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 돈벼락
삐걱.
문이 열렸다.
저벅저벅―
손님들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가게로 들어왔다.
손님은 총 세 명.
그들이 의자에 앉기 무섭게 미르가 통통한 엉덩이를 씰룩이며 걸어갔다.
“음. 이거 3개랑 요거 6개랑…….”
미르는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리며 주문을 받고 쫑쫑거리며 카운터로 돌아왔다.
속닥속닥―
미르가 토순이에게 뭐라 뭐라 요정어로 중얼거리면, 주문 접수 완료.
토순이는 귀를 길게 늘여 음식을 준비했다.
차작 탁탁 ―
닭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서 접시에 올리고.
스테이크 접시 옆에는 찍어 먹기 좋게 소스도 종류별로 놓는다.
그리고 맨 마지막.
쪼르륵―
신선한 주스로 주스 잔을 채우고 그 옆에 주스 병을 올려놓으면 완료!
끼루~
미르가 토순이에게 건네받은 쟁반을 밋밋한 머리 위에 올리고, 아장아장 걸어갔다.
“와. 벌써 왔네!”
빠르고 신속한 주문과 배달에 기뻐하지 않는 손님들.
손님들은 주문이 빨리 온 것에 만족을 표하며, 음식을 테이블에 올렸다.
“고맙다. 미르!”
“직원이 일을 아주 잘하네!”
“똘똘하기도 하고.”
단골손님의 칭찬에 미르의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서빙을 마친 미르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쟁반을 옆구리에 끼고 돌아왔다.
호준은 그런 미르의 입안에 설탕을 투입했다.
“잘했어. 미르.”
“끼루루~ 짭짭!”
【미르가 설탕 상에 기뻐 꼬리를 흔들거립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꼬리에 호준은 작게 웃었다.
└ 와. 장사 진짜 잘 되네.
└ 요리가 나가는데 1분도 안 걸려. 시스템화도 잘 되어 있는 듯.
└ 직원들이 많으니 효율도 좋아 보이고.
시청자들의 반응이 구석 화면에 속속 올라왔다.
이번 방송 컨셉은, 방치 방송이다.
방치 방송은 시청자들을 버려둔 채로, 아무런 진행을 하지 않는 것.
시청자들이 상황을 아무런 소개 없이 민낯 그대로 지켜보는 방송이다.
‘요즘 유행하는 컨셉이라 그런가. 보는 사람이 많네.’
【시청자 수】: 14만 5천 명
시청자 수도 꽤 많다.
가게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많이 볼 줄이야.
이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뭐, 유행 때문이겠지.’
1인 가구가 대부분인 시대.
그런 시대에서 사람들은 혼자 살면서도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런 와중에 방치 방송이 인기를 얻었다.
밥 먹을 때,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방치 방송을 틀어두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시청자 수가 많은 이유는, 또 있었다.
‘구독자 수가 20만 명이 넘었네.’
【구독자 수】: 25만 4천 명
구독자 수의 폭발적 증가.
며칠 전, 10만 명이었던 구독자 수가 2배로 뻥튀기되었다.
구독자 수가 오른 것은 아무래도 골드 몬스터 영상 때문인 듯했다.
‘뭐. 어쨌든 장사에 집중하자.’
그는 구석에 설치해 둔 카메라를 살짝 한번, <라이브 방송 녹화 중>이라고 구름 카메라 아래 놓은 커다란 팻말도 한번 쓱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
“안녕하세요! 방송 보고 왔는데 실물이 훨씬 나으시네요?”
“와! 육질이 부드러워서 입에서 살살 녹네! 녹아.”
“이 주스는 마실수록 활력이 솟는 기분이 드는데?”
가게에 들어온 손님들은 그에게 말도 걸고, 음식을 먹고 주스를 마시느라 바빴다.
요정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자각―
토순이가 신속히 요리를 세팅하고.
사삭―
서빙팀이 신속히 요리를 서빙한다.
“잘 먹을게요!”
“으…! 맛있겠다.”
“냄새 죽이네!”
맛좋은 음식을 빨리 주니, 손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호준은 흐뭇하게 웃으며 요정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음식을 다 먹은 이들이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사장님, 정말 잘 먹었어요!”
“배 터지는 줄 알았네! 다음에도 치킨 많이 팔아주세요!”
“조심히 들어들 가세요!”
손님의 80퍼센트는 재방문 손님이었다.
단골손님은 요정들의 얼굴과 이름을 다 알고 있었고 틈틈이 직접 말을 걸기도 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서 인정이 느껴졌다.
호준도 단골의 얼굴을 기억하기에 뭐라도 더 챙겨주느라 바빴다.
“이건 입가심으로 한 번씩 드시죠.”
“아유. 뭘 이런 걸 다. 잘 먹겠습니다.”
마치 음식점 입구에 놓여있는 박하사탕처럼.
그는 박하사탕 대신 설탕을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손님들은 하얀 선물을 안아 든 채로 가게 문을 나섰다.
“흐음…!”
손님들을 배웅하며 문밖을 살짝 나간 호준은 밖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테이블이 꽉 찼네…!’
그 많던 야외 테이블에 손님들이 가득하다.
한 노인은 호수의 경관을 관람하며 느긋하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쉬었고.
“으음. 무슨 레스토랑 온 기분이네.”
“그러게. 야외에서 먹는 거 분위기 끝내준다!”
“파라솔 덕분에 시원해!”
그중 대부분은 재잘재잘 대화 중이었다.
넓은 공간에서의 음식 서빙이 까다로울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쉽게 해결되었다.
쉭― 탁―
“13번 테이블 손님! 맛있게 드세요~!”
별이가 바람 마법으로 요리를 옮겨다 테이블에 착착 올려놓았으니까.
별이는 서빙의 신이었다.
“23번 손님, 주문하신 오븐 스테이크 3개, 주스 4개, 채소튀김 10개 나왔습니다! 소스는 케첩, 마요네즈, 간장, 겨자 소스, 고추장 소스로 준비했으니 마음껏 찍어 드세요!”
“19번 손님이 주문하신 감자튀김 1개, 양파 튀김 1개, 팥빙수 2개 나왔습니다. 팥빙수는 먹기 좋게 과일을 썰어두었으니 재료와 삭삭 비벼서 맛있게 드세요! 추가로 연유를 더 뿌릴 수 있게, 연유도 작은 종지에 옮겨 두었습니다!”
“잘 먹을게요!”
그녀의 배려 넘치는 완벽한 서빙에 손님들은 미소가 가득했다.
“대단하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호준도 덩달아 미소지었다.
“여, 여기요! 여기 케첩 소스 좀 더 줄 수 있나요?”
맨 끝쪽 테이블에 앉은 중년의 남성이 예의 바르게, 그리고 그다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별이는 작은 목소리도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대답했다.
“네! 지금 케첩 갑니다.”
그녀가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쉬이잉― 착!
그러자 케첩 병이 공중 10회전을 해서 테이블 위에 탁 섰다.
그걸 지켜본 중년 남성과 그 일행은 물개박수를 쳤다.
“오오!!”
“와아! 마법의 대가구만. 대가야!”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끝내주는데?”
호준도 소리 없이 손뼉을 치면서 미소지었다.
그렇게 별이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는데, 별이가 포르르 날아와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매운탕 3개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공깃밥 10개도요!”
“그래! 금방 만들마.”
호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차작 착 착!
잊지 않고 찾아와준 고마운 손님들에게 찰진 밥과 진한 매운탕을 주기 위해, 그는 분주히 움직였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사람들이 즐거워하면서 음식을 먹는 이 분위기가 그는 참으로 좋았다.
핑구가 미리 잡아놓은 물고기를 차곡차곡 토막 내 쌓는데, 메시지가 떴다.
【알림!】
【메인 퀘스트 달성률】: 20 ― > 30퍼센트 NEW
【메인 퀘스트 달성률은 100퍼센트에 가까울수록 점점 올리기 어려워집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해주세요!】
메시지는 일종의 신호였다.
“좋았어.”
지금 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 * *
팥빙수 300개가 팔렸음에도.
주스가 700개 넘게 팔렸음에도.
삐걱―
“으음, 좋은 냄새!”“식욕이 당긴다 당겨!”“오늘 배불리 먹어보자고!”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여기가 그 맛있다고 소문난 그 음식점이지?”“맞아. 커뮤니티 사이트에 간증하는 글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여기 주인장이 싸움 실력도 좋다던데? 소환수도 여럿 두고 있고.”
“부럽네! 부러워.”
다 입소문 덕분이었다.
100명이 먹고 만족하면 그중 몇 사람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고.
그 인터넷에 글을 보고, 또 다른 사람이 찾아온다.
그들 중에서 만족한 이가 또,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무한 반복.
‘방송 효과도 있겠지만 손님이 빨리 늘기는 했어.’
오늘만 해도 1,000명이 넘는 손님이 왔다 갔다고 별이가 귓속말로 말해주었다.
점점 규모가 커지는 것이 확 와 닿았다.
재료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었다.
“쌀밥 200인분이 순삭이네…!”
10대~30대 층에서 치킨과 밥과 소스를 같이 비벼 먹는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30대 이상부터는 매운탕에 쌀밥을 착착 비벼서 야무지게 잘 드시고 가셨다.
― 아주 속이 시원하게 풀렸네!
― 다음에도 또 오겠소!
― 구운 고등어 같은 것도 팔아주면 내 꼭 사 먹으리다!
― 추어탕 같은 것도 좋지. 아주 시원한 국물로다가 말이야!
손님들이 음식에 만족하면 이렇게 이런저런 고마움을 표하고 가게를 떠났다.
호준은 손님을 맞이하고 대접하고 보내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는데 지금은, 누군가가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고마운 기분이 들었다.
‘재미있네.’
호준은 피식 웃고는 튀김기 앞에서 몸을 쉬었다.
어깨를 스트레칭하자 우둑우둑 소리가 나며 어깨가 시원해진다.
슬슬 문을 닫을 때가 되었다.
호준은 토끼 바위 밑 표지판을 제거하도록 지시 내렸고.
표지판이 사라지니 오는 손님이 없고. 떠나는 손님이 많아졌다.
가게 안은 점점 한산해 졌다.
한산하다고 해도 여전히 30여 명이 남아있는 상황.
이미 음식은 다 서빙했기에 호준과 그 요정들은 손님들과 느긋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무!”
“뀨우!”
“어머 어머! 발바닥 좀 봐. 귀여워! 고맙다 얘들아!”
“미니 무야, 언니랑 사진 좀 찍자~”
요정들은 누군가 내민 종이에 발바닥을 똑 찍어 마치 사인을 남기는 듯했고.
혹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베티와 샤롯도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사진도 찍는 것이 팬 사인회를 방불케 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호준에게 여자 손님 셋이 다가왔다.
“여기 거스름돈입니다!”
“잘 먹었어요. 사장님. 첫 방부터 봤는데 덕분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메티스 마을이라고 작은 데인데. 아직 취미라서 별다른 소득은 없지만요. 그리고 축하드려요! 돈벼락 맞으시겠네요!”
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늘씬한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아, 맞다! 돈벼락 맞으신다면서요? 방송한 지 얼마 안 되셨는데 능력 있으시네요!”
“네? 돈벼락이라니…!”
호준은 돈벼락이니 뭐니 하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의미인가 싶기도 한데.
왠지 그 뉘앙스가 아닌 듯했다.
고개를 갸웃하는 그의 반응에 늘씬한 친구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골드 몬스터 영상 1,000만을 찍으…….”
그녀의 말은 요란한 노랫소리에 묻혀버렸다.
빵 빠라 빠빠빠!
【최근 올린 영상이 1,000만 조회 수를 찍었습니다!】
【최초로 1,000만 조회 수를 얻은 당신에게 돈벼락이 쏟아집니다!】
‘돈벼락?’
삽시간에 시야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뭐 뭐야? 진짜? 돈벼락이라고?”“헐 대박! 오늘 계 탔다!”
“오오! 떨어지라 돈 주머니시여!”
손님들은 난데없는 이벤트 상황에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호준은 요란스러운 음악 소리에 머리가 둥둥 울렸다.
어두워진 것도, 노랫소리도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눈앞의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메시지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돈벼락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골드 10~1,000골드가 담긴 골드주머니 777개가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골드주머니를 최대한 많이 붙잡으세요~】
모두가 볼 수 있는 네온 메시지가 점멸하듯 서서히 사라지고.
하늘 위로 수많은 별이 보였다.
노랗고 작은 별들.
별들은 점처럼 작다가 빠른 속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후드득―
골드주머니가 황금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황금 주머니는 마치 좌표를 찍은 것처럼,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헉…!’
눈을 동그랗게 뜬 호준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