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떡볶이
호준은 홀로 가게로 갔다.
요정들에게는 절임 통으로 포도 발효주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에도 할 일을 차례로 정하고 있었다.
“흠. 떡볶이라.”
【직업 퀘스트】 분식의 꽃 떡볶이를 만들어 봅시다!
【퀘스트 목표】 : 떡볶이 10개 만들기!
떡볶이 (0 / 10)
【퀘스트 설명】
*한식의 대명사, 분식의 꽃, 떡볶이를 만들어 봅시다!
*떡볶이는 원하는 만큼, 많은 추가 재료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품질 좋은 추가 재료를 많이 첨가할수록, 떡볶이의 등급이 상승하고 맛도 같이 상승합니다.
“맛있겠는데.”
떡볶이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중독성 있는 요리였다.
떡, 어묵, 물, 양념과 10분 정도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고.
“어디 한번 볼까.”
호준은 도마를 작업대 위에 올려놓으며 퀘스트 보상을 살폈다.
【퀘스트 보상】
* 감칠맛 열매 3개
― 감칠맛 열매는, 모든 요리가 맛있어지는 열매입니다.
― 이 열매를 요리에 첨가하면, 반드시 등급이 1~2등급 오릅니다.
― 중복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보상도 괜찮다.
등급이 반드시 오르는 열매라면 모든 요리에 넣을 추가 재료로 제격이었다
‘얼른 해 보자.’
호준은 미련 없이 퀘스트 창을 닫고는 떡볶이 레시피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의 눈빛은 시험 보는 학생처럼 진지했다.
“좋았어. 시작이다.”
그는 자신 있게 미소지으며 칼을 높이 들었다.
* * *
예상대로 떡볶이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떡볶이 만드는 법】
1. 육수에 떡, 어묵, 양념을 넣고 잘 끓여줍니다.
2. 추가 재료를 원하는 만큼 추가하고 잘 끓여주면 완성!
(치즈는 요리 후반부에 넣어야 바닥에 눌어붙지 않습니다.)
“재료 넣고 끓여라. 이거네.”
간단하다면 간단한 레시피.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문제는 떡볶이 재료를 일일이 다 손수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필수 재료】: 떡, 어묵, 육수, 떡볶이 양념 각 1개
(크기가 작은 떡이나 어묵은 1인분 양만큼이 1개로 인정됩니다.)
【추가 재료】 양배추 외 야채류, 모차렐라 치즈 등 유제품류, 넓적 당면, 쫄면, 라면 등 면류, 비엔나소시지 등 고기류, 이외 적합한 재료
필수 재료 떡, 어묵, 육수, 양념를 만드는 데만 한참 걸릴 상황.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호준은 도움을 청했다.
만능재주꾼 별이였다.
“시키신 건 완벽히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별이는 물고기와 소고기를 다지기 위해 구석으로 향했다.
곧 바람이 휙휙 움직이고 소고기와 물고기가 분해되었다.
찹찹찹 ―
고기 다지는 소리를 BGM으로 들으며 호준은 도마 위에 쌀가루를 수북이 부었다.
떡을 만들 준비작업이었다.
촤악
쌀가루가 만든 뽀얀 구름이 일어났다.
코끝이 간질간질한 걸 꾹 참고서, 물을 한 움큼 퍼서 가루 위에 부었다.
가루와 물이 엉기면서 작게 덩어리진다.
촉감은 슬라임보다는 조금 보슬보슬한 느낌이었다.
└ 오 시작한다!
└ 밀가루인가? ㅇㅇ 밀떡인가요?
“이건 쌀가루입니다. 전 쌀떡 파라서요. 다음에는 밀떡도 한번 만들어보죠.”
호준은 간간이 채팅창을 보며 대꾸도 잊지 않았다.
요리하는 모습은 카메라에 잘 담기고 있을 터였다.
물론 방송보다는 요리에 더 집중한 그였다.
‘완벽한 떡볶이를 만들겠어.’
그는 집중한 채로 떡 모양을 빚었다.
조물조물―
“자, 떡은 이렇게 가루에 물을 묻혀서 조물거리면 끝입니다. 쉽죠?”
그의 말처럼 참 쉽게, 떡이 차곡차곡 쌓였다.
떡볶이 떡 한 줄이 완성되면 밀가루를 뿌려주고 그 위에 다시 쌓았다.
타다닥 타닥―
손가락 크기의 떡볶이 떡 30여 개를 만들자 메시지가 떴다.
【미완성 떡을 만들었습니다!】
【요리실력이 대단하시군요!】
“지금 떡볶이 떡 1개를 만들었네요. 15개를 만들어 볼 생각이라 이제부터는 분발하겠습니다!”
그는 전속력으로 손을 놀려 떡을 만들었다.
왼손으로는 떡을 빚고, 오른손으로는 물을 뿌리고 완성된 떡을 옮겼다.
수북이 쌓인 쌀가루가 사라지고 그 대신 떡이 높이 쌓였다.
└ 와. 떡 만들기가 이렇게 대단해 보일 줄이야.
└ 떡 만드는데 초 진지해서 더 집중해서 봄.
└ 그나저나 저거 다 누가 다 먹지…! 떡 양 열라 많어.
기인열전 같은 떡 만들기는 1분도 안 되어 끝났다.
그의 눈앞에는 노고를 칭찬하는 듯한 메시지가 떴다.
【미완성 떡을 만들었습니다!】
【떡을 완성하려면 상온에 10분 이상 두세요】
【냉장고에 넣거나 더 차갑게 식히면, 더 빨리 완성됩니다】
‘식히는 거라면 그게 좋겠다.’
차갑게 식히는 것이라면 방법이 있었다.
별이 말고도 다른 방법이.
호준은 얼음 열매를 꺼내 떡 옆에 붙여두며 나지막이 말했다.
“상온보다는 차갑게 하는 것이 빨리 굳는다고 하네요. 저는 이 얼음 열매를 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떡볶이의 떡은 완성.
그다음은 육수였다.
육수를 만들기 위해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양파, 배추, 대파, 소고기를 잔뜩 넣고 끓였다.
이제 육수를 제조하겠다 선택하면 끝.
보글보글―
마법 냄비는 순식간에 재료를 익혀준다.
구수한 고기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기대감에 가슴이 부푼다.
“음― 냄새가 끝내주네요. 왠지 맛있는 육수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 소고기를 세 덩어리 넣었으니 당근 맛있을 듯.
└ 소고기 육수라. 저거 보니까 소고기뭇국 먹고 싶네.
└ 소고기 탕진잼 ㅋㅋㅋ
└ 배고프다 배고파.
└ 요리가 무슨 치트키 친 것처럼 빠르다…!
“소고기 육수는 저도 처음 내 보네요. 기대됩니다.”
호준은 시청자들의 기대에 동감했다.
그동안 국을 끓일 때, 한 번도 소고기 육수를 낸 적은 없었던 그였다.
육수(肉水), 고기를 우려낸 물이라는 뜻에 걸맞게 한 적은 없었다.
그저 육수 대신이라고 다○다 조금 뿌리거나, 손질한 멸치로 육수 냈던 것이 전부.
그렇기에 이번에 만드는 소고기 육수의 맛이 더욱 기대됐다.
‘10분 정도 걸리네.’
당연한 말이지만 육수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육수가 완성되기까지 10분 34초 남았습니다】
【육수가 완성되기까지 10분 33초 남았습니다】
떡과 육수도 완료되었으니.
그다음은 어묵과 소시지 만들기였다.
“어묵하고 소시지는 없으면 안 되지.”
떡볶이에 필수 재료 어묵 외에도 소시지도 넣을 생각이었다.
때마침 별이가 고기와 어묵의 재료, 다진 고기와 다진 물고기를 들고 왔다.
“여기 완성입니다! 다진 소고기 10개와 다진 물고기 10마리예요.”
그녀가 내민 통 안에는 이전에는 소고기와 물고기였던 것이 잘게 분해되어 담겨있었다.
호준은 별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유를 주었다.
“고맙다! 이제 쉬어도 된다.”
“네! 떡볶이 기대할게요!”
별이는 신이 나서 밖으로 나갔다.
아마 호숫가에서 놀거나, 혹은 밀밭에서 뒹굴뒹굴하며 선탠하고 있겠지.
└ ㅎㄷㄷ. 저걸 다 만든다고요? 무슨 어묵 공장 차리심?
└ 고기도 완전 많음. 고깃덩어리? 고기튀김 넣으심?
“지금부터는 어묵과 소시지를 만들겠습니다. 얼른 10분 안에 다 만들어야 하니까. 조금 말이 없을 수 있어요!”
호준은 손목을 뚝뚝 꺾고는 어묵 제조에 들어갔다.
잘게 부서진 물고기 덩이에 밀가루를 퍼붓고 달걀을 넣어 반죽했다.
적당히 먹을 만큼 크기로 빚은 뒤 소금과 후추 뿌리기.
그다음은 잘 빚은 어묵들을 튀김기에 투입한다.
【미완성 어묵을 만들었습니다】
【어묵이 기름에서 익고 있습니다!】
【어묵을 완성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취이이익!
어묵의 고소한 냄새가, 육수의 맛에 뒤엉켜 뇌를 뒤흔든다.
“음…! 어묵도 역시 맛있을 것 같네요. 안 보아도 냄새만으로 다 느껴져요!”
└ ㅋㅋ 어묵은 언제 먹어도 맛있음
└ 어묵으로 하는 건 다 먹을만하지.
└ 어묵탕, 어묵튀김, 어묵볶음, 아. 배고프다. 식욕증진방송임.
어묵은 대중적인 재료여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취익―
튀김기의 용량이 크기 때문인지 어묵은 한도를 모르고 계속 들어갔다.
어묵 15인분을 넣고 나니 꽉 찼다는 메시지가 떴다.
“아, 이런. 너무 빨리했네요. 하하!”
초집중했더니 3분이라는 시간 만에, 거대 물고기 10마리 분량을 어묵화하는 데 성공했다.
└ 어묵공장인줄.
└ 어묵 먹고 싶다.
└ 간장어묵에 밥 한 끼 뚝딱이지.
└ 왠지 시원한 어묵탕 먹고 싶네.
“공감합니다. 저도 배고프거든요. 얼른 만들어 먹죠.”
배고파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호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어묵을 뜨겁게 튀겨보겠습니다!”
그는 어묵을 튀김기에 퐁당퐁당 집어넣었다.
튀김기는 재료에 따라 들어가는 양이 다른데, 어묵은 한 번에 다 들어갔다.
맨 마지막으로 소시지를 만들었다.
소시지 만드는 것은 어묵과 비슷했다. 밀가루랑 뭉쳐서 열을 가해주면 끝.
“소시지, 어묵, 떡 다 만드는 게 비슷하죠? 이러다 빚기의 장인 되겠습니다. 하하”
└ 이미 장인인듯.
└ 아까보다 빚는 속도 빨라진 거 같아요
└ 여유네ㅋㅋㅋ
소시지 10개 분량쯤이야 금방 완성했다.
프라이팬에 올려 소시지를 익히자, 1분도 안 되어 요리를 완성했다.
【요리 성공!】
【끝내주는 비엔나소시지를 만들었습니다!】
【특 10급】
【나이대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비엔나소시지, 반찬으로 최고죠!】
【끝내주는 이 비엔나소시지와 함께 한 끼 뚝딱입니다!】
“자, 소시지는 완성입니다. 이제 양념과 다른 것들을…….”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메시지가 주르륵 떴기 때문이었다.
【요리 성공!】
【훌륭한 육수가 완성되었습니다!】
【훌륭한 육수】
【등급】 : 특 9급 NEW
【어떤 요리에든 잘 어울리는 맛좋은 육수다】
【귀한 손님에게 대접할 요리라면 이 육수를 이용해 요리할 것을 권한다.】
【풍부한 향미와 입맛을 끌어당기는 맛이 일품이다.】
【요리에 사용할 때는, 건더기는 빼내고 육수만 사용하세요!】
【요리 성공!】
【완벽한 어묵이 완성되었습니다!】
【완벽한 어묵】
【등급】 : 특 7급 NEW
【이 어묵은 어묵 계의 전설입니다】
【어묵의 고소함과 식감, 향은 그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울 만합니다】
【최고급 요리에 적합한 최고급 어묵입니다!】
완성된 육수의 향이 뇌를 저릿하게 했다.
게다가 튀김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의 향은 어떠한가.
‘죽이네.’
뷔페에서 배부르게 먹고 나서도 왠지 저 어묵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 요리에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떡볶이가 진짜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간단한 준비만으로 끝났다.
떡볶이 양념을 만들고, 양배추, 대파를 잘라서 넣고.
대형 프라이팬에 만든 모든 재료를 넣고 폭폭 끓였다.
【떡볶이가 완성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 와… 빛깔 봐. 대박맛있어보임 ㅠ
└ 배고파. 떡볶이 시키러 갑니다. 다이어트는 내일로.
└ 지금 분식점 떡볶이 먹으면서 보고 있어요. 치즈 추가하니 JMT.
호준은 고개를 내려 빨간 떡볶이를 쓱쓱 휘저어 보았다.
오동통한 소시지가 위로 뛰어오르고.
어묵이 먹기 좋게 부풀어 오른다.
그 사이로 하얀 떡 돌고래가 용암을 헤엄친다.
떡볶이는 이미 그의 시각과 후각을 완벽히 만족시켰다.
호준은 기다리는 동안 완성된 어묵을 한입 베어 물었다.
“……!”
입 안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며 논다.
소금 간을 한 어묵이 이 정도로 맛있을 수가 있는 것일까.
어묵이 살살 녹으며 혀를 감쌌다.
“후우…!”
이래서 유토피아를 그만둘 수 없었다.
‘어묵이 이 정도면 떡볶이는 어느 정도인 거야.’
이렇게 맛 좋은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까.
배부르고 등따습고, 이런 게 진정한 힐링이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