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 광산 탐험
코발트 광산 내부는 제법 넓었다.
어느 정도 넓이냐 하면 미소가 마음껏 뛰놀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
천장이 10m 이상으로 높다랗고.
좌우 넓이도 널따랗게 탁 트여서 웅장해 보였다.
바닥에는 울퉁불퉁한 돌들이 굴러다녔다.
― 신기하다무우! 천장의 돌이 빛난다무우!
미소가 꼬리를 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사이, 호준도 천장을 보며 감탄했다.
“저 하얀 돌 때문인가.”
동굴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이유는, 천장에 하얀 돌이 매달려있기 때문이었다.
하얀 돌은 마치 형광등처럼 빛을 퍼뜨렸다.
그 덕분에 안전하게 동굴 내부를 걸을 수 있었다.
“냥!”
【다크니스가 동굴의 음습한 기운을 좋아합니다】
【다크니스가 동굴 냄새를 맡고 흥분합니다】
다크니스는 어둠의 요정이라 그런지 음습한 동굴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녀석은 꼬리를 물음표 모양으로 한 채로 곳곳을 누볐다.
호준은 둘이 자유롭게 놀도록 놔두고서, 홀로 곡괭이를 들었다.
‘이거다.’
그의 목표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코발트 덩어리】.
울퉁불퉁한 돌인데, 이것이 바로 코발트 원석을 얻을 수 있는 돌덩이였다.
‘시작해 볼까.’
그는 스미스 씨가 알려준 대로, 곡괭이를 들어 코발트 덩어리를 내리쳤다.
깡―
코발트 덩어리 위로 새하얀 섬광이 튀었다.
깡 깡 깡―
계속 곡괭이를 내리쳤다.
그렇게 10번 정도 내리쳤을까.
코발트 덩어리에 한 줄기 금이 갔다.
‘저기다.’
그는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빠르게 곡괭이를 내리쳤다.
곡괭이는 정확히 하얀 금을 겨냥했다.
깡 – 쩌적!
【코발트 원석】
【코발트 원석】
【코발트 원석】
【코발트 원석】
【코발트 원석】
바닥에 코발트 원석 5개가 떨어졌다.
호준은 싱글거리며 원석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퀘스트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코발트 원석】 : 5 / 1,000
【퀘스트 아이템을 전부 모을 때까지 분발해주세요!】
“이 속도면 금방 하겠는데?”
덩어리를 부수고, 줍고.
간단하지 않나.
호준은 가슴을 쫙 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는 다음 돌덩어리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몰랐다.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등장하리라는 사실을.
* * *
조용했던 동굴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소름 끼치는 비명, 발악은 아비규환을 떠올리게 했다.
프더덕 – 끄아악!
호준은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도 튀김기를 꽉 쥐었다.
튀김기는 이제 아예 한 몸처럼 느낄 정도로, 편한 무기가 되었다.
끄아악―
꾸아아악―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비명.
그 소리는 평소 겁이 없던 호준조차도 께름칙한 기분이 들게 했다.
프더덕 ― 끄아악!
마침내 침입자가 어둠 속을 뚫고 나타나 호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저리 가! 이 자식들아!”
쾅― 꾸엑―
호준은 튀김기를 휘둘러 방해꾼을 멀리 날려버렸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방해꾼들.
원석 채취작업을 방해하는 이 방해꾼들의 정체는 바로 동굴에 사는 흡혈박쥐였다.
【흡혈박쥐】
만약 흡혈박쥐가 한둘, 아니 몇백 마리 정도였다면.
그랬다면 덜 신경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장에 붙어있다 내려오는 흡혈박쥐의 숫자는 족히 천 마리는 되어 보였다.
‘너무 많잖아.’
호준은 짜증이 치밀었다.
일하려고 하면 계속 달려드는 흡혈박쥐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었던 것.
그래서 원석 채취작업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사냥을 해야 했다.
더군다나 흡혈박쥐는 사냥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너무 작고, 빠른 데다. 숫자도 많으니까.’
녀석은 크기가 주먹만 해서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다.
움직임도 빠르고.
게다가 천장에는 지금 흡혈박쥐가 득실득실했다.
호준은 고개를 들어 바글바글한 흡혈박쥐 떼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한 번에 박멸할 방법이 있을까.’
만약 흡혈박쥐가 얌전히 천장에 붙어있었다면 다행이었을 텐데.
흡혈박쥐는 계속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먼저 공격하고서, 지가 죽겠다 싶으면 천장으로 도망가 힘을 비축한다.
힘을 비축하면 다시 내려와 공격하고.
그렇게 계속 시달리다 보니, 호준 일행은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끼이익―
“에잇!”
팅―
호준은 달려드는 흡혈박쥐를 튀김기로 후려쳐 날려버리고는 미소는 잘 버티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저쪽에서 미소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 검은 악마들아 저세상으로 가라무우!
끼엑― 꾸엑―
미소가 휘두른 칼에 박쥐가 날개를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미소는 바닥에 박쥐를 밟고 다니며 칼을 휘둘렀다.
‘지쳐 보이네.’
호준은 숨을 헉헉거리는 미소에게 곧 휴식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다크니스도 살펴보았다.
다크니스는 때아닌 공중 묘기를 펼치고 있었다.
“냥―!”
사사삭―
【다크니스가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다크니스가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다크니스는 동굴, 구덩이 등의 공간과 상성이 좋습니다】
【동굴 내에서 다크니스의 발톱의 강도가 2배로 강해집니다!】
‘체조 선수네 완전.’
다크니스는 공중 2회전을 하며 동시에 발톱을 휘둘렀다.
박쥐 여섯의 날개가 가로로 쫙 찢어진 채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착―
착지까지 완벽.
마치 무협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다크니스도 지치기는 했는지, 숨을 헥헥 내쉬었다.
‘안 되겠다.’
호준은 다가오는 박쥐 떼를 프라이팬으로 날려버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끼이익―
“잠시 휴식하자!”
그는 휴식 선언을 하고는, 천장에 우글대는 박쥐 떼를 차가운 시선으로 올려보았다.
* * *
― 으음. 밖에서 먹는 과일 맛이 농장에서 먹는 것과는 또 색다른 맛이다무우! 기운이 난다무우!
“그래. 많이 먹어. 더 줄까?”
― 나는 드래곤 푸르트가 좋다무우!
“여기.”
― 헤헤 호준은 최고의 주인이다무우!
호준은 미소가 우걱우걱 과일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미소는 드래곤 푸르트의 껍질을 까 뒤로 내던지고는, 남은 과육을 한입에 삼켰다.
참 복스럽게 먹는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미소에게 과일 여러 개를 안겨주고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골 골 골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다크니스가 바위 위에서 잠자고 있었다.
식빵 자세를 한 게 호준의 눈에는 불편해 보였는데, 당사자는 별 신경 안 쓰이는 듯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녀석은 많이 피곤했는지 주스만 들이키고 곧장 잠자리에 들어간 것이었다.
“계속 사냥하다가는 퀘스트 깨는 데만 며칠 걸리겠는데.”
애초에 사냥은 관심도 없고, 사냥할 필요도 없었는데.
박쥐들이 성가시게 해서, 퀘스트를 빨리 진행하지 못하니 답답했다.
‘박쥐만 없다면.’
그는 바위에 걸터앉은 채로 인벤토리를 켰다.
【코발트 원석】 × 125개.
박쥐와 사냥하면서 얻은 것 치고는 많은 개수였다.
그러나 만족할 수 없는 이유는, 박쥐가 없었다면 진작에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쥐 사냥하면서 동시에 원석 캐기까지 해야 하니, 에너지가 2배로 쓰이는 셈.
‘어디 괜찮은 아이템 없나?’
호준은 인벤토리를 확인하다가 한 부분에 시선이 꽂혔다.
【소형 폭탄】 × 20
‘폭탄이라. 나쁘지는 않지.’
폭발 범위가 지름 3m인 소형 폭탄이었다.
이것 외에는 별로 박쥐에게 쓸만한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사정거리가 짧아서 다 죽일 수는 없다.’
문제는 폭탄을 터뜨린다 해도 박쥐 천 마리 이상을 죽이기는 힘들다는 것.
박쥐들은 주로 5~10마리씩 모여 다녔기 때문에 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제일 좋은 최고는, 박쥐를 한자리에 모아서 폭탄으로 깡그리 날려버리는 건데.’
무슨 수로 박쥐를 모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거듭하던 호준은 뭔가 부스럭대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동굴로 향했다.
“어…?”
박쥐가 동굴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호준은 숨을 죽이고 박쥐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박쥐는 아까 미소가 집어던진 드래곤 푸르트 껍질을 우적우적 먹고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과일을 좋아하는구나.’
순간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방법이다.’
지긋지긋한 박쥐 떼를 일망타진할 방법을.
* * *
다시 동굴로 들어간 호준 일행.
맨 앞에 선 미소가 대형 양탄자를 잘 동여맨 채 안고 있었다.
보따리처럼 볼록해진 양탄자 속에는 뭔가가 가득 들어있는 상태였다.
다크니스는 미소 옆을 총총걸음으로 걸으며 호위무사처럼 주위를 경계했다.
“여기다.”
호준이 가장 박쥐 떼가 많은 부근에서 멈춰서 미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가 그 뜻을 알아채고 양탄자 보따리를 풀어 바닥에 내용물을 뿌렸다.
철푸덕 콰직
바닥에 흩뿌려진 것은 대량의 과일이었다.
산딸기, 사과, 복숭아, 망고, 파인애플 등.
향기로운 과일 향이 동굴을 과일 향에 흠뻑 취하게 했다.
호준과 그 일행은 과일 더미에서 한참 떨어진 채로 빙 둘러서고는, 긴장을 유지했다.
똑 또르륵.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해진 분위기.
그 분위기를 깬 것은 박쥐였다.
끼익― 끄악― 끄엑―
박쥐들이 너도나도 과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꺼번에 움직이는 박쥐들 때문에 바람이 쌩하니 일어날 정도였다.
박쥐들은 과일을 두고 싸우느라 호준에 대한 긴장을 풀었다.
족히 수백의 박쥐들이 아비규환을 벌이고 있을 때.
호준이 그들을 향해 올리브유 10개를 내던졌다.
푸왁 푸와아악 푸왁 ―
난데없이 올리브유를 뒤집어쓴 박쥐들이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끼익??
그들이 당황해 있을 때.
호준은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던져!”
그의 신호에 맞춰, 미소와 다크니스가 폭탄을 던졌다.
― 악마들아 지옥 불을 보여주마무우!
“냐앙!”
쿠콰아앙! 화르르르륵―
올리브유 덕분에 불이 삽시간에 번졌다.
불이 활활 타오르자 동굴이 붉게 변했다.
퐁―
【박쥐를 처치했습니다】
퐁―
【박쥐를 처치했습니다】
동굴에서만 살아온 박쥐들은 불로 인한 대미지를 견디지 못했다.
그들은 하나둘 퐁퐁 소리와 함께,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 시작이다.”
호준은 한 손에 폭탄을 든 채로 목표를 물색했다.
그의 얼굴에서 박쥐 때문에 난감해하던 이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 *
“다크니스! 그쪽이다!”
“냥!”
다크니스는 호준이 가리키는 쪽으로 폭탄을 던졌다.
기름 범벅이 되어 바닥을 구르던 박쥐들이 그 폭탄을 정통으로 맞았다.
쾅― 퐁! 퐁! 퐁!
박쥐들이 퐁 퐁 소리를 내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다크니스가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다크니스가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다크니스가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잘했다.”
호준은 다크니스에게 눈짓을 하고는 주위를 살폈다.
사방이 불바다였다.
그는 5m 근방에서 바닥을 기고 있는 박쥐 떼를 발견했다.
숫자는 대략 30마리 정도.
호준은 팔을 확 뒤로 젖혔다가 한 번에 앞으로 내뻗었다.
휭― 펑!
폭탄은 목표했던 지점에 착지했다.
곧이어 승리를 알리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흡혈박쥐를 처치했습니다.】
. . . . . . . . .
【레벨업 성공!】
【LEVEL 20】
【전 스탯이 +1 오릅니다】
‘좋았어.’
드디어 레벨 20 달성이었다.
폭탄 10개를 이용한 작전으로 전투는 마무리가 되었다.
전투는 대승리였다.
박쥐는 대부분이 소멸하고 겨우 50마리 남짓한 박쥐만이 남았다.
살아남은 박쥐는 공포에 휩싸였는지 바닥에는 얼씬조차 하지 않았다.
구석 틈새로 도망가더니 꽁꽁 숨어서 나오지도 않는 것.
이전에 얄밉게 치고 빠지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야 편하게 일하겠네.’
호준은 이제 박쥐를 무시하고 퀘스트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속이 다 시원했다.
싱글싱글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 이게 왜 떨어져 있지?”
【코발트 원석】
【코발트 원석】
【코발트 원석】
잘 살펴보니 참으로 이상했다.
불이 사그라든 자리에, 코발트 원석이 쫙 깔린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폭탄이 터진 곳마다 이게 있네?’
잘 살펴보니 폭탄이 터진 곳마다 코발트 원석이 잔뜩 놓여있었다.
호준은 그 주위를 관찰하다가 박살 나버린 코발트 덩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제야 그는 조금 전 던진 폭탄 때문에 코발트 덩어리가 원석으로 분해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쥐도 잡고. 원석도 깨고. 개꿀이네!”
호준은 신이 나서 코발트 원석을 주우러 다녔다.
때마침 미소가 좋은 소식을 들고 달려왔다.
― 호준무우! 폭탄 터진 곳에, 코발트 원석이 잔뜩 있어서 다 들고 왔다무우!
미소가 무릎을 굽히고 품에 가득 안은 코발트 원석을 보여주었다.
족히 100개는 넘어 보였다.
“넌 미소가 아니라 행소라고 할 걸 그랬다.”
― 응? 행소가 뭐냐?
“행운을 부르는 소의 줄임말이야.”
― 호준이 지어준 거라면 미소도 행소도 다 좋다무우!
호준은 그런 미소에게 드래곤 푸르트를 상으로 하나 더 안겨주고서 원석 채취에 들어갔다.
다크니스와 미소의 도움을 받았기에, 원석 1,000개를 마련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퀘스트 아이템을 다 모은 그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였다.
‘마녀를 만나서 저주받은 제복의 저주를 풀어야지.’
지하로 갈 이유는 충분했다.
저주만 풀면 특수 기능을 모두 개방해 최고의 아이템을 얻게 될 테니까.
“가자.”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