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76화 (76/200)

076. 거머리 퇴치 작전

코발트 광산이 위치한 붉은 산에는 평소와 다르게 긴장감이 맴돌았다.

긴장한 얼굴을 한 이들은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그들 중 가장 차가운 눈빛을 한 사내가 있었다.

‘아테네의 활은 반드시 회수한다.’

그의 이름은 미카슨.

그는 아테네의 활을 호준에게 빼앗긴 제카슨의 친동생이었다.

제카슨은 형 대신 아테네의 활을 되찾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온 상황이었다.

굳이 이렇게 활을 되찾으려는 이유는, 당연히 돈 때문이었다.

‘안 찾아가는 게 이상하지, 그게 얼마짜린데.’

사냥꾼 일과 함께 무기 중개업을 하는 미카슨은 아테네의 활의 가치를 충분히 잘 알기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에게 호준은 방해물이었다.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인물, 활을 훔쳐 간 도둑.

엄밀히 강도질한 것은 미카슨과 그 형이었으나 미카슨은 오로지 자기 관점에서만 생각했다.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그는 호준을 철저히 조사했다.

조사를 통해 안 사실은, 호준이 상당히 부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부자는 곧, 뺏어 먹을 돈이 많다는 소리다.

‘계속 죽이고 협박한다. 돈을 내면 안 죽이겠다고.’

단순하지만 먹히는 방법이었다.

유토피아에서 PK나 돈거래는 자유로웠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미카슨은 호준에게 빨대를 꽂을 생각이었다.

‘실력 좋은 농부이니 앞으로 수입이 짭짤하겠는데.’

그는 콩고물을 쪽쪽 빨아 먹을 생각에 싱글거렸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 자신이 승리한다는 기본이 깔려 있어야 했다.

승리하리라는 사실에 미카슨은 의심하지 않았다.

‘우리 쪽은 11명, 상대는 달랑 셋이다. 몇 번 죽이고도 남지.’

그는 형의 실패를 거울삼아 호준이 홀로 남기를 기다렸고.

지금은 소환수가 겨우 둘밖에 없다.

작은 고양이는 무시하더라도 소는 만만치 않을 테지만.

그는 소를 해치울 적절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여왕 아라크네의 맹독을 쓴다.’

그의 허리춤에 있는 화살통.

그 안에 담겨있는 화살은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여왕 아라크네의 맹독이 발린 화살】

【등급】 : 특 9급

여왕 아라크네의 맹독은 독 중에서도 가장 독하기로 유명했다.

특히,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하는 특성 때문에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귀한 화살을 준비한 이유는 아테네의 활과 묶어 세트상품으로 팔기 위함이었다.

‘세트상품은 단품일 때보다 가격이 훨씬 뛰니까. 이번에 활만 확보하면, 강남에 집 10채는 거뜬히 산다.’

일확천금을 생각하자 그의 눈이 별처럼 빛났다.

“다들 모이도록.”

“네!”

미카슨이 부하들을 모아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설명을 마치고서 질문을 받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도록.”

“보스. 저, 그런데 고양이랑 소는 죽여도 되는 겁니까.”

“소는 다리 힘줄을 끊어서 걷지 못하게 하고, 참수해라. 고양이는 어차피 약하니 무시해도 상관없고. 그리고 그 인간은 반드시 죽인다. 처음은 경고의 의미로 죽이고, 다음부터는 협박에 들어간다.”

“네! 아주 뽕을 뽑아먹죠!”

콩고물 생각에 기뻐하는 것은 미카슨뿐 아니라, 그 아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방송 중이니 얼굴은 잘 가리도록.”

“네! 주의하겠습니다!”

“형님, 방송 보니까 실력이 완전히 허접하겠던데요. 요리나 하던 녀석이 전투를 알기야 하겠습니다.”

“맞습니다. 아테네의 활은 레벨 제한 때문에 들 수도 없을 테고. 무기도 없으니, 뭐. 이건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네요.”

“저희가 배때기 시원하게 구멍 좀 뚫어줘야겠습니다. 으하하.”

부하들은 호기롭게 말하며 배를 탕탕 쳤다.

잔인한 살인 방법이 입에 오르내렸다.

그들 중 누구도 유토피아에서의 살인에 죄책감을 느끼는 이는 없었다.

단순히 게임이라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수많은 살육으로 손을 더럽히면서 마치 인간사냥을 습관처럼 여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협박당하는 처지에서야 화가 날 상황이지만, 그들은 애초에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인사가 아니었다.

‘꼼꼼히 잘 따져보자.’

부하들과 달리, 미카슨은 일자로 굳게 입을 다물었고 계획에 빈틈이 있는지 살폈다.

잠시 생각한 끝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건, 승리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봐도 이쪽이 유리했다.

전신 무장한 사냥꾼 10명에 아라크네 맹독 화살까지.

반면, 저쪽은 소와 고양이, 농부 한 명이다.

그는 옅게 웃고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10분 뒤 놈을 사냥한다. 무장하도록.”

“네!”

“네!”

차각 차가각―

부하들은 칼과 도끼, 철퇴 등 주력 무기를 꺼내 들고 방어구를 갖추었다.

전투 준비로 바쁜 부하와 달리, 미카슨은 눈을 굴려 화면을 보았다.

화면 속에서 호준이 땅바닥에 앉아 소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송하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군.’

화면 하단에는 【잠시 음소거 상태로, 방송 준비 중입니다, 곧 방송을 시작합니다.】라는 한 줄 공지가 떴다.

그 아래 구독자 수를 본 미카슨은 입꼬리를 올렸다.

‘방송 수익도 쏠쏠하니 많이 뜯어내도 되겠군. 이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잖아?’

그는 좋은 먹잇감을 물었다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미카슨이 방송 화면에 집중하고. 부하들이 장비에 집중한 사이.

빼꼼―

그들을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던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소리소문없이 숲으로 사라졌으나 그 누구도 고양이를 알아챈 이는 없었다.

* * *

“사악―”

【다크니스가 적들이 10분 뒤 쳐들어온다고 말합니다.】

【다크니스가 분노에 차 콧김을 뿜어냅니다!】

다크니스가 샥샥거리며 보고를 마쳤다.

호준은 제풀에 씩씩대는 다크니스를 꼭 안아주며 달랬다.

“냥―!”

다크니스가 몸을 부르르 떨며 울었다.

【다크니스가 적들이 자신을 얕잡아 본다고 말합니다!】

【다크니스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슬피 웁니다!】

“아냐. 다크니스. 넌 제일 특별한 고양이라서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알았지?”

“냥?”

【다크니스가 정말이냐고 묻습니다】

“그럼. 진짜야.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냥~”

【다크니스가 기운을 차립니다!】

【다크니스가 당신에게 애정을 느낍니다!】

호준은 다크니스를 미소의 품에 안겨주고, 잠시 바위에 앉아 생각했다.

다크니스 덕분에 적의 작전을 간파했다.

이제는 어떻게 대처할지가 문제였다.

‘전면전밖에 없다.’

대화의 내용으로 보아 적들은 호준을 호구로 삼아 피 빨아 먹을 셈이었다.

이번 공격도 호구를 잡기 위한 술책이었다.

만약 이번에 어쩌다 공격을 피하더라도, 다음에 농장에 와서 영업 방해를 할 가능성이 컸다.

‘협박을 일삼다가 상납금을 내라는 식으로 나오겠지.’

거머리, 기생충, 사냥한 자를 쪽쪽 피 말려 죽이는 흡혈귀.

인간 사냥꾼은 단순히 PK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상대를 말려 죽이는 악질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저런 짓을 하지 않겠지만, 세상에는 미친놈이 많고 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하겠다는 이도 많았다.

피해자들은 알거지가 되거나, 혹은 오랫동안 게임을 접는다.

그러면 인간 사냥꾼은 또 다른 숙주를 찾아 나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

호준은 적들을 해치우기로 마음먹었다.

호구가 되는 것은 사절이었고, 원하는 대로 갖다 바치는 호구 짓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나는 죽지 않지만, 미소랑 다크니스는 그렇지 않다.’

만약 레벨 1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칼의 방향을 다크니스나 미소에게 돌릴 수 있었다.

미소와 다크니스를 데리고 협박을 할지도 모르고.

‘방법을 생각해내자.’

곰곰이 생각하니,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중요한 건 무기야. 무기가 없다.’

바로 그가 착용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는 사실.

아테네의 활은 레벨 제한 때문에 쓸 수 없고.

대장장이 스미스 씨에게서 산 평범한 화살이 그가 가진 무기의 전부다.

심지어 착용 가능한 활이 없기에 그저 화살만 들고 싸워야 했다.

‘너무 불리한데.’

다크니스에 들은 칼과 철퇴, 창 등을 든 적들에 비교해, 평범한 화살은 너무나 초라했다.

그는 머리를 굴리고 굴리며 방법을 떠올렸다.

그러자 마치 신이 계시라도 내린 것처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그 능력이 있었지.’

호준은 입꼬리를 올리고는 다크니스와 미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둘과 작전을 공유하고 작전에 들어갔다.

“부탁한다 미소야.”

― 알겠다무우!

“냥!”

거머리 퇴치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후 후!”

미카슨 무리는 지금 산비탈을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호준이 방금까지 있었던 광산으로 향했다.

“젠장. 방송은 왜 갑자기 꺼버린 거래?”

“그러게. 계속 잘만 켜두더니.”

갑자기 방송을 꺼버린 호준 때문에 재빨리 추격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광산 앞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도망간 건가.”

모두가 실망하던 그때, 인근 숲에서 땅 울림소리가 들렸다.

쿵 쿵―

미소의 등장이었다.

미소가 그들을 빤히 보더니 이내 숲으로 방향을 틀었다.

적의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태평한 모습이었다.

“형님, 호준은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저 소를 따라가면 그 녀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미카슨은 부하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따라간다.”

그렇게 해서 미카슨 무리는 미소를 뒤따랐다.

미소는 점점 숲속 깊숙이 들어갔다.

주위에 우거진 나무가 많아 점점 시야 확보가 안 되고 어둑어둑해졌다.

미카슨 무리는 이제 발밑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둑어둑한 지점까지 왔다.

부하 한 명이 꺼림칙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혹시 저 소가 우리를 유인하는 거 아닐까요? 함정이라든지. 그런.”

그의 말에 미카슨은 고개를 저었다.

“방송을 제외하고는 10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 그 시간 동안 함정을 만든다면 농부가 아니라 다른 일을 했겠지.”

“하긴, 15분이면 땅 파다 끝날 시간이네요. 괜한 걱정이었나 봅니다.”

미카슨의 말에 부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한 미카슨은 멀리 있는 미소의 궁둥이를 바라보며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가는 줄 같은 것이 발목에 걸려 몸이 기우뚱했다.

그 순간.

‘뭐지? 이 기분 나쁜 감각은?’

위에서 뭔가가 덮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위를 올려본 순간.

푸 아악―

공중에서 떨어진 노란 액체를 그대로 뒤집어썼다.

부하들도 마찬가지로 그대로 액체를 뒤집어썼고.

그 순간, 판도가 180도 바뀌었다.

【직원 2 슬롯에 등록된 아카인 님의 체력이 소진되어 전투 불가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직원 6 슬롯에 등록된 울랄라전사 님의 체력이 소진되어 전투 불가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직원 7 슬롯에 등록된 광광돌이 님의 체력이 소진되어 전투 불가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 . .

【직원 5 슬롯에 등록된 변강쇠 님이 심각한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미카슨은 부하들의 상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벌써 몇은 소멸해 사라진 상태.

이제 남은 부하는 겨우 셋이었다.

“젠장…!”

그는 욕을 중얼거리며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했고.

메시지가 그 답을 알려주었다.

【당신은 고온의 올리브유로 인해 심각한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당신은 1도 화상 디버프를 얻었습니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집니다】

【신체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합니다】

【얼른 상태 회복 약을 들이켜지 않으면 전투 불가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체력이 쭉쭉 떨어지는 미카슨의 앞에, 공격을 한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름 범벅 거지꼴이 된 미카슨과 달리.

말끔한 얼굴을 한 호준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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