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 감자전과 야채튀김
“진짜 넓네.”
동굴 지하는 그의 예상대로 넓은 면적을 지녔다.
1층의 면적과 대비해 보았을 때 넓을 거라고는 이미 예상했기에 호준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가 놀랄 부분은 따로 있었다.
― 와. 벽이 아주 많다무우!
【수백 개의 벽을 자랑하는 지하 미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하 1층 어딘가에 마녀의 집이 있습니다】
지하는 거대한 미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백 개의 벽이 겹겹이 쌓여있는 형태라는데 지도를 볼 수 없기에, 오직 자력으로 헤쳐나가야 했다.
메시지는 분명히 경고하고 있었다.
【미로에서 길을 잃어도, 스스로 빠져나와야 합니다】
【만약 빨리 빠져나오기를 원한다면 죽으십시오!】
【죽으면 입구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단, 다른 죽음과 같이 3일 접속 불가 벌칙이 적용됩니다.)】
미로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고.
미로에서 길을 잃어버려도 죽음 외에는 바로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1층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확실히 확보한 뒤에, 미로에 입장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호준은 걸음을 멈추고, 어떻게 미로를 헤쳐나갈지 곰곰이 생각했다.
‘출구에다 밧줄을 묶어두고, 다른 줄 끝을 잡고 들어갈까.’
그는 어릴 때 읽었던 미노타우로스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밧줄을 살폈다.
그러나 고개를 저으며 밧줄을 다시 집어넣었다.
밧줄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가 고민에 잠겨있자 다크니스가 꼬리를 살랑대며 무릎에 올라왔다.
“냥!”
복슬복슬한 배를 간지럽히자, 다크니스가 눈을 부드럽게 휘며 울었다.
“냥!”
【다크니스가 수상한 냄새를 맡았습니다】
【다크니스가 수상한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수상한 기운이라. 마녀인가?’
다크니스는 신기 같은 것이 있어서 왠지 맞는 듯했다.
무작정 미로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다크니스가 나침반처럼 길을 제시하면 시간도 절약할 테고.
호준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크니스. 혹시 마녀 냄새를 맡은 거야?”
“냥!”
【다크니스가 확신을 담아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녀석은 몸을 일으켜 코를 킁킁대더니, 곧 눈을 빛냈다.
【다크니스가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을 알 것 같다고 합니다!】
【다크니스가 길 안내를 하겠다고 자처합니다!】
― 다크니스는 못 하는 게 없는 천재다무우!
옆에서 미소가 다크니스의 공적을 칭찬하자 다크니스의 꼬리가 요란스럽게 S자를 그렸다.
다크니스는 은근슬쩍 꼬리로 미소의 볼을 간지럽혔고 미소도 싫지 않은 눈치다.
― 다, 다크 에취이!가 간지럽다무우! 에취이!
“냥― 냥― 냥―!”
다크니스에게 농락당하는 미소를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호준은 생각을 정리했다.
다크니스의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목적지는 정했다.
이제는 미로를 뚫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올 방법을 확보하면 됐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자, 뭔가가 퍼뜩 떠올랐다.
“미소야.”
그는 미소에게 손짓하고는 뭔가를 건넸다.
그것은 미소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드래곤 푸르트였다.
“너, 드래곤 푸르트 냄새 맡을 수 있지?”
― 당연하다무우! 드래곤 푸르트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과일이다무우!
“혹시 이게 아주 멀리 있어도 맡을 수 있어?”
― 당연하다무우! 드래곤 푸르트라면 가능하다무우! 혹시 이 근처에 드래곤 푸르트가 있는 거냐무우?
미소가 숨겨진 드래곤 푸르트를 찾고자 두리번대자 호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일단 이거 먹어봐.”
― 와아! 이건 먹고 죽어도 여한이 없는 맛있다무우우!
드래곤 푸르트를 먹으며 감동의 도가니에 푹 빠진 미소를 둔 채로, 호준은 다른 드래곤 푸르트를 꺼냈다.
그리고는 드래곤 푸르트를 출구에 세워진 뾰족한 비석 위에 던졌다.
푸욱―
드래곤 푸르트가 모서리에 부딪혀 터지고.
사방으로 과즙과 향이 퍼졌다.
호준은 입맛을 다시며 비석을 바라보는 미소에게 드래곤 푸르트를 하나 더 먹여주며, 당부했다.
“미소야. 저 드래곤 푸르트 냄새를 못 맡게 되면 얘기해도 돼. 그러면 그때 가서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
우걱우걱
― 아예 뇌에 각인하겠다무우!
목적지도 정했고, 입구로 돌아오는 수단도 확보 완료.
호준은 앞을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가자!”
* * *
미로는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참으로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냥냥!”
【다크니스가 목적지와 거의 다 왔다고 말합니다!】
다크니스가 길을 안내해줬기 때문에 어디로 갈지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무척이나 수월하게 미로를 통과했다.
다만, 금방 통과하기는 어려울 만큼 미로의 규모가 컸기에 다들 미소의 등에 올라탔다.
그렇게 미로를 통과하던 중에, 미소가 발을 내디디며 호준에게 말했다.
― 호준무우! 이제 방송은 안 하는 거냐무우?
그 물음에 호준은 미소지으며 답했다.
“농사랑 요리 콘텐츠만 방송하려고.”
― 그렇구나무우! 아까 그놈들 때문이냐무우?
“뭐, 그렇기도 하지.”
미소의 말대로 미카슨 무리가 방송을 이용한 것은 괘씸했다.
문제는 앞으로 그들 말고, 다른 이들이 좋지 않은 의도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카슨이 그리했던 것을 다른 이들이 안 하리라는 법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죽을 수 있는 몸이 되었고.’
레벨업도 했으니, 이제는 조심해야 했다.
‘방송은 적당히만 하자.’
그렇기에 호준은 일거수일투족을 방송하는 대신, 요리와 농사를 할 때 가끔 하기로 마음먹었다.
재미로 하는 것이라서 그 정도로 충분했다.
미소가 넉살 좋은 대답으로 그를 미소짓게 했다.
― 나는 호준이 뭘 하든 좋다무우! 만약에 나쁜 놈이 오면, 내가 무찌르겠다무우!
발굽으로 허리춤에 칼을 탕탕 내리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우리 미소 멋진데?”
고마운 마음에 미소의 머리를 안아주자 미소가 그르릉 배 울림소리를 냈다.
― 이 이 정도는 당연한 거다무우! 나는 호준이 좋다무우!
“착하다. 우리 미소.”
호준은 미소에게 드래곤 푸르트 하나를 더 먹여주었다.
그렇게 미소의 도움으로 미로를 주파한 끝에, 드디어 도착했다.
“거미줄이네?”
거미줄처럼 끈적하고, 새하얀 실사.
그런 실사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 앞에 도착한 것이다.
【다크니스가 아주 아주 수상한 냄새가 난다고 말합니다!】
“냐앙!”
다크니스가 그 앞에서 길게 울며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잘했다. 쉬어.”
다크니스와 미소가 쉬도록 놔두고서, 호준은 홀로 입구를 찾아보았다.
마녀의 실마리라도 잡을까 해서 빙빙 돌았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음. 이게 집 같은 거면 입구가 있을 텐데.”
입구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조금 쉬자. 쉬고 찾자.”
호준은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던 몸을 잠시 쉬기로 했다.
양탄자를 깔고 그 위에 도란도란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아주 큰 소리가 났다.
꼬르륵―
미소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였다.
덩치가 덩치인지라 마치 북을 두드린 것 같은 소리였다.
― 이 이건…… 일부러 낸 소리다무우! 하하하무우! 나는 괜찮다무우!
미소가 볼을 붉히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슬슬 밥을 먹일 때도 되었지.
미소 덕분에 여기까지 편하게 왔는데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호준은 피식 웃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물었다.
“출출하네. 미소야 너 안 배고프면 다크니스랑 내 거만 한다?”
안 먹을 거냐고 묻자, 미소가 격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 뿔 떨어지겠다.
― 조, 조금 배고프다무우!
미소가 2배로 커진 눈을 반짝였고, 호준은 싱글거리며 말했다.
“기다려봐. 맛난 거 해 줄테니. 그보다 너희들도 같이 만들어보자.”
― 우리도무우?
“냥?”
미소와 다크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호준이 한 손에는 방송구름을, 한 손에는 튀김기를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주 맛있는 걸 만들 테니까.”
* * *
유토피아의 화려한 그래픽과 색다른 콘텐츠가 담긴 영상은 나날이 인기가 높아졌다.
평균 시청자 수도 이미 TV 시청자 수를 웃돌 정도로 많아졌으며.
방송 진행자들도 인기가 나날이 늘어갔다.
사람들이 유토피아 방송을 보는 이유는 다양했다.
― 유토피아 플레이어라면 방송 보는 게 필수지. 배우는 게 많잖아.
바로 배울 게 많다는 것.
콘텐츠가 다양하다 보니 각자 수요에 맞게 방송이 존재했다.
요리면 요리, 농사면 농사, 전투면 전투.
꿀팁과 상세한 설명이 담긴 영상은,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 그리고 재미도 있고.
재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전투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웅장한 전투 장면.
배우 직업을 가진 이들이 펼치는 재미난 연극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즉, 게임을 하든 하지 않든, 다양한 유토피아 콘텐츠를 손쉽게 방송으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져 가는 가운데, 농사 분야에서 호준의 채널도 인기를 얻고 있었다.
― 다음 방송 언제 시작하지?
― 그러게. 방송종료는 왜 한 거야.
심지어 요정의 쉼터 오픈 채팅방이 생길 정도의 인기였다.
이곳에는 가게를 다녀갔던 손님들, 방송 구독자들, 농사나 요리 관련 지망생들이 한데 모였다.
지금 오픈 채팅방에서는 바로 전에 호준의 갑작스러운 방송종료를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왜 나갔을까?
누군가의 의문에 대답이 달렸다.
└ 급똥인가?
└ 그런 듯. 왠지 가래떡 싸다가 중간에 끊긴 기분임.
└ 비유 보소ㅋㅋㅋㅋㅋㅋ
장난스러운 답변 뒤에는 배고픔을 토로하는 답변도 이어졌다.
└ 배고프다. 먹방 안 하나?
└ 광산 편 보고 싶은데. 왜 방송 안 하지?
└ 하긴, 소리도 생생해서 먹방 보는 재미가 있긴 하지.
└ 지난번 치킨 진짜 맛있었는데 ㅠ 현실 치킨보다 훨씬 맛있어서 이제 못 끊겠음.
하나둘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소리친 것은.
└ 방송 시작한대!
그것은 드디어 방송이 시작된다는 희소식이었다.
* * *
【방송을 시작합니다!】
【농장주132 님이 입장했습니다!】
【배고파먹방좀 님이 입장했습니다!】
【치킨뜯는다 님이 입장했습니다!】
【내가바로오늘의요리사 님이 입장했습니다!】
【초보농사꾼v 님이 입장했습니다!】
. . .
시청자들이 쏟아지는 것은 익숙해졌기에 호준은 태연하게 채팅창과 방송 구름을 조정했다.
그는 구름 각도를 잘 조정하고서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갑자기 방송 종료해서 놀라셨죠? 급한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 급똥이시죠?
└ 급똥인 듯
└ 똥쟁이!
└ 호준이 아니라 똥준이로 개명하시죠!
└ ㅋㅋㅋㅋㅋㅋㅋ
이리저리 놀림당하는 것에 호준은 피식 웃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런. 똥…… 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호준은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요리를 시작할 것임을 알렸다.
“오늘은 보조요리사를 둘건데요. 여기 양탄자를 두른 미소는 야채튀김을 담당할 거고요! 다크니스는 감자전을 만들 겁니다!”
음메에!
― 전을 찰지게 부치겠다무우!
“냥!”
미소와 다크니스가 우렁차게 답했다.
└ 야채튀김 완전 좋아하는데!
└ 감자전 쫄깃쫄깃…!
└ 그억…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다 흑
호준은 댓글의 장난스러운 분위기에 피식 웃고는 칼을 높이 들었다.
“이번에는 아주 빨리, 만들어버리겠습니다.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시작합니다!”
착―
시작과 동시에 그는 거대한 감자와 양파 여러 개를 도마 위에 두고.
타닥탁탁―
칼춤을 추었다.
마치 난타하듯 몸을 이리저리 흔들지 않아도.
정자세로 가만히 있어도 칼이 자유자재로 춤을 추었다.
마치 요리의 신이 깃든 것처럼 칼이 정확한 각도로 야채를 자른다.
야채는 옆으로 착착 날아가 층층이 쌓였다.
└ 와. 예술이다 진짜.
└ 지난번에도 봤지만 놀랍다 놀라워. 서커스단 출신인 줄.
└ 저 정도면 달인 아님?
└ 저거 다 깠어. 벌써!
“자, 야채 손질 끝났습니다! 아차, 고구마도 하나 자르겠습니다. 뭐, 눈 깜짝할 새에 끝나겠지만요.”
그는 고구마 하나를 꺼내고 칼을 탁탁탁 두드렸다.
야채들은 하나같이 껍질 없이 순수 속살만 있는 상태여서, 자르기만 하면 다듬기 끝이었다.
10초도 안 되어 거대 고구마도 잘랐다.
“너무 쉽네요. 하하. 너무 쉬워서 하품이 나올 지경입니다.”
└ 와. 사람 머리통만 한 고구마를 그냥 썰어버리시네.
└ 채 썰기 달인으로 인정.
└ 저 정도면 궁중요리사 타이틀은 식은 죽 먹기일 듯.
└ 마술사인 듯.
“마술사라니 영광이네요. 이제부터는 우리 다크니스와 미소에게 맡기겠습니다!”
호준은 밀가루와 야채를 한데 섞어 찹찹 버무린 뒤 반죽이 담긴 볼을 미소에게 넘겼다.
미소는 국자로 반죽을 퍼서 튀김기에 퐁당 넣었다.
치지지지직!
【야채튀김 조리를 시작합니다!】
└ 캬. 소리보소.
└ 허기지네. 진짜.
└ 먹고 싶다 진짜. 간장에 톡 찍어서!
미리 세팅해둔 터라, 튀김기는 알아서 야채 튀김을 만들었다.
뽀얀 밀가루 사이로 가지각색 야채가 맛깔나 보였다.
사방으로 퍼지는 튀김 냄새는 침이 고이게 했다.
그다음은 감자전이었다.
감자전은 이전에 별이에게 부탁한, 감자를 건조해 만든 감자 가루에 밀가루를 첨가하고, 소금으로 간하면 끝이었다.
찹찹찹!
초고속으로 휘젓자 너무나 손쉽게 반죽이 완성되었다.
걸쭉한 반죽에 양파도 잘게 썰어 넣고 다크니스에게 반죽을 넘겼다.
“다크니스야. 부탁한다.”
“냥!”
다크니스는 프라이팬 위에 반죽을 적당하게 올렸다.
츠즈즈즛!
올리브유와 반죽이 만나자, 기름방울이 팡팡 터졌다.
감자의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식욕이 절로 당기는 냄새였다.
꾸르르르륵!
└ 미소 배고픈가봐요!ㅋㅋㅋㅋ
└ 마성의 감자전… 아 배고프다ㅠ
└ 감자전 간장에 찍어먹으면 완전 맛있는뎅. 감자만 넣으면 쫄깃함이 장난아니라서 착착 입에 감김.
└ 원래 감자가 면 같은데 들어가면 쫀득쫀득해서 식감이 좋지. 그런 느낌인가.
└ 비 오는데 감자전이나 해 먹을까?
호준도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릇노릇하게 익는 감자전을 보니 식욕이 당겼다.
“냄새를 맡았더니 진짜 배고프네요. 혹시 시청자분 중에, 감자전 드시고 싶으신 분들은 나중에 가게로 놀러 오세요! 메뉴에 꼭 올리겠습니다.”
호준은 깨알 홍보까지 마무리하고는 전과 튀김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별다른 이변 없이 이대로 흘러가리라 믿었다.
부스럭―
그러나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거미줄 공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니까.
쩌저저적―
찢어진 공 안에서 새하얀 눈동자가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