우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부었다.

부지런한 별이 덕분에 치즈는 넉넉하다 못해 아주 양이 많다.

“치킨도 넣어야지!”

그다음, 간장치킨을 꺼내 살을 저몄다.

보드라운 닭다리 살만 골라 치즈 위에 골고루 얹었다.

듬성듬성 넣을까 했는데.

“이왕 먹는 거, 고기가 많아야 맛나지!”

고기를 아끼지 않고 가득 얹었다.

“음…! 냄새 죽이네.”

피자 위에 치킨 조각을 얹으니 확실히, 치킨의 향이 나서 더 맛깔나 보였다.

아직 익지도 않은 피자가 이 정도인데, 익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흐뭇한 얼굴로 피자를 바라보는데, 익숙한 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탕―

“아. 다 됐구나.”

마늘튀김이 완성되었다.

완성과 동시에 튀김 통이 위로 올라온 것.

“이야. 갈색으로 튀겨지는구나. 사 먹던 거랑 진짜 똑같은데?”

호준은 마늘튀김의 상태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볼 안에 마늘튀김을 넣어두면서

슬쩍 튀김 하나를 먹어보았다.

바사삭―

“음―!”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마늘향이 입안에서 퍼진다.

갓 튀겨서 그런지 뜨끈뜨끈하니 더 맛있다.

“이건 꼭 넣어야 돼!”

마늘 튀김은 그대로 피자 토핑으로 쓰였다.

그렇게 하여 대망의 첫 피자.

“이게 내가 만든 첫 피자로구나!”

마늘튀김과 간장 맛 닭다리 살을 얹은 치즈피자를 오븐에 넣었다.

“요것도 잊으면 안 되지.”

마지막에 감칠맛 열매즙을 짜서 넣어주었다.

감칠맛 열매는 맛을 한 등급 높여준다고 했으니,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되었다.

【피자가 완성되기까지 10분이 남았습니다】

“10분이라. 그동안 집중해서 만들어볼까.”

호준은 본격적으로 집중해서 요리를 시작했다.

한 번 만들면서 손에 익었기 때문일까.

피자가 익는 10분 동안 무려 48개의 치즈가 뿌려진 도우를 만들 수 있었다.

도우는 적당히 완성했으니 적당한 토핑만 얹고 구우면 끝!

“파인애플 넣은 하와이안 피자랬나? 그것도 만들고. 매운맛 피자도 만들어야지. 음. 소고기도 얹어볼까.”

그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피자의 그림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토핑을 준비하기 전, 잠시 카운터에 기대 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게 잠시 쉬는 사이.

또롱!

【피자가 완성되었습니다!】

【갈릭 치킨 피자(특 7급)을 만들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팥소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호준은 첫 피자를 꺼내, 한 조각 베어 물었다.

“으음―!”

피자의 맛은 두피까지 짜릿해지는 맛이었다.1

입에서 치즈가 살랑살랑 춤을 추며 혀를 간지럽혔다.

치킨 살은 입에서 사르륵 녹고.

갈릭과의 조화도 훌륭하다.

그동안 먹었던 피자의 맛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너무 맛있잖아!”

단언컨대, 생애 최고의 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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