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92화 (92/200)

092. 야생 몬스터 길들이기

【퀘스트 성공!】

요리의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

【퀘스트 보상으로 감칠맛 열매 획득!】

그에 맞춰 보상도 쏟아졌다.

호준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감칠맛 열매를 잡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부름을 받은 요정들은 가게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다.

완성된 떡볶이의 향.

그리고 준비된 많은 음식이 모두의 입맛을 자극했다.

이런 상황은 위험하다.

테이블 5개를 가득 채운 음식들은 모두의 식욕을 폭발시킬지도 모르니까.

“뀨우~!”

“아무!”

“으음. 냄새 죽인다!”

【아무가 맛 좋은 냄새에 입을 벌리고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미르가 흥분에 겨워 꼬리를 주체하지 못합니다】

【다크니스가 입맛을 다시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토순이가 기대감에 부풀어 몸을 빵처럼 부풀립니다!】

“떡볶이 대령이요!”

호준은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프라이팬을 메인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요정들은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거리는 떡볶이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호준은 채소튀김, 고구마튀김, 양파튀김, 훈제 달걀을 담은 그릇까지 세팅하고서 손뼉을 쳤다.

“다들 맛있게 먹어.”

“잘 먹겠습니다!”

“꾸우!”

“뀨뀨!”

“아무!”

“묘옹!”

“끼루루!”

“냐!”

“메에!”

요정들은 꾸벅 배꼽 인사를 했다.

인사성도 바르다.

찹찹찹―

마음 맞는 이와 식사를 하는 것은 일상적이면서도 소중한 일이다.

같이 음식을 먹다 보면 공유하는 것이 생기고, 얼굴을 자주 볼수록 더욱 가까워지는 법.

그렇게 밥을 먹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정이 드는 법이다.

야무지게 잘 먹는 요정들을 보니 호준은 배부른 기분이 들어 피식 웃었다.

빈 그릇에는 떡볶이를 가득 담아 주었다.

떡볶이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뿌리면 10초쯤 지나서 싹 녹아버린다.

매콤한 맛과 치즈가 잘 어울린다.

‘행복하다.’

떡볶이 만찬은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 * *

식사를 마친 호준은 농장을 벗어났다.

그가 향하는 곳은 인근 숲이었다.

콜로세움 참가 전에 사냥연습을 하려 했는데 레벨 20~30 용 던전은 거리상 너무 멀어서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선택한 게 숲이다.

“다크니스. 이곳에도 몬스터가 있단 말이지?”

“냐아~”

숲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다크니스가 있기에 걱정하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다크니스가 불안한 기운 어쩌고 하면서 감지해주지 않겠나 하는 마음도 있고.

숲에 작은 몬스터를 상대로 활 연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냐아!”

【다크니스가 근처에 온순한 몬스터의 기운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다크니스가 방향을 감지하고 움직입니다!】

드디어 다크니스가 감을 잡았는지 어디론가 뛰어갔다.

호준은 부지런히 그 뒤를 쫓았다.

다크니스가 들어간 숲은, 무척 어두웠다.

얼마나 어둡냐 하면, 우거진 나뭇가지 때문에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

어수룩한 늦은 밤에도 약간 앞은 보이기 마련인데.

이곳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꺼멓다.

그나마 호준이 걸을 수 있는 이유는, 중간에 다크니스의 허리춤에 덩굴을 묶고, 덩굴 끝을 손으로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냐아!”

【다크니스가 계속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그래. 네 말이 맞겠지.”

그는 이왕 온 김에 그 몬스터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발을 옮겼다.

“다크니스. 정말 온순한 몬스터 맞지? 위험한 거 아니지?”

“냐아!”

【다크니스가 온순한 몬스터가 맞는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겠지.”

성공한 전적이 있는 다크니스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호준은 다크니스의 인도하에 계속 어둠 속을 걸었다.

혼자라면 무서웠겠지만 둘이었기에 앞이 안 보이는 두려움은 견딜 수 있었다.

‘담력 훈련이라고 생각하자. 실제로 아무 일도 없잖아? 귀신 같은 것도 없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계속 다독였다.

그렇게 한 10분쯤 걸었을까.

“어…?”

저 멀리에서 뭔가 보였다.

새하얀 빛을 뿜는 은빛 쟁반.

가까이 가보니 절경이 펼쳐졌다.

은빛 호수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동안의 두려움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갔다.

“와. 오길 잘했네.”

별천지다.

가까이 가보니 호수 바닥으로 하얀 모래가 보였다.

은빛으로 빛난 이유는 이 은색 모래 덕분이었다.

반짝이는 입자가 더 많아서 햇빛을 반사하면 눈이 부셨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호수는 선녀라도 내려올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런 건 사진으로 찍어둬야지.”

호준은 구름 카메라를 켰다.

구름 카메라는 방송뿐 아니라, 촬영용으로도 쓸 수 있었다.

카메라를 셀카모드로 전환하고 다크니스를 꼭 안고 자세를 취했다.

찰칵―

찰칵―

“다크니스. 요 귀염둥이!”

“냐아~”

호준이 다크니스의 볼에 입술을 갖다 대자 다크니스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입술을 피했다.

기어코 한번 뽀뽀에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사진은 다크니스가 움직여서 다 망했다.

“잉, 거의 다 망했네. 오, 그래도 하나는 건졌다!”

다행히 제대로 찍힌 사진이 있었다.

호준은 흐뭇하게 그 사진을 보고는 품 안에 다크니스를 꼭 껴안았다.

“우리 복덩이!”

“냐아~”

【다크니스가 이런 것쯤이야 별거 아니라며 배를 부풀립니다】

“아이고 뱃살 좀 보게. 말랑말랑 젤리 같네?”

“냐!”

【다크니스가 맛있는 걸 주면 배를 허락해준다고 말합니다】

다크니스는 혀를 날름거리면서 뭔가를 바라는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흠. 맛있는 거면 소고기 훈제 먹을래?”

“냐아!”

다크니스는 훈제 소고기에 환장했다.

녀석은 소고기를 껌처럼 짝짝 씹으면서 제 배를 호준에게 헌납했다.

호준은 말랑거리는 뱃살을 조물거리며 다크니스를 데리고 호수로 갔다.

“하아. 물이 따뜻하니 좋네.”

호숫물은 온천수처럼 따뜻했다.

발이 따뜻해지니 몸이 나른해져, 호준은 발을 담근 채로 뒤로 누워버렸다.

“냐아~”

다크니스도 호준의 배 위에서 사람처럼 대자로 누워버렸다.

‘몬스터고 뭐고 조금 있다가 찾자.’

어둠 속을 한참 걷느라 답답했던지라, 잠시 이 편한 곳에서 쉬고 싶었다.

호준은 다크니스의 배를 어루만지며 평화로운 시간을 즐겼다.

스르륵―

호수 바닥이 살짝 들썩이는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 * *

호수 바닥을 살펴보니 뜨거운 물이 솟아올랐다.

즉 이곳은 호수가 아니라 온천이었다.

“음, 하얀 모래가 많으니까 백온천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렇지 다크니스?”

“냐아~”

“가끔 반신욕 하러 와야겠다. 이건 방송에 내보내면 안 되겠어.”

온천에서 헤엄치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다.

몸도 노곤해지고 피로도 싹 풀리는 기분.

온천에서 시간을 보낸 호준은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그나저나 몬스터는 왜 안 보이지?”

“냐아~”

【다크니스가 갑자기 그 기척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다크니스가 조금 시무룩해져서 물밖에 내밀었던 고개를 물속에 처박았다.

호준은 그런 다크니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 없으면 어쩔 수 없지. 괜찮아 다크니스. 여기 온 것만으로 충분히 잘했어.”

“냐아!”

다크니스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개헤엄을 치며 주위를 도리도리 돌았다.

“수영이나 계속해볼까.”

호준은 수중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물속은 반짝이는 모래 덕분에 대낮처럼 밝다.

반짝이는 모래들을 보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군데군데 가지각색 산호들이 조각상처럼 들어서 있었다.

산호는 물 밖에 나오면 죽는다고 들었기에 그저 감상에 젖어 있었다.

그렇게 물속을 누비며 인어처럼 수영을 즐기는데.

출렁―

물결이 크게 출렁인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뭐지? 지진?’

출렁―

아니다.

이건 지진이 아니라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것도 절대 작지 않은 무언가가.

‘뭔가 있다. 바닥에 뭔가 있어.’

바닥이 들썩이며 모래가 흩날린다.

뿌연 모래 덕분에 시야가 완전히 가려서 바닥에 뭔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빠져나가자.’

호준은 즉시 방향을 틀어 다크니스가 있는 물 위로 올라갔다.

“푸아.”

다크니스를 옆구리에 둘러매고서 그는 전속력으로 온천 바깥으로 헤엄쳤다.

온천 속은 뿌옇게 변했다.

마구 출렁이는 수면으로 보아, 커다란 존재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냐아!”

품 안의 다크니스가 버둥거리며 길게 울었다.

【다크니스가 몬스터를 감지했습니다!】

‘몬스터?’

푸와악―

물이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뭔가가 높이 솟아올랐다.

뿌연 증기 너머로 보이는 그것은.

‘뱀?’

거대한 뱀이었다.

사실 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했다.

몸 지름이 1m는 될 듯했고.

몸길이는 건물 2층 이상은 될 법하다.

목덜미가 당길 정도로 꺾어야 그 머리를 볼 수 있었다.

아직 물속에 잠긴 몸이 있으니, 몸길이는 더 길 것으로 보였다.

“아…….”

호준은 곧 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천년 묵은 이무기】

‘허…….’

난데없이 이무기가 등장하다니.

놀랄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LV 93】

레벨이 93인 몬스터가 이런 곳에 은신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요나스 마을은 초보자 마을로 소문난 곳이기 때문.

‘숨겨둔 콘텐츠가 많다고는 했어도. 이런 것일 줄이야.’

물론 유토피아에 절대적인 지식이란 없었다.

정형화되지 않은, 수많은 히든 보상들이 많은 게임.

그게 유토피아만의 특별한 점이었으니까.

‘어쨌든 나보다 더 강하네. 조심해야 해.’

이무기가 머리로 위에서 내리찍으면 못처럼 땅에 박혀버릴 것이다.

저 소형차만 한 머리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다크니스는 작아서 더 위험하다.

호준은 다크니스를 꼭 안고는 그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크니스. 쟤가 그 온순한 몬스터 맞니?”

“냐아!”

다크니스는 맞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사냥연습은 틀렸네.”

레벨 30이 활 쏘는 연습 하겠다고 레벨 93에 달려드는 건 미친놈이나 할 법한 일 아닌가.

온순하건 아니건 몬스터는 공격하면 반드시 보복한다.

저 꼬리에 맞아 골프공처럼 날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럴 땐 튀어야지.’

온천이 조금 아쉽지만, 거대 뱀이랑 온천욕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호준은 조심조심 뒷걸음질 쳤다.

아직 이무기는 밑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좋았어. 이대로 조용히 사라지자. 없었던 것처럼.’

호준은 다크니스의 입도 손으로 막고 조심조심 걸었다.

그렇게 순탄하게 가나 싶었는데.

바스락―

나뭇가지를 밟고 말았다.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가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 것일까.

고요한 곳에서 부서지는 소리는 정말이지 크게 들렸다.

스르륵―

이무기가 하얀 눈을 크게 뜨며 호준을 내려보았다.

이무기의 백색 동공이 동전처럼 가늘어지니 호준은 몸이 쭈뼛쭈뼛해졌다.

이무기가 입을 상하로 크게 벌리고는, 하얀 혀를 내밀었다.

사아악―

뭐라고 말이라도 거는 것일까.

아니면 잡아먹으려고 위협하는 것일까.

― 배고프다사악!

스킬 덕분에 이무기의 말이 들렸다.

이무기가 다시 한번 울었다.

― 배고프다사악!

‘밥. 밥이라도 주면 되려나?’

호준은 이무기가 하는 말을 듣자, 왠지 모르게 용기가 생겼다.

다크니스가 온순하다고 했으니, 조금 안심한 것도 있고.

“밥은 먹고 해야지.”

동물이든 뭐든 배고프다니까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

배고픈 것은 그냥 보고 넘길 수 없었다.

“음…… 뭐가 좋을까.”

도망가려는 생각을 접고 호준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굶주리는 게 불쌍하니 뭐라도 주고 갈 생각이었다.

“뱀아. 이거라도 먹고 있어 봐.”

그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녀석의 입을 향해 내밀었다.

― 냄새가 좋다사악!

이무기가 입을 크게 벌리는 순간, 메시지가 떴다.

【이무기 길들이기 퀘스트 발생!】

【온순한 특성을 가진 몬스터는, 희소한 확률로 길들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무기 132호가 당신에게 호기심을 느낍니다!】

【이무기의 마음을 사로잡아, 애완동물로 길들이세요!】

퀘스트 창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런 거대한 애완동물이라면. 대환영이지.”

바로 전에까지 무섭게 보이던 이무기가, 왠지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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