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90화 (90/200)

090. 콜로세움

홀로 사는 직장인의 주말은 바쁘다.

주말은 평일에 미뤄둔 일을 처리하는 시간이니까.

탁 탁―

이불 먼지를 탁탁 털고.

띠로리~

세탁기의 힘을 빌려 미루어둔 빨래도 해치웠다.

달그락달그락―

설거지도 완료.

쒸이잉―

중저가 청소기로 방바닥도 한번 먼지를 쭉 빨아들였다.

청소를 끝내고 나니 1주일 동안 먹을 식량이 배달왔다.

식재료를 집안으로 가져오고서 호준은 1주일 치 먹을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밥솥으로 지은 밥을, 잘게 나눠서 냉동하고.

찌개류, 기타 반찬도 잘게 나눠서 냉동했다.

두 시간 뒤, 냉동고는 1주일 치 식량으로 꽉 찼다.

“후유― 끝났다. 이제 씻어야지.”

집안일을 하느라 푹 젖은 몸으로 그는 샤워실로 직행했다.

쏴아아―

뜨거운 물에 마음이 녹아버릴 듯하다.

“하. 좋다…!”

뜨거운 물이 몸을 어루만진다.

따스한 손길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친 그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팍팍 털며 샤워실을 걸어 나왔다.

그는 눈을 데구루루 굴려 방안을 살폈다.

‘깨끗하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방바닥에 먼지 하나 없었다.

참으로 깨끗한 방이다.

“내가 이 맛에 청소하지.”

왠지 공기도 상쾌한 것 같아 숨을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켰다.

수건은 휙 던져 빨래 바구니에 집어 던지고 잠옷을 입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캡슐 앞에 섰다.

“가자!”

곧, 그의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 * *

게임에 접속하자 바로 달려간 곳은 호숫가도, 농장도 아니었다.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에 턱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있는 곳.

바로 대장간이었다.

타타니홀의 대검을 얻고자 곧장 달려갔음에도 아쉽게도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허허. 벌써 왔군. 그런데 어쩌나. 아직 검은 완성되지 않았네.”

【타타니홀의 대검 완료까지는 6시간이 남았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시간이 안 되긴 했죠.”

호준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을 다니던 평일보다 더 빨리 게임에 접속했으니 시간이 충분히 지나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기왕 온 김에 호준은 무기를 더 의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스미스 씨도 흔쾌히 더 의뢰를 받을 수 있다 했기에 호준은 무기 도감을 펼쳤다.

‘원거리 무기부터 구해놓자.’

호준은 심사숙고해 무기의 종류와 수량을 결정했다.

【베로니카 활】 【1급】 × 20개

【뇌마비독 화살】 × 20개

“음…!”

스미스 씨는 검지로 입술을 톡톡 치며 계산을 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이마에 고인 땀방울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스미스 씨는 손가락으로 둘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재룟값까지 다 하면, 20만 골드에 해줌세.”

“좋습니다!”

잠시 뒤, 호준은 대장간 문을 나섰다.

“잘 가게! 자네는 우리 가게 VIP야!”

스미스 씨의 인사가 등 뒤로 꽂혔다.

그에게 손을 흔들며 호준은 대장간의 마당을 빠져나왔다.

* * *

요나스 마을.

요나스 마을은 인구가 없고 지나다니는 여행객들이 많은 마을이다.

여행객들도 긴 시간 머물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수준.

그래서 본래 요나스 마을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골라 골라~ 콜로세움 축제를 위한 최고의 버프약을 판매 중입니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장사꾼들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건을 팔고자 빽빽 소리지른다.

“야생 동물이 너무 많이 꼬인다고요? 이 야생 동물 퇴치 약만 있으면 마음 푹 놓고 탐험할 수 있습니다. 야생 동물 퇴치 약 10분용을 개당 300골드에 판매합니다! 오늘만 초특가 할인판매니, 얼른 사가세요! 매진까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콜로세움 축제를 보다 보면 배고프시겠죠? 여신의 마당에서는, 오늘의 특별요리 채소 양고기 볶음을 특가로 판매 중입니다! 저렴한 맥주도 100골드에서 10골드 할인해서 90골드에 판매 중이니 한번 맛보고 가세요! 포장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서로 손님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런 광장에서 관광객들은 기웃기웃 구경했다.

관광객 중 일행으로 보이는 20대 여성 셋이 말을 주고받았다.

“여기가 요나스 마을이구나? 음…… 내가 본 마을 중에 제일 작은 마을이야.”

“그러게. 이렇게 작은 마을도 있구나. 큰 마을만 봐서 그런지 작은 마을이 적응이 안 되네.”

“그러게. 저거 봐. 플래카드 보니까 오늘이 축젯날이라는데?”

“오…… 축제라. 괜찮겠는데?”

여자들은 플래카드 표지판을 따라 북쪽으로 갔다.

호준은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는 광장을 쓱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많네.’

북적거리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은 하나둘 마을 북쪽으로 향했다.

거대한 석조 콜로세움이 들어선 그곳으로.

‘축제라.’

축제에 관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호준은 빤히 바라보았다.

【콜로세움 축제 개막!】

【최강자를 선발하는 콜로세움 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축제 참가자를 모집 중입니다!】

【참가 레벨 제한】 : 30 LV 이하

【현재 모집 인원】: 231 / 300

【축제에 참여하려면 오른쪽 아래 버튼의 참가 버튼을 클릭하세요!】

【축제는 3시간 뒤 시작되며, 공정한 과정으로 우승자를 가립니다.】

‘콜로세움 축제는 처음 보는군.’

콜로세움 축제는 그 이름답게, 참가자가 검투사가 되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물론 콜로세움에서 죽는 것은 데스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는다.

“빨리 타격해야지. 머리나 목, 가슴을.”

상대를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하면 승리한다.

머리를 세게 쳐서 기절시키는 것도 유효하다.

상대가 바닥에 쓰러진 채로, 못 일어나면 승리 판정을 받는다.

조금 까다로운 것은 1분 안에 상대를 쓰러트려야 한다는 것.

“제한 시간 1분 안에 쓰러트리지 못하면, 많이 가슴이나 배를 타격한 쪽이 이기고.”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는 만큼, 빠르고 정확한 타격이 승패를 가른다.

‘그나저나 레벨 제한이 30이네.’

레벨 제한은 마을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요나스 마을은 규모가 작아서 레벨 제한이 높지 않았다.

만약 요나스 마을이 더 큰 마을이었다면 참가자 레벨 제한은 40 이상이 되었을 터다.

‘레벨 제한 30이면 내게 유리하지.’

지금 레벨은 25, 칭호 덕분에 능력치가 올랐기에 충분히 유리했다.

그렇다고 방심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레벨 제한이 걸린 만큼, 자신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플래카드를 보는데, 카드 메시지가 바뀌었다.

“어?”

호준의 눈이 2배 크기로 커졌다.

【우승자에게는 특별한 칭호와 더불어, 언리미티드 스킬 카드 1장을 수여합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호준은, 표정이 굳었다.

“하자.”

참가 신청을 누르는 것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 * *

유토피아에서는 직업에 따라 배울 수 있는 스킬과 배울 수 없는 스킬이 있다.

마법사는 대장장이의 스킬을 배울 수 없고.

힐러는 전사의 스킬을 배울 수 없듯이.

지극히 당연한 제한.

“언리미티드 스킬 카드라….”

그 제한을 깨버린 것이 언리미티드 스킬 카드다.

“직업 제한 없이 반드시 카드의 스킬을 배울 수 있다.”

더군다나 언리미티드 스킬 카드는 구하기 힘들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즉 비매품이니까.

최초 소지자가 반드시 쓸 수 있다.

“운이 좋군.”

언리미티드 스킬 카드가 이런 소규모 축제에 보상으로 걸린 것은 이례적인 일.

운이 좋다고 할 만했다.

호준은 싱긋 웃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만약 우승하면…… 막 드래곤레어 같은 스킬도 얻으려나? 후후”

드래곤 레어.

일정 지역을 자신의 레어로 선포하는 스킬이다.

침입자가 레어에 들어오면 레어의 주인이 바로 알수 있고, 침입자는 자동으로 디버프에 걸린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다거나, 환각에 빠진다거나.’

이런 스킬 외에도 흥미로운 스킬은 많이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연이 없었을 뿐.

‘혹시 모르지. 좋은 게 나올지도?’

뽑기 기회를 얻으려면,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 급선무였다.

콜로세움 축제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걸어갔다.

그런 그에게, 요정들의 외침이 들렸다.

“호준 님이다!”

“휴식이다 휴식!”

“뀨뀨!”

“냐아~”

요정들은 그를 보자마자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의 등장은 곧 휴식을 의미했기 때문이리라.

호준은 일을 시킨 것이 괜히 미안해져 포상으로 팥빙수를 골고루 나눠 주었다.

다들 팥빙수를 조금 먹다가 호수에서 물놀이를 했다.

그렇게 요정들을 쉬게 놔두고서, 그는 홀로 양계장으로 갔다.

“엇차. 너도 꺼내야지!”

부화기 속에 미리 장착해둔 알을 만지자 새로운 병아리가 부화했다.

노랑이 때와 마찬가지로 노란 병아리가 탄생했다.

호준은 녀석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인사했다.

“반갑다. 노랑이2야.”

― 반갑다삐약! 내 이름이 노랑이2인가삐약?

“그래. 넌 노랑이2다! 여기 노랑이가 네 형이야”

호준은 옆에 대기하던 노랑이를 노랑이2에게 내밀었다.

노랑이가 날개를 흔들며 동생을 향해 인사한다.

― 바 반갑다삐약! 나는 네 형이다삐약!

노랑이는 새 동생에게 말하는 게 떨렸는지 말을 더듬었다.

― 노랑이형 안녕삐약!

노랑이2가 말을 걸자, 형다운 아량으로 노랑이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말을 걸었다.

― 그래 흠흠 반갑다 동생삐약!

― 형 날개가 보드랍다삐약!

― 그 그래? 이렇게 지푸라기에 문지르면 더 부드러워져삐약!

노랑이는 형답게 이것저것 자기가 아는 것을 미주알고주알 말했다.

노랑이2는 그 이야기에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노랑이 2는 리액션이 좋아서 화자를 기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 오오 멋지다삐약! 형은 모르는 게 없다.

― 흠흠 뭘 이 정도로. 그리고 지푸라기가 너무 높아서 뛰어내리기 무서우면 앞구르기를 해라삐약! 이게 앞구르기다삐약!

데구루루

노랑이가 앞구르기 시범을 보이자 그 모습을 지켜본 노랑이2가 날개박수를 친다.

― 앞구르기를 정말 멋지게 한다삐약!

― 종일 수련한 덕분이야삐약!

― 나도 수련하고 싶다삐약!

노랑이와 노랑이2가 서로 잘 어울리는 걸 흐뭇하게 지켜본 호준은, 배고프면 찾아오라고 말을 남기고 양계장을 빠져나왔다.

밖에는 그를 기다리는 닭들이 한가득하다.

“가자. 다들 밀 먹으러 가야지?”

― 호준도 좋고 밀도 좋다끼오!

― 밀밀밀끼오!

― 쌀도 밀도 다 좋다끼오!

저벅저벅 걷는 그의 뒤를 따라 닭들이 종종거리며 따라갔다.

쿵쿵거리며 미소도 찾아왔다.

― 호준 이거 봐라. 근육이 커졌다무우!

― 미소야, 닭 안 밟게 조심해무우!

미소가 헤벌쭉 웃으며 달려들자 그 옆에서 강남 소가 다리를 들어 그를 말리는 모습이다.

닭들을 깔아뭉갤 셈이냐는 말에 미소가 꼬리를 말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튼튼해졌네. 잘했다. 미소!”

호준은 미소에게 엄지를 치켜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동물 친구들을 한가득 데리고 다시 농장에 복귀한 호준은, 닭은 밀밭에, 소는 풀밭에 배치했다.

“휴. 이젠 다 끝났네. 좀 쉴까?”

할 일을 다 해결하니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호준은 수영이라도 할 생각에 호수 쪽으로 향했다.

홀로 걷자니 잡생각이 든다.

콜로세움 축제에 관한 생각도 들었다.

전투 전략이라도 세워야 할까?

‘영상을 찾아보자.’

콜로세움 축제 관련된 영상을 미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양탄자에 누워서 영상을 보기로 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비무환이라고. 준비해서 나쁠 건 없지.”

그리 생각하며 호숫가에 도착하니, 의외의 선물이 가득했다.

“꾸꾸!!”

핑구가 물가에 홀로 서 있는데 그 앞에는 물고기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마치 산처럼 쌓인 물고기 더미.

뱀장어 같은 것도 있고 넓적한 넙치 같은 것도 보이고.

물고기는 적어도 20마리 이상은 되었다.

호준은 핑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핑구야. 이거 다 네가 모은 거야?”

“꾸꾸~”

핑구가 고개를 저으며 뒤를 가리켰고, 미르와 아무가 의기양양하게 각자 뿌리와 발을 흔들었다.

다 같이 모았다는 의미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데.

그 궁금증은 곧 풀렸다.

휭~

미르와 아무가 물속에 잠겨있던 뿌리와 발을 들어 뭔가를 던졌다.

“아아…!”

하늘을 날아오는 물고기들.

아마 다 같이 물고기 던지기 놀이라도 하는 모양인가보다.

이런 생산적인 놀이라면 대찬성이다!

낚시할 필요도 없이 매운탕 재료 획득!

“말도 안 했는데 이쁜 짓도 하네. 잘했다. 핑구야.”

“꾸꾸~~”

【핑구가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꼬리를 돌돌 맙니다】

핑구는 날개로 정강이를 꼭 감싸며 아양을 피웠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핑구를 쓰다듬는데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발생!】

호준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새로운 퀘스트를 바라보았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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