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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77화 (77/200)

077. 포상은 확실히

한 사내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전 그냥 동료들과 지나가던 것뿐인데요. 무슨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억울합니다. 보십시오. 무기도 겨우 화살통이 전부 아닙니까.”

미카슨은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 손으로 가슴을 쳤다.

그러면서도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에 호준은 코웃음 쳤다.

잔머리 굴리는 게 한눈에 보였으니까.

‘우습네.’

호준은 그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떼지 않았다.

호준이 말없이 주시하자 미카슨은 다른 손을 화살에서 떼지 못하고 가만히 눈치를 봤다.

그들이 대치하고 있는 사이, 이미 전투는 끝나가고 있었다.

“어이쿠!”

“아이고야! 내 허리!”

침입자들은 바닥에 흥건한 올리브유를 밟고 이리저리 넘어졌고.

바닥에 엎드리고, 누운 사냥감을 다크니스가 농락했다.

― 냐앙!

“크악!”

【다크니스가 맹꽁맹꽁 님을 처치했습니다!】

【죽음의 기운을 마주한 다크니스의 기운이 샘솟습니다!】

【다크니스는 피를 마주할수록 에너지가 샘솟습니다!】

【다크니스가 샘솟는 기운을 발산합니다!】

― 냐앙!

다크니스는 척추 마디마디를 끌어올려 두 다리로 서더니, 다음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은 얼굴, 못 할 것 없이 마구 발톱을 휘둘렀다.

“으악!”

고통의 단말마가 이어졌고, 목에 치명타를 입은 적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호준은 초록색 피에 젖은 다크니스에게 엄지를 들어 올렸다.

다크니스가 부드럽게 눈웃음을 치고는 다른 적에게 달려들었다.

“제발. 공격을 멈춰주십시오.”

“댁이 제 입장이라면 공격을 멈추겠습니까?”

그 물음에 미카슨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호준은 말문이 막힌 듯 가슴을 두드리는 미카슨을 보며 조소했다.

― 공격이다무우!

다크니스와 달리 미소는 무기를 사용해서 싸웠다.

통나무라는 위험한 무기를 휘두르는 것.

쾅 쾅―

통나무가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을 먼지 나게 두들겼다.

“끄엑!”

“끅!”

사람들은 꽥 꾸엑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소멸하여 갔다.

호준은 미소의 뿌리에 매달려 그 늠름한 모습을 관람했다.

그렇게 미소와 다크니스의 활약으로 잔당을 해치우고, 우두머리 미카슨만이 남았다.

미카슨은 호준과 그 일행이 다가오자 변명으로 일관했다.

“정말 억울합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다 죽이다니요. 저는 그저 일개 상인에 불과합니다!”

호준은, 미카슨이 부하들도 버리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것이 가당치 않아 보였다.

더 같잖은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았기에 호준은, 아테네의 활을 꺼내 들었다.

그는 미카슨이 활을 보는 순간 눈을 번뜩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활 찾으러 왔다는 걸, 제 친구를 통해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무, 무슨…….”

“저는 제법 인맥이 넓은 편이라, 당신이 올 걸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요. 제 친구는 많은 곳에 있습니다. 변두리에서 농사짓고 산다고 우습게 본 건 그쪽 아닙니까.”

허풍이었다.

그러나 허풍을 듣는 처지에서는 그게 허풍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

미카슨은 자신이 그를 우습게 본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며 속을 애태웠다.

미카슨의 입이 열렸다.

“제가 모, 몰라뵙고. 그래도 그 물건은 돌려주십시오. 제 전 재산이나 다름없습니다.”

미카슨은 자비를 베풀 것을 호소했다.

속으로는 열불이 났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활을 얻기만 한다면야.

그는 활을 넘겨받으면 당장 저 눈구멍에 화살을 쏴줄 생각이었다.

머릿속에서 작전을 시뮬레이션하던 미카슨에게 호준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전투에 승리한 자가 보상을 얻는다. 유토피아의 기본 아닙니까. 억울하면 이기시던가요.”

명백한 거부 메시지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미카슨은 본성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냈다.

“건방진 새끼, 그게 얼마짜린 줄이나 알아!”

그는 여왕 아라크네의 화살을 치켜들고 호준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등에 힘줄이 보일 정도로, 화살을 꽉 쥔 상태였다.

절박한 눈빛.

그러나 호준은 튀김기를 한 손으로 집어 들어 미카슨의 옆머리를 후려쳤다.

퍽―

“큭!”

관자놀이를 맞은 미카슨이 정신을 못 차리고 휘청였다.

휘청이면서도 화살을 활에 장착하는 미카슨에게, 호준은 결정타를 날렸다.

튀김기의 모서리로 미카슨의 허리를 세게 찍었다.

“크억!”

휘청이면서 쓰러지는 미카슨.

그런 미카슨을 내려다보는 호준의 손에는 초록 피에 젖은 튀김기가 들려 있었다.

* * *

“이 개자식. 죽어라!”

피유웅―

피투성이 미카슨이 사력을 다해 쏜 화살이 날아왔다.

― 호준 위험하다무우!

― 냥냥!

여기저기서 애타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호준은 화살에 온정신을 집중하고 튀김기를 방패처럼 휘둘렀다.

채챙―

화살은 튀김기에 부딪힌 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크윽. 젠장.”

미카슨은 피를 입으로 토해내면서 나무 기둥을 한 손으로 부여잡았다.

겨우겨우 서 있는 모습.

그는 이미 올리브유로 찐득찐득해진 데다 바닥을 뒹굴며 흙범벅이 된.

그야말로 넝마가 된 상태였다.

‘말도 안 되는군.’

자신의 추한 꼴이 우습고 어이없어서 미카슨은 실소를 머금었다.

미카슨은 사납게 호준을 노려보면서도 계속해서 뜨는 경고 메시지를 보자 숨이 턱 막혔다.

【튀김기에 맞아 심각한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체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음식이나 약 등을 먹어 체력을 회복하십시오!】

【지금 이대로 유지할 경우,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돌겠군. 여유가 있어야 포션을 먹던가 하지.’

미카슨은 치료를 하고 싶어도 포션을 먹을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

튀김기를 휘두르는 호준에게 계속 당하고 있었으니까.

견제하기 위해 화살을 쏘았지만, 중간에 튀김기로 가로막혔다.

‘돌아버리겠….’

“크윽!”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미카슨은 튀김기 모서리로 허리를 쿡 찔렸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흘러내렸다.

튀김기가 돌로 만든 것인지, 찍힐 때마다 체력이 뚝뚝 깎여나갔다.

‘도망가야….’

이미 화상으로 디버프도 먹은 데다가 소와 고양이에게까지 둘러싸였으니.

미카슨은 한마디로 사면초가였다.

슬슬 한계에 다다른 그는 무릎이 꺾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주저앉았다.

“더는…….”

그런 미카슨을 향해 냉혹한 말이 들렸다.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 그때는 더 험한 꼴을 보게 될 테니.”

바닥에 엎드린 미카슨은 그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엎드린 그를 향해 최후의 일격이 가해졌다.

퍽―

튀김기에 정통으로 맞은 미카슨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앞으로 뻗었다.

그의 눈앞에 마지막 메시지가 아른거렸다.

【당신은 튀김기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튀김기에 맞아 사망했다는 메시지는 미카슨의 가슴에 굴욕감과 경계심을 심어 주었다.

튀김기에 맞아 사망이라니.

쪽팔려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타인에 의해 사망하여 3일 동안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보유 골드 20%를 잃었습니다.】

【빛나는 왕관을 잃었습니다】

【대형 양탄자를 잃었습니다】

【특대형 마법 프라이팬을 잃었습니다】

【미치광이의 뮤직 박스를 잃었습니다】

【홀랜드의 명검을 잃었습니다】

【아틀라스의 망토를 잃었습니다】

. . . . . . . . .

【여왕 아라크네의 맹독 화살을 잃었습니다】

‘미치겠네. 진짜.’

많은 아이템을 남긴 채로, 미카슨은 소멸했다.

* * *

“미소, 그리고 다크니스. 둘 다 모두 수고했다.”

― 이 정도는 껌이다무우! 후후후!

“냥냥!”

【다크니스가 엉덩이를 치켜들며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호준은 다크니스와 미소를 격려해주고 휴식을 하도록 한 뒤, 잠시 주저앉아 숨을 돌렸다.

첫 전투는 다행히 계획대로 흘러갔다.

‘튀김기를 쓴 게 신의 한 수였지.’

그가 튀김기를 쓴 이유는 요리 히든 박스에서 얻은 특성, 천하무적 때문이었다.

문득 요리기구를 가볍게 던질 수 있다는 것이 떠올라서 시험해 보았는데, 정말 튀김기를 가뿐하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튀김기에 올리브유를 넣고 함정도 설치했고.’

밧줄로 연결한 트랩은 성공적이었다.

미소를 따라오던 적들이 예정대로 밧줄을 건드렸고.

치명타를 입었으니까.

그의 눈앞에 성공 보상이 쭉 펼쳐졌다.

【당신은 레벨 차이가 30이 넘는 플레이어를 해치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놀라운 성과로 인해, 경험치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 . . . . . . .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레벨과 함께 능력치도 급상승했다.

【힘이 +14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4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4 상승했습니다】

【요정력이 +14 상승했습니다】

‘어디 한번 볼까.’

호준은 스탯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호준】

【직업】 : 요정왕

【레벨】 : 15 (LEVEL UP +14)

【힘】21 【정신력】21 【민첩】 21 【요정력】21

【최근 변화】: 전 스탯 + 14

‘벌써 레벨 15라.’

능력치가 상승하니 왠지 기운이 샘솟는 기분도 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해치운 미카슨의 허망한 얼굴을 잠시 떠올렸다.

흙과 올리브유에 범벅되어 그는 거의 거지꼴이나 마찬가지였다.

‘먼지 나게 맞았으니 얼씬도 못 하겠지.’

호준은 개운한 마음으로 인벤토리를 열어보았다.

전투의 보상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보상을 훑었다.

“돈이 상당히 늘었네.”

골드가 꽤 늘어났다.

【현재 보유 골드】 : 494,216 골드 (NEW)

대충 계산해 보니 미카슨과 그 일당으로부터 6만 골드를 벌어들였다.

6만 골드면 60골드짜리 주스를 1,000개 팔아야 벌 수 있는 돈.

왜 인간사냥이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밖에도 아이템은 화려한 것이 많았다.

【빛나는 왕관】

【레벨 제한】 : ―

【등급】 : 1급

【기능】 : 물리 방어력 +50

【아이템 설명】

― 왕의 위엄이 담겨있는 왕관으로 보는 이의 존경심을 불러 일으킨다.

【홀랜드의 명검】

【레벨 제한】 : 10

【등급】 : 1급

【기능】 : 물리 공격력 +100

【아이템 설명】

― 전설적인 기사, 홀랜드가 돌잔치에서 집어 들어 평생을 가지고 다녔다는 명검이다.

【특수 기능】

― 강인함 : 이 검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검을 파괴할 수 없다. 용암을 들이부어도 녹지 않는다.

【아틀라스의 망토】

【레벨 제한】 : ―

【등급】 : 2급

【기능】 : 물리 방어력 +60, 점프력 +10

【아이템 설명】

― 날쌘 아틀라스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며 입었던 망토다.

‘음…… 이건. 그래.’

호준은 근처에서 뒹굴뒹굴하는 미소와 다크니스에게 갖고 싶은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미소는 홀랜드의 명검을, 다크니스는 아틸라스의 망토를 골랐고.

마소가 왕관을 다크니스에게 양보했다.

― 나는 태양을 가르는 전사가 될거다다무우!

“냥냥!”

미소는 홀랜드의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승리를 부르짖었고.

다크니스는 왕관과 망토를 걸친 제 모습을 옹달샘으로 비춰 보며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호준은 그 모습을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밖에도 새로 얻은 아이템은 많았다.

“이건 프라이팬이네.”

특대형 마법 프라이팬도 주목할 만했다.

【특대형 마법 프라이팬】

【설명】 : 10인분을 한 번에 요리하고 싶으시다고요? 이 프라이팬이라면 최대 30인분까지 가능합니다. 재료가 준비되었다면 모두 프라이팬에 투입하세요! 마법 프라이팬이 알아서 달궈주고 요리를 합니다! 참 간단하죠?

‘사용법은 마법 냄비랑 같은 방식이구나.’

마법 프라이팬은, 마법 냄비처럼 재료만 넣으면 알아서 데워지고 요리가 되는 방식이었다.

이 프라이팬의 가장 큰 장점은 커다란 크기였다.

지름이 무려, 2m여서 요리를 대량으로 할 수 있을 듯하다.

“이걸로 칠 수도 있나?”

튀김기 공격 때문인지 프라이팬은 왠지 무기로도 보였다.

휙― 휙 ―

크기가 크고 무게가 있는데, 휘두르기는 너무나 쉽다.

쿵― 프스슥

나무 기둥을 살짝 쳤더니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호준은 프라이팬에 대만족했다.

그밖에도 새로 얻은 대형 양탄자는 미소와 호준, 다크니스가 다 같이 누워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넉넉한 치수였다.

음악이 나오는 미치광이의 뮤직 박스는 단추를 누르면 노래가 재생되는데, 잔잔한 노래, 신나는 노래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었다.

호준은 이것저것 확인하다가 마지막 아이템인 화살을 확인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여왕 아라크네의 맹독이 발린 화살】

【등급】 : 특 9급

【설명】 : 죽음을 초래하고 싶다면 화살을 만져라. 아라크네 맹독의 독성이 듬뿍 담긴 화살이다. 아이템 소유자에게는 화살의 효과가 없지만, 소유자를 제외한 모든 이에게 재앙을 내린다.

【특수 기능】

【극독】 : 접촉 시 꾸준히 체력을 낮추고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특 8급 이상의 해독약이 아니라면, 절대 치료할 수 없다.

단, 독에 내성이 있는 경우에는 극독 효과가 없다.

【공포】 : 접촉 시 일정 확률로 공포 상태에 빠진다.

공포 상태에서는 몸의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숨이 가빠지며, 판단력이 흐려진다.

【혼란】 : 접촉 시 일정 확률로 혼란 상태에 빠진다.

혼란 상태에서는 공격 적중률이 낮아진다.

― 공포와 혼란, 극독은 개개인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를 수 있다.

‘끝내주네.’

아테네의 활에 어울리는 최고의 화살이었다.

호준은 기분 좋게 화살통을 어루만지고 잘 챙겨 넣은 뒤, 승리의 1등 공신인 미소와 다크니스를 불러 모았다.

“얘들아. 밥 먹자.”

― 밥이다무우!

― 냥!

다 같이 양탄자에 올라와서는 미리 싸 온 과일, 치킨들, 오븐 스테이크를 차려 먹었다.

― 배가 터질 것 같다무우!

― 냥냥!― 아아 간지럽다무우! 배 누르면 안된다무우!

다크니스와 미소가 어느새 서로 친해졌는지, 서로를 껴안고 양탄자 위를 뒹굴었다.

호준은 그 모습을 나른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고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광산이라.’

저 멀리 광산이 아른아른하게 보였다.

저곳에는 어떤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을까.

몬스터? 아니면 아이템?

모험을 앞둔 그의 가슴이 콩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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