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87화 (87/200)

087. 하늘을 나는 꿈

코코아는 빠른 속도로 완성됐다.

모두와 코코아 한 모금을 들이킨 호준은, 더 쉬지 않았다.

그 대신 부지런하게 다음 퀘스트 아이템을 제작했다.

그는 얼마 걸리지 않아 훈제기 제작에 성공했다.

【제작 성공!】

【자동화 훈제기를 제작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제작 경험치를 2배로 획득했습니다】

【제작 레벨업!】

【놀랍군요! 제작 레벨이 40을 넘어섰습니다!】

“후유…! 이걸로 끝이다.”

퀘스트 아이템은 모두 제작 완료.

호준은 왠지 모를 뿌듯함에 미소지었다.

그는 수건으로 젖은 이마를 한번 훔치고서, 앞에 놓인 자동화 훈제기를 내려 보았다.

포르르~

【퀘스트 성공!】

【퀘스트 보상으로 무작위 씨앗 주머니 9개를 얻었습니다!】

씨앗 주머니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의 품 안에 안겼다.

그는 일단 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훈제기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흠. 꼭 캡슐 같네.”

훈제기는 전체적으로 투명한 캡슐이 연상되는 형태였다.

동그란 유리 캡슐 안에는 불씨처럼 빨간색 석탄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그 석탄 위에 넓디넓은 석쇠 판이 올라와 있다.

“석쇠에다 재료를 올려놓는 건가.”

호준은 훈제기 뚜껑을 열고 석쇠 위에다 풀 조각을 슬쩍 대어 보았다.

치지지직―

풀이 삽시간에 불똥이 되어 스러졌다.

겉보기에는 뜨거운 줄 모르겠는데, 보기보다 뜨거운 모양이다.

훈제기를 빤히 들여다보자 그 위로 훈제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떴다.

홀짝―

호준은 코코아 한 잔을 홀짝이며 메시지를 읽었다.

【자동화 훈제기】

【설명】

*훈제 향을 좋아하는 이를 위한 자동화 요리기구입니다.

*훈제를 위한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간편하고 빠르게 훈제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구의 용량이 상당하여, 한꺼번에 많은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대 30인분 제조 가능)

【사용법】

재료를 투입하고 만들고 싶은 요리를 선택하십시오!

요리과정은 신경 쓰지 마세요.

요리는 훈제기가 알아서 해 줄 것입니다!

“30인분이라…!”

호준은 거대한 석쇠 판을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하다, 인벤토리를 켰다.

그는 달걀과 소고기, 닭고기를 각각 꺼내 석쇠 판에 올려놓았다.

취이이익―

석쇠 판에 고기를 올리자 진한 고기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꼴깍―

근처에서 새순을 뜯어먹던 미소가 침을 삼키는 소리도 들렸다.

‘냄새가 좋긴 하네.’

밤에 맡았으면 위험할 냄새이리라.

호준은 나머지 재료들도 차근차근 올렸다.

총 닭고기 10점, 소고기 10점, 달걀 10개를 올렸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재료를 다 올리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석쇠 판이 꽉 찼습니다】

【훈제 달걀 1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훈제 닭고기 1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훈제 소고기 1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에 소금과 후추, 다른 소스를 추가할 경우, 등급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소금과 후추는 얼마든지 있지.”

호준은 메시지대로 소금을 톡톡. 후추도 톡톡톡.

소금과 후추를 달걀과 닭고기, 소고기 각자에게 알맞은 양을 뿌렸다.

뿌리는 양을 조절하기는 정말 쉬웠다.

어느 정도 뿌리면, 충분히 뿌렸다는 메시지가 떴으니까.

메시지 덕에 멈출 타이밍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소금과 후추를 적당량 뿌리고,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시작한다!”

【훈제 달걀 10개를 제작합니다!】

【훈제 닭고기 10개를 제작합니다!】

【훈제 소고기 10개를 제작합니다!】

【요리 완성까지 15분 남았습니다!】

‘15분 만에 30개면, 시간 대비 효율도 괜찮네.’

양념한 소고기와 닭고기, 달걀이 구릿빛으로 맛좋은 모양새가 되어갔다.

호준은 그 모양새를 유리통 뚜껑 너머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뗐다.

그는 굽혔던 허리를 펴고 기지개를 켰다.

“흐우웃!”

입가에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제 씨앗을 확인해봐야지!”

퀘스트 보상인 무작위 씨앗을 드디어 확인할 차례다.

하나도 아니고 9개나 되니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청소 열매 같은 것도 있으려나.”

생일 선물 상자를 여는 듯한 기분으로, 그는 주머니 열어 내용물을 살폈다.

그가 확인한 씨앗은 다음과 같았다.

【특 8급】: 배추, 대파, 마늘, 고추, 생강

배추, 대파, 마늘, 고추, 생강은 김치 재료로 제격일 것 같았다.

고추로 고춧가루를 만들고, 마늘과 생강은 다져서 쓰면 될 테고.

그리고 배추김치, 겉절이, 익은 김치,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치 리소토, 김치찌개 등등.

해당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많이 떠올랐다.

“김치볶음밥을 팬에 납작하게 눌러서 누룽지처럼 바싹 익힌 다음, 치즈 살짝 녹여서 같이 먹으면 진짜 맛있을 텐데.”

얼마 전에 영상으로 본 레시피였는데, 직접 해보니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았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요리 생각에, 그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 나온 씨앗들도 주목할 만했다.

【특 7급】: 이스트, 포도, 호박.

“이스트는 빵 재료로 쓰이니까. 바게트나 곰보빵, 튀김도너츠 등 다른 빵도 만들 수 있고.”

이스트는 빵이 부풀어 오르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다.

이전에 상점에서 구하려 해 보았으나 구하지 못한 것이기도 했고.

그래서 호준에게 있어 이스트는 의미가 남달랐다.

“유제품 제조기로 치즈랑 버터도 만들어야겠어.”

빵에는 치즈, 버터가 기본이니.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이미 가지고 있는 유제품 제조기로 버터와 치즈를 대량생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포도도 마음에 들었다!

“복숭아 발효주 다음은, 포도주다.”

포도는 절임 통을 이용해 포도 발효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긋한 포도의 향이 입안에 확 퍼지면 스트레스도 확 날아가겠지.

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서 쉬는 시간.

그늘막에 비스듬히 누워서 호수의 절경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포도주를 한잔 들이키는 것도 꽤 멋지지 않나 싶다.

그리고 호박 씨앗도 괜찮아 보였다.

“호박죽을 만들면 되겠다. 가끔 속 풀리는 것도 먹어줘야지.”

가끔 몸이 안 좋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찹쌀이 들어간 노란 호박죽을 따뜻하게 데워서 먹으면 속이 풀리지 않던가.

속 편한 데에는 죽이 최고, 그리고 죽 중에서도 호박죽은 그의 입맛에 꽤 잘 맞았다.

“이제 남은 건 이거 하난데…!”

호준은 설레는 마음으로 마지막 씨앗 주머니를 열어젖혔다.

그의 눈은 씨앗을 보는 순간, 커다래졌다.

“이런 씨앗이 있다고?”

* * *

“이건 꼭 먹어야 해.”

호준은 새하얀 날개 모양의 씨앗을 꼭 쥐면서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가 이 씨앗을 반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건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씨앗이니까.”

【날개 열매 씨앗】

【설명】

당신은 한 번이라도 날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면, 기뻐하십시오!

이 열매가 당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 열매는 태곳적 인간이 꿈꾸어 왔던 소망을 이루어주는, 기적 같은 열매이니까요.

【효과】

열매를 섭취하면 1분 동안 자유자재로 날 수 있는 날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쿨타임】 : 10분

열매를 섭취하고 10분이 된 이후, 새 열매를 먹으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가 쥐고 있는 날개 열매는 유토피아가 출시된 이후, 들어본 적이 없던 씨앗이다.

온라인 검색창에 쳐 보아도, 나오지 않는 열매.

즉, 최초의 열매인 것이다.

“게다가 플라잉은 아무나 할 수 없지.”

더욱 이 씨앗이 특별한 이유는, 하늘을 나는 것은 마법사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마력을 어마어마하게 소모하니까.”

전투에 있어 균형은 중요한 법이다.

유토피아에서는 균형을 위해서 플라잉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에 가까웠다.

마법사들이 플라잉 마법을 쓴다고 치더라도, 마력을 미친 듯이 대량으로 소모했다.

“그래서 플라잉 마법 쓰다가 골로 간 마법사가 한둘이 아니지.”

실제로 레벨 90인 마법사가, 그렇게 레벨이 높음에도.

플라잉 마법을 쓰다가 20초 만에 마력이 제로가 되어 레벨 50의 전사에게 죽은 적이 있었다.

└ 쯧쯧 그러게 플라잉 마법을 왜 무리하게 쓴대.

└ 과욕을 부리다 사망ㅋㅋ

└ 레벨 40 차이에 지니 안 부끄럽냐.

그 사실에 댓글 창에는 조롱이 난무했다.

레벨 90이 되기까지 노력했을 마법사의 노고는, 한순간에 플라잉 마법으로 인해 와장창 붕괴하였다.

└ 플라잉 마법은 마력을 증발시킨다.

└ 플라잉 마법 쓰면 마력 제로 돼서 사망 각.

시중에서는 그래서 플라잉 마법을 쓰는 것은, 최후의 도주수단, 정말 최후의 최후에 다다랐을 때 쓰는 마법으로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플라잉 마법은 쿨타임도 1시간이라고.’

플라잉 마법은 쿨타임도 1시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너무 쓰기 불편했다.

그런데 이 날개 열매는 어떠한가.

“쿨타임이 고작 10분이네. 사기야.”

쿨타임 10분에, 1분간 무조건 날아다닐 수 있다?

만약 날개 열매가 시중에 팔린다면, 날개 달린 듯, 과장 조금 보태서 갑부들에게 최고가로 특별경매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

‘나만 먹자.’

물론 호준은 세상에 널리 알릴 생각은 아니었다.

그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날개 열매를 가졌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 너도나도 가지겠다고 달려들 테니까.

그가 접속하는 순간을 노려 PK만 하려는 인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요정들하고 나만 먹자.”

그렇게 날개 열매의 이용법을 결정하고서, 호준은 누군가를 불렀다.

“아무야!”

구석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아무였다.

“무우~?”

아무가 코코아를 배불리 먹어 동글해진 몸을 데굴데굴 굴려 다가왔다.

그 모양이 거대한 하얀 포도알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호준은 아무의 볼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씨앗을 내밀었다.

* * *

모두 한마음으로 준비해, 가게 개점 준비를 완료했다.

새로 추가한 테이블과 의자 세트 30개는 야외에 배치하고, 별이가 만든 나무 파라솔을 그 위에 걸쳐 근사한 야외 식당이 차려졌다.

근사한 숲 한복판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속닥속닥―

요정과 직원들은 다들 장사를 앞두고 설레는 눈치였다.

호준은 그들을 향해 잠시 쉬라고 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잠깐 토끼 바위 쪽을 다녀올게!”

그렇게 말을 마친 호준은, 하얀색 날개 열매를 한입 베어먹었다.

아삭―

사과 맛 과즙이 그의 입안에서 톡 터진다.

과즙을 꼴깍 삼키자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날개가 생성됩니다】

파다다닥―

날개뼈 부분에서 날개가 길게 뽑혀 나왔다.

날개뼈 부분이 간질간질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와아아아!”

“끼루루루!”

다들 흥분한 눈치로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후우…!”

호준은 시험 삼아 날개를 한번 펄럭이겠다고 생각해보았다.

펄럭―

그러자 날개가 위아래로 퍼덕거리며 움직였다.

‘신기하네!’

처음으로 얻은 날개를 조종하는 기분은 즐거웠다.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기분이 들었다.

【날개 유지 시간】: 60초

【날개 유지 시간】: 59초

‘얼른 갔다 와야지.’

날개를 바닥으로 세게 내리치자 그의 몸이 힘차게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 *

숲속에서 한 무리의 남녀가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익숙한 듯 오솔길을 걸어갔다.

맨 앞에서 걷는 여자들은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오늘은 운이 좋네. 요정의 쉼터가 오픈도 하고.”

“그러게. 지난번에는 못 먹고 그냥 지나갔잖아.”

“난 이번에 매콤한 스테이크 한번 먹어보려고. 매운맛이 좀 당기네.”

“그거 괜찮지. 소고기가 아주 살살 녹더라. 매운맛 치킨도 꽤 괜찮아. 아. 계속 말하니 배고…… 흐업!”

말을 하다 하늘을 올려다본 노란 단발 여자가 너무 놀라 제 혀를 씹었다.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친구가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마찬가지로 입을 떡 벌리며 말을 잃었다.

잠시 뒤 친구가 먼저 말했다.

“저게 뭐야? PK 하려고 날아오는 건가?”

그들이 PK를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플라잉 마법은 대량의 마력 소모하기 때문에 PK나 중대한 임무가 아닌 이상, 남발하지 않는 법.

그러니 저 하늘에서 다가오는 날개 달린 남자는 PK 때문에 접근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저, 전투를…….”

그녀와 그 뒤의 일행들이 전투 배치를 위해 움직이는데.

곧 그 움직임이 멈추었다.

누군가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저거…… 호준 님 아냐? 이쪽으로 오라는데? 손짓하잖아!”

그의 말에 사람들은 눈가를 찌푸리며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아아…!”

“맞네?”

몇몇이 탄식하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입에서 상대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모두의 의심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맨 앞의 노랑머리 단발 여자는 궁금증을 표했다.

“그런데 소환사가 플라잉을 쓸 정도로 돈이 많은 직업인가? 스킬 배우려면 돈깨나 발라야 할 텐데.”

그 의문에 그녀의 친구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급 음식을 손 휙휙 하면, 만드는데. 돈이야 완전 쓸어 담지 않겠어? 왠지 돈 많은 갑부가 유유자적하려고 게임을 하는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시골에서 장사하겠어?”

“하긴. 그렇네.”

“맞아. 돈 많고 능력 있고, 소환수도 많고. 땅도 넓고. 없는 게 없네.”

“부럽다. 나도 요리사나 할 걸 그랬나?”

그렇게 대화를 할수록 긴장감이 서서히 풀렸다.

어깨의 힘이 풀어진 이들을 향해,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그들이 그리 말하던 호준의 외침이었다.

그는 하늘을 제 영역인 마냥 제비처럼 날면서 그리 외쳤다.

“어서 오세요~ 요정의 쉼터는 저쪽입니다!”

하늘을 날면서도 가게 홍보에 전력을 다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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