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97화 (97/200)

097. 조기 종료

차랑 차랑!

“앗싸 150만 원이다. 개꿀!”

“와! 이 돈 모아서 새로 나온 갤록시 뽈드로 바꿔야지.”

“음, 새 무기나 뽑아볼까!”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돈주머니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다들 표정과 몸짓에서 기쁨이 흘러넘친다.

포르르―

호준에게도 황금빛 주머니가 내려왔다.

그는 묵묵히 주머니를 열어 자신의 몫을 내려다보았다.

탁―

묵직한 무게에 만족감이 든다.

주머니 내부에 돈을 만지자 메시지가 뜬다.

【15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주머니에는 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작은 MVP라는 글자가 새겨진 황금 핀이 들어있었다.

황금 핀을 옷깃에 꽂고 있는데 팔당이 인사를 건넸다.

“이야. 핀이 멋지구먼.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하하. 자네가 우리를 다 살렸는데 핀은 받아야지 암.”

“MVP는 당연히 자네가 받아야지.”

“축하드려요!”

개인 참가자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고마움을 전했다.

호준은 인사에 화답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MVP라.’

MVP로 선정된 것은 적잖은 만족감을 주었다.

‘상을 받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

초등학교 때 이후로 개근상 이외에 의미 있는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기분이 좋기는 좋다.

마음이 들뜬다.

‘진정하자.’

호준은 애써 고개를 저으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다음 스테이지 생각을 해야지.’

한 번의 승리로 만족하지 않는다.

아니, 만족할 수 없었다.

‘1등만 스킬 카드를 얻는다. 그때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돼.’

이제 150명이 남았다.

150명 중 1등을 하려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저 녀석이 그놈이군. 우리 길드를 전멸시킨.”

“함부로 접근하면 위험해.”

“제기랄. 꼴 보기 싫어 죽겠군.”

더군다나 스테이지를 통과하면서 적까지 생겨났다.

동료를 잃은 길드원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적개심과 분노, 그리고 나약한 자신에 대한 불쾌감.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경계하는 게 당연하다.’

그들에게 악감정은 없고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약자는 스러지는 것이 이곳의 규칙.

그 규칙에 맞춰 움직일 뿐.

호준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서 있었다.

삐로리―

종달새가 달콤한 울음을 내뱉는다.

경쾌한 바니바니의 외침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여러분 경기는 즐거우셨나요!】

“네!”

“다음에는 더 화끈하게 진행하라고!”

“와아 시작한다!”

모두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바니바니는 머리칼을 어깨너머로 넘겼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 우아함이 묻어났다.

【모두 보상을 받으셨으니 다음 스테이지를 시작합시다!

스테이지 2의 미션은 보물찾기인데요. 듣기만 해도 즐겁죠?

자, 모두 스타트 지점으로 렛츠 고!】

짝짝짝―

그녀가 손뼉을 치자 참가자들의 위치가 이동되었다.

강제로 이동 당한 참가자들은 원형 경기장 바깥쪽 부분에 섰다.

참가자끼리는 붙어있지 않고, 50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다.

“어엇!”

“시작되는군!”

“뭘 하려는 거지?”

어리둥절한 참가자들을 내려보며 바니바니가 두 팔을 활짝 폈다.

【그럼, 스테이지 2의 무대를 공개하겠습니다!】

그녀의 선언과 함께 벼락이 내리쳤다.

콰드드득!

마른하늘에서 내려온 날벼락은 경기장 바닥을 번개 모양으로 갈랐다.

쿠드드득―

갈라진 땅 사이로 암석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쿠콰콰쾅―

암석은 거대했다.

쿠쿵!

불과 1분 만에 꼭대기를 볼 수 없는 거대한 산이 만들어진다.

“우와!”

“산이잖아?”

사람들의 감탄사가 경기장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흠. 이번에는 맵이 꽤 큰데?’

산에는 나무와 풀이 잔뜩 있고, 낭떠러지 계곡 등도 보였다.

그리고 각 참가자의 눈앞에는 등산로가 있었다.

마치 그 길을 따라가라는 듯.

【흠흠, 마음에 쏙 드는 산이네요.

이 산속에는 여러분이 찾아야 할 보물이 숨겨져 있답니다.

제한 시간은 30분, 그 30분 안에 보물상자를 많이 찾으세요!

여러분이 찾아야 할 보물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 주먹만 한 황금색 상자가 나타났다.

상자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빛났다.

바니바니가 상자를 손끝으로 만지자 황금 상자는 평범한 갈색으로 돌아왔다.

【상자가 황금색이면 너무 쉽겠죠?

여러분은 이 평범한 갈색 상자를 찾아야 합니다!

30분 동안 상자를 가장 많이 획득한 30명에게만, 다음 스테이지 진출권이 주어집니다.

최선을 다해서 찾아주세요!

상자의 개수는 총 100개이니, 빨리 찾으셔야 합니다!】

그녀의 설명과 함께 전광판 오른편에 미션 관련 정보가 떴다.

호준은 재빨리 메시지를 읽었다.

【스테이지 2】

【미션】 :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거대한 산에는 100개의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습니다.

상자를 많이 획득할수록 스테이지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스테이지 통과 기준】

* 보물상자를 많이 획득한 순서대로‘30명’을 선발합니다.

* 보물상자를 찾은 사람이 30명보다 적은 경우, 보물상자를 찾은 전원이 스테이지를 통과합니다.

* 모든 보물상자가 발견된 경우, 스테이지가 조기 종료됩니다.

* 전투 도중 참가자가 사망하면, 사망자가 소지한 보물상자가 죽은 자리에 놓입니다.

죽으면 말짱 도루묵이니 조심하세요!

【제한 시간】: 30분

【성공 보상】: 3,000골드, 다음 스테이지 진출

【현재 남은 상자】 : 100개

보상은 이전의 2배가 되었다.

보상을 본 참가자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오오! 3,000골드!”

“보상이 더블이군!”

“300만 원짜리라면 할 맛이 나지!”

“사망하면 그 자리에 보물상자가 놓인 다라. 그럼 전투로 뺏어도 된다는 소리잖아. 룰이 도적질하라고 부추기는군.”

300만 원을 건 승부.

참가자들의 눈이 매섭게 빛난다.

눈이 빛나는 이들 중에는 호준도 있었다.

‘속도라면 자신 있지.’

호준은 씩 웃으며 신발 끈을 고쳐 맸다.

그의 눈빛이 기대를 가득 머금었다.

* * *

거대한 산에는 참가자마다 올라가는 길이 존재했다.

호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따라갔다.

그는 나비처럼 날듯이 뛰었다.

“후.”

가벼운 발걸음.

그런데도 한숨이 나았다.

‘왜 이렇게 안 보이지.’

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100개의 상자.

얼른 찾아야만 했다.

【미하일 님이 보물상자를 찾았습니다!】

다른 이가 상자를 찾았다는 메시지를 보니 더 조급해진다.

호준은 우거진 나뭇가지, 무릎 높이까지 오는 덤불도 뒤적였다.

그러나 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 숨은 거야.’

혹시 땅에 파묻힌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하다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땅에 파묻은 건 아닐 거야. 이 넓은 산을 다 파고 다닐 수는 없을 테니.’

분명 찾다 보면 나오리라 생각하며 호준은 빠르게 산을 올랐다.

구역마다 수색하면서 계속 전진했다.

【남은 시간】 : 24분 34초

시간이 흘러 24분가량 남은 시점.

호준은 총총거리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의 눈이 무언가를 발견하자 빛이 났다.

“저건…?”

멀리서 황금빛이 번쩍였다.

아까 황금 상자에서 빛나던 그 빛깔.

호준은 날듯이 달려 빛나는 곳에 도달했다.

“이건…!”

그는 무릎을 굽혀 상자를 손에 쥐었다.

【보물상자를 획득했습니다!】

【남은 보물상자 99개!】

“왜 황금색으로 빛났지?”

분명 손에 쥔 갈색 상자는 황금색이 없었다.

그러면 바로 전에 자신이 본 황금색은 무엇이란 말인가.

‘일단 생각은 나중에 하고. 얼른 찾자.’

고개를 든 그는 걸음을 옮기려다가 멈추었다.

“허…….”

그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듯 한숨이 흘러나오고.

“큭…!”

웃음도 났다.

이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보인다. 확실히.’

이 황금빛 덕분에, 돌멩이 줍듯 보물상자를 주울 수 있음을.

저 멀리서 황금빛들이 그를 유혹하듯 반짝였다.

* * *

상자를 5개나 찾은 미하일은 불안했다.

‘불안하다. 불안해!’

그는 갈색 상자를 찾기 위해 전속력으로 산을 올랐다.

이미 5개나 찾았음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힘을 잔뜩 준 허벅지에 근육이 아리다.

힘이든 산행으로 그는 겨우겨우 상자 하나를 손에 넣었다.

그런데도 마음속의 불안함은 여전했다.

‘저 자식은 상자에 위치추적기를 붙여놨나. 왜 저렇게 잘 찾아!’

그가 조바심이 나는 이유는, 바로 메시지 때문이었다.

【호준 님이 보물상자를 획득했습니다!】

【호준 님이 보물상자를 획득했습니다!】

수십 번 메시지가 뜬다.

호준이라는 작자가 상자를 찾았다는 메시지가.

미하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호준은 마치 길 가다 조약돌 줍듯이 상자를 찾는 듯 보였다.

‘대체 무슨 수를 쓰는 거냐.’

그는 으르렁거리며 다리를 빨리 움직였다.

산의 중턱에 이르렀을 무렵, 미하일은 길드원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미하일의 수하로 있는 인물로 오랜 시간 함께한 이였다.

“미하일 님!”

“어, 그래. 많이 찾았냐?”

“아뇨. 죄송합니다. 저는 3개밖에 못 찾았습니다. 미하일 님은 많이 찾으셨습니까.”

“10개를 찾았다.”

“와. 많이 찾으셨네요.”

“많기는…….”

미하일은 부하의 칭찬에도 씁쓸하게 웃었다.

그 원인을 짐작한 부하가 넌지시 말했다.

“음…… 그 호준이란 녀석은 아마 보물찾기에 관련된 스킬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혼자서 50개 넘게 찾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하긴, 그렇겠군.”

“저도 나무에 낀 상자를 겨우 찾아냈습니다. 갈색 상자라서 더 보이지도 않고.”

“어쨌든 합심해서 찾아보자!”

“네!”

둘은 온 힘을 다해 산을 오르며, 상자 10개를 더 찾았다.

혼자서 할 때보다 수확이 더 좋았음에도 미하일의 표정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호준 님이 보물상자를 찾았습니다!】

【호준 님이 보물상자를 찾았습니다!】

【남은 상자】: 11개

비교하는 상대와 큰 격차가 벌어지니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법이니까.

“후유!”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군.”

“슬슬 끝날 때도 되었네요.”

미하일과 부하는 어느덧, 산의 정상 부근에 다다랐다.

그들은 가파른 절벽 윗길을 지나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시간이 없기에 그들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형님, 저 아래 낭떠러지 좀 보십시오. 무슨 동굴 같은 게 있네요.”

“흠. 그렇구나. 올라올 때는 못 본 것…… 어?”

미하일은 부하의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쓱쓱 쓱―

그들이 있는 바로 아랫길을 따라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익히 얼굴을 익혀둔 호준이었다.

수직으로 4~5m 거리 위에서 미하일이 호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준은 그들 일행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미하일이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부하를 바라봤다.

부하도 미하일의 진의를 알아채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자.’

‘네!’

둘은 조용히 단도를 꺼내 들었다.

이전에 가까이 접근했다가 역공을 당했으니 이번에는 단도를 던져 다리 힘줄을 끊어낼 생각이었다.

미하일은 부하에게 눈짓하고는 단도를 던졌다.

휙―

단도가 빠른 속도로 호준에게 날아갔다.

투척술 스킬을 충분히 높인 덕분에, 단도의 속도는 무척 빨랐다.

그의 단도를 뒤따라 부하의 단도도 날아갔다.

‘죽어라!’

미하일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드리웠다.

복수의 칼날을 갈던 그 입술은 만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푹―

잠시 뒤, 미하일의 자신만만하던 미소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

야심 차게 던진 단도가 보물상자에 박혀버렸다.

‘저 미친놈은 뒤에도 눈이 달린 건가.’

상자로 단도를 막아낸 호준은 그들을 보며 싱긋 웃고는 절벽으로 몸을 내던졌다.

“저, 저 미친!”

“저 녀석 자살하는 겁니까?”

절벽을 따라 떨어지는 호준의 모습에 둘은 경악했다.

그들은 공격이 실패한 사실도 잊은 채로 입을 벌렸다.

펄럭!

호준은 중간 지점에 다다르자 품에 안고 있던 거대한 잎사귀를 펼쳐 들었다.

양손으로 잎사귀를 꼭 잡았기에 그의 몸은 천천히 추락했다.

휭― 착

호준은 사뿐히 동굴 앞에 내려앉아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게임 종료 2분을 앞두고, 메시지가 빠르게 업데이트되었다.

【호준 님이 보물상자를 얻었습니다!】

【호준 님이 보물상자를 얻었습니다!】

【호준 님이 보물상자를 얻었습니다!】

…….

【모든 보물상자를 발견하여 스테이지가 조기 종료됩니다!】

【보물상자를 발견한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는 자동 탈락합니다!】

【가장 보물상자를 많이 획득한 분은 ‘호준 님’입니다】

【호준 님에게는 2번 연속 MVP로 선정되어 특별상품이 지급됩니다!】

이번 스테이지는 홀로 83개의 보물을 얻은 호준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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