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 MVP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기를 원한다.
인정받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욕구 중 하나니까.
― 오오! 길드가 역시 압승이군!
― 템빨로 밀고 나가는 거야!
― 가라!
카캉캉
관중들의 인정을 받은 길드원들은 더욱 싸울 의욕이 생겼다.
‘모두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관중의 시선이 향했으니까.
창과 칼에 맞아 상대가 쓰러질 때마다, 오오! 하는 함성이 울려 퍼진다.
관중의 호응에 길드원들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사실 길드 참가자들이 개인 참가자를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길드 참가자는 개인 참가자보다 아이템이 더 좋았으니까.
레벨이 비슷한 데, 아이템이 더 좋으면 그 차이는 따라잡기 어려웠다.
‘혹시라도 싸움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해도. 다수는 이쪽이라고.’
더군다나 길드 쪽이 숫자도 우월하니, 길드원의 기세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등급이 올라가면 월급도 받고, 안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
‘이번 기회로 길드 윗선에 눈도장을 찍자!’
실적이 높을수록 길드에서 주는 월급도 높아진다.
돈에 눈이 먼 길드원들은 닥치는 대로 싸웠다.
개인 참가자들을 파죽지세로 해치웠다.
그러나 그들의 진격에 문제가 생겼다.
푹푹 푹―
“크어억!”
“으악! 내 눈!”
“푹!”
난데없이 화살이 쏟아졌다.
밀물처럼 돌격하던 길드원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엘로인은 바로 옆 동료가 쓰러지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저 저게 뭐야!”
“헉?”
그는 앞을 보고는 경악했다.
한 남자가 하얀 갑옷을 입은 남자 위에 기마자세로 올라타 있었다.
그는 빛나는 화살을 쏘는데, 화살을 쏘는 속도가 경악할 수준이었다.
피유웅 피유웅―
그가 대체 화살을 언제 장착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장전한 화살이 총알처럼 날아간다.
“크억!”
화살은 바로 옆 동료의 목을 꿰뚫어 버린다.
엘로인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동료를 보며 오금이 저릿했다.
“어이 괜찮아?”
“크어억! 흐익! 흐어억!”
엘로인은 목을 움켜쥐고 쓰러진 동료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동료는 눈앞의 엘로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거품을 물며 몸을 경련했다.
‘제정신이 아니야.’
한눈에 봐도 동료는 정상이 아니었다.
“으아. 그만 으악. 저리 가!”
오히려 엘로인을 향해 칼을 휘둘러대서 엘로인은 그에게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푹―
개인 참가자가 그런 동료의 복부에 칼을 내리꽂았다.
끄르륵―
동료는 단말마를 내지르고 고개를 쓰러트렸다.
‘대체 뭐지? 화살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엘로인은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화살에 독을 발랐다 해도, 이 정도로 제정신을 못 차리는 일은 본 적이 없었다.
엘로인은 침착하게 뒤로 물러서다가, 문득 문제가 심각함을 알아차렸다.
“으악!”
“크억!”
‘힐러와 마법사부터 죽이고 있어. 이 자식!’
최악은 힐러와 마법사가 먼저 희생되고 있다는 것.
길드 내에서 힐러와 마법사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이 있으면 다친 이들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화살을 맞은 자들은 정신을 잃고 칼을 휘두르며 동료들의 접근을 거부했다.
그런 동료들에게 적들의 칼이 꽂힌다.
엘로인은 자신만이라도 살아남기로 하고 뒤로 물러섰다.
스테이지 1을 통과만 해도, 밥벌이는 할 수 있었다.
‘저 화살은 위험해. 어떻게 해서든 피하자.’
엘로인은 동료들의 틈바구니로 들어가 황급히 맨 뒤편으로 뛰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의 느낌상 전속력으로 달려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지? 이 기분은…!’
무엇 때문일까.
등 뒤가 소름 끼치게 서늘했다.
왠지 돌아보면 안 될 것 같았지만, 그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런 시발.’
화살이 쇄도하고 있었다.
새하얀 화살 끝에 초록색 독이 묻혀 있다.
죽음의 화살이 다가오자 절로 다리가 움직였다.
‘피해야 해!’
그는 화살에 맞기 직전 허리를 굽히고 앞구르기를 했다.
5바퀴 넘게 바닥을 굴렀다.
전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른 움직임이었다.
정수리가 바닥의 짱돌에 찧었다.
피가 주르륵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화살을 피했다는 안도감 덕분에 아픈 줄도 몰랐다.
‘이제 괜찮아…….’
안심한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푹!
화살이 그의 어깻죽지를 파고들었다.
‘어 어떻게?’
화살이 어째서 파고 들은 것일까.
그것은 마치 유도미사일처럼 자신을 따라왔다는 말로밖에는 설명되지 않았다.
즉, 활이나 화살이 레전더리 급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도망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시, 시발. 이런 화살을 어떻게 피해!”
어차피 따라잡힐 테니까.
엘로인이 억울함에 북받쳐 소리쳤으나 이미 늦었다.
【당신은 여왕 아라크네의 맹독에 감염되었습니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극독 상태에 빠집니다!】
【이동속도가 극도로 느려집니다!】
“큭!”
눈앞이 캄캄해질 듯이 몸이 무겁다.
허리에 1톤짜리 추를 매단 것 같아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엘로인은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이, 이래서…… 다들 화살에 맞고 쓰러졌던 건가.’
그는 이제 화살에 맞은 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체력이 저하되니 눈을 뜨는 것조차 피곤하게 느껴졌다.
깊은 늪 속에 잠겨있는 것만 같다.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가장 두려운 존재와 마주하게 됩니다】
‘하아…!’
가까스로 눈을 뜬 그는 수천 개의 화살을 마주했다.
수천 개의 화살촉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서 멈추었다.
언제 떨어져 몸을 찌를지 모르는 화살촉.
덜덜덜―
엘로인은 미친 듯이 몸을 떨었다.
눈앞의 화살촉이 금방이라도 찌를 것만 같았다.
‘누가 끝내줘! 제발!’
오금이 저리고 식은땀이 줄줄 났다.
끝나지 않는 악몽을 누가 끝내주기만을 바랐다.
“으아!”
“흐어어억!”
엘로인.
그 외의 화살을 맞은 수많은 이들이 환상을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 * *
축구경기의 매력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날 몸 상태에 따라서, 반드시 이길 것 같은 팀이 지기도 하고.
반드시 질 것 같은 팀이 이기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역전승은, 보는 이들의 피를 끓게 한다.
지금 콜로세움의 상황이 그러했다.
― 와. 길드 쪽이 밀린다. 엎치락뒤치락하니까 졸잼인데?
― 헐, 저 궁수 대박인데? 어떻게 한 방에 다 맞추지?
― 화살이 빛나는 거로 봐서는 무슨 마법을 씌운 모양임.
― 처음부터 힐러를 죽이는 거 봐. 머리 잘 굴리네.
기마자세로 활을 쏘는 궁수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연했다.
그로부터 이 역전극이 시작되었으니까.
피유웅―
― 화살을 쏘는 속도가 장난 아님.
― 화살 맞고 다들 거품 무는데?
― ㅋㅋㅋ 길드 다 죽어간다.
압도적으로 강한 인물은 관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내몰았다.
호준은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침착했다.
부지런히 화살을 쏘면서 주위 사람들을 독려했다.
“화살 맞은 녀석들부터 해치우십시오! 혹시라도 화살촉에는 절대로 손대지 마시고요! 만지면 골로 갑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알겠네!”
“고맙네! 저놈들도 주춤하고 있어!”
“길드 녀석들 혼쭐내러 가즈아!”
호준 덕분에 개인 참가자들의 기세가 살아났다.
호준이 화살을 꽂아 상대가 혼란에 빠지면, 그런 상대에게 개인 참가자들이 칼을 꽂는다.
바닥을 뒹구는 적을 해치우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푹푹―
【살려는드릴께 님이 사망했습니다!】
【스마트보이 님이 사망했습니다!】
【내가누군지알아 님이 사망했습니다!】
【자지러진다 님이 사망했습니다!】
【현재 생존자 숫자】 : 160명
― 오오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 길드 녀석들 제법 많이 죽었는데?
― ㅋㅋㅋㅋㅋ 다들 기가 팍 죽었네! 뒤로 물러나는 것 좀 보라고!
― 꽁무니 빼는 거 보니 겁먹은 거 같은데?
전세가 뒤바뀌자 길드원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에 반해, 개인 참가자들은 기세등등하게 전진했다.
기세를 몰아 해치우자는 심보였다.
“크아아!”
“다 해치워 버리자!”
“어서 오라고! 어!”
호준의 지원사격도 계속되었다.
그는 화살을 날리면서도 생각을 거듭했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공격이 내게 쏠릴 수 있어.’
지금 상황은 화살의 역할이 컸다.
화살을 쏘는 자신을 없애려고 누군가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호준은 동료들의 정중앙에 머무르고 있었다.
궁수, 마법사, 힐러를 제일 먼저 다 해치웠다.
그러나 이런 조처를 했다 해서 100% 안전하다 할 수 없었다.
‘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피유웅―
피유웅―
【상대의 목을 정확히 타격했습니다!】
【상대의 가슴을 정확히 타격했습니다!】
호준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온다면 피할 수 있도록.
그가 활을 장착하고서 활시위를 세게 당기던 순간, 뭔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 우우우! 간다!
― 위험해!
뒤에서 관중의 함성이 들렸다.
뭔가 빠르게 다가오는 듯한 꺼림칙한 기분.
호준은 화살을 장전한 활을 그대로 든 채로, 몸을 뒤로 돌렸다.
그의 허리가 꽈배기처럼 말렸다.
‘역시 나를 노리는군.’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던 수뇌부가 움직이고 있었다.
공중을 날듯이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눈부신 백발이 허공에 휘날리며 빛난다.
미하일이였다.
미하일이 든 칼 위로 붉은 기운이 일렁였다.
불길한 기운이었다.
푹―
순식간에 다가온 미하일은 칼을 찔렀다.
칼은 놀라운 속도로 머리를 향해 다가왔다.
“흐읍!”
호준은 재빨리 허리를 꺾어 칼을 피했다.
미하일이 다시 한번 칼을 횡으로 그었다.
“흐읍!”
호준은 허리를 다시 한번 90도로 꺾었다.
그는 그 자세 그대로, 활시위를 놓았다.
푹―
“큭!”
미하일은 화살을 피할 시간조차 없었다.
피하기에는 너무 가까이 있었으니까.
‘내 공격을 피할 줄이야.’
미하일은 침착하게 굳은 표정과 달리,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궁수의 가장 큰 단점은, 근접전에서 불리하다는 것.
그 약점을 노리고 공중 답보를 이용해 급습한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속도군.’
그러나 민첩 수치가 극도로 높은 자신의 공격을 적은 피했다.
허리를 꽈배기처럼 배배 꼬고 기하학적으로 뚝뚝 꺾기까지 하면서.
‘괴물이다.’
미하일은 처음 보는 괴이한 호준의 기행에 놀라고 있었다.
화살로 꿰뚫린 손등이 저릿하여지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후퇴하자. 사는 것이 먼저다.’
미하일은 재빨리 뒤로 날아 퇴각했다.
공중 답보를 하는 그의 발걸음은 급습할 때에 비해 더 다급했다.
그런 미하일에게도 화살의 효과가 여지없이 나타났다.
【당신은 여왕 아라크네의 맹독에 감염되었습니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극독 상태에 빠집니다!】
【이동속도가 극도로 느려집니다!】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가장 두려운 존재와 마주하게 됩니다】
‘진정하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해.’
몸이 납처럼 무거워졌으나 미하일은 온 힘을 다해 제 자리로 돌아왔다.
착―
바닥에 착지한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앙!
“흐읍!”
고개를 든 미하일은 헛숨을 들이켰다.
경기장을 집어삼키고도 남을 거대한 바퀴벌레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건 달콤한 숲의 거대 바퀴벌레?’
얼마 전 달콤한 숲에서 마주했던 거대 바퀴벌레.
보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나와서 임무를 포기했던 그 몬스터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이게 몇 마리야.’
그것도 수십 마리가.
바퀴벌레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미하일의 심장박동은 미친 듯이 올라갔다.
‘화살 때문인가…!’
화살 때문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머리로 안다 해도, 눈앞에 보는 것의 효과는 무시할 수 없었다.
크아앙!
가상의 바퀴벌레가 머리를 들이밀자 미하일은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의 팔에는 닭살이 도돌도돌 돋아났다.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다.
“크으윽!”
‘진정하자. 이건 진짜가 아니야!’
미하일은 가슴을 세게 퍽퍽 내리쳤다.
그가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
요란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바퀴벌레가 일시에 사라졌다.
짝짝짝!
【스테이지 1 클리어】
【참가자가 150명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신체 이상은 자동 회복됩니다!】
경기의 끝을 알리는 울림이었다.
모든 공격이 일시에 중단되었다.
“하아아!”
“휴우! 살았어! 살았다고!”
“기적이야!”
살아남은 길드원들은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도망가느라 초췌해진 낯을 하고도 길드원들은 살았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반면, 개인 참가자들 무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우와!”
“호준 자네 덕분이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호준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감사 인사를 받았다.
팔당도 그 옆에서 감사 인사를 받으며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 친구가 겸손하구먼. 괜찮은 친구야.”
“이분이 원래는 요리사이자 농부인데. 활 쏘는 솜씨도 끝내줍니다!”
“오, 그래요? 어디서 장사하심?”
“저기 토끼 바위 근처입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는 분위기였다.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화면에 바니바니가 등장했다.
그녀는 놀랍다는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
【단시간에 스테이지 1을 통과하신 여러분 정말 대단합니다! 모두 생존자분들에게 힘찬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시겠어요!】
― 와아!
― 오오!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바니바니는 박수 소리가 잠잠해지자 검지를 흔들며 화면을 전환했다.
화면에는 MVP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자, 지금부터는 스테이지 1의 MVP를 선정하겠습니다. 각 스테이지의 MVP는 전투기여 가장 많이 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데요! MVP로 선정되면 스테이지 획득 골드의 20%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모두 MVP를 향해 힘찬 박수로 응원해주세요!】
그녀가 손뼉을 한번 치자, 경기장이 한순간에 어두워졌다.
삽시간에 밤처럼 어두워진 경기장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과연 스테이지 1 MVP는 누가 될까요! 두구두구! 그 주인공은 바로……】
새하얀 스포트라이트가 경기장을 요란하게 돌아다녔다.
【호준 님입니다!】
스포트라이트가 호준만을 비추었다.
― 와아 아아!!
― 호준! 호준!
― 꺄아아! 호준 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속에서 호준은 별이의 돌고래 비명을 들었다.
호준은 피식 웃으며 그 방향으로 손을 흔들었다.
무대가 밝아지고 별이와 요정들과 눈이 마주쳤다.
― 끼루루루!
― 아무우!
아무와 미르는 방방 뛰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축하드려요!”
“암, MVP는 자네가 타야 맞지!”
“축하드립니다! 호준 님!”
주위에서도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호준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런 호준의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두고 보자.’
전신이 땀에 젖은 미하일이었다.
그는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북북 갈았다.
머리가 헤집어지고 먼지투성이가 된 초라한 몰골.
그런 겉모습마저 말끔한 호준과 대비되어 미하일은 입술을 더 세게 짓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