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84화 (84/200)

084. 무기 의뢰 & 요리 기구 제작 퀘스트

“이야. 한동안 원석이 부족할 일은 없겠군그래. 허허! 잘 쓰겠네.”

호준은 대장간에 방문하자 스미스 씨에게 찾아가 코발트 원석을 전부 내밀었다.

“1,000개 전부 다입니다.”

원석은 개수가 많았기에 바닥에 쌓았음에도 높은 탑을 이루었다.

아슬아슬한 탑을 바라보는 스미스 씨의 눈빛은 총기로 번뜩였다.

그는 양손을 허리춤에 올리고는 흐뭇한 얼굴로 탑을 한번 보고 호준을 한번 보며 씩 웃었다.

스미스 씨가 손바닥을 내밀더니 어서 내놓으라는 듯 눈썹을 들썩였다.

“레벨 제한을 풀려던 것이 그 활이었지?”

“그렇습니다.”

“이리 잠시 주게나.”

“여기 있습니다.”

호준이 그 손아귀에 활을 넘기자, 그는 끙하는 신음과 함께 활을 이리저리 훑기 시작했다.

활을 한번 훑고서 그의 손길이 닿자, 신기하게도 활에서 반짝이는 가루가 쏟아졌다.

곧이어 호준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성공!】

【코발트 원석 1,000개를 대가로 아테네의 활 레벨 제한을 해제했습니다!】

【레벨 제한 없이, 누구나 아테네의 활을 착용할 수 있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자’ 칭호 획득!】

‘칭호라고?’

호준은 눈을 반짝이며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한계를 넘어선 자】

【설명】 : 이 칭호는, 장비 레벨 제한을 해제한 자에게 부여되는 칭호다. 한계의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 그 한계를 극복한 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보상】 : 무기 도감 1권

두툼한 책 한 권이 그의 눈앞에 두둥실 떴다.

‘무기 도감이라…?’

무기가 그려진 책, 그 정도일까.

호준은 궁금한 마음에 책 앞뒤 면을 살폈다.

묵직한 그 무게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두툼한 책은 흔한 판타지에 나올법한 가죽 양장본이었다.

그런 호준을 향해 스미스 씨가 허허 웃으며 말을 건넸다.

“축하하네. 자네도 무기 도감을 가질 정도의 수준이 되었군.”

“이건 어디에 쓰는 겁니까?”

“무기 도감에는 유토피아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가 담겨있지. 앞으로 자네가 무기를 의뢰할 때마다, 그 무기 도감을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거야.”

“그렇군요.”

“뭐, 그렇다고 책 전부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제작 레벨을 꾸준히 높여야만 책의 내용을 전부 읽을 수 있네.”

“전부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호준이 의아한 듯 되묻자 스미스 씨가 턱짓으로 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내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빠를 듯하군.”

호준은 그의 말에 한번 도감을 펼쳐보았다.

가죽으로 된 하드커버를 넘기니, 베이지색 내부가 드러났다.

첫 페이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다음 장을 넘겨도 새하얀 백지뿐.

‘어라?’

호준은 뭔가 적혀 있는 페이지를 찾아 손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책 장을 여러 번 넘기자 중간 부분이 되어서였을까.

드디어 그림과 정보가 한 페이지에 빼곡히 적힌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메란드 소드】

【레벨 제한】 : 20

【등급】 : 1급

【기능】 : 물리 공격력 +70

【특수 기능】

【심기일전】 : 온 힘을 끌어모아 최후의 일격을 가할 수 있다.

크리티컬 대미지의 200% 타격 가능. (단, 쿨타임 3분)

‘흠…… 이런 검도 있었네.’

아이템 정보 하단에는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제작 의뢰 가능!】

그 부분을 읽는 호준에게 스미스 씨가 나지막이 말을 덧붙였다.

“그 도감은, 자네가 가지고 있는 제작 레벨에 맞추어 무기를 추천하네.”

“그럼 제가 제작 레벨을 높이면 더 많은 무기를 볼 수 있고, 더 많은 무기를 제작할 수 있다 이거로군요.”

“그렇네. 말을 빨리 알아듣는군그래. 앞으로 꾸준히 제작 레벨을 높이면 언젠가 그 도감을 꽉 채울 날이 오지 않겠나. 허허. 그날이 금방 오기를 기원하지.”

호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는 도감을 끝까지 한번 쭉 살펴보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무슨 무기를 제작 의뢰할 것인지 결정했다.

“저는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호준의 손가락이 가리킨 그림을 보며 스미스 씨는 씩 웃었다.

“타타니홀의 대검이라. 이건 재료로 코어가 많이 필요한데.”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호준은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그의 눈은 타타니홀의 대검의 정보가 담긴 페이지로 향했다.

【타타니홀의 대검】

【레벨 제한】 : 25

【등급】 : 특 10급 ~이상

【기능】 : 물리 공격력 +120

【특수 기능】 ― (무작위로 3개 추가)

타타니홀의 대검은, 충분히 만들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현재로서 가장 높은 등급의 무기이고.’

등급도 높았고.

‘업그레이드 기회도 10번 남아있다.’

【업그레이드 가능 횟수】 : 0 / 10

타타니홀의 대검은 빵 이름이 연상되는, 유토피아 최초 소드마스터 에클랑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는 이 대검을 초반부터 계속 들고 다녀서 타타니홀의 대검은 그의 상징과도 같았다.

확실히 타타니홀의 대검에는 레벨 25에 맞지 않게, 특수 기능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특수 기능이 잘만 뽑히면, 대박이다.’

뽑기를 잘하면, 앞으로도 계속 쓸만한 가치가 있는 것.

호준의 확신이 담긴 눈빛을 보자 스미스 씨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크흠. 그럼 알겠네. 내 이것을 만들지. 다만…… 재료가 조금 많이 필요할 거야.”

“필요한 재료는 다 갖고 있으시죠?”

호준은 마치 백화점에 쇼핑 나온 것처럼 아이템 재고를 물었고.

스미스 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크흠. 재료는 다 넉넉히 있긴 하네만. 이걸 다 사려면 골드가 제법 많이 들 텐데? 필요한 것만 사는 게 경제적으로 나을 게야.”

“음. 다 해서 얼마입니까?”

스미스 씨는 구석에 있던 계산기를 가져다 탁탁 두드리더니 계산 결과를 호준에게 보여주었다.

계산기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153,243 골드】

“철광석 100개, 은광석 20개, 다이아몬드 광석 30개, 코어 100개를 모두 포함한 금액일세. 자네가 이것들을 다 산다면…… 음…… 우리가 아는 사이인 만큼, 할인해서 15만 골드로 해줌세.”

스미스 씨는 자신이 말한 액수가 과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마지막 말에는 자신감이 조금 없어 보였다.

그러나 호준은 생각이 달랐다.

‘저 재료를 다 구하려면, 1달 내내 광산에 가도 모자라지.’

은 광산, 철광산, 다이아몬드 광산, 일일이 찾아다니는 데도 시간이 들 테고.

호준 입장에서는 재료를 전부 돈 주고 사는 것이, 직접 구하는 것보다 경제적이었다.

그 시간에 농사와 요리로 돈을 버는 게 더 수월할 테니까.

“좋습니다! 전부 사도록 하죠.”

호준의 말에 스미스 씨가 눈썹을 위로 들어 올리며 놀랐다.

호준은 그런 스미스 씨에게 뭔가를 하나 건넸고 스미스 씨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이 이건…… 골드 리자드 퀸의 심장이군! 자네, 대체 정체가 뭔가!”

사례를 들이키며 놀라는 스미스 씨에게, 호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저 농부일 뿐인걸요. 돈은 어디에 둘까요?”

호준은 잊고 있었다는 듯, 그에게 말을 덧붙였다.

“돈은 여, 여기에다 넣어주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의 스미스 씨가, 카운터 옆 감자 포대기 같은 자루를 벌려 주었다.

호준은 자루 안에 손을 넣고, 그대로 골드를 끄집어냈다.

차라라라락―

그의 손바닥을 기점으로 골드가 폭포수처럼 쌓였다.

순식간에 자루 하나를 가득 채운 호준에게 스미스 씨는 자루를 하나 더 갖다 주었다.

“살다 살다. 돈벼락 맞기는 처음이군.”

스미스 씨는 호준이 골드로 자루를 채우는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 *

“허허. 덕분에 맛 좋은 치킨도 먹고. 아주 수지 맞았어. 허허허!”

스미스 씨는 대장간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마중을 나와 호준을 배웅했다.

두둑해진 주머니 때문일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활짝 피었다.

“별말씀을요. 덕분에 편히 일을 마무리했으니 저도 편하고 좋습니다.”

“허허. 아닐세. 앞으로 자네는 VIP, 아니 VVIP야. 얼마든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게!”

【스미스 씨가 당신에게 느끼는 호감도가 최고치에 달했습니다!】

호준은 옅게 웃으며 너털웃음을 그치지 않는 스미스 씨를 바라보았다.

스미스 씨는 입꼬리가 코 높이까지 올라갈 정도로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네가 의뢰한 무기는 최선을 다해, 훌륭한 것으로 만들겠네. 기대하게!”

스미스 씨는 가슴을 탕탕 내리치며 포부를 외쳤고, 호준은 그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허허. 믿고 맡겨주게. 이 소도 자네를 닮아서 그런가 믿음직스러워 보이는군.”

음메!

― 내가 좀 멋지다무우!

미소가 귀를 팔랑거리며 스미스 씨의 손길에 미소를 지었다.

스미스 씨는 미소를 쓱쓱 쓰다듬고는 허리를 뒤로 꺾어, 미소의 등에 올라탄 호준을 보며 말했다.

“부디 잘 돌아가게. 내일 이때쯤 다시 돌아오면 무기를 볼 수 있을 거야!”

“내일 물건을 찾으러 다시 오겠습니다!”

“허허. 그래. 다음에 또 보세!”

스미스 씨의 과한 배웅을 받으며 대장간을 벗어난 호준 일행은, 광장에 접어들었다.

“어이, 조심해!”

“엇차. 다칠 뻔했네.”

“천막은 이쪽으로 놓자고!”

“배너는 아직인가?”

광장에는 오늘따라 사람이 많았다.

아마도 얼마뒤 벌어질 축제 때문에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첫 축제네.’

유토피아의 마을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고는 한다.

주로 한 달에 한 번, 혹은 그 이상.

마을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조금씩 축제의 양상이 다르다.

‘아직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건가.’

입구에 드리운 현수막에 아무런 문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축제 내용은 미정인 듯했다.

‘연극 축제도 재밌다고 했지.’

연극 축제에서는, 실제로 수준급 연기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여럿의 무대에서 다양한 장르의 연극이 선을 보이고, 사람들은 영화 보듯 연극들을 관람했다.

사람들이 연극을 하면서 주는 팁으로 그 배우들이 큰 이익을 거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TV에서 인기 얻지 못한 삼류 배우가, 연극으로 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지.’

TV에 오르지 못하는 비운의 스타가, 유토피아에서는 심금을 울리는 대스타가 되기도 했다.

유토피아 플레이어 숫자가 TV 시청자보다 많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그밖에도 칭호, 각종 보상, 인기투표 1위에게 주어지는 상금 등.

연극 축제에도 나름 볼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았다.

‘음. 그것 말고 인기 있는 건, 체육 축제지.’

체육 축제는 체육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가지각색의 체육 종목을 두고, 참가자들끼리 경쟁하는 것을 말한다.

오래달리기, 빠르게 달리기.

2단 줄넘기 2,000개를 누가 먼저 하는지 겨루기.

줄다리기 등등

‘1등 상금 액수가 크기도 하고, 구경꾼들이 많아서 인지도 쌓기에도 좋지.’

1등은 최소 100만 원에서 1,000만 원 그 이상까지.

상금을 획득할 수 있다.

상금보다는 자신의 유명세나 다른 목적을 위해 참가하는 때도 종종 있지만.

어쨌든, 체육 축제는 일반인 플레이어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올림픽 같은 개념이었다.

‘나중에 한 번 더 살펴봐야지.’

호준은 나중에 한 번 더 알아보기로 하고, 그대로 축제 준비 현장을 빠져나왔다.

터벅터벅 길을 걸어가며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퀘스트 발생!】

오랜만에 뜬 퀘스트의 내용은 매력적이었다.

【직업 퀘스트】 새로운 요리 장비 갖추기!

【퀘스트 목표】 : 자동화 요리 장비를 제작하여 새로운 요리의 세계를 맛보세요!

자동화 절임기 0 / 1

자동화 주전자 0 / 1

자동화 훈제기 0 / 1

【퀘스트 설명】

*요리의 기본은 적시 적소에 쓸 수 있는 기구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훌륭한 요리기구를 손수 제작해 보세요!

*자동화 절임기의 경우, 재료를 충분히 넣어주면 그 수량만큼의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절임기에 과일을 넣어서 절이면, 딸기잼, 사과잼 등 달콤한 과일 절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식초와 오이를 함께 넣으면 새콤한 오이절임이 완성됩니다.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활용하여, 절임기로 맛깔나는 음식을 만들어 보세요!

*자동화 주전자는 차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아이템입니다.

새콤달콤한 오미자차, 달콤하고 쌉싸름한 홍차 한 잔 어떠신가요?

자동화 주전자를 이용해 홍차, 녹차, 보리차 등 다양한 차를 마시면서 삶의 여유를 느껴 보세요.

일반적인 차 외에도, 이 주전자를 이용해 매력적인 향과 맛, 영양을 동시에 지닌 약초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동화 훈제기는 저절로 훈제요리가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훈제 달걀, 훈제 닭고기, 훈제 소고기 등 다양한 응용요리가 가능합니다. 훈제의 제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아이템입니다.

*자동화 기기는 화력의 도움 없이도 저절로 온도가 요리에 적합하게 조절됩니다!

【퀘스트를 얻어 자동화 절임기 제작법을 익혔습니다!】

【퀘스트를 얻어 자동화 주전자 제작법을 익혔습니다!】

【퀘스트를 자동화 훈제기 제작법을 익혔습니다!】

‘직업 퀘스트라. 오랜만이네!’

오랜만인 얻은 퀘스트의 내용은 마음에 쏙 들었다.

자동화 요리기구 사용법도 익혔고, 이제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

‘얼마든지 만들어주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퀘스트 보상을 마저 살폈다.

【퀘스트 보상】

* 씨앗 3종류를 각 3개씩 지급합니다!

* 씨앗의 등급은 최소 특 10급 이상입니다.

* 보상으로 얻는 씨앗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씨앗 중에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보상 부분에는, 특급 씨앗이 적혀 있었다.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특급 씨앗이 무려 9개…!

‘단숨에 만들어주지.’

호준은 미소의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

“미소야. 대장간으로 돌아가자!”

그의 주머니에는, 필요한 재료를 전부 사고도 남을 만큼, 골드가 아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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